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의료생협 연합회에서 실시한 상호 교류단 행사에 참여하면서 안산의료생협을 다녀올 수 있었다. 상호 교류단 행사는 일년에 한 번 다른 의료생협을 서로 방문해 보는 활동으로 방문 생협 조합원 및 활동가 간의 친밀감과 연대의식 고양을 목적으로 한다. 그 활동의 결과 다른 생협의 모범적 활동을 지역 생협 활동에 참고하고 도움도 받는다.
우리는 작년 5월 부터 구리 남양주에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한 공부를 구체적으로 시작하였고 창립준비 모임을 구성하여 한 달에 두 번 회의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그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 마냥 막연하던 차에 타 생협을 가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오전 일과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1시 구리 Y에 모여 봉고 버스를 타고 안산의료생협을 향해 출발했다.
도착해서 보니 활동가들이 매우 적극적이며 활기가 넘쳐 인상적이었다. , 안산 시내를 동별로 구분지어 각 동 마다 조합원 수를 적어 놓은 지도는 무슨 회사 영업팀 같은 생각도 들게 했지만 그곳에 머무는 동안 생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엔 조합원 수와 함께 각 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모임 등 특이 사항도 같이 기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사람 수만 기록하는 건 자칫 사업에 사람이 가려버릴 위험도 있고, 그리하면 조합원들의 활동 내용이 한 눈에 보이므로 새로운 모임을 만들 때 지역 안배에 참고가 될 것 같아서였다.
안산 의료생협에는 소천사라고 소식지를 전달하는 천사 회원들이 있다고 했다. 요즘 같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 일일이 사람을 만나 소식지를 전하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을 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인간과의 관계는 멀어지게 마련이니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꺼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생협을 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궁극적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의 진료과목은 내과(?), 치과, 한의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노인 요양 시설이 관심을 끌었다. 시부님께서 요양병원서 1년 간 계시다 돌아가신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아버님께서 계셨던 병원도 좋은 병원이었다고 들 하였지만 그곳에 모신 동안 내내 맘이 편치 않았었다. 아무리 잘 돌봐드린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개별적인 배려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시스템화된 서비스를 받고 계시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 때문이다. 그곳 요양시설에 계신 분들의 표정과 태도는 아버님이 계시던 곳과 조금 달라 보였다. 시스템의 일부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기에 그럴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머지않아 나도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게될텐데 이전의 삶이 온전히 존중되면서 그전의 생활과 단절되지 않은 보살핌을 받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품게 되었다.
옥상에는 텃밭이 만들어져 있었다. 봄채소는 끝나고 김장채소를 심기 전이라 약간의 작물과 꽃들이 여기저기 볼품없이 남아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뭔가를 돌보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무언가를 보살피고 가꿀 수 있다는 충만감이 할머니를 그렇게 편안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리라 확신하며 덩달아 나도 평화로와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산의료생협에서 또하나 기억에 남는 건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었다. 우리가 간 날도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다녀 갔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바깥나들이 다녀왔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바깥출입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말벗이 되고 휠체어를 밀어가며 나들이를 시켜드려서인 지 노인들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다시 한번 지역의 자원활용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실천단에 참여하였던 조합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퇴근길 정체에 딱 걸려서 가는데 40분 걸린 길을 3시간 이나 걸려 돌아왔다. 오는 동안 내내 운전하는 분께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안산서 돌아오던 길 만큼이나 길고 지루한 길을 한걸음한걸음 함께 걷고 있는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