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doba

[박일선]

2003년 11월 25일, 화요일, Cordoba, Helvetia Hotel

(오늘의 경비 US $24: 숙박료 20, 점심 10, 저녁 31, 식료품 2, 택시 3, 환율 US $1 = 2.85 peso)

Cordoba는 정말 맘에 드는 도시다. 내가 아르헨티나에 산다면 살고 싶은 도시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Buenos Aires와 칠레의 수도 Santiago 중간에 위치한 내륙 도시인데 교육 도시, 종교 도시, 보수적인 도시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에게 보이는 Cordoba는 아름다운 도시, 날씨가 좋은 도시이다.

해가 나오면 체감 온도가 섭씨 50도라는 Tucuman을 아침 6시에 떠났다. 버스 2층에 전망이 제일 좋은 앞 두 자리에 앉아서 가니 전망도 좋고 프라이버시도 좋고 semi-cama 좌석이라 (뒤로 젖혀지는 반 침대 좌석) 남미 온 후로 제일 편한 버스 여행을 했다. 중간 지점에서 젊은 남녀 한 쌍이 타서 역시 전망이 좋은 우리 좌석 복도 건너 두 좌석을 차지해서 갔는데 계속 껴안고 빨고 쓰다듬으면서 갔다. 피곤하면 잠깐 자고 일어나서 다시 계속했다. 이 나라는 놀고먹는 나라라서 그런지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남녀 관계도 매우 느슨하고 맘껏 즐기는 주의인 것 같다.

Cordoba까지 가는 동안 전망은 좋았지만 바깥 경치는 별로였다. 차도는 낡고 구덩이가 많아서 버스는 때로는 차도를 벗어나서 차도 옆 맨땅 위를 달렸다. 아직까지 고속도로는 못 보았는데 이곳은 교통량이 적어서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다.

아르헨티나의 Pampas 대초원이 가까워지는지 사방이 끝이 안 보이는 목초지대다. 어쩌면 Pampas가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초원에는 가끔 대규모 농장이 보였는데 대부분 버려져있는 것 같이 보였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옛날 한국의 부자의 대명사인 만석꾼이 될 수 있겠다. 물론 땅만 있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중남미에 많은 나라를 다녀 보았지만 자연환경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만 일해도 의식주는 해결되니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의욕이 없는 사람들이다. 결과는 발전이 없는 사회인 것 같은데 발전이 꼭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후 2시경에 Cordoba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이 큼직하고 화려했다. 시내 중심 가까이에 있어서 호텔 찾기가 편했다. 시내 중심에서 네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에 들었다. 좀 오래된 건물이지만 큼직한 방에 TV가 있고 욕실과 널찍한 발코니가 딸려있고 부엌도 쓸 수 있으니 대만족이다. 이 도시는 볼거리도 제법 많다니 푹 쉬었다 가야겠다. Uyuni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청년들도 이 호텔에 묵고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스라엘 여행객이 묵고 있는 것을 보면 "싸고 좋은" 호텔인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이제 도시를 옮기는데 매우 익숙해졌다. 버스표는 하루 전에 사놓고 떠나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동안에 세수하고 짐 싸고 커피 끓여서 보온병에 넣고 마실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숙소를 떠난다. 버스 터미널에 가는 것은 아주 가깝지 않으면 짐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 요금이 싸서 부담이 안 된다. 택시 요금이 비싼 멕시코에서는 나 혼자 여행했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타거나 버스 터미널이 너무 멀지 않으면 걸어서 갔다.

우리 짐은 모든 배낭 여행객들처럼 뒤에 지는 큰 배낭과 앞에 지는 조그만 배낭이다. 배낭 두개의 총 무게는 내 것은 15kg 조금 넘고 집사람 것은 내 것보다 조금 가볍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배낭의 무게를 최소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줄인다. 배낭 자체도 최고로 가벼운 것을 택하고 옷은 빨리 마르고 가볍고 따듯한 폴리에스터나 플리스 (fleece) 계통이다. 옷 숫자도 적어서 자주 손빨래를 해서 입는다.

제일 무거운 것은 책이다. 책을 줄이기 위해서 다 읽은 책은 팔거나 (벌써 두 권을 팔았다) 다른 책으로 교환한다. 지금 가지고 다니는 책 숫자는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 3 (South America, Peru, Cuba), 트레킹 안내서 2 (Peru-Bolivia, Argentina-Chile), 남미지도 3, 소설 1, 일기장 2, 스페인어 회화책 1, 스페인어 사전 1, 바둑책 1이다. 책 외에도 카메라, MP3 플레이어, 휴대용 스피커, 헤드램프, AC 어댑터, extension cord, 배터리 충전기, 플러그 어댑터 등을 가지고 다닌다. 전기용품은 모두 110v와 220v 겸용이다. 특히 애용하는 것은 소형 보온병이다. 날씨가 쌀쌀한 Andes 산맥 지역에서는 아침에 관광 나갈 때 커피를 끓여서 가지고 다니다가 쉴 때 마시면 참 좋다. 헤드램프는 밤 버스를 탈 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볼리비아에서 물 끓이는 조그만 전기 도구를 샀는데 플라스틱 물병이나 조그만 냄비에 넣고 물을 끓인다. 또 하나 잘 사용하는 것은 침낭 안감이다. 원래 침낭 안에 넣어서 쓰는 것인데 호텔 침구가 깨끗해 보이지 않을 때 사용하면 깨끗하게 잘 수 있다.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빨아서 말리기도 쉽다. 아직 사용은 안 했지만 상하가 따로 된 비옷이 있고 소형 우산도 있다. 1년 쓸 물건을 다 가지고 다녀야하니 짐이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 다니면서 살 수 있는 물건은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캠핑 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그들의 짐은 30kg은 족히 될 것이다. 덩치 큰 남자들은 그런 대로 괜찮겠지만 몸집이 작은 여자 여행객들이 그렇게 큰 짐을 지고 다니는 걸 보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 청년 남녀들은 대부분 캠핑 준비를 해가지고 다닌다. 배낭 안의 짐 정리를 잘 해야 된다. 무슨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어서 필요한 물건을 빨리 찾을 수 있어야한다. 나는 잠을쇠를 3개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배낭을 잠근다. 호텔 방문을 잠글 때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잠을쇠를 사용하지 않고 내 것을 사용한다. 배낭여행을 할 때 짐에 관한 노하우를 잘 알면 쉽고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지도

무슨 행진인가, 사람들 표정이 정치 데모 같지는 않다

대성당 Iglesia Cathedral

아르헨티나의 국민 음식 parilla

파스타를 만들어 주는 중국인 요리사, 신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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