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도 없는 머리 깍은 부처님
불교 초기에는 불상 만드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쿠샨제국을 건설한 쿠샨족의 카니쉬카 왕(King Kanishka, 127-150 AD)에 의해서
간다라는 초기 불교의 부흥지가 되었습니다.
카니쉬카 왕은 실크로드(Silk Road)를 통해 중국으로 대승불교를 전수해 주었습니다.
이때 경전을 읽고 기도를 올리는 방식도 함께 퍼져나갔습니다.
2200년 전 당시에는 부처님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불상 만드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계속 부처님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마침내 500년의 금기를 깨고 부처님 형상이 탄생하였습니다.
간다라 동쪽 시르카프 유적지는 유라시아 전체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인들을 정착시켜 만든 계획 도시입니다. 100년이 지나 간다라를 정복한 쿠샨제국에 의해 그곳에 정착해 살던 그리스인들에게도 불교가 전해졌습니다.
그리스 문명과 아시아 문명이 만나 그리스 양식의 부처님 모습을 한 초기불상이 간다라 서쪽 끝 ‘하다’에서 발굴되었습니다. 헬레니즘 조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귀는 크고 길게, 머리는 곱슬곱슬하며 원단형으로 묶고 있습니다. 이 머리 모양은 후에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육계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초기 불교의 부흥지인 간다라에서 500년의 금기를 깨고 부처님 형상이 탄생된 것입니다.
나발과 육계 머리 모양이 부처님 상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부처님 상은 머리카락이 곱슬이거나 물결머리, 소라 같은 머리카락(나발)과 상투 머리모양(육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처님 상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인도에서 죄인들이 하는 삭발을 차마 부처님에게 적용하기 난감했을 것이며, 그리스 양식의 간다라 미술 영향까지 작용하여 부처님의 독특한 모습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설은 불경에 32상을 지닌 부처님은 소라 같은 머릿결이 오른쪽으로 감아 돌고 그 빛은 검푸르다라고 나와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인도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성자나 전륜성왕의 32상은 고귀함의 상징으로서 부처님 역시 이미 탄생하시면서 갖고 태어난 상호라고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즉‘32상 80종호’를 가진 부처님의 거룩하고 위대한 모습을 상징하기 위해 나발과 육계 머리 모양으로표현했다라는 설입니다.
부처님의 모습은
〈중아함경〉 권11, 〈과거현재인과경〉 권1, 〈불본행집경〉 권9, 〈방광대장엄경〉 권3, 〈대승백복상경〉, 〈대승백복장엄상경〉 등에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은 처음 출가하실 때 삭발을 하셨습니다.
사실 부처님이 출가하실 때는 삭발을 하셨습니다. 경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현재인과경〉(因果經) 2권에서는 “태자가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았아오니 일체 번뇌와 죄장을 끊어주소서’라고 말하자 인드라는 머리칼을 받아 떠나갔으며 허공에서 여러 하늘이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면서 ‘장하십니다’ ‘장하십니다’ 라며 찬탄했다.”
<숫다니빠따>의 1장 7 <와살라 숫다>에서도 탁발하러 오는 부처님을 보고
브라흐만 교도가 “까까중, 거기 섰거라! 어이 사문 거기 섰거라!”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분율〉(四分律) 잡건도 1에서도 보면 부처님이 머리가 긴 어떤 비구를 보고 “깎으라. 스스로 깎든지 남을 시켜 깎든지 하라”고 말씀하고 있으며, 초기경전인 〈장아함경〉 ‘사문과경’ 제8에서는 부처님이 아사세 왕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출가 사문이 되는 것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삼법의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자의 신분과 부, 명예 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마저 버림으로서 삭발 출가는 성스럽고 귀한 일로 인식되었고
이후 출가자는 삭발하는 것이 계율이 되었습니다.
무아속 절대계에서 만난 부처님은 모두
머리 깎은 모습이었습니다.
광명 만덕 큰스님의 수행일지인 <염불삼매>에서 부처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황금색 장삼에 빨강 가사 입고 머리도 깎고 손에는 고리가 달린 지팡이 같은 것을 든 스님이 불상 속에서 나오셨다.’
⦁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시는 삼존불님 오셨다. 인사하거라.” 성심을 다해 절을 했다. 황금색 장삼에 빨강 대가사 차림에 머리는 세 분 다 깎았다.’
삼매 속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머리 깎은 부처님이셨던 것입니다.
이 나라 이 사바세계 그 어느 사찰에도 없는
‘머리 깎은 부처님’을 조성하였습니다.
‘절대계에 부처님이 계신다’고 선포한 현지사 불상과 탱화의 모든 부처님들은 두 눈을 뜨고 머리를 깎은 모습입니다.
‘머리 깎은 부처님’은 21세기 신불교 영산불교의 심오한 사상을 웅변하고 있으니,
이런 진짜 부처님을 뵙고 찬탄, 예배, 공양드림은 최고의 공덕이 될 것입니다.
사진.글/정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