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4, 고시촌에서 생긴 일
고시 준비생만 무려 5만 명!
기어다니는 강아지조차 육법전서를 줄줄 외고 다닌다는 곳!
대한민국 고시 1번지, 신림동 고시촌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수험생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유인 즉, 2월 22일 실시되는 사법고시 1차 시험을 시발로 하여 26일에는 외시, 행시 1차 시험, 29일에는 회계사 시험까지... 단 일주일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고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고시 열풍이야 어디 어제오늘의 일일까 만은, 명퇴에 취업난까지 겹치고 보니 너나할 것 없이 고시 대열에 몸을 실은 데다가 내로라 하는 모든 국가 고시가 단 한 주일에 집중하고 보니 이 일대는 지금 전무후무한 고시 소동이 대단하다.
제일 먼저 난리 북새통을 이루는 곳은, 고시는 내게 맡겨라~! 족집게 강사가 직접 나서 예상 문제를 콕콕 찝어 주는 족집게 강의! 한 달 40만원이라는 고액의 강의료에도 불구하고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 추운 공기를 가르고 1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수강에 실패한 고시생들은 암표라도 구하기 위해 아우성이란다. 하지만 아무리 뜨겁다고 한들 시험 '족보'를 구하려는 열기에 비할까~ 누가 갖고 있다, 카더라! 하는 입소문에 의지해 앞다퉈 신통방통한 족보를 구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족보 이야기로 정신 없다.
무엇보다 지금 한창 호떡집 불이 난 곳은 영어 학원이다. 원래 육법전서만 잘 외면 합격이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영어 토익점수가 700점 이하인 사람은 무조건 불합격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때를 놓칠세라 각 학원마다 '속성'이니 '초스피드'니 하는 문구를 새겨 영어 장사에 나섰는데, 정신 없기는 수험생들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고 식당들도 마찬가지. 미끄러운 음식을 먹으면 낙제한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선 하나를 골라도 비늘이 없는 것, 반찬 하나를 준비해도 기름을 쓰지 않고 깔끔한 것으로 준비해야 하니 재료 공수 단계에서부터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편, 시험 시즌이 되면 때아닌 호황을 이루는 곳은 다름 아닌, 로또 복권 판매소다. 합격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오히려 로또 대박에 대한 유혹이 강해진다는 말씀인데 실제 추첨일인 토요일이 되면 로또 판매소에선 다른 물품은 아예 장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로또를 사려는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밤이 되면 맥주 한 병 값에 아가씨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술집 일명, '고시바' 또한 일주일간의 고시 경계령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껑충!
(多), 혼자서 놀 수 있는 인형 뽑기 기계, 길거리 담배꽁초, 트레이닝차림의 젊은이! 3무(無), 양복 입은 사람, 하늘 볼 여유, 화장하고 다니는 여자! 1주일간의 고시 경계령으로 전무후무한 고시 소동에 휩싸이고 있는 신림동 24시를 취재한다.
2. 춘삼월, 맞선 명당에서 생긴 일
봄은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 솔로부대의 자부심을 굳건히 지켜왔던 이들이 하나둘 잠정항복을 결심하니, 결혼 시즌을 앞두고 맞선 시장이 분주하다.
옛날 같으면 그저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면 그만일 맞선 장소! 그러나 요즘은 앉았다하면 눈맞는다는 맞선명당이 따로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맞선의 전당' 인 한 호텔 커피숍! 풍수지리학 적으로 맞선이 100% 성공한다는 입 소문 때문에 주말손님의 80%이상이 맞선남녀.
덕분에 이곳 종업원들은 남녀의 표정만 봐도 맞선 성공여부를 점칠 만큼 내공이 쌓였으며, 심지어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으며 하루 두 세건씩 맞선을 보는 이들도 많다고.
강남의 한 스카이 라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스카이라운지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져 기분이 들뜨는 효과가 있다는 말 때문에 선남선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의 한 호텔 커피숍은 일명 '호랑이가 중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물인 호랑이가 커피숍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 선남선녀들 호랑이를 화제로 삼아 말문을 이어가다 보면 호감이 싹튼다고. 특히 호랑이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창가 자리는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만큼 인기.
맞선명당으로 소문난 광주의 한 레스토랑. 이곳엔 특이하게도 프로퍼즈 룸이 있다. 맞선으로 만난 남녀가 여기서 프로퍼즈를 하면 백발백중 성공한다는데...
이 룸은 프로퍼즈 분위기에 맞춘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낭만적인 분위기와 꽃내음에 취해 여심은 저도 모르게 프로퍼즈에 응하고 만다고.
그런가하면 수유리의 평범한 지하커피숍은 벽면이 청첩장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전부 여기서 선봐서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 도대체 이 커피숍에서 맞선을 보면 잘되는 이유는?
한편 올해 서른 여덟에 접어드는 시골의 한 노총각.
이번만은 결혼에 성공하겠다는 굳는 각오로 맞선준비를 시작하니...
양복장만부터 머리손질, 맞선명당 찾아다니며 장소물색까지... 바쁘다 바빠. 노모는 정화수 떠놓고 아들의 맞선성공을 기원하는데 노총각의 맞선작전은 성공할까?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솔로 탈출의 굳은 결심아래 맞선시장에 나선 솔로들의 몸부림! 맞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풍경, 2004 맞선 신풍속을 담아본다
3. 세금 찾는 저승사자! 38 세금 기동대
세금을 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파렴치 체납자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으니 일명 세금 잡는 저승사자, '38세금 기동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3년 전 서울시 세금 체납액은 무려 1조 1000억원! 이 수치를 9천억원으로 떨어뜨린 일등공신이 바로 38세금 기동대이니,
고액 체납자의 대부분이 없어서 못내는 이들보다, 쓸 만큼 부를 축척해 놓고도 돈 몇푼 아끼기 위해 고의로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안내는 이들!
그들의 행태는 괘씸하다 못해 파렴치하기까지 하니 가짜 폐업, 파산신고를 하여 다른 이름으로 영업을 하여 세금포탈을 하고, 가족명의로 여기저기 재산을 은닉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시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저택에, 기사가 딸린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귀신같이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40명의 기동팀원 가운데 25명은 각 구청에서 파견 나온‘특별 탐정’들로 모두 세무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나머지는 금융재산 추적, 공매, 채권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다.
38기동팀이 일인당 맡은 고액체납 의심자는 약 300~500여명, 그 가운데 10% 정도는 명확한 증거를 포착, 직접 방문징수를 한다.
세금 체납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오랜 잠복 끝에 체납자를 만나는 38기동팀!
그러나 38 기동팀이 들이닥치면 대부분 체납자는 미안한 기색은커녕, 적반하장 큰소리를 치니, 징수업무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 가시밭길이 따로 없다.
발뺌과 변명은 기본,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협박에 멱살잡이 까지 38기동대원을 향해 물세례를 하는 경우까지 있단다. 뿐만 아니라 밤낮 없이 협박전화가 와 아예 녹취기까지 설치해 뒀다고.
'38 세금기동팀’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압류차량 공매. 얼마 전 서울 서초구에서는 1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5000㏄급 벤츠 승용차를 압류 당한 이가 있으며 경기 용인에서는 2400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가 볼보 승용차가 공매 처분되기도 했다.
또한 38 기동팀은 신년 들어 새로운 계획을 꾸미고 있으니,
을 체납하고 외국으로 도피해 호의호식하는 체납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해외원정을 떠날 예정이라고.
신년벽두부터 불철주야 악덕 체납자들의 뒤를 ?i는 38기동대... 2004고액 체납 색출과의 전쟁을 선포한 38기동대를 따라가 본다.
4. 두 스님과 아홉 아기
목탁 대신 우유병 들고, 불경 대신 자장가를 부르는 스님이 있다면...?!
서울 은평구 불광동 수경사에선 하루 종일 아기 울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7개월된 막내부터 2살박이 큰언니 윤점이까지, 올망졸망 보채는 아기들이 모두 합해 아홉! 아흔의 노구 청오스님과 쉰을 넘긴 무인스님에게 난데없이 들이닥친 꽃보다 귀한 생명들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수경사 일주문 앞에 강보에 싸인 채 버려졌던 갓난아기 윤경이를 거둔 것이 인연의 시작이였을까... 업둥이 거두는 절로 입소문이 나면서 버려진 아기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어느덧 아홉. 모두 미혼모들이 낳은 미숙아들이였다. 한번 버려진 아이를 두 번 버릴 수 없다는 노스님의 단호한 의지로 아이들을 거두기 시작한 것인데...
하나도 아니고 아홉 명의 아기를 스님 둘이 키우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날이면 날마다 두 스님, 팔자에 없는 육아 전쟁을 치르는데... 우윳병만 하루 5-60개씩 삶고, 매일같이 목욕을 시켜야 하니 절 뒷마당 가마솥에서 왼 종일 물이 끓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두 살박이들만 여덟명. 잠깐 눈만 돌려도 넘어지고 싸우고 왼 종일 사고의 연발이요, 법당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건 애교 수준이라는데... 고만고만한 또래들이다 보니 아기들 세계만의 서열도 확실하다. 그 중에서도 큰언니 윤점이와 말썽대장 윤오는 영원한 맞수이자 최고의 친구!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고불고 싸우다가도 돌아서서 뽀뽀 한번 하면 그대로 화해무드란다.
올망졸망 꽃보다 어여뿐 업둥이 9남매를 키우다 보니 두 스님에게도 나름대로 굳건한 육아 철학이 생겼다. 그저 들꽃처럼 자라는 대로 둬 라는 노스님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하는 작은 스님, 옥신각신 못 말리는 자식 사랑이 넘치는데.. 두 스님이 만장일치로 지키는 원칙은 아기들의 입양 문제. 자식 없는 부모들이 아기를 달라고 종종 찾아오지만 노스님은 한번 상처 입은 아기들을 함부로 내놓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당장 아기 땐 예쁘다고 데려가지만 막상 크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건만 그 진한 인연의 끈을 절 문 앞에 버리고 간 부모들...하지만 한번 버려졌다고 해서 어여쁜 생명의 꽃마저 시들겠는가..버려진 인연을 거두고, 사랑을 심어 가는 두 스님과 아홉 아기... 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수경사의 봄맞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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