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러 주고 산 50년 된 구식 상자카메라로 모든 흑백사진을 찍었다.
이 카메라는 어떤 현대식 일회용 카메라보다도 더 원시적이고 기능이 적다.
예를 들면 일회용 카메라들도 이중노출 방지장치가 되어 있는데 상자카메라는 이런 것도 없다.
보는 방법과 구도를 배워야 한다.
장비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면
좋은 사진을 창조하는데 써야 할 시간들이 줄어든다.
장비 말고 사진에 신경써라.
더 좋은 타자기가 타자를 좀더 즐겁게 해주기는 해도
타자기의 상표(또는 타자기를 수리할 수 있는 능력)는 감동적인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다른 면에서는 합리적인 그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종류와 셔터스피드,
렌즈 디자인 그리고 카메라 기술에 대한 밀접한 지식 따위가
사진가의 편의에 도움을 주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사진을 찍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관계없다.
사람이 대본을 작성하기 위해 타자기 사용법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작동법을 알아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과정의 미미한 부분이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어떤 상표의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 알겠는가?
그건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거지 들어와서 보는 사람에게 문제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진을 보는 누구도 당신이 어떤 카메라를 썼는지 알 수 없으며
신경도 쓰진 않는다. 신경 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뭔가 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그걸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며
그걸 잘 한다는 것과는 더욱 다르다.
우리는 모두 피아노 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냥 건반을 누르고 가끔씩 페달을 밟아주면 소리가 난다.
연주를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능력까지 갈 것도 없이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만 해도(역주: 피아노로 소리 낼 줄 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카메라 노출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아는 것은 감동적인 사진 창조와 거의 관계가 없다.
사진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결과물은 자신에게 좌우되는 것이지
카메라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더 잘 깨닫게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멋진 사진들을 10달러짜리 카메라로 찍기도 했고
모터드라이브가 달린 니콘에 1만 달러짜리 렌즈를 달고 수많은 쓰레기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가장 멋진 사진 중 몇몇은 판매상에게 수리 불가능하다고 반품해야 했던 고장난 카메라로 찍은 것들이다.
카메라에 무슨 고장이 있어도 그걸로 작업을 해낼 만한 충분한 경험이 있다.
더 멍청한 사람들은 서로 무슨 카메라를 가졌는지
신경쓰느라 창조적일 수 있었던 시간들을 자주 낭비하고 있다.
이 장비병 환자들은 그들의 카메라가 사진의 격조와 상관이 있다고 실제로 믿고 있다.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좋은 사진을 찍거나 사진술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은 절대 하지 않는다.
묻는 거라곤 카메라에 대한 것뿐.
그들은 그들이 장비에 대한 신경을 꺼버릴 날까지 똑같이 한심한 사진들만 찍을 팔자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신경쓰지
무슨 카메라를 갖고 있냐를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메일로 자기 카메라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묻는 대신
이런저런 사진들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는지에 관해 재치있는 질문이 중요하다.
장비에 신경쓰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 줄일수록 좋은 사진을 찍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더 늘어난다.
훌륭한 사진을 찍는 요소가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면
카메라가 얼마나 사진과 관계없는지 이해할 것이다.
최신 카메라는 단지 사진가의 활동을 더 편하게 해 줄 뿐이다.
지금 나가서 카메라를 사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캐논 레블 2000을 제안하겠다.
비싸지도 않고 아주 쉽게 좋은 사진을 찍게 해주는 카메라다.
풍경사진이나 정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대형 필름 포맷을 반드시 고려해보기 바란다.
아마추어처럼 35밀리로만 찍는다면 풍경사진에서 절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할 것이다. 35밀리는 아마추어의 포맷이다.
35밀리의 유일한 전문적 용도는 뉴스와 스포츠용인데 이 분야도 디지털로 이미 가버렸다.
가장 비싼 장비가 최선이라고 가정하지 말라.
너무 많은 카메라 장비를 소유하는 건 최악의 사진을 얻는 첩경이다.
더 비싼 카메라와 렌즈는 막대한 가격 증가에 비해
별로 의미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
그럼 사진의 품질이 동일한데도 감탄하는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은 왜 최신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걸까?
단순하다.
1) 최신 카메라는 한 달에 수백 통씩, 매달 찍어대는 사람들을 위해 내구성이 높다.
2) 전문적 사용자들은 몇 가지 부가기능들을 편리하게 느낀다.
이런 편의기능들은 사진가의 활동을 더 편하게 만들어 주지만 사진 자체를 향상시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니콘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F5에 값비싼 AF-S 줌렌즈를 원하겠지만 솔직히 나도 그런 구성으로 찍은 사진과
F65와 가장 저렴한 니코르 줌렌즈로 찍은 사진간의 품질 차이는 알 수가 없다.
F5가 주는 점이라곤 그걸 들고 돌아다닐 때 오는 어깨 통증뿐이다.
F65와 싼 줌렌즈는 무게가 덜 나가서 집에다 두고 다니는 대신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니콘 F80도 역시 아주 가볍다. 만약 가격을 생각한다면
F80의 느린 동조속도(주간 필플래쉬를 할 때만 중요한)를 제외하고는
이 기종이나 F65를 쓰지 않을 이유를 못 찾겠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AF 18-35렌즈는 내가 가진 뚱뚱하고 무거운
17-35 AF-S렌즈가 하는 만큼 똑같이 해준다.
이 렌즈들로 찍은 사진에서 어떤 차이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평가기에서 이 렌즈들에 대해 비판하는 건
아주 미묘한 영향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실제 사진에서는 이런 미묘성을 구분하기 힘들다.
무거운 F100이나 F5를 정말로 짊어지고 다니고 싶은가?
좀 더 싼 카메라에서는 할 수 없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아주 중대한 이유 몇 가지를 대지 못한다면 비싼 카메라는 사지 마라.
최신 니콘, 캐논, 라이카 장비를 사는데 돈을 쓰고 싶다면
그 돈으로 더 대형 포맷의 장비를 사서 현저하게 향상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니콘이나 라이카, 캐논 같은 소형 포맷을 쓴다면 편의성과 낮은 사진 품질을 교환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니콘 17-35 AF-S렌즈를 살 때 써야 하는 1500달러로 4x5판
카메라와 초광각 렌즈 세트나 상태 좋은 중고 하셀블라드를 살 수 있지 않은가!
이 점을 다시 말하겠다.
같은 포맷의 더 좋은 장비에 돈을 많이 쓴다고 사진이 좋아지는 건 없지만
그 돈을 더 큰 포맷에 쓴다면 당신 사진에 분명히 기술적인 개선점들이 나타날 것이다.
5천 달러씩 하는 최상의 니콘, 라이카, 캐논 카메라 세트는
200달러 하는 낡은 중고 120판 야시카 MAT 124G보다도 못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3천 달러 나가는 중형 하셀블라드는 250달러 하는 구식 그라플렉스 4x5판 카메라보다
결과물이 못하다. 이걸 증명할 필름을 난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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