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 할미새
조전삼
이국 사람이 된 언니
바람같이 달려와
춘천 공지천을 함께 걸었다
공지천 호수는 유리처럼 눈이 부신데
바람에 유리조각처럼 떨어지는 꽃잎
꽃잎 밟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발자국은
어린 날 그날처럼 외발 뛰기를 하며 웃는다
언니와 닭갈비집에 들러
화롯불에 발갛게 구운 닭갈비에
막걸리 한 잔 마신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언니
서로 다르게 살아온 세월이
꿈틀거리는 노을에 흙먼지 일으킨다
화살 같이 날아간 이박삼일은
할미새가 되어 날아가고
다시 만날 희망의 씨앗은
물길이 다른 강물이 되어 돌아선다
돌아 서는 내 등 뒤에서
언니는 울음 우는 펠리컨이 되어
두 팔 벌려 나를 감싸 안았다
삼월
조전삼
노크도 없이 돌아 온 삼월
그림자도 없다
어머니 품속 같은 햇볕
온 산에 번지는 산들 바람이여!
삼월 따라온 바람에
겨울잠 자다 깬 흙이 갈라지고
씨앗이 터지고 새싹이 돋는다
돌 틈 사이로
찢긴 상처 어루만지며
꽃대가 얼굴을 내민다
봄의 노래에 나도 몸을 뒤척이며
노래하는 꽃봉오리 벙그는 소리에
귀 귀울인다
삼월엔 나도
꽃봉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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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삼: *2019년 <월간 문학세계>신인상 시 부문 등단
*수상: 양구군 주최 단오절 백일장 차상 수상
*춘천문협회원. 양구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