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가조립을 끝낸 타미야 타이거 1 1/35 키트입니다.
학창 시절의 취미를 주머니 사정과 학업(?)을 위해서 일시 접었던 것이 훌쩍 20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서 최소한 키트 구입하는 비용 정도는 크게 생계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 안되는 신세가 되고 보니 다시 "제대로" 모델러 취미를 시작하자고 일단 "사재기"부터 시작했던 것이 약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주재원으로 나와 있으면서 틈나는 대로 eBay에 들어가서 주로 전차와 전투기 키트를 중심으로 주문의 주문을 거듭하면서 사무실 한 구석에 서류 박스 속에는 파일 대신에 "지름신"이 강림한 결과 벌어진 적지 않은 숫자의 키트 박스들이 쌓여갔습니다. 어차피 집에 가지고 가봐야 허구 헌 날 출장 다니던 시절이라 작업할 시간도 없던 탓에 잔뜩 쌓아놓았던 박스들은 귀임 발령이 나고 나서 사무실을 비워줘야 할 때야 비로서 집으로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상당수의 주재원들이 그랬듯이 저 혼자 귀국하고 가족들은 뉴저지에 남겨 둔 소위 "기러기" 생활을 시작하면서 홍대 앞 원룸에 월세로 시작한 "기러기 아빠" 생활 중에 본격적으로 키트 조립을 시작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열평 조금 넘는 원룸 공간에서 제대로 송풍 장치를 설치하고 에어브러시를 할 수 있는 조건도 안되었고, 결국 가조립 몇번을 하다가는 손을 놓게 되었지요.
결국 3년의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는 뉴저지에 가족들과 다시 합치게 된 후에 약 1년 반 동안의 문자 그대로 "백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기간 동안은 왠지 "눈치"가 보여서 쌓여있는 키트 박스에 손을 대기가 좀 그렇더군요. 어쨌든 그런 쉽지 않은 불편한 기간을 거쳐서 금년 초에 드디어 내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음식 장사 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선택한 "다이너"라는 음식점은 동네에 미국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음식점으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유니폼 입은 웨이트리스가 수첩 들고 커피나 아침 식사로 계란 후라이, 베이컨, 토스트 따위 주문 받는 장면이 나오는 바로 그런 음식점입니다. 어쨌든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니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모델러의 길을 걷고 싶은 욕심에 몇 달 전부터 시작한 후에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바로 타이거 1 키트 입니다.
(70년대 미국 록그룹 슈퍼 트램프의 히트 앨범
"브랙퍼스트 인 아메리카"의 앨범 커버 사진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가 운영하는 "다이너"를
설명하는 가장 빠른 사진이 될 듯 싶군요.어쩌면
미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미국식 "동네 대중
음식점"이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타이거 1은 나치 독일의 주력 전차 No.1으로 감히 불러도 될 만큼 유명한 전차입니다. 독일인의 고집스러운 기술력과 동시대 아군과 적군을 통털어서 비교가 안되는 강력한 화력과 철갑 방어 능력은 자타가 인정하던 사실이었습니다. 밑에 자료를 보시면 2차대전 당시에 타이거 1에게 연합군 전차들이 얼마나 열세의 상황이었는지 극명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크롬웰 전차의 경우 타이거 1의 코 앞에서 포를 발사해도 타이거 1을 제압할 수 없는 반면에 2.5km나 떨어진 거리에서 타이거1이 발사한 포탄에 크롬웰 전차의 철갑이 관통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짧은 포신의 75mm 포를 장착한 미군의 셔먼 전차 역시 크롬웰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는 신세였고, 그나마 영국제 17 pdr 대전차 포로 무장한 셔먼 파이어 플라이 정도는 되어야 1.75km 앞에서 타이거1에게 타격을 줄 정도의 화력이 확보되게 되었습니다.
냉전 시대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이렇게 한쪽 전차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준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타이거 1보다 더욱 강력한 화력을 가진 탱크 디스트로이어 "헌팅 타이거"와 같은 괴물 전차가 1944년에 전선에 투입되긴 하지만 워낙 적은 수가 생산되었고, 그나마 얼마 안되어서 종전을 맞이하게 되므로 큰 의미가 없는 셈이었습니다.
(타미야 M4 셔면 최근 발매 키트)
(타이거 1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왔던 영국의 크롬웰)
사실 위에 제가 가조립을 끝낸 타이거 1은 초기 생산 버젼으로 약 4가지 데칼이 제공되며 그에 따라서 부품의 옵션도 조금 있습니다. 가령 아프리카 전선, 벌지 전투로 유명한 중부 유럽 전선 그리고 스탈린 그라드의 대재앙을 떠오르게 하는 동부 전선에 투입되었던 다양한 디자인과 옵션으로 꾸며볼 수 있기에 아무래도 타이거 1 키트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키트로 앞으로 두세개 더 사야 할 듯 싶습니다만..... 일단은 이번 작품은 저먼 그래이의 러시아 전선 모델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또 한가지, 원래 제가 인형 도색에 무척 울렁증이 있는데 최근에 카페 가입하고
쥔장님의 "T72 제작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용기"를 갖고 이번
타이거 1 기갑병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작례 중에서 바로 위의 사진 우측에 저먼 그레이 도장 버젼이 바로 제 작품 계획입니다.
맨 위에 사진을 보시면 박스 커버도 바로 이 작례로 만들었더군요.)
(그나마 타이거 1의 적수가 되었던 셔먼 파이어플라이 전차)
첫댓글 지금 만드시는 타이거라면 우리 카페의 소나기님도 많이 참고 하셨던. 일본 사람이 쓴 전차 무작정 따라하기 라는 책을 보시면 같은 키트로 작업한 작업기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혹시 그 책 정확한 이름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서울에서 조만간 친구 한명 이곳에 방문 예정인데 오기 전에 좀 사오게 하려구요. "지급"으로! 검색어 소나기님으로 해서 글들 뒤져 봤는데 관련 글 못찾겠습니다.
다이너 사장님이시군요. 홍콩으로 치면 차찬탱 사장님이라고 불립니다.^^ 미국영화에 낯익은 그 장면의 식당을 하신다니 정말 부럽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 미국 풍경도 좀 올려주세요~ ! 화이팅입니다!
제목은 전차 모형 만들기
부제: 귀차니스트를 위한 플라모델 제작 지침서
지은이: 아키가 히로유키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
인터넷 프라모델 쇼핑몰에 많이 있어요 싸이트 아시죠?
저도....이 책보면서 이놈 만들었었죠.... 대충이지만.....좋은 추억이었읍니다.
만봉형님이 벌써 올려 주셨네요. 저도 그책 보고 따라했는데 괜찮은 책입니다. 멋진 타이거 기대합니다.^^
우왕. 군사 정보에 해박한 지식이 있으신가봐요. 리뷰가 참 재미있어요!!!
시간대가 틀리다보니 댓글들에 대한 인사가 늦습니다. 모두 감사드리구요. 위의 책은 당장 구매해야 하겠습니다.
어어어.....잠깐 잠깐...스톱..!!!!
이거 보통 리뷰솜씨가 아닙니다. 글이 아까울정도네요. 프로급 리뷰입니다. 소중한글들 진짜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거의 키위맨 형님 수준이시넹..
초짜 회원 놀리시면 엉덩이에............ 헐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