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그릇과 같다.
비워져야 비로소 담을 수 있다.

■ 소크 생물학 연구소
두 건물사이의 중정을 완전히 비움으로서 두 건물은 하나로 융합될 수 있었다.
루이스 칸이 이 건물의 골조가 완성되어질 즈음에도 이 중정의 디자인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원래 디자인에는 이 중정에 나무를 가득 심는 것이었다)
동시대 건축가인 루이스 바라간에게 자문을 구하자 바라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뭇잎 하나도 식물하나도 꽃 하나라도 심지어 먼지 하나라도 그 안에 두지 마시오...절대적 무위 마당은 두 건물을 연결시킬수 있을 것이오."
칸은 바라간의 개념을 그대로 실행하였다.
하지만 비움의 마당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데 대하여 두고두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이 마당은 철저히 비워짐으로서 절대적이며 가장 본질적인 공간이 되었다.
비워졌기에 시간과 계절과 일기의 변화에 의한 표정을 갖는다.
또 비워져 있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담는다.

루이스 칸 (Louis Isadore Kahn, 1901.2.20~1974.3.17)
빛과 침묵을 디자인했던 거장건축가....
어릴때 석탄을 나르다가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50세가 넘어서야 건축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산직전인 상태에서도 또 돈안되는 프로젝트를 기꺼이 떠 맡았다.
지구상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이 그곳이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3일간 시체안치소에 있었다...이것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가중 한명인 그의 죽음이었다
"집이란, 공간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공간들의 사회라 할 수 있다. 나는 먼저, 집을 부엌이나 거실들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들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런 방들은 이름 붙여지기에 앞서 그러한 장소가 된 것이다."
절제로 비워진 공간의 침묵...사유思惟의 공간이 되다.

■ 바라간 하우스 & 클럽
최소한의 건축언어로 절제된 공간은 강렬한 원색마저도 숭고하게 만든다.
멕시코 출신인 바라간은 그렇게 자국의 전통 문화를 세계에 선 보였다.
그의 공간은 침묵으로 웅변을 한다.
절제에 의한 단순함이기에 태양빛과 원색을 담을 수 있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an 1902.3.9~1988.11.22)
절제된 공간의 고요함속에 빛과 색을 담은 건축가.
바라간은 침묵과 고독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의 공간이 빛과 원색만이 아닌 침묵을 지니는 것은 멕시코의 역사적 아픔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침묵과 고독속에서 본질을 사유思惟하고자 하였다.
사유思惟 - 대상을 지각의 작용에 직접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과 서로 상보적 작용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활동 또는 과정
"나의 집은 내 삶의 피난처다. 나는 차가운 기능적 편리함의 건축보다 따뜻한 감성의 건축을 믿는다. 현대 건축은 기술적 문제에 천착해 미(美)의 메시지와 감성을 잃고 있다... '벽'의 원래 역할은 공간의 기능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Less is more...

■ ASENCIO & GUERREO HOUSE
비운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개념과 계산 없이 비운다면 엉성하고 어설픈 공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각색적 요소를 최소화 하여 공간에 대한 체험자의 인식과 교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이 미니멀리즘 공간의 목적인데
이런 공간은 비워진 보이드void에 상대적 관계성에 의한 스파늉spannung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공간에서는 빛이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절제되어 비워진 공간에 드리우는 빛은 시간에 따라 공간의 인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이런 인상들은 체험자와 깊은 교감을 유발한다.
캄포 바에자의 공간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런 요소들을 주의깊고 철저하게 계산해서 그런것이다.

캄포 바에자 (Alberto Campo Baeza 1946 ~ )
캄포 바에자의 건축은 빛과 중력을 모티브로 한다.
중력은 공간을 만들고 빛은 시간을 만든다 라는게 그의 건축사상이다.
그의 공간에 드는 빛은 공간구성물질을 비물질화 시킨다.
비물질화 - 물질 본래의 성질이 아닌 다른 물질성을 띠게 하는것.
“ 나는 시처럼 명확하고 깨끗하고 정확한 것만 전달하고 싶다.
시는 언제나 최소한의 단어를 가지고 소설보다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비움의 미학...사람을 위한 인문학

■ 고시노주택, 빛의교회,물의절,지중미술관
안도 다다오가 노출콘크리트를 고집하는 이유는 치장을 가식이라 보고 철저히 본질(물성적 본질과 관념적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의 공간은 강한 스파늉을 지닌 기하학적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어떤 마감재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 속살을 드러내게 한다.
그리고 잘 계획된 개구부를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순간 공간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 빛으로 인해 노출된 콘크리트면은 콘크리트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천이나 반투명 막처럼 인식되기도 하며 그림자가 드리워진 컨크리트 면은 신비로운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앞서 적은 비물질화가 빛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안도다다오 ( Ando Tadao 1941 ~ )
권투선수 출신이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일본건축가.
노출콘크리트와 빛의 건축가라 한다.
처음에 노출콘크리트 건축을 하게 된 이유는 적은 공사비 때문이었다고 한다.
노출콘크리트든 시멘트블럭이든 그가 공간에 담고자 애쓰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위해서 디자인 하고 빛을 계획한 것이다.
"...다만 재료를 줄여서 단순한 형태로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원리적인 구성속에서 얼마나 풍부한 변화와 깊이가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그런 모순된 과제를 생각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나갔다." - 자서전중 스미요시 주택에 대한 회고 부분.
그래서...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고 채움보다 비움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잘 계획하여 비웠을때 공간은 더 많은 소중한것들로 채워진다.
공간은 사람의 행태와 생각을 담는 곳 이기에 우리가 더 궁리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첫댓글 채우기는 쉬워요,뭐~쩐만 있으면 만사오케~!!ㅎㅎㅎ 비우려니 속도 비좁아지고 생각도 많아지고....비우자고 화욜아침만 되면 골똘해진답니다,왜 화욜이냐구요??? 분리수거하는날~!!ㅎㅎㅎ
욕심도 분리수거하는 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