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6일, 일요일, La Paz, Hotel Torino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40, 점심 20, 저녁 26, 식료품 10, 입장료 50, 환율 US $1 = 8 boliviano) 오늘은 La Paz 근처에 있는 Tihuanaco 유적 구경을 가는 날이다. 조그만 미니밴에 가이드와 우리를 포함한 관광객 5명이 타고 떠났다. La Paz에서 반시간 달려서 계곡 위로 올라가니 황량한 고원지대가 나오고 그곳을 한 시간 달리는 동안 2주간 데모로 여기저기 파손된 것이 보였다. 주로 정부 쪽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길을 파손해 놓았거나 길을 돌 더미로 막아 버렸거나 톨게이트를 부셔버렸다. Tihuanaco 문명은 약 600 BCE부터 Inca 제국이 생길 때인 1200 CE까지 약 1,800년 동안 Titicaca 호수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Inca 제국도 Titicaca 호수 지역이 발상지이니 Inca 문명은 Tihuanaco 문명을 계승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Tihuanaco 유적은 Machu Picchu 유적에 비교하면 초라했지만 볼리비아 최대의 고대문명 유적이다. Tihuanaco 유적 구경보다도 나에게 더 흥미가 있던 것은 가이드와의 대화였다. 볼리비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가이드가 영어가 유창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우선 La Paz 시내에서는 수많은 구두닦이들이 있는데 모두 영화에 나오는 강도들 같이 스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왜 그런가 물어 보았다. 가이드의 답변에 의하면 마스크는 지금은 거의 구두닦이 유니폼처럼 되어서 쓰고 있지만 원래 시작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10여 년 세계 경제가 나빠져서 볼리비아 광산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광부들이 일을 찾아서 대거 La Paz로 몰려왔는데 광부들의 자녀들도 부모와 함께 일터에 나섰다. 남자애들은 구두닦이를 많이 했는데 어제까지도 의젓한 학생이었다가 구두닦이를 하는 것이 창피하게 스키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한다. 볼리비아 인구는 800만, 그중 4분의 1인 200만이 La Paz에 산다. 볼리비아의 땅은 남한의 약 10배이니 자연 환경은 매우 좋은 나라다. 근래에는 자연가스도 발견되었고 지하자원과 땅만 잘 활용해도 잘 살 수 있는 나라 같다. 그런데 남미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싸움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좌파가 정권을 잡아도 안 되고 우파가 잡아도 안 되는 대책이 없는 나라로 전락했다. 1825년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와 세 번 전쟁을 했는데 세 번 다 패했다. 그 와중에 국토를 많이 뺏겼다. 그 중 제일 괴로운 패배는 1879년의 칠레와의 전쟁에서였다. 지금의 칠레 북부 땅이 원래 볼리비아 땅이었었는데 이 전쟁에서 패해서 뺏긴 것이다. 그 결과로 볼리비아는 남미의 유일한 바다 항구가 없는 내륙 국가가 되었다. 파라과이도 내륙 국가 같지만 강을 통해서 대서양과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완전한 내륙 국가는 아니다. 볼리비아가 칠레한테 뺏긴 땅은 풀포기 하나 없는 깡 사막이었는데 수 만년 동안 새들이 싸놓은 거의 무진장한 양의 새똥이 비료로서 각광을 받게 되어서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값진 땅으로 둔갑을 하게 되었다. 그 전쟁에 패배한 후 볼리비아 사람들의 칠레에 대한 감정은 매우 나빠졌고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지난주의 정변 역시 이런 배경이 작용이 되어서 100여 명이 죽는 심각한 사태까지 된 것이다. 근래에 볼리비아의 아마존 강 지역에서 발견된 자연가스를 칠레를 통해서 송유관을 건설해서 (칠레의 도움으로) 칠레, 멕시코, 미국 등에 팔자는 볼리비아 대통령 측의 제안에 야당 정치인들과 국민이 반대해서 생긴 일이었다. 이런저런 일로 볼리비아는 당분간 남미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의 신세를 면키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주의 사태로 볼리비아의 관광 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다. 볼리비아는 불안한 나라라는 낙인이 찍혀 버렸으니 언제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줄지 한심하다는 얘기다. 한 10년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짓는다. 오늘밤도 자는데 숨이 가빠져서 거의 잠을 설쳤다. 관광이고 뭐고 볼리비아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볼리비아 국명은 남미의 George Washington이라 불리는 Simon Bolivar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볼리비아는 볼리바의 땅이라는 뜻이다. Simon Bolivar는 1800년대 초에 남미를 스페인으로 독립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스페인이 남미에서 물러난 다음에 Simon Bolivar는 남미를 미국처럼 하나의 거대한 연방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으나 실패하고 남미는 지금의 13개 국가로 갈라지게 되었다. 국명이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나라는 세계에서 볼리비아가 유일한 것 같다. 여행지도 Tihuanaco 신전, Tihuanaco 문명은 Inca 문명으로 계승 되었다 비의 신 (Rain God) 신전 담 벽, 페루에서 본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