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단순했던 시기에 시작된 화학의 세계를 향한 걸음은
로마의 실용주의와 기독교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의해
크게 한 번 주춤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자연과학은 소외되고 종교적 논리와 현실적 이익만이 중요시되는
거칠고 험악한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 시기에 비록 그늘에서이긴 하지만
화학적 열정이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위안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할 정도의 어수선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면으로 보아도 그것은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것이 중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화학적 방법을 통해 추구하던 것은
인간의 탐욕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순수물질 ‘금’을 향한 열정이었습니다.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알지 못한 이들은
인간이 그 순수물질 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금술이라고 하는 비정상적인 분야가 생겨났고
그것은 물질에 대한 오해와 무지,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얽혀서 빚어낸
안타까운 역사로 남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이 환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이어지면서
반드시 벗어버려야 할 낡은 누더기라는 점을
삶과 사고의 곳곳에서 늘 확인하고 있습니다.
연금술은 길게는 2천 년, 아무리 짧게 잡는다 하더라도 대략 1천3백 년이라고 하는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인류의 삶과 함께 해 왔습니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생불사’의 영약(靈藥)을 찾거나 만들어보겠다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 흔적은 여전히 많은 삶을 지배하고 있기도 합니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과정의 혼란을 한 몸에 담고 살았던 인물이
바로 앞에서 살핀 파라셀수스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고
결국은 그 무렵부터 인류는 길고 깊고 어두운 동굴에서
비로소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는데,
약간 지루하거나 어수선하긴 하지만
그것이 틀림없이 인류 역사, 특히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
결코 비켜 갈 수 없는 ‘우리들의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벗어날 길을 찾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것을 살피기로 했습니다.
결코 간단하게 말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역사적 사실’에 관한 것들을
한꺼번에 모두 살핀다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를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엉성한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까지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