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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작 시 특 집
최 호 림
돌멩이 외 4편
발길이 걷어차고
어린아이도 집어 던진다
풀밭에만 곤두박히겠는가
시궁창에 떨어지고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도
아픔을 울지 못 한다
신은 내게 눈물을 주시지 않았기에
아무리 슬프고 억울해도
끝까지 입술 깨물어 참고
내 속의 울음을 꺼낼 수 없다
때로 남의 슬픔에 젖어도
진심어린 위로가 못 된다
설령 흐느껴 운다한들
누가 귀기울어 다가서는가
간혹 울컥 치미는 울분에
완전히 나를 버리지 못 하는
사무친 울음덩이다
새우깡
뱃길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새우깡 한 봉지를 준비한다
뱃전에서 새우깡 한 개씩 내밀면
새우깡 맛을 아는 갈매기가
잽싸게 낚아채느라
가장 가까이 다가선다
만나는 순간의 즐거움이다
간혹 바람에 날려도
물에 떨어지기 전 잡는다
용하게도 손가락은 물지 않고
새우깡만 챙겨간다
갈매기가 몰려드는 뱃길
새우깡 한 봉지의 즐거움은 덤이다
먹이 앞에 양보란 없다
세상의 싸움 아니던가
한 개도 못 얻고 날다 가는
갈매기도 있을 것이다
가족 생각은 잠시 잊는다
새우깡 먹기 위해서는
별 도리가 없다
겨울 햇볕
햇볕도 추운지
양지에 몰려 있다
꿈들이 자라는 발밑이
꼬물꼬물 간지럽다
바람이 골목으로 빠지는 한낮
조무래기들 불러 모아
손등과 언 볼을 쓰다듬고
행인을 손짓하는
겨울 햇볕
삼동
우리만 추운 게 아니다
짐승들이 몸을 떨고
초목도 잎들을 버리고
바람의 무게를 줄인다
강물은 얼음 옷을 껴입고
숲은 추운 그림자를 버린다
오솔길과 바위의 이마가 시리고
길바닥 돌멩이는 말이 없다
우리만이 힘 드는 게 아니다
이빨 딱딱 부딪는 별들
창밖의 불빛에 소름이 돋는다
언 길과 골목이 구시렁거린다
우리만이 즐거운 게 아니다
눈이 내려 쌓이면
산천은 신부의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 따라 꼬리치는 강아지
눈 이불 덮은 집들
겨울이 따뜻하다
이곳에 산다
우리 정원이라 우기는 개웅산이
편하게 창문으로 드나든다
전철이 한강의 기적을 실어 나르고
남부순환도로가 내일을 연다
앞뒤로 소음의 무성한 숲에
점차 익숙해져 무디어진 이목구비
오류동 쪽으로 기대어보고
무슨 재미난 일이 없을까
고척 돔구장도 기웃거린다
시간이 녹슬 새 없는 사람들은
계단에 날개 하나씩 숨겨둔다
엘리베이터가 불끈 힘을 실어도
목이 부드러운 이웃들이 좋다
길 건너편 사립대학이
긍지와 기를 세워주는
개봉동 472번지 두산아파트
존재는 아름답다
썩어 냄새나는 개천에도
하늘이 내려와 시침을 뚝 떼고
물속을 즐기고 있고
덩달아 온 구름도 여유롭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일은
우리와 저들이 다르지 않다
우리가 보면 저들이 물구나무 서 있고
저들이 보면 우리가 물구나무 서 있고
한 생이 두 세계를 딛고 섰다
서로 쏙 빼닮은 것이
이승과 저승을 동시에 사는 것 같다
사라진다는 것 또한
소멸이 아니라 옮겨 앉는 것
냄새난다는 건 육신의 일
영혼은 냄새를 모른다
물도 마시지 않는다
존재는 어디에 있어도 아름답다
* 최 호 림
· 78,79년 시문학 현대문학 추천 등단
· 한국문협회원
· 시집: 개살구야 개살구 외
· 연락처: 08336 서울시 구로구 남부순환로 95길, 88,
101동 901호 (개봉동 두산 아파트)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남산 소나무 외 4편
남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남산 소나무 외 4편
남
신 작 시 특 집
김 철 교
시편 91편 묵상시 외 3편
- 오아시스 물가에서
선택된 백성조차도
환란의 사막을 지나야 하지요
내님 은총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잊지 말게요
모든 게 풍족하면
마치 제가 잘나서 그런 것처럼
거들먹거리다
유혹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거든요
그러나
모래 폭풍 자욱한 사막에서도
내님 손을 놓지 않으면
오아시스 물 한모금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시편 83편 묵상 시
- 정교한 설계도
손수 그리신 운행지도에 따라
세상을 만드시고 관리하시는
온 우주가
내 몸으로 들어왔네
정교한 DNA와
오만가지 장기들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듯해도
빈틈없이 조화롭게
우리 몸을 다독이시네
셀 수 없는 별들이
사이좋게 운행하는
광활한 우주
마음 푸근히 주님 따르면
평강의 나라에 영원히 살겠네
시편 97편 묵상 시
- 하나님의 현현
그물망처럼 촘촘한 생사화복
주님 직접 다스리시니
동행하면 언제나
눈을 감고 세상을 가도
엉키거나 헤매지 않으리
욕망의 조각 신상을 새기며
엉큼한 속삭임으로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면
나도 모르게
어둠의 세계로 이끌려 가네
‘주님은 의인을 위하여
빛을 뿌리고
정직한 자를 위하여
기쁨을 뿌리네.’
시편 묵상 시편 98편
- 북녘땅을 위한 기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신 하나님
남녘 성전에서 북녘 골방에서
눈물로 드리는 기도에
속히 응답하소서
엄동설한 얼기설기한 지붕아래
오직 살기위해 웅크리고 있는
동포들 머리위에
따뜻한 손길로 안수하소서
남과 북이
오만가지 오물로 범벅이 된
정치의 올가미를 벗어나
이념의 노예에서 벗어나
인정이 촉촉한 마을
오손도손 이루게 하소서
* 김 철 교
· 서울대 영어교육, 중앙대 경영학석/박사, 중앙대 문학박사(2018)
· 수필가(『창조문학』), 시인(『시문학』), 평론가(『시와시학』)
· 산문집: 『화폭에서 시를 읽다』(시문학사, 2018) 등 8권.
· 시집: 『무제2018』(시와시학, 2018) 등 6권.
· 현) 배재대 명예교수, 심재문예원 대표
· 주소: 08096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100, 목동아파트 1303동 705호
· 이메일: mailto:christpoet@hanmail.net · 휴대폰: 010-4707-4799
신 작 시 특 집
김 계 식
피에로의 춤사위 외 4편
한 밤 또 한 밤
한 방울의 이슬도 놓치지 않는
모하비 사막의 여호수아마냥
온갖 경험을 정연하게 꿰어놓은 삶의 족적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만족으로 굳어버린 바윗돌
자기도취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오늘도
제 가짐 모두를 들추어내어
찬연한 레퍼토리를 익숙하게 굴려나갔다
시청자는
점철한 시간이 통째 보석덩어리라고
부르는 값보다 훨씬 높은 값으로 받아들이며
이르는 말보다 더 짙게 주억거리는 긍정
어쩌면
언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진짜 보석일지 모른다는 회의로
피에로는 오늘도
만족한 춤사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
너는 내 것이라※
수秀, 우優, 미美, 양良, 가可
빼어남, 넉넉함, 아름다움, 착함, 옳음
어느 것이 앞이고 어느 것이 뒤일까
가나다순이면
가, 미, 수, 우, 양 일 것이요
한자의 획순이면
優, 美, 良, 秀, 可 일 터
수, 우, 미, 양, 가
제멋대로 그 순번 매겨놓고
All 秀면 극찬이요
All 可면 죽도록 잡도리하는가
너 나 없이
하나님이 지으신 최상 최대의 걸작
“너는 내 것이라” 하신 말씀
들리지 않는가
그저 자신에 대한 감사
상대에 대한 감탄으로 한 세상 살지니
이 보다 더 한 기쁨
어디에 있으랴.
※ 너는 내 것이라 : 이사야 43장 1절.
영역 넓히기(2)
꽃술을 더듬는
나비의 보드라운 촉수를 본다
머리카락에 통해 있는 촉각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1년에 133,000km
나를 태우고 달린 로씨난테※
어디까지 감각이 통해 있는 것일까
익숙해진 무의식을 잘도 읽어내고 있다
눈을 감고 바라보는 아름다운 빛깔
귀들 닫고 들어보는 고운 소리
훨씬 더 윗자리에 있다는
긍정으로
물끄러미
갖은 병마와 싸워 이기고 있는
반려자의 고른 숨소리를
새겨듣고 있다.
※ 로시난테 :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말 이름.
해거름의 단상
사랑을 담은 열한 겹의 마트료시카※
속 깊은 곳에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버려나갔다
이제는 한 겹 허울만 남았는데도
속이 보이지 않는 그날과 똑 같아서
더 안쓰럽게 바라보는 눈길
스치는 바람
둥둥 공허를 불러낼까 오금이 저려도
마트료시카 본연의 볼록한 배처럼
태연을 지켜나간다
붉은 광장 굼 백화점※ 진열대 위
뽀얀 털 세운 너 처음 만났던 인연
이제는 시력보다 더 가물가물한 기억
눈을 비벼도 보이지 않는다
체념한 나
가벼운 심신으로 눅눅한 뒤안길로 접어들 때
해거름이
긴 어둠의 휘장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 마트료시카 : 러시아의 목각 인형.
※ 굼 백화점 : 모스크바 붉은 광장 안쪽에 있는 백화점 이름.
날개 달다
산과 내 풀과 나무
고삐를 풀었습니다
걷고 뛰고 달리고 날고
신났습니다
바람의 졸라댐에 어쩔 수 없이
바위의 빗장도 풀었습니다
이리저리 쿵쿵 뛰며
지축을 울렸습니다
아내더러
보채는 어린 새끼들 돌보라 하고
밝은 해 뉘엿뉘엿 서산을 넘을 때까지
그들을 붙잡으려 넋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덩달아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일은 아내도 데리고 나오리라
벼르는 마음
더 풀어줄 것 없는지
두루두루 살피다가
오늘의 끝을 내일의 첫머리에 매면 되겠다는
나름의 생각을 굳혔습니다.
*김계식
· 전주교육청 교육장 역임
· 2003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출간으로 등단
· 시집 : 『자화상』등 총 19집
· 창조문학대상, 전북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수상.
· 55348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새터길 16-16
· 전화 : 063- 901- 2727 010-9774-2727
신 작 시 특 집
한 룡 무
시는 기다리고 있다 외 4편
시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시를 잊은 듯 생활하고 있으나
시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l을 하고 밥을 먹고
빨래 물을 말리고 거두고
설거지를 할 때는 시를 잊은 emyt 하지만
한 번 시상이 떠오르면
종이에 시를 적는다
시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백지상태의 원고용지가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백지에 시를 적어간다
원고용지는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시와 더불어 죽는다
내 나이 66살
20대부터 써온 시
이제 나는 시와 더불어 죽는다
죽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
시창작도 웬만큼 해왔다
잃은 것도 많았다
시는 써도 써도 한이 없다
몸이 아플 때나 나쁠 때나
펜을 던지지는 않았다
시는 아무리 써도 돈벌이는 안되었다
정녕 시를 읽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가 의문도 난다
산소에 못갔다
늦잠을 했더니
산소에 못갔다
편도에 2시간 걸리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산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진다
산소에는
오전 중에는 가닿아야 하니
오후가 되는 것은 너무 늦다
아버지, 어머니, 외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산소
지금은 제가 보고 있다
제가 죽고 아내가 죽으면
아들들이 산소를 지켜본다
산소는 또 하나의 우리 집이다
산소에 못 갔으니
밤에 집에서 제사를 지냈다
막내아들
3년 1개월 다닌
버스회사를
막내아들은 그만 두었다
이유는 관광버스운전 하고 싶은데
노선버스운전 외는 안 된다는 것
막내아들은 이 회사를 단념하고
새로운 버스회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28살 10개월
아직도 젊으니
어떻게 일터를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르바이트로
지탱한다는 것
생각보다 막내아들은
성장하고 있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할 각오이다
시를 못 쓰게 되었다
어느새
시를 못 쓰게 되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고
좋은 글감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나도 발상이 나지 않다
시를 빼먼 남는 것이 없다
시만이 나를 밑받침하고 있다
그 시를 못 쓰게 되었다
내가 시를 못 쓰게 되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집안사람은 좋아할게다
내가 시 창작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 오는 것을 학수고대 하는 것이다
시와 생활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반비례하는 것이다
내가 시를 못 쓰게 되는 것을
구 누구인가가 좋아하는 것이다
* 한 룡 무
․도쿄 출생
․「창조문학」시 등단(2006)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
․조선작가동맹 신인상 수상(1980)
․시집『별』외
․저서『한글상용회화사전』『한글기본회화』외 다수
신 작 시 특 집
은 태 철
유월의 수난 외 4편
예고 없는 소낙비
아름다운 무궁화동산
들개들이 짓밟아
우량종 진도개 삼백 수
주인알고 집지키는 개
천둥 번개에 본성을 잃어
주인을 물고 집을 버려
언제쯤 주인을 알게 될까
바람은 소리 없이 스쳐가고
냇물은 흔적없이 흘러가고
뭉게구름 창공에서 방황해
둥지 잃은 종달새 애처로워
보라 오늘의 실상
주객이 전도되고
약육강식의 수난기
역사의 변천인가
시대의 질풍인가
창조주의 섭리인가
인생은 유한하나
역사는 영원 해
승패는 불변의 법칙
흥망은 숨바꼭질
권불 십년 이라
얼룩진 지난일은
되풀이 말아야지
인내와 연단으로
정비하고 충전하여
멍든 가슴 떨치고
하나로 힘을 모아
한 많은 옛 터전을
새롭게 재건하리
가을 정경(情景)
입추(立秋)
24 계절의 한 자리
가을
마음에 충동을 일으키며
주위는 풍요로우나
가슴은 허전에 빠져
생각과 꿈이 많아진다
가을
감상적이며
사색이 깊어진다.
조각구름이 아름답고
산과들이 무지개를 그리며
곱게 몸 단장해
길손을 유혹하며
들꽃의향기가 벌 나비를 부른다
오곡백과는 속이 차고
제 존재를 뽐내
가을
아침저녁찬바람은
동장군을 손짓 해
떨어지는 단풍은
찬바람에 몸을 실어
방랑의 유랑신세
녹음의 제철 아쉬워하며
따스한 새봄을 마음에 그려
오가며 주고받는 자연의질서
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어
황혼인생여정 무상(無常)을 느낀다
고향연가(故鄕戀歌)
* * 가 나 다 라 * *
가, 가고파라 내 고향
나, 나와 놀던 옛동무들
다, 다 모여라 즐겨보세
라, 라라 라라 흥겨웁게
마, 마음에 가진 꿈들
바, 바람 속에 날리고
사, 사랑하는 부모형제
아, 아름다운 어린 시절
자, 자나 깨나 고향생각
차, 차창을 바라보며
카, 카카오로 소식 전해
타, 타향사리 많은사연
파, 파란하늘 저 아래
하, 하나뿐인 내 고향
고향은 바꿀 수 도 없고
지울 수 도 없고
버릴 수 도 없는
영원한 마음의 동반자
외로운 가을 여행
가을은 결실, 수확, 결산의 계절
사람들을 깊은 감상의 사색으로 몰아
조석 간에 변하는 기온의 큰 차
동장군의 위세에 불안과 긴장
관심을 일으키는 건강관리
단풍은 바람타고 유랑 길로
옷 벗은 나목은 찬바람에 떨고
찬 서리에 향기 떨친 들국화순정
황금 들녘은 잿빛으로 겨울채비
두툼한 방한장구 중무장의 겨울사람
고독의 외기러기 누가 살필가
산전수전 다 격은 파란만장 인생여로
산수의 풍운아 백발의 인생경륜
저무는 황혼노을 파고드는 향수병
울며왔다 괴롭게 해어지는 인생여정
즐기고 감사하며 여한 없게 살아야지
본향으로 가는 길은 동행도 없다네
무술년의 결산
저무는 무술년이
세월의 꽃가마 타고
찬바람 길잡이로
눈꽃과 동행하여
황혼노을 무대에
조용히 흘러간다,
세월 꽃가마에
수만 종이 합승하여
그들대로 역사해요
호흡하고 성장하며
결실하고 번식하니
삶의 경륜은 쌓여 가는데
생활의 귀천은 지울 수 없어
앞길은 불안과 험난의 고행
사람은 지성과 이성의 동물
혼돈과 방황의 무술년을 청산하고
새 설계 새 각오 새 출발로
대망의 기해년을 꾸며보자
* 심천(深泉) 은태철(殷泰哲)
· 경북군위태생
· 대한예수교장로회(합)은석교회 은퇴장로
·「조선문학」문인회원․ 한국장로문인회원
· 저서: 『생각하며 사는 인생』
『계절 사냥 혹은 꿈의 화첩』
· 이메일: sapan700@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박 상 진
편견의 늪 외 4편
찬물에는 말아 먹으면서
따끈한 믹스커피에 밥 말아 먹으라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는 기울어진 세상
물과 한꺼번에 넣고 끓인 라면
먹어보지도 않고
맛없이 잘못 끓였다 할 수 있나
질펀하게 널린 것 중에
술 먹고 운전하면 덧셈
술 취해 죽도록 때린 값은 뺄셈하는
아리송한 잣대는 누굴 위한 놀이판인지
하나뿐인 입과 코는
여분 없어 그렇다 쳐도
윗자리의 둘씩인 눈과 귀는 장식품인가
적어도 하나만큼은
똑바로 보고 살펴들어야지
낚시의 정석(定石)
봄기운 만연하던 그날
붕어 찾아 주남지 논둑에 앉아
아침나절 한바탕 용왕님과 실랑이하고
나른한 낚싯대 따라 눈꺼풀 감길 적
문득, 붕어도 모성애 있을까
어신찌 뺀 지렁이채비를
수초사이 산란자리
들었다 놓았다 반복할 때
어이없다는 친구 표정 비웃듯
손바닥보다 큰 붕어가 한순간
우두둑 당기는 당찬 손맛은
신짝볼락* 입질은 저리 가라였지
친구와 번개늪 갔을 때는
지루한 수면에 햇살만 반짝여
방축끝자락에서 라면 먹는 소리 보고
바로 저거야, 붕어도 입맛다실거야
작은 돌멩이 한줌 주워
별 짓 다한다는 친구의 빈정거림 사이로
포식음*인양 발밑에 한두 개씩
손에 쥔 돌멩이 던져 없어질 무렵
거짓말처럼 붕어식욕 되살아났듯이
자고로 낚시엔 정답 없으니
케케묵은 껍질 깨고 새 장갑 끼면
두고두고 꺼내볼 추억 하나는 건질 거야
*신짝볼락; 신발만큼 큰 볼락.
*포식음; 먹이 먹을 때 나는 소리.
그랜드페리에서
날개깃에 새끼 품은 물오리처럼
사연과 꿈을 품은 카페리
퍼뜩 갔다 올게
가오치*를 다독이고 나선
약속된 시간 정해진 나들이 길
수평선에 우뚝 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사량도로 길을 잡는 뱃머리
면경* 같은 바다에 줄지어 핀
앵초꽃 밭떼기 양식장사이
눈감고도 갈 것 같은 훤 한 길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 열 때
칠현산 걸터앉은 구름이야
목 빼고 기다리든 말든
상갑판 공연장 들썩이는
통기타 음률에 춤추는 노랫소리
풍류에 흠뻑 취한 통나무정자에서
어머니 가슴팍 젖내보다 진한
지난날의 향기에 그리움만 가득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카페리는 연신 가픈 숨 내뿜는다
*가오치; 마을 이름. *면경; 거울.
시계바늘
시침의 속도는
동자(童子)가 아장아장
걸음마 배우는 세월
분침은 불혹(不惑)이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세월
초침의 속도는
고희(古稀)가 세월에 속절없이
이마를 세차게 얻어맞는 것
버려진 신발
깔끔하게 단장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진열대 다소곳 앉았을 때
반짝이는 눈빛이 싱긋 웃으며
나를 봐라보던 그날
오늘 같은 날 각오했었다
닳거나 구멍 나지 않아도
첫 만남의 달콤함과
걸음걸음의 상큼함이
한 꺼풀씩 벗겨져 유효기간 지나면
당연히 새 얼굴 찾겠지
믿었던 마음 싸늘히 식었건만
정이란 뭣인지
벗어던진 발처럼 미련두지 말자해도
구겨진 가슴팍에 아쉬움만 쌓인다
* 박 상 진
· 경남 통영 출생(사량도)
· 『부산시인』(2010년 봄호) 신인상 당선
· 시집:『다 쓴 공책』『사량도 아리랑』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사하문인협회원
· 주소: 부산시 사하구 비봉로 42
202동 2502호(신평 한신아파트)
· h.p: 010-3840-5378
· mail: sj6327@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정 연 홍
달빛 소나타 외 4편
누가 외지고 삭막한 시대에
달빛 소나타를 연주하는가
누가 달빛동네 달셋방에서
맑은 달섬처럼 떠오르는가
누가 달빛 흥건한 손을 펴서
척진 겨레 풀어 주려 하는가
오직 믿음을 가진 자 만이
달빛 소나타를 켤 수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막9:23)
예수한국
재벌 총수에게
통일은 불청객
저들의 고객은
사재와 신변보호
돌연 세기말의 패륜아가
통큰 젊은 지도자로 등장
대기업 2세들이 수행한
정상회담은 흥행에 성공
육중한 탐욕은
뉘라서 채우랴
말씀은 예수라는데
예수한국은
말씀으로 씻기어져
심령이 가난한 사람들
말씀으로 닦이어져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말씀으로 맺히어져
가슴이 축축한 사람들
한결같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세상의 비참한 사람들을 통해서
주는 예수 믿음으로 핍박받는 당신 백성을 위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예수한국을 이루시리라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5:10)
만산홍엽의 창조주여
낙엽이 떨어지면
가슴에 끝물들어
온통 하늘 나라다
잎잎이 하늘의 눈빛을 받아
마음은 은혜의 강물이 된다
단풍 태운 물길 따라서
시 한 수 노를 저어간다
만산홍엽의 창조주여
나의 마지막 호흡은
십자가에서 흐르는
예수시 되게 하소서
-이는 주께서 내 영혼을 스올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성도를 멸망시키지 않으실 것임이니이다-(시16:10)
통일은 어디서 오는가
통일은 어디서 오는가
분단의 아픔이 흥건한 이 가을
이우는 햇살에 상처를 말리며
창세기의 주인공을 우러른다
“인자들을 기뻐하였느니라”
북녘 땅 십자가 지신
그분의 발 아래 떨며
흘려내려 오는 피로
메마른 눈물샘 씻고
붉게 붉게 울고 싶다
온몸의 피 다 쏟아 주신
그분의 진한 사랑으로
붉게 붉게 물들고 싶다
-사람이 거처할 땅에서 즐거워하며 인자들을 기뻐하였느니라-(잠8:31)
의로운 심판
하나님께서는 모든 심판을 아들에게 맡기셨으므로
당신 혼자서는 아무도 심판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도 아들로서의 자립성을 주장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모든 일을 수행하였으므로
아들의 판결과 아버지의 심판은 일치하였고
사람들은 아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심판하는 권세를 주신 것은
그는 인자로서 인간의 허무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생에 대한 관심은 그 머리털 까지도 세셨고
당신 백성에 대한 열심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못하심을
아들은 영원전 부터 끝없는 사랑을 보아왔기 때문에
아들의 순종은 아버지의 권세가 아니라 자비였고
두 분은 한 사랑 한 마음 한 뜻이라
아들의 심판은 의로운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노라 듣는대로 심판하노니 나는 나의 뜻대로 하려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이의 뜻대로 하려 하므로 내 심판은 의로우니라-(요5:30)
* 정 연 홍
· 한국외국어대학 불문학
· 한국외국어대학대학원 정치학
·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 「말씀과 문학」으로 등단
· 제20회 창조문학대상
· 시집:『수진원의 시편들』『하늘이 주신 땅』『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사랑은 생명』
신 작 시 특 집
김 기 욱
꽃에 홀려서 외 4편
사람을 미치게 한다
코 눈 영혼이 모두 취해버렸다
3월과 4월의 꽃
꽃눈은
인고의 그 가인 세월
알몸으로 그 숱한 밤을 지새우고
그리고 지금
아주, 아주 아주 의연하게
화사한 꽃으로 탄생하였다
산하를 다 뒤덮었다
군상들
애달픈 인생사 다 주머니에 넣어 두고
그저
허우적허우적 비틀비틀
꽃에 홀려, 꽃에 홀려서!
꽃에 취해 있다, 취했다
5월의 미쳐버린 바람
광풍이다
하루 낮 하루 밤 그리고 하루 낮이 돼도
가라앉기가 힘들었나 보다
전선이 울고
창문이고 집채가 울고
도시가 뜯기고
시골이 찢기고
숲 나무들 가장이가 부러졌다
지금은
그 좋은 5월의 시작점인데
누가 바람을 그토록 성내게 만들었는지
그래서
바람이 화가 치밀다 못해 미쳐버리게 했는지
아무튼
바람은 미치고 미쳐버렸다
삶을 캐는 군상
개펄에서 캐는 것은
새댁 시절에는 식구들 양식을 캤고
자식들 성장하면서 부터는
학비를 캤고
노년이 되기 시작하면서는
손주들에게 줄 용돈을 캤고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유택 입주비용을 캔다
시인 알렉산데르 푸슈킨(Aleksandr Pushkin)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라고
읊지 않았나
삶!
알쏭달쏭한 게 어디 한 두 가지랴
잊지 않고 찾아준 낭자들
연속
한 달 이상 폭염에 열대야까지
유래가 없는
염제의 대단한 담금질 있었던 올여름
그 한가운데
그 어떤 험난한 여정도 개의치 않고
그저 그렇게 찾아준 낭자들
마냥 고맙지만은 않다
눈 부릅 뜬 염제와의 전쟁을 하느라
육신과 영혼이 말이 아닐 건데
그놈의 정이 뭔지
그놈의 정 때문에
열 네 필봉 매화낭자
수줍게 고개 외로 빼고
얼굴에 연지곤지 찍고 고운 화장까지
그리고
땅이 꺼질세라 하늘이 무너질세라
어느 날 여명 동자를 앞세우고
홀연히 찾아주었다
선물로
천상의 향수(香水)를
거실 안 한 가득 채워주웠다
침묵 속에 불타는 숲(1)
유구한 세월
언 땅 녹으면 싹이 튼다
씨앗은 동토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 날을 위해
그 작디작은 몸통으로
더 작은 싹눈까지도 가세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불태웠다
해와 연을 맺은 앙증스런 새싹
또한
뿌리 끝부터 줄기 끝까지
어느 한 구석 빼지 않고
위로 위로 더 위로 치솟으려
염제와 맞서기라도 하려는 듯
자신을 불태웠다
산 그리고 숲
전체를 다 색동옷 입혀
원초적인 모습까지도 몽땅 바뀌게 하여
들짐승 날짐승 인간 군상들
넋을 잃은 채다
불태워 잉태한 씨앗
지상으로 내려 보내려
또, 자신을 불태우고 불태운다
동토의 캄캄한 구석에서
하얀 눈 이불 덮고
동장군 눈 크게 뜨면 크게 뜰수록
그 날을 위해
작디작은 몸통 그리고 싹눈 까지도
자신을 불태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숲은 침묵 속에서 불타고 있다
* 무봉無縫 김기욱 · 충남 서산 출생
· 2011 3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창조문학」시(2012) 신인문학상 당선
· 저서: 『삶·배움·가르침』
『여운이 기인 메아리가 귀를 노크하다』
『여행이 속삭여주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산에 홀려 홀려 산에 오르니』
『서리꽃 한 바지게 선물 받은 한라산 나목』
『가마우지의 한나절』
· E-mail: mailto:kkwok@dreamwiz.com · Tel 010-7428-0706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로157번길7, 101동/1312호
(간석동, 다정한마을서해그랑블아파트)
신 작 시 특 집
채 영 선
하얀 약속 외 4편
목련이고 싶어라
하- 얀
목련이고만 싶어라
겨울 끝자락
그대 창가에
살며시 두드리는 봄
칼바람 속에
시린 약속
눈부신 꽃으로 피우고
스러진 함박 눈송이
못내 아쉬워
그대 눈앞에 날고 싶어라
별 빛살 새로
꽃잎 내리는 밤
하얗게 날리고 싶어라
하얀 날개 고이 접고 싶어라
상추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있어요
몇 겹 옷 벗어 홋홋한 몸으로
쏟아지는 햇살 올려다보면
금빛 햇살 한 아름 넉넉하지요
부지런한 아침 이슬로
투박한 밥상에 잔치 열어주고
초라해져도 상관없어요
땡볕에 벌서는 벼이삭보다
얼마나 행복한지요 나는
여섯 폭 치마 나풀거리다가
저물녘 찾아오는 소슬 바람에
슬모없는 대공이로 스러져도 좋아요
사진발은 비껴가도 괜찮아요
콩닢이 노래지면 생각이 나겠지요
새참 바구니가 그리 좋아하던 나를 말이죠
민들레
아무도 몰라요
머무른 자리
쓴 물을 머금고 피어 올랐죠
내버려 두세요
참아 주세요
짧은 시절을 시샘하나요
들판을 메운 메마른 웃음
꺾이지 않는 목으로 노래를 부를까요
텅 빈 가슴으로 빗물을 삼키는
나는 그저 잡초뿐인 걸요
어느덧 세어버린 머리카락
바람결에 솎아지고
수건도 못 쓴 채
뜬눈으로 지켜보네요
흩어져 가는 걸 바라보네요
흔들 흔들
흔들 흔들
선인장
이후로는
저무는 가을이라 말하지 말자
초록의 장막이 걷히고
하늘로 가는 길이 열리는 시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던 금빛 시간이
깊은 햇살에 짙어지고
진하게 우러난 다향을 입고
굽은 등어리에 다가온다 해도
우리는
여름을 앓던 우리는
끓어오른 가슴이 식어버린 후에도
삼키지 못하던 멍울 하나
구름 깃 올린 길을 걸어가야지
소용돌이치며 물러간 어제
동쪽 하늘 두드리던 샛별이
묵묵한 미래를 비춰주는 동안
하얗게 성에 낀 창문을 열고
하얗게 꿈꾸는 내일
눈부신 내일을 향하여 손을 들리라
그날
어쩐 일로
당신이 만드신 무지개 세상
그토록 아프게 떠나셨나요
굶주림보다 헐벗음보다
더 슬픈 것은
버림받는 것임을
하늘도 해도
등 돌린 그날
한 몸 의지할 둥지하나 없어
영문 밖 바위 산 갈보리에서
핏발 선 눈길에 찟기시며
온몸 깃발로 던지셨나요
몸숨까지 내어주신
당신의 연민
죄악의 땅 피로 적신
다함없는 사랑
거둘 수 없는 진노도
피할 수 없는 사망도
창백한 낯으로 주춤주춤 물러났지요
다시 살아옵니다
상한 십자가에 배인 부르짖음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둠 속에 잠든 영혼 위하여
순종으로 끝끝내 보여주신 길
돌아갈 내 본향 하늘 아버지의 집
· 채영선 · 서울대 국어과. 감리교신학대학원졸업
· 미주문학 시 등단. 창조문학 수필 등단
· 미주문학신인상. 창조문학대상, 이병주국제문학상,
· 시 집:『사랑한다면』『미안해』『향연』
· 수필집:『영혼의 닻』『Anchor of Soul』
· 전자북:『내속에서 익어가는 것』『온유하게 하는 약』
신 작 시 특 집
유 정 욱
겨울 숲(3) 외 4편
무성함 사라진
앙상한 숲
그 공허함 온몸에 서린
잎새의 깃털거적
혹한 속 나목
하늘 우러러 일편단심
소망 향한
잡새의 가무행렬
스치는 햇살에
실바람 불어
잔 잎새
생명의 날개 펄럭인다.
한 잔의 커피
모락모락 피어나는
향긋한 커피 내음 새로
나와 당신, 마주 앉아
이야기꽃 피웁니다.
그 꽃은
당신과 나의 인생이지요.
우린 단지 커피 한 잔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 두 生을
공유해 가는 것이지요.
시큼한 그 맛,
당신의 애환이고
쌉쌀한 그 맛,
나의 애환이겠지요.
텁텁한 그 맛,
지금 우리의 삶이고
달콤한 그 맛,
다가올 우리 행복 아닐련지요.
당신은 나의 거울
오늘 맞이하고 있는
당신의 얼굴은 나의 거울입니다.
비록, 오늘은 아닐지라도
당신의 그 모습은
내일 모레 나의 모습이겠지요.
물론 나의 모습은
당신의 모습이 아닐련지요.
그렇기에 이 시각
우린 서로
거울 앞에 서 있는 것 아닐까요.
당신은 나의 거울(2)
당신을 마주한 난
행복합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이 순간
난,
내일이 참으로 기대되는
설렘에 빠져들고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의 그 행복한 미소가
내일 나의 미소가 아닐련지요.
당신은 나의 거울(3)
당신을 마주한 난
참으로 우울합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이 순간
난,
내일이 진정코 염려되는
실의에 빠져들고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의 그 우울한 눈빛이
내일 나의 잿빛 거울일까.
* 유정욱
· 「창조문학」수필(2013), 시(2015) 등단
· 전북 남원 출생 · 총신대학교 교수
· 시집 : 『고난의 선물』『천 개의 소망이 되어』
· 이메일 : ryu2951@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조 승 호
봄의 그리움 외 4편
나 없는 봄에도
철쭉은 또 피우겠지
그,
리,
움.
동산
가득
작은 둔덕
고요한 샘물
자연석 덩이들
나 없어도
철쭉은 피우고
봄날 오겠지
망각(忘却)
간척지에 묶인 고깃배
배 멀미조차 잊었다
철썩 출렁
파도가 부르는 노랫소리
만선의 기쁨 언제인가?
볕 좋은 날
바람 잔 날
물 가득한 날
먼 바다에 노 저어 나가
그 옛 기쁨 다시 맛볼까
살다보면 그런 일
햇살처럼 찾아오리
망각(忘却) 2
빨강등대 선착장 한 편
밑창 뚫린 고깃배
아려오는 아픔만 한 가득
철썩철썩
출렁출렁
재촉하는 파도
얼음은 녹을 것인가?
볕 좋은 봄날
물 가득한 날
해녀들 물질한
소라 해삼 전복 문어
언제 다 담을까
망각(忘却) 3
하양등대
방파제 삼발이 옆에서
겨우내 떨면서도
기도하며 태몽 꿨다
철썩철썩
출렁출렁
쏴아
봄날은 온다
얼음 녹고
물 들어오고
가시광선 따뜻한 날
자궁 속에 아들 품어
하나도 무섭지 않다
혹한의 추위
날선 바람
몰아치는 눈보라가
봄날이 온다
해녀들 숨이 끊어질 즈음
내뿜는 숨비 생명노래
호오익 호오익 들릴라
파주에서 3
추운 파주 땅에서
저는 마음 아픈 성도들과
속울음으로 탄원합니다
주여 기억하소서
펼쳐진 논바닥마다
지난여름 개구리 떼 창은
얼음 속에 갇혔으니
주여 우리의 아픔 들으소서
그 노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이 사함을 받았으며
그 벌을 배나 받았으니
주여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봄볕 다시 따사로워지면
우리들 가운데 장막 치고
함께 하시겠나이까
나사렛에서 나신 당신이여
* 조승호
· 등단연도 : 2016년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길 50
· 주요 경력 : 전남대학교졸업, 총신신학대학원졸업
1985년 서울 양천구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2004년 파 주에 예배당을 건축하였고 지금까지 한 교회에서 35 년째 설교하며 섬기고 있음
現 은샘교회 담임목사
· 연락처 : 010-5008-0691
신 작 시 특 집
김 영 석
첫눈 오는 날 외 3편
계절은 좁다란 쪽다리를 건너
겨울문턱에 들어섰다.
가을은 애옥살이에 시린 손끝 움츠리고
겨울 속 오가던 발그림자를 끊는다.
계절이 머물었던 곳에는
아직도 가을추억으로 가득한데,
어느덧 첫눈이 내리니
내 마음 하얀 겨울 앞에
어색함도 없이 마음자리를 내어준다.
삶의 뒤안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는 탓일까?
창밖엔 하염없이
첫눈 내리고,
벌거벗은 마음은
길섶 홀로선 가로수 길을 걷는다.
겨울 바다
해거름에 검기울어 가는 바다는
금세 칠흑처럼 어둠을 삼킨다.
파도는 포말로 부서진 채
내 몸을 끌어 앉고,
상심한 바다 위를
말없이 철썩인다.
겨울바다는 벌거벗은 몸으로
더 이상 겨울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
회색빛 죽음 바다가 되어
필사의 몸부림을 친다.
해 저문 밤바다를 홀로 날던 갈메기는
오염된 바다가 싫어 육지로 날아가고,
저 멀리 희미한
등대불만이
홀로되어 바다를 지킨다.
송구영신
한 해의
시작이 산이라면
한 해의
끝은 바다이고 싶다.
새로운 시작이 어질고
너그러운 마음의 씨앗을 뿌렸다면,
마지막 결실은
지혜의 열매를 맺고 싶다.
하나, 둘 익어가는
겸손한 몸과 마음으로
못 다한 일들은
부족한 미덕으로 남긴 채,
한 해가
어진 사람처럼 왔다가
지혜로운 사람 되어 갔으면 싶다.
봄이 오면
봄이 오면
꽃이 되어 보자.
꽃잎 흔들어 대는
봄바람 느껴보며,
꽃을 찾는
벌과 나비들의
달콤한 속삭임을 들어보자.
활짝 웃는 모습으로
꽃 옆에 바짝 다가 가
꽃 닮은 사진을 찍어보며,
꽃이 주는 향기
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봄이 오면
꽃을 바라보며
가슴엔 사랑만 담고 살자.
* 김 영 석
· 「창조문학」시부문 등단(2017)
· 전주대학교 근무 · 010-8629-6918
· 이메일 ysluck@daum.net
신 작 시 특 집
김 일 현
친구야 친구 외 4편
호수 위에서 구름은 노래한다
2절은 몸 흔들며 웃던 풀꽃 차례다
물속만 바라보던 백로 한 마리
문득 생각난 듯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럴 때 꼭 와 있어야할
친구야 친구
- 한가위 앞두고 기흥호수 길에 -
月英★에게
기나긴
겨울잠 깨어난 임
그리움에
어두움 뚫고 오시네
그윽한 향기 머금고
사뿐사뿐
다가오시네
무지갯빛 색동옷
곱기도 한데
수즙은 듯 고개 숙인 당신
애타게 기다려온 내 가슴
설레게 하네
★ 월영은 필자가 2007년 (사)대한민국난등록협회 696호로 등록된 복색화 이고, 최영순 헬레나의 아호 달꽃부리
쓸쓸한 광교호수 길
백로와 두루미
쪽빛 호수를 깨우는데
흰 철쭉꽃 길에 뒹굴고
청솔모 소나무를 흔드네
해당화 향기 짙은 오월이건만
그 향기 어데 갔나
바람아 불어라
사랑의 향기 임 계신 곳에
어머니
당신 평화의 도구 생기 돋게 하소서
쓸쓸한 이 길도
직암 ★ 순교자여 금수강산에 민족혼 피울 울님 돌려주소서
★ 하느님의 종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호이고, 한국천주교회 를 창립한 5위중 한분
- 2016. 5. 4 루치아노님 쾌유를 빌며-
백제 혼 연리지 사랑
뼛속까지 파고든
백제 혼의 부소산 연리지
반월성을 껴안은 百馬長江아
나당오욕 무지개로 씻어내어
푸른 솔 향 날리자
부여 부소산 북쪽에서 본 연리지
저녁노을에 젖은 낙화암아
계백의 팔1에 앉은
원앙새2의 사비3연가
애간장을 태우는데
황금빛 대향로4 위 봉황새5는
소정방을 유인한 김유신이
백마강에 떨어져도
자비의 눈빛으로 품어준다 부여 부소산 북쪽에서 본 연리지
천년 한 지고 걸어오는
고란사의 종소리
내 가슴 도려낼 때
봉황이 사비를 무동 태워
하늘을 훨훨
1 소나무 연리지 2 궁녀와 궁인 3 백제의 마지막 수도(538~660), 부여
4 520~534년에 만든 백제금동대향로, 5 하느님
우정에 불을 지펴
오월의 파란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백모란들★
꽃지 할미바위★★ 찾아
낙조 바다에 푸른 꿈을 그린다
그 가슴엔
찔레꽃 향기 피워내고
주름살에 너털웃음
수평선 너머로 달린다
잉어들
물위로 솟구쳐
춤사위 펼치는데
백모란 평화를 타고
하늘 높이 난다
★ 백모란을 닮은 흰머리의 부중고 79회 동문
★★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할매바위는 고기잡이 나간 일편단심 할배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고 그 후 구사일생 돌아온 할배 그 연유를 알 고 그 앞에 큰 바위가 되었단다.
* 김 일 현 · 얼란 김일현 아오스딩
· 충넘 부여 내산면 마전리 태어남 · 전직교수/명예교수 공학박사/시인/사진/등산
· 빛/ 비의 빛깔/ 백마강 시인들 ·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믐달/한국동양란총연합회장 역임 · 난 대상 · 옥조근정훈장
· 연락처 010-7600-0020
· E-mail sorchid/hanmail.net
강 철 원
신 작 시 특 집
덧없는 세월 외 4편
살아보니
세상살이가 별거 아니던데,하면서
강물위에
하양,빨강,파랑 종이배를 띄운다
너울너울 물결대로 흐르다가
차츰 무거워져 가라앉고야 말더라도
종이배를 띄우는 마음의 시초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과 닮았다.
피웠다 지는 꽃들의 보람처럼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서 계절로 건너가는
꽃과 나비.
주먹을 꼭 쥐고 겨울로 가는 씨앗 봉지 속에서
꽃도 나비도
바람도 구름도
다 동면에 든다.
만남보다 기다림이 더 윤이난다고
떠난 사람을 기다린다.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환청이 태어나
여명이 번져올 때까지도
맴돌고 있다.
덧없는 세월이지. 하면서
뒤돌아 보면
덧없지 않는 세월이 출렁거린다.
뜬구름에서 뜬 구름까지
매미가 방충망에 달라붙어 운다.
고성방가로 목이 터저라고
보름남짓 살면서 젊음을 혹사하는 매미.
목청을 닫고 잠시 쉴때도 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듯
실은 굼벵이 시절이 가장 바빳다는 듯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는지도 모른다.
햇살에 뭉게구름이 표백된다.
표백된 구름을 유리컵에 가득 담은
초현실주의 화가도 있었다.
매미가 초현실주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조금 전
나도 현실을 건너뛸 수 도 없었을 것이다.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원의 십자가!
그 많던 길을 우회했지만
결국은 바로 돌아온 원점이다.
晩秋의 小考
해안가 숲속에선
모자이크 작업이 한창이다
몸을 뒤채면서 낙엽은
순간마다 표정을 바꾼다
혹은
패션쇼장의 무대뒤켠 탈의실
무얼로 갈아입지
낙엽송이 침엽수에게
지나가는 바람처럼 묻는다.
선창에선 뱃고동소리도
행선지를 숨긴다.
아는 사람을 다 알지
뒤늦게 도착한 섬사람 하나
허겁지겁 뛰어가는데
출항시간 맞추어 떠난 배가 벌써 뱃머리를 돌린다.
해가 햇닭 벼슬처럼 짧기만 하다.
인생에선 그렇다,할미는 늙고
손주는 부척 키가 큰다
산등성이 넘는 황혼을 보고
할니는 밤을 염려하나,
손주는 아침을 기대한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한히 지체되고 있다.
계절은 좀체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
새벽
희뿌연 안개가 겉히기전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보일 듯 말듯한 형상.
잊혀진 기억들속에서
살아서 돌아 오는 지난 시간들.
차츰 밝아오는 모습
나는 보았다
그리고 들었다.
생명의 율동과 합창소리
첫차를 기다리는 지하철 홈에서
심장의 역동소리는
깊은 잠에서 깨워주는 자명종처럼.
이른 새벽길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군중들의 형상과 구두 발소리
간밤 꿈속의 얽힘을
풀어주는 진격의 나팔소리
또 이렇게
경쾌한 행진곡으로
하루가
나를 일으켜 준다.
흔적(痕跡)
수평선 저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구름이 떼를 지어 노닌다
달깍달깍 초침 소리도 없이
구름을 돌고나며
해가 시계방향으로 돈다
황혼으로 지쳐 눈꺼풀을 내려 깔 때
해가 나를 부른 것은 아닌지
달이 뜨도록
별이 깊도록
나는 귀에 손을 대고 음폭을 키운다
은하수에
영혼과 육신을 담그고
정처 없이
원죄 없는 낙원으로 떠날 때를 그리며
그러기에
메일 뜬다는 하루치의 태양과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연꽃 호수
이파리에 이슬이 붐빈다.
새벽감정이 흘러넘쳐 파문을 일으킨다.
어제의 물빛이 조금 더 맑아지고
수위가 조금 더 높아진다.
시시각각 햇살이 두터워지며
연좌를 두손으로 받쳐 올린다.
연꽃이 빛나는 얼굴로 좌정 하신다.
보는 이들의 눈이 닦인다.
진흙탕에 발을 담군 어진자.
등불을 켜주려고 구멍 숭숭 뚫리는 母情
팔뚝같은 뿌리도
우리들의 식탁에 아낌없이 내어주는
普施 아닌게 없는 너의 참모습.
오뉴월 세미원에 가면
그대여!
내 모든 욕정을 내려놓으리라.
* 강 철 원
· * 강 철 원
· 1948년 출생
· 성균관대학 행정학과 졸업
· 고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 (주)신동 수출부장
· (주)에스지엠코 대표
신 작 시 조 특 집
현 원 영
봄 마실 외 4편
향그러운 흰 목련 하늘이 다 환하다
반가운 소식 올 듯 앞뜰에 나서자
어느새
마실 온 사슴
눈짓하며 반긴다.
이름 모를 산새들 하나둘 날아들고
외로움도 길이 들면 가을빛 같은 것을
나 여기
마실 나와서
목련꽃 아래 섰네.
낙랑 하늘 그리며
- 시부(媤父)의 그림 ‘낙랑기와’ 앞에서
그 옛적 낙랑시대
기와들이 살아나다
그 님의 붓 끝 따라
천 년 잠 벗어 던지고
아, 나도
낙랑의 여인
오랜 잠을 끝내자
바라보면 창연(蒼然)해라
볼수록 고운 미소
어디쯤 낙랑 하늘
걸어두고 왔을까.
아, 문득
귀를 적신다.
왕자 호동 말발굽 소리.
일기(日記)
까만 밤
별이 돋듯
생각 하나
떠오르다
받아서 이을 말이
뱅뱅 돌다 사라져
한밤을
말무리 속에
떠돌다가 다 놓쳤다
확대경
어쩌다 한 눈 멀어
외눈으로 책을 보면
고맙게도 확대경이
동무 되어 앞장서고
해처럼
동그란 얼굴
갈피갈피 비쳐주네
천지의 차
모를 땐, 알고 모름이
천지의 차 같지만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니지요
멀고 먼
하늘과 땅도
맞붙어 보이듯이
* 현 원 영
․서울에서 출생. 시조집『타는 노을 옆에서』와『낙랑하늘 그리며』, 『소나무 생각』, 『길 없는 길』에서가 있다.『미주동포문학상』우수상,『시천시조문학상』, 제1회 김종회『해외동포문학상』대상, 한국 『시조생활시인협회』로부터 해외공로 대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현석주 아동시조문학상』을, 2012년에는『PEN 송운 현원영 시조문학상』을 제정했다.
신 동 인
신 작 시 특 집
깨어진 명경 외 4편
박물장수 지나 간다
명경있소?
개구리가
올챙이로 보이는
못생긴 여인이
예뻐 보이는
울면서 쳐다보면
웃고 있는
상놈이 쳐다보면
양반으로 보이는
마음 추한 사람
맑은 속 환히 보이는
여보시요
그런 것이 어디있소?
듣고 있던 동냥중이
내게 있소이다,
깨어진 명경을
바랑에서 꺼내 준다
나도 거기에
음행중에 잡힌 여인
가운데 세우고
예수를 시험할 때
내 손에도 돌이 있었고
예수를 파는 자가
입을 맞추어
예수를 잡을 때
나도 웃었다.
예수의 얼굴에 침 뱉으며
손바닥으로 때려
선지자 노릇 하라 할 때
나도 침 뱉었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 지를 때
나도 소리 질렀다.
골고다에서
예수를 모욕하며
희롱하며 욕할 때
그 때, 나도 있었다,
나도 거기에 있었다.
네 시에 멈춘 시계
해변길 오래된 가게 앞
네시에 멈춰있는 시계
여름 철 새벽 여명에
갯 냄새 짙던 때였나
뜨겁던 날 밀려들던 인파
시끄럽게 떠들던 때였나
바닷물 얼어붙던
춥던 겨울 날 그 새벽이었나
붉은 황혼빛 점점 빛 바래며 먼 이별 고하듯
칠이 벗겨진 자리에 녹이 슬어 간다
짙게 화장한 여인 분 냄새 피어 난다
눈
무겁게 찌프리더니
어둠이 깔리며
한 바탕 신 지핀
무당이 불러 올린
원혼들의 부르짖음
명주 찟어대는 소리 내면서
휘 몰아댄다
천지를 덮어 무엇을 감추려나
정결한 너
더러움을 참지 못하는
차가운 결백
풀지 못하여 응어리 진
한 풀이를 하려는가
아니라, 소복한 여인의
단단히 묶여진 가슴 속
불 같은 뜨거운 사랑이
언 땅 밑에서
봄을 기다리는
새 생명 지키려는
차가운 한 되어
천지 덮는 것이라
아내의 팔목에
물이 좋아 샀단다
싱싱한 등 퍼런 고등어
씻고 자르고 다듬어서
뜸물에 담가 비릿내를 빼낸다
양념을 다지고 볶아
곰삭은 묵은지 포기 밑에 깔아 간을 한다
군불로 끓여낸 고등어 찌개
맛과 향이 그윽하다
비싼 포도주 두잔으로
흥을 돋궈 기분 좋게 먹었다
잠결에 잡은 아내의 손목에
파스가 붙어있다
* 신동인 Dong In Shin
· 1949 충남 보령에서 출생 · 1981 뉴욕 이민
· NY, NJ State Certified General Real Estate Appraiser
· 뉴욕 만하탄 거리 전도인
· 뉴욕 창작 크리닉 시 문학회 회원
· 7L Madison Park Gardens, Port Washington, NY 11050
· Peterdshin @hotmail.com
· Home: 516-933-0032 · Cel: 516-205-4435PS:
이 영 지
신 작 시 조 특 집
춤추는 봄 외 4편
춤추는 봄이 오면 나는 또 춤을 춘다
사랑을 깔아놓고 웃음을 들여놓고
마아냥 웃다 보면은 허리만큼 차올라
날마다
물 위로 걸어가는 아침에 별을 잡자
평안한 하늘만큼 하루가 높아진다
당신의 환한 얼굴이 무지개로 떠올라
하늘이 하늘만큼 무게로 떠 오른다
바다가 바다만큼 무게로 출렁인다
아침이 환한 얼굴로 오늘 하루 알려 줘
강물은 물 곳으로 들풀은 풀 곳으로
내 꺼라 내 앞에서 환하게 웃어준다
서로들 얼굴 맞대고서 비비듯이 웃는다
푸드득 하늘 나는 새들은 날개 맞대
앞서고 뒤서거니 차례를 지키면서
갈 곳을 털어버리는 하늘몸짓 하는데
날 찾아 이리저리 날마다 나서는 날
여기다 머무는 데 여기가 어디인가
날마다 숨 쉬는 일에 몸 풀어진 날마다
이제는 봄 주세요
간절한 편지한 장 이제는 봄 주세요
내 한 몸 살려내는 봄소식 주시어요
예수님 그리스도로 살려줘요(살전 5:9) 간절한
원하는 예수님의 봄빛을 주시어요
깨끗이 씻겨 줄께 염려 마 내리네요
얼굴에 웃음 지으라 한 아름에(살전 5:10) 원하는
구운밤 닷 대 로도 움돋아 내리네요
새봄이 지금 마악 눈빛을 뚫고나와
야아아 이제는 새봄 새봄이야 나와라
오마나 편지 한 장 봄소식 내리네요
새싹이 살그머니 봄기운 익혀내는
날 살린 하늘메시지 내리네요 오마나
녜에에 웃을께요 오로지 그 뿐일뿐
가슴을 쭈욱펴서 봄빛을 받을께요
하늘이 저를 향하여 감사하라(살전 5:18) 녜에에
하나님이 우리라 하셨네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들판
눈 위의 발자국에 돋아요 우리라고
지나간 나의발자국 맨얼굴로 돋아요
살아서 맨몸으로 발자국 일으키고
맨몸의 꽃망울이 빨갛게 돋아나요
핏덩이 아기예수님 보고파서 모여요
날 보라 힘내 힘내 숨쉬는 날개 보라
오 내가 앎아 앎아 다 보인 가슴 머리
일어나 하라 하라 신 임마누엘 그이라
– 마 1:23 - 탄생의 의미 (20181223)
사랑에 빚 진자
사랑 빚 갚으려고 두 귀를 기울여요
마음을 열어놓고 사는 걸 조그맣게
시골의 텃밭이야기 목소리를 들어요
사랑빚 갚으려고 어려움 이겨내고
이 나를 만들어준 주름진 얼굴들과
어르신 그 투박한 손 그 사랑을 보아요
자면서 들으려고 두 귀를 열어둬요
달콤한 꿈속에서 일어나 편안해진
정말로 이일로 하여 알았어요 보아요
신 작 시 조 특 집
정 광 옥
시린 독백 외 4편
소양강 강가에는
새벽을 지키는 별
어제의 굶주림에
까맣게 탄 내 입술
비릿한 냄새 맡으며
엄마는 널 부른다.
너의 빈방
멀리서 삼악산은
춘천을 지키고
창가의 비쳐주는
햇살은 가득하고
밤이면 하늘에 걸린
별들을 다 모인다.
너를 보내는 날
흰 구름이 떠있는
칠월의 아침에는
하늘도 눈물이 되
한강수가 되었고
호주의 타스메니아
향하여 날고 싶다.
배우며 다른 나라 아들
비둘기 울음처럼
꾹꾹꾹 울고 있다
명분이야 고상하지
한 평생 품었던 자식
따뜻한 엄마 숨소리
꼬부라져도 좋을 걸
어머니의 눈물
세상의 산다는 것
내 몸을 길러내고
등에는 동생을 업고
포대기로 둘둘 맨 다
동생은 등에 업힌 채
어머니는 젖을 물린다.
* 정 광 옥
· 정광옥 · 010-2339-4179 · 창조문학 시조(2016) 등단 신인상
· 강원시조문학회원, 춘천여성문학회원, 춘천수향시회원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춘천시민상 /신사임당상 수상
· 춘천시 방송길70.103동1101호(온의 롯데캐슬 스카이클래스)
· 이메일: cko1023@hanmail.net
봄 시단
★ 李建善 ․ 如江
․ 강원도 횡성 출생
․건국대학교 국문과 졸업․1978년 현대문학시추천
․한창협고문․한국문협회원․국민훈장목련장․한맥문학대상
․허난설헌시부문본상․창세평화상예술부문대상
․시집『별하나 닦아놓고』『어디 앉을래』
『피그말리온 콩깍지(디카시집)』
이 건 선
복사 골에 속삭이는 바람 외 1편
복사꽃 빛깔로 피어나는
복사골 눈웃음
하르르 하르르
분홍꽃잎 날아
알알이 통통통
꿈이 배어서
맛 빼꼼 멋 빼꼼
별들의 숨바꼭질
토실토실 알알이
사랑은 익어
쪽 – 쪽 – 쪽 -
쪽이 도는
홍도 복숭아
속살 속 불을 켜는 시인이 산다
한파람 바람곁에도
물이 올라서
웃음도 울음도
영혼을 건네는 수줍은 살빛
부천시 복사골
화안한 꽃그늘아래
무릉도원
골골이 출렁이는
나비의 신명
설레는 영감에
시인도 산다
맛나게 익어 가는 그리움
감 따는 장대 끝 사이
구름으로 피어나는 그리움
한 자락
살갑게 창문 가득 찾아
넘어오는 햇볕 선물
뽀송뽀송 가을볕 맛
곶감 속 속살 속 어머니 말씀
맛으로 영글어 오는 울림
메아리로 번지는 향기
까치밥 한 두 세 알쯤
남겨 두고 따먹어라
배움과 나눔 빛깔로 배어난다
봄 시단
· 金 亭 子
· 『월간문학』에 평론부문(1990)으로 등단
· 부산시 문화상 · 일맥문화대상 수상
·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 『창조문학』에 시 등단
· 저서:『한국근대소설의 문체론적 연구』및 다수
· 시집:『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는 날들』외 5권
· 장편소설: 『내 시간의 푸른 현(鉉)』외
· 에세이집 :『내 생에 아다지오 논 몰토』외
· 현: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명예 교수
김 정 자
가을이 없는 기차
-SRT를 타고
가을이 명치끝에 다가와
아픔 잊을까 하여
가방을 챙긴다
햇살 맑은 날
새벽부터 맘 설레며 기차를 탄다
창밖을 내다보며 안타깝게
가을을 찾지만 들판은 없고
무섭게 달리는 열차 바람 소리만
귓전을 때리다 터널 속으로 들어선다
깜깜 눈을 감고 햇살 속으로 나와도
끝내 가을은 뵈지 않고
지난날 아름다움 아득한 세월도
만날 수 없다
끝없이 산의 심장을 도려내고
구불구불 뚫려진 검은 굴 몇 십 개를 지나면
추억 속의 가을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종착역으로 내닫는 고속열차
삐익- 소리치며 증기 내뿜으며
뽐내던 낡은 역사 속 기차가
가을 편지처럼 한없이 그리워지는
이 가난한 옥시모런의 수사修辭여!
봄 시단
・ 충남 논산 출생
・ 대전여고・숙명여대국문과
・ 논산제일감리교회권사
・ 한국문인회시등단, 수필등단
・ 시집: 『꽃 반짇고리』
공 병 옥
시에게 5 외 1편
버들피리 꺾어 불던
고향의 봄 언덕
그 때
나와 나 참 아름다웠지
먼 산 진달래꽃
붉게 물들면
진달래 꿈을 꾸고
옹기종기 초가지붕마다
피어오르던 저녁연기
놀다 갈 때
너는 쫌치고 앉아
이 아름다운 우리의 유년을
알차 오르게 했지
어디선가
심령을 파고 드는
향기 같은 것
노래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로
사운거리며
내 안에 영특한 똬리를 틀고
심령의 둘레에 시가 흐르기 시작했어
시에게 6
후일
나는 사색의 늪에서
눈물 철철 쏟으며
생명
신의 영역임을
알기까지 세월 한 참이 흘렀지
광활한 인생의
바다를 건너며
시 너는
외로움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
마음에 빛 이었어
인생
고뇌의 바다에 떠서
수평선 저 넘어 어딘가에 있을
잔잔한 호구에 이르고 져 하는
그런 것
밤이 오고 아침이 밝아오고
억겁풍상과 이마를 맞대고
거주하며 가는 길에
그래도
네가 있어고
목마름과 고독을 잊은
세월이었단다
시에게 7
이 바다
거친 풍랑 일어
숨결 고르기 힘들 때
사색의 피안에서
너를 향한
노래를 불러 댔어
절절한 노래를
울다가 웃다가
읊조린 내 사랑스런 시어들
풍찬노숙하는 과객이라도
심금을 달래주는 영롱한 노래를
불러주렴
여기 어디쯤인가 이 삶
한참을 왔다 싶을 즈음
노저어 온 날들은 꿈만 같고
기상천외한 잔잔한 포구는
그 어디에도 없어
사랑한단 말 밖에는
해야 할 말 없는
허망한 세상에서
새벽을 여는 눈물겨운
기도여
봄 시단
· 창조문학 시, 수필 등단
·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한세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석사
· 시집 : 『사랑이 흐르는 빛』『꿈꾸는 날개』
『바람 속의 하얀 그리움-韓英대역』
『불꽃 축제』
맹 숙 영
헤세드Chesed 외 1편
뜨거운 태양아래 수고의 땀으로
무르익은 황금빛 벌판
추수 뒤에 남은 보리 이삭 줍는
착한 여인은 나오미의 며느리
이방인 모압 여인 룻입니다
남편과 두 아들 잃은 나오미
기근이 풀린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 갈 때 룻은 자기 길을 버리고
시어머니의 신앙과
그 가문을 따라갔습니다
그곳에서 남편의 ‘기업 무를 자’*
보아스를 만났으니 이는
룻과 보아스의 헤세드**이며
그 가운데 역사하신
하나님의 헤세드 이십니다
* 기업을 되찾아 주는 사람 (Kinsman-Redeemer)
** 히브리어로 불변의 사랑, 인애, 사랑과 은혜
크노소스Knossos 궁전
뜨겁게 빛을 쏟아 붓는
지중해의 하얀 태양이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녹색바람을
가슴으로 품어주는 크레타섬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가 탄생한
이곳은 신화의 땅
미노아문명이 살아 숨쉬고
꽃을 피우는 이 중심엔
미로의 전설을 지니고 있는
크노소스 궁전이 있다
천개가 넘는 호화로운 수 많은 방들
복잡다단하고 섬세하게 설계 되어
발걸음 헤매게 되는 건축물은
크레타문명의 번성을 짐작할 수 있다
미궁의 궁전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에게해의 지평선 끝으로
노을이 붉은 물감을 쏟아부을 때면
낮잠으로 쉬던 크루즈는 눈을 뜨고
밤으로의 긴 여정 떠날 채비를 한다
관광객들 승선 위해
차례 선 자리에 노을이 비낀다
임 형 선
· 임형선 · 충남 금산 출생(1947), 금산여고 졸업
·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
· 『창조문학』 시 등단(2015), 창조문학회 회원
· 대전문인협회 회원 · 대전여성문학회 회원
· 주소: 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밭대로 1297번길 33 (우편번호 : 34424)
· 이메일 : limh4747@hanmail.net
봄 시단
신발 벗고 가는 길 외 1편
아침에 눈을 뜨면
다가오는 천지만물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로 시작되는 일상
대가 없이 제공되는 퍼레이드
햇볕은 창문을 두드리고
공기는 쉴 새 없이 다가오고
흔들거리는 나뭇잎의 기교
새들의 지저귐
먹거리를 주워 모아 놓은 식탁
반복되는 수레바퀴
기대고 나누고 위하면서
기대감 바람으로 살다가
아쉬움을 남기고는
신발을 벗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을 향해
매정하게 뿌리치고 떠난다
옷 한 벌이면 족한 세계로
반복이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곳
산소 공급이 필요 없는 곳을 향해 돌아간다
돌아 볼 수 없는 강을 건너려고
실어증
흑암 권세 대지 위에 내려
운무 망망하니 갈 길은 보이지 않고
눈만 끄먹끄먹
코뚜레에 걸린 끈
젊음을 저당 잡힌 무능한 신세
입이 있어도 말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나라 잃은 서러움
아니 갈래야 아니 갈 수 없는 이국 만리
낯설고 물 설은 사할린 남양군도 대만
돌아 오고파도 눈먼 봉사 몇 겹의 질곡
피범벅 땀범벅 뼈골이 녹아나는 노역
누구를 위함이더냐
침략자의 노예 되어 탄식하나
전쟁의 총칼에 사라지는 무음인 걸
자신도 주체 못하는 능력 없는 어버이
힘없이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밀려가는 어두움 동이 튼다
숨겨 있던 언어들의 반란
아무리 핍박해도
도살장의 이슬이 된다 해도
깨어 말하리라 그 날의 그 고통을
영원한 실어증인 줄 알았더냐
보상 받으리라 잊지 못할 그 일
징용의 그 시간들을
그들을 심판하리라 역사는
짜타이 Cha Thay
키가 커야 한다
잘 생겨야 한다
멋져야 한다는 조건은 아버지에게는 없다
부모의 심정을 지니고
종의 몸을 쓴 듯
마음을 헤아려 주고
따뜻하면 된다
소통하고 배려하며
북돋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픈 데를 보듬어주고
키가 작은 비애
이해할 줄 아는 그였기에 가능했다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그의 마음 씀씀이가
그들을 감동시켜 스스로 용기를 내게 했다
누가 축구를 발로만 뛴다고 했나
사랑의 기법으로 뛰는 마음의 충동인 걸
잉걸처럼 타오르는 격동의 계절
어울림의 한 마당이다
명장 밑에는 약졸이 없다고 했던가
작은 거인 박항서
파파의 리더쉽
그의 매직의 징소리
천리만리 퍼져라
무궁토록 울려라
※ 짜타이(베트남어) : 아빠 승리
봄 시단
* 忍活 백 영 찬
· 충남 논산 1947년생 · 한민족응원문화운동본부 창립 · 기독교역사문화운동본부 대표
· 사)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총무이사
· 사회적경제신문 이사(주필)
· 저서;『민족여명의동산 역사자료집』『일대천의 독립전 쟁영웅』
· 이메일; 01696767424@naver.com
· 기독교역사문화보존국민운동본부 대표
백 영 찬
한반도의 봄은 오는가
재작년에도
매년 찾아온 봄
우리민족의 봄은 아니었다
암울한 조선말에 꼭 닫혀진 민족의 봄
광복을 맞아 봄이 오는가 싶더니
분단의 봄이 칠십삼년간 지속되며
민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걸어놓은 봄
무술년 어느 봄날
판문점에서 남북이 화해하며
한민족의 가슴을 녹인 봄의 향기는
진정 한반도의 봄은 아니었다
까치야, 기해년 설날에
백두에서 한라로
한라에서 백두로
한반도의 봄소식 전하여다오
봄 시단
▪「창조문학」시(2011)등단
▪ 한여울 문학회6기 회장 역임
▪「창조문학」운영이사
▪시집:『봄이 오고 있잖아요』공저:『한여울의 맑은 꽃』
▪ 이메일: hee7975@naver.com
봉 순 희
번지 없는 문패 외 1편
역촌동 작은 골목
잘생긴 집이 네 채
우리 집은 두 번째
파란대문
둥근 돌기둥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꽃
어여쁘게 피던 마당가
작은 화단
한겨울 삭풍불어
심신이 지쳤을 때
봄의 문패가 달린
대문을 살포시 열면
백목련
자목련이 꽃등에 불 켜고
서 있던 그 집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진
그리운 나의 집
봄의 출사표
봄 이다
얼굴을 감춘 봄의 전령사가
이 땅 우주만물들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낸다
도대체 나는
그 암호를 해독할 수 없다
동토의 왕국에서
혹독하게 시련을 견뎌낸
작은 생명체들
예서제서 고개를 내민다
어느새 파랗게 눈을 뜬
어린 새순들
나풀나풀 날개 짓한다
봄 시단
* 임병천 ․출생지: 충남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 1946년 6월 10일생 ․ 논산대건 고등학교 졸업
․ 공주 교육대학 졸업
․ 충남당진군 송악면 전대 초교 초임근무(1970. 3. 1)
․ 전남 진도군 초도 초교 근무(2000. 9. 1)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 초교 퇴임(2011. 8. 31)
․ 현주소: 339-014 충남 세종시 한솔동
나리1로 15 306동 407호 ․lbc490@hanmail.net
․ 전화번호: 010-2327-4154
임 병 천
수박씨
달뜨는 궁남지
연꽃 향기 속에
시시덕거리다가
수박씨를 삼켰어
서동요 전설 속에
수박씨 자라면서
어미가 되었어
※참고; 수박씨를 삼키다(임신)
최 규 학
봄 시단
· 최규학「창조문학」시 등단 · 부여고등학교 교장
· 공주사대 겸임교수
· 서천신문, 21c 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 사비시낭송회회장 · 010-2747-4209
· cforest@hanmail.net
무인도 외 1편
무인도는 기다림이다
아니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리운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흐르는 적막감
바람이 오고
비가 오고
새가 날아오면
그리운 사람도 올 것이다
만약 그리운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오는 것이 아니다
무인도는 보냄이다
아니 보내주는 사람이다
그리운 누군가를
보내주기 전부터
샘솟는 외로움
바람을 보내고
비를 보내고
새를 보낼 때
비로소
그리운 사람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리운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꽃 사랑
꽃처럼 눈물겨운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슬퍼서 우는 사랑 말고
기뻐서 웃는 사랑 말고
그저 순수해서 눈물 나는
그런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직 시들지 않았는데
다음 꽃을 위해 떨어지는
멀쩡한 꽃처럼
허기진 나비에게 숨겨둔
꿀을 내어주는
시든 꽃처럼
찌그러지고 말라 비틀어져 가면서도
어린 열매를 지키는
어미 꽃처럼 눈물겨운
꽃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너를 보면 그저 다 주고 싶고
너를 생각하면 그저 나를
태우고 싶은
그런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
봄 시단
※ 강병철
· 1984년 해인총림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 1993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과 수료.
· 2015년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 출간.
· 2016년 ‘창조문학’ 96회 시(詩)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16년 제11회 코리아 파워 리더 대상(불교문화진흥 부문) 수상. 현재, 거제도 남부면 가라산 관음사 주지
강 병 철
금성(金聖)의 깃발 외 1편
길 떠난 나그네여!
금성(金聖)이 기다리는
성(城)으로 돌아가소.
육문(六門)을 걸어놓고
밖으로 들어오는
육적(六賊)을 살피고
내란을 부추기는
오적(五賊)을 토벌하여
금성을 보호하소.
육적은 여섯 문 틈 생기면
바람처럼 들어오니
문마다 큰 횃불 밝히고
오적은 금성을 맴돌며
호흡지간 넘나드니
날쌘 검(劍)으로 물리치소.
육적이 항복하면
오적도 소멸되니
본래 그 자리 무량광명이라!
금성의 깃발 높이 달고
육문을 활짝 열어
만천하(萬天下)를 맞이하소.
*육문(六根):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적(六境):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오적(五蘊):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대라궁(大羅宮)에서
시성 두보가 있다면 모르거니와
나의 시상은 캄캄하기만 하다.
위를 올려보니 눈길이 짧고
아래를 굽어보니 오금이 저린다.
하늘색은 햇살이 보일 듯 감추었고
산천은 소리마저 멈추었다.
운무가 없어 여기가 사바(娑婆)인 줄 알지만
천산(天山)의 안개가 이곳으로 왔다면
내 어찌 하늘 사람 아니겠나.
다행히 운해 없으니
천국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천하제일의 궁전이라 말하리.
*대라궁(大羅宮): 개자추가 꿈속에서 본 선경을 현실에 옮겨 놓았다고 전해 온다. 깎아지른 절벽 면에 높이 110m에 달하는 건물이 붙어 있다.
※ 유화선
· 97회 창조문학 등단
· 건국대 화학과
· 총신대신대원
· 말씀교회 담임(현)
봄 시단
유 화 선
기다림 외 1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목마름에 타버릴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니이까 어느 때 까지니이까
주께서는 내게
속이는 시내와 같으시려니이까
여름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채워도 채워도 다 차지 않는 목마름에
땅만 보느라 굽어진 허리 일으켜
하늘을 보게 하소서
한계에 지쳐 무거운 가슴 내려놓고
위를 보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과 기다림은
둘이 아님을 알게하소서
기도 자리
이름 없는 풀꽃들이
하늘 정원을 만들고
주인 없는 무덤들이
인생의 허무를 일깨우는 곳
파아란 잔디가
돗자리처럼 펼쳐있고
풀 섶에 숨은 곤충들이
한 밤 새워 노래하는 곳
초롱한 별빛의 조명을 받으며
묵묵히 눈 감고 기도하는 곳
어둠에 몸을 숨긴 나무들이
여린 잎 모두어 함께 기도하는 곳
날이 새면 떠나가도
밤이 되면 다시 가 무릎 꿇는
내 기도자리
봄 시단
* 한봉균·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 부문 등단 (제89회 2013.겨울 호)
· 창조문학 시 부문 등단 (제105회 2017.겨울 호)
한 봉 균
새보기 외 1편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추석 무렵의 가을날은
새벽잠이 꿀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아버지는
마당을 쓸고 장작을 패신다
부엌에서 조반(朝飯)을 짓던
어머니는
내게 임무(任務)를 주신다
“얘야,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냇물 건너 들판의 논배미에 가
새보고 와서
아침 먹고 등교하거라.”
더 자고 싶어지는 나를 깨우신다
……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마을 앞들
서 마지기 논배미로 향한다
어제 일같이 역연하다
오늘도 잠시
생각은 날개를 저어
어릴 적 살던 생가(生家)에
머물다 온다
*새를 보다 : 새떼를 쫒기 위해 지키다
봄기운
우수(雨水) 무렵의 날씨 예보는
마침내
비 소식을 전한다
봄비가 내린단다
산과 들의 온갖 초목(草木)이
북풍한설(北風寒雪) 용케도 견뎌냈다
봄이 오면 피어날
새싹을 틔우려고
흙속에서
나뭇가지 끝에서
촉촉이 적셔줄 단비를 기다린다
긴 겨울 지내고
화사한 봄날 이루어 보고 싶어
이제는
온 기운 모아
꽃망울 터뜨릴 비를 부르고 있다
그 기운 남녘에 닿았기에
봄소식에 실려
봄비로 오는 것인가
봄 시단
※ 구연민
· 月山, 시인, 수필가 .
· 대한노인회강남지회이사
· 인생3모작컨설턴트 강사
· 『나는 돌뱅이다』『차돌멩이의 이야기』
· 전화:010-3368-0035
· e-mail: san415@hanmail.net
· kosan415@naver.com
구 연 민
사랑하는 꽃 순이 외 2편
앞개울에서 물놀이하며
네 머리에 네 잎 크로바 꽂아주고
사랑한다고 농담처럼 놀려대던 그때
많이 컸구나
네 작은 손은
엄마 손이 되고
너의 눈가에 희노애락을 가득 담았다
그립다 그리워
노래 부르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드름 녹아내는 물방울 세면서
꿈에서라도 꼭 한번만 보았으면
후회없이 가볍게 가겠는데
지는 해 뜨는 달 기다리며
부디 잘 살기만 바라고 있다.
무표정한 사랑의 감정을
거뜬히 일으켜 세우고
영혼의 별 밭을 이야기로
나누게 한다.
명상만으로도
너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별밤을 기다린다.
사랑
-김유정 문학촌에서
여기 실레마을-
삭풍(朔風)에 겨자씨 하나
싹을 키우고
시들거리다
“벌거숭이 알몸으로 가시밭에 둥그러저
그님 한 번 보고지고"
사모곡(思母曲)외치며
사랑병에 골병들고
지주(地主)와 마름
그리고 작인(作人)의 이농(離農)과 비농(非農)의 현실속에서
붓 하나로
강점기(强占期) 농촌의 빈궁과 비참한 생활상을
육담어(肉談語)와 비어(卑語)로
한 장르를 개척하고
폐질환을 막지 못한 채 29세에 요절(夭折)한다.
쓸쓸하고 짧았던 삶을
30여 편의 풍요로운 유작(遺作)이 후세들의 속마음을 파고든다.
김유정 사랑이 아련하다.
김유정의 사랑 오래오래 기억하리라 .
99주년 3.1절(2018년 3월1일)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 만세
함성이
하늘 높이
열기를 타고
메아리 되어
가슴을 두들긴다.
오늘 옛 서대문 형무소에서
99주년3.1절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를
규탄하는 울분이
아직도
그 잔해가
속속들이
우리의 가슴을
쓰리게 하고 있다.
일제강점에서
독립만이
우리의 살길이다고
태국기를
만들어
손에 손에 들고
남녀노소가
외치던
그 날
아직도
가슴을 설레이고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또
외친다.
한국의 뿌리는
임시정부라고.
한반도를
평화로
경제공동체로
이루자 제안한다.
이제는
우리가
독립된
자유민주국가를
세계만방에 고하노라
봄 시조단
▪ 오 동 춘▪ 화성교회 원로 장로
▪ 문학박사▪ 전 연세사회교육원 교수
▪ 한민족평화통일 촉진문인협회 상임이사
▪ 짚신문학회 회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사
▪ 한글학회 외솔회 감사▪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기독시인협회고문▪시조집:『짚신사랑』외14권
▪ 흙의 문학상, 노산문학상, 외솔상 등 수상
▪ 수필집:『한알의 밀알이 되어』외4권 있음
오 동 춘
가을은 가라지 외 1편
가을논 혼자 우쭐
저만 잘난 가라지
물질 권세 명예 빠져
한때 떵떵 살아 봐도
끝내는 그 잘난 얼굴
심판 불속 나그네
아직도 가라지들
세상 춤에 놀아나고
뱀머리로 쳐든 고개
논 임자 눈에 띠어
뿌리채 뽑힌 그 몸매
논두렁에 숨도 없다
세상논 가라지들
언제 얼차려 살까
기도 깊이 믿음 익혀
고개 숙인 벼를 보고
제 갈길 십자가에 두면
가라지도 용서 받는다
농민과 짚신
흙손 바쁜 농민들 오직 가꾼 곡식으로
비록 가난 집에 와도 오순도순 함께 살며
한마을 정든 이웃으로 따뜻하게 살았다
괭이 호미 손에 쥐고 논일 밭일 하다가도
오랭캐 나라 쳐들어 오면 창칼 활을 잡고
몸 바쳐 나라 지킨 임들 순국 짚신 거룩하다
조금만 눈을 들어 머리 위 올려 보면
조상의 빛난 얼이 거울처럼 비쳐 온다
짚신에 담긴 조상 피 줄기차게 흐른다
봄 동시단
· 전영란 · . 제 15회 들소리문학상 시부문(2015년)
. 광명시 문화예술 창작기금 수혜(2016년)
. 제 14회 동서문학상 동시부문(2018년)
. 국제 펜 한국 본부 회원
. 한국문인협회, 해남문인협회 회원
. 창조문학가협회 이사
. 광명문인협회 감사
. 시집 : 「씨줄과 날줄의 인연」「햇살이 머문 자리」 「바람소리」. 수필집 : 「사랑을 묻길래」
. 동인지 : 「연필로 쓰는 세상 1, 2」외 다수
. E -mail : chyr8901@naver.com
. 블로그 : http://blog.daum.net/chyr8901/2
전 영 란
벽화 외 1편
30년이 넘은 우리 아파트
장마철도 아닌데
벽지가 젖었다
12층 보일러 터지고
9층 화장실 터졌는데
물은 8층 우리 집으로 모인다
똑 똑 똑 또로록
어느 길로 오는 걸까
물길 찾는 관리소 아저씨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도
우리 집에 고인다
눅눅한 벽을 타고
그림 그리는 곰팡이
냄새까지 묻혀
거실 벽을 알록달록 칠한다
화장실 물
설거지물
수돗물까지 모여
붓질을 해대고 있다
우리 집이
그리도 좋은가 보다.
개기일식, 2017
이 동네 저 동네가 시끄럽다
미사일 핵 테러
지구라는 별은 자고나면 사건 사고이다
99년 동안 참으시던 하나님
날마다 골치 아픈 지구 사람들을 위해
손가락 하나로 쇼를 연출 하신다
달의 원이 태양의 원과 정확하게 겹쳐져
불덩이 태양을 겁도 없이 업고 가는
달의 오체투지 보여 주신다
한낮의 하늘아래
흑암이 관통하는 길목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 함성을 지른다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호주머니에는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들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