2004년 6월 3일, 목요일, Quito, L'Auberge Inn (오늘의 경비 US $24: 숙박료 $8, 버스 $3, 택시 $2, 아침 $1, 저녁 $4.30, $인터넷 0.50, 식료품 $2.50, 운동화 $2.50) Quito 숙소 방이 참 마음에 든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침대도 편하고 창문이 많아서 방이 밝다. 어제 호텔 직원이 내가 싼 방을 찾으니까 $1이 더 싼 방이 있긴 한데 길 앞에 있는 방이라 아침에 좀 시끄러울 것이라 해서 안 들었는데 안 들길 잘했다. 오늘 새벽 3시에 잠이 깨어서 책을 조금 보다가 4시쯤 다시 잠이 들었다. 5시 시계 알람이 울려서 다시 깼는데 몸 상태가 좋다. 이틀 전에 난 배탈에서 완전 회복이다. 오늘은 Saquisili 장 구경을 가는 날이다. 새벽이라 택시 잡는 것이 좀 위험할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호텔 앞 길목에서 택시를 잡고 $2에 버스 터미널까지 가자고 하니 두말 안하고 타란다. 택시 차종이 어제 차와 같아서 물어보니 한국의 현대 차다. 차가 어떠냐고 물으니 매우 좋단다. 4년 되었다 하는데 새 차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Quito의 택시들은 모두 현대 차인 것 같다. 현대는 나라마다 발음이 달라서 미국에서는 "헌데" 혹은 "헌다이"라고 하고 호주에서는 "하윤다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윤다이"라고 한다. 스페인어에서는 "h"는 발음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본 회사들 이름은 제대로 발음을 하는데 (도요다, 혼다, 도시바 등) 한국 회사들 이름은 제대로 발음을 못한다. 지명과 인명도 마찬가지다. 제일 문젯거리가 한글의 모음 "ㅓ"와 "ㅡ"가 구미 언어로 표기가 정확히 안 되기 때문이다. 남미에서는 서울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다들 "세울"로 발음한다. “Seoul"을 "Seo-ul"이 아니고 ”Se-oul“로 발음하는 것이다. 외국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삼숭"이고 대우는 "데우"이다, LG 만 제대로 발음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영어 표기법을 만들었는지 실수를 한 것 같다. 많은 연구를 하고 만들었겠지만 외국인들이 제대로 발음을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모르겠다. 목요일 장이 열리는 Saquisili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반 거리인데 요금이 불과 $1.50이다. 버스 터미널을 떠날 때는 텅 비었던 버스가 얼마 안 되어서 만원이 된다. 모두들 장 보러 가는 사람들이고 구경을 가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 것 같다. 에콰도르의 볼거리로서 Darwin 진화론의 배경인 Galapagos 섬이 제일 유명하고 그 다음이 Saquisili 목요일 장이란다. Cuenca와 Nariz del Diablo (Devil's Nose) 기차도 유명하다. Saquisili 가는 길에서 보이는 Quito Valley는 장엄하고 아름답다. 영어 valley는 한국어 번역이 애매하다. 주로 계곡 혹은 골짜기로 번역되는데 그보다는 평야 혹은 벌판이 더 맞는 것 같다. Valley는 양쪽에 산으로 둘려 싸인 평야인데 폭이 수 km일 수도 있고 수백 km일 수도 있다. 미국 California의 Los Angeles와 San Francisco 사이에 있는 San Joaquin Valley는 폭이 60km 내지 80km이고 길이가 720km 되는 4만 7천 평방 km의 넓은 평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Sierra Nevada 산맥과 Coast Ranges 산맥이 있다. Valley보다 더 큰 평야, 혹은 대평원은 plain이라 불리는데 아마 세계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대평원은 미국의 The Great Plains일 것이다. Quito Valley의 고도는 3,000m 정도이고 valley 주위 산들은 1,000m 내지 2,000m 정도 된다. 그러니 해발 4,000m 내지 5,000m 되는 산들이다. Valley 전체가 푸른색이고 valley에서 시작된 밭이 거의 산정까지 올라간다.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버스 차장은 흑인이다. 그러고 보니 남미에는 흑인이 없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이나 가이아나 같은 나라에 제일 많지만 다른 남미 나라들에도 흑인이 있는 것이다. 남미 나라들 가운데 우루과이가 흑인이 제일 적은 나라일 것이다. 버스 지붕에 실은 짐이 도로로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승객들이 혹시 자기 짐이 떨어졌나 싶어서 창밖으로 내다본다. 버스가 서고 짐이 떨어진 곳으로 후진한다. 버스기사는 화가 난 표정이다. 짐은 실은 사람은 차장인데 튼튼히 싣질 못한 것이다. 떨어진 짐에 문제가 없었던지 내렸던 사람들이 다시 타고 버스가 출발한다. 그러나 한참 동안 차장과 승객 한 사람이 언쟁을 벌린다. 떨어졌던 짐 때문인 가보다. 차장은 사과하는 표정이 아니고 오히려 승객보다 언성을 더 높인다. 조금 있다가 언쟁이 끝나고 버스 안이 조용해진다. 오늘 모두 일찍 일어나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것이다. Saquisili에 도착하니 시장이 막 서고 있었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높은 고도 때문인 것 같다. 우선 포장마차 같은 시장 음식점에 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고깃국 같은 음식을 시켰는데 냄새가 너무 강해서 맛만 보고 말았다. 다른 음식점으로 옮겨서 우리네의 감자탕 같은 음식을 시켰는데 먹을 만했다. 아침 식사 한 그릇에 $0.50이라 두 번을 먹었는데 $1밖에 안 들었다. 이곳 시장은 꼭 옛날 한국의 시골 장 같다. 닭, 병아리, 양, 야채, 곡식, 옷, 신발, 연장 등 필수품을 판다. 시장규모는 생각보다는 작았다. 좀 실망하고 두어 시간 구경한 다음에 아침 10시 버스를 타고 Quito로 돌아왔다. 하늘 한쪽에는 푸른 하늘이 보이는데 한쪽에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고원지대의 특유한 기후인 모양이다. Quito의 자랑거리인 전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점심으로 매콤한 한국 라면을 끓여 먹었다. 부엌을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오늘 에콰도르 친구가 나를 보고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한다. 일본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조금 기분이 좀 상해서 "올라" (holla, 영어의 Hello) 하고 스페인어로 받아주었더니 좀 실망한 표정이었다. 조금 후에는 진짜 일본 여행객이 나타나서 "올라" 해 주었더니 일본 사람인 줄 알고 "곤니찌와" 한다. "코레아노" 했더니 미안해하더니 "안녕하십니까?" 한다. 한국말을 더 아느냐고 물으니 조금 생각하더니 "감사합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 한다. 대학생 같은데 아주 훤하게 잘 생긴 친구다. 남미에서 외국 여행객들끼리 대화는 주로 영어로 하지만 인사는 "올라"를 쓰는 것이 보통이고 예의다. 세계 여러 사람들이 만나는데 인사까지 영어로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오늘 저녁은 호텔에 딸린 음식점에서 먹었다. 이틀째 이 음식점에서 이태리 음식 라사냐를 먹었는데 참 맛있게 한다. 미리 만든 라사냐 위에다 치즈를 듬뿍 얹고는 그릇 채 오븐에 넣고 한 20분 동안 굽는다. 샐러드와 함께 드니 훌륭한 저녁 식사다. 여행지도 아름다운 Quito Valley 풍경,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찍어서 사진이 잘 안 나왔다 시장 풍경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시장 음식, 한 그릇 사 먹었다 배가 몹시 고픈 듯한 어린이 이 걸 누가 먹는담? 팔려고 내온 토종 닭 그리고 병아리 이곳도 휴대전화 바람이 불고 있는 듯,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없는 것이 없는 듯한 잡화상 이곳 원주민 여자들은 대부분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는다 남녀노소 모두 이런 모자를 쓰는데 이 소녀는 처음 써보는 이 모자가 싫은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