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가는 길 ⓒ2007 평창군
없던 길을 새로 낸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탄광으로 가던 사람들과 깊은 산의 나무를 실어 나르던 산판트럭이 다니던 길에 평평하게 고르고, 무너지지 않도록 축대를 쌓은 것이라 한다.
여기서 내가 태어난 율치리 입구까지는 약 8km 정도다. 안내도에는 2km라고 나와 있지만, 그렇게 긴 2km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 마을에서 탄광까지 그 길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다니셨다는 아버지,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제는 평안하시리라.
▲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입구 ⓒ2007 평창군
숨이 약간 가빠질 무렵, 세트장 입구가 오는 이를 반긴다. 어디선가 맑은 물소리도 들린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흥행물이 다 빠진 영화를 상징하듯 화장실에는 파리가 들끓었다.
그리고 이 길의 바닥은 검은색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누구도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지 않아서인지, 그 색깔을 알아채는 이들이 없었다. 왜 검은색일까. 간단하다. 폐광촌을 떠올리면 된다. 탄광이 있던 곳은 하늘도, 물도, 구름도, 사람들 얼굴도, 길도 모두 검은색이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마을 전경 ⓒ2007 평창군
사진 가운데 보이는 나무는 진짜 나무가 아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일종의 ‘소품’이다사진 속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나무의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안내문이 있었다. ‘예산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강풍이나 기타 훼손에 취약한 만큼 함부로 손대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무의 뿌리는 껍질이 벗겨진 채 하얀 스트로폼 재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확인하길 좋아하는 당신’, 이런 곳에서는 그 버릇 좀 버리면 안 될까.
▲영화 ‘웰컴투동막골’ 마을 전경 ⓒ2007 평창군
다른 방향에서 본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전경. 앞쪽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우리 집안 선산이다. 물론 저 큰 산 전체가 선산은 아니다. 그 일부라는 뜻이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의 촌장집 ⓒ2007 평창군
영화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다독이며 잘 이끌어가는 촌장집이다. 이 영화를 나는 두 번 봤는데, 촌장의 대사가 걸작이었다. ‘어떻게 하면 촌장님과 같은 영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인민군 장교의 질문에 촌장은, “그저 일단 잘 먹이면 된다”고 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서양의 격언 하나. “그 어떤 혁명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줄 수 없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막강한 국력을 과시했던 소비에트연방이 망한 이유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마을 전경 ⓒ2007 평창군
사진 속의 마을 뒤로 보이는 산 너머에는 폐광이 여럿 있다. 작은 아버지와 집안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일제시대부터 탄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어릴 적 미탄에서 물난리가 날 때마다 율치리 탄광물도 넘쳤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촌장집 ⓒ2007 평창군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촌장집 옆으로는 실개울이 나 있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산너머 광산에서 지하수관을 통해 끌어온 물이다. 입을 대고 마시기에는 조금 ‘거시기’ 하지만, 그 소리 하나 만큼은 우리나라의 어느 유명 계곡보다 맑고 높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의 비행기 ⓒ2007 평창군
영화 속에서 미군 조종사가 타고 출격했다가 추락한 비행기다. 이 영화의 극적 재미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어설픈 영어 밖에 모르는 마을 선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한량)과 말이 통하지 않아 그야말로 ‘속 터지는’ 미군 조종사.
이들의 극적 구조로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코메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 터인데, 영화는 거기에다가 국군과 인민군 패잔병이라는 또 하나의 구조를첨가한다. 이 영화에 대한 일종의 ‘평’은 차고 넘치므로 여기까지만.
▲영화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의상 체험 코너 ⓒ2007 평창군
마을 한 구석에는 영화에 나온 의상과 소품을 잠시 빌려주는 곳이 있다. 내가 가던 날도 젊은 연인들이 저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영화 속 한 너와집의 부엌에 오롯이 자리 잡은 관리사무소의 인상 좋은 아저씨가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안내를 해주는 모습이 정겨웠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머리에 꽃을 꽂은 주인공 강혜정이 활짝 웃으며 비를 맞고 있다. 이 영화의 설정처럼 내가 태어난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는 6.25 당시에 인민군도 국군도 미군도 들어온 적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즐거운건 먹거리 여행중 이렇게 싸고 맛있으며 정겨운 곳은 찾기 힘들듯~~
메밀 전병 수수 부침등 마치 시골 ㅇ고향 장터와 같아 덤으로 주시려 하는 아짐시의 졍겨움에 반하고 만다
점심 저녁등은 이곳서 하시길~~
메밀꽃주 한잔 하실라우?
무지 무지 싸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