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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과의 만남과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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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이다.
즈그네 안방인양 우리 앞마당 정원에서 사지를 쫘악 펼치고 늘어지게 자빠져 자던
살이 포동포동 오른 옆집 암탉이 죽는다는 듯 - 꼬꼬댁 꼬꼬댁 - 있는 대로 비명을 지른다.
쫓아가 보니 "밥샙" 같은 우리 천출이가 고 년을 올라 타고 강제로 추행을 하려 한다.
근데 우리 천출이의 덩치가 워낙 큰데다가 벼슬을 꼭 깨물고 누르기 한판 기술을 걸고 있으니
고년이 일어나지를 못하고 버리적 대며 소리만 지르고 있는 것이다. ~완~투~( )
우리 집 정원의 사철나무 아래 왕좌를 차지하고 오수를 즐기든 - 뒷집 암탉 사인방의 그 서방 놈은 -
푸른 빛을 띤 검은 털로 옷을 해 입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 순종 토종닭 - 이라 쓰고 -
독종이라 부르는 그 놈이다.
그중에도 별종인지 덩치가 제법 크다 - 전형적인 쌈닭으로 날렵하게 생긴 뒷집 젊은 토종닭 놈도
호되게 당했었는지 그 놈에겐 끽소리도 못낸다. 즈네 집에 같이 동거하는 네 여인을 놈에게 다 뺏기고
그녀들 모습을 바라보는 것 조차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듯, 멀리서 먼산 바래기로 흘개눈을 뜨고
쳐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사철나무 아래 웅덩이를 파 놓고 흙 목욕에 늘어지게 오침을 즐기던 그놈 "독종"이-
제 마누라 비명 소리에 후다닥 흙을 털며 벌떡 일어난다. 비명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갤 돌려보니
덩치가 하마 같은 옆집 사내놈이 제 마누라 등 짝에 올라 타서 막 할락하는게 아닌가!
아! 닭이 그렇게 빠를 수 있는 것인지는 처음 알았다
그놈이 비호처럼 뛰어 날아 우리 천출이의 항공모함 같은 등에 올라탄 것은 눈 깜짝할 새였다.
앗!!~(쓰리)~카운트가 막 끝나려는 순간~~~ 놈이 올라 타자마자 천출이의 대가리를 깨져라 사정 없이 찍어 댄다. 흡사 딱따구리 같다.
몰아(沒我)의 순간에-느닷읎이 대가리를 공격 당한 천출이가 흘긋 뒤를 돌아 보는가 싶더니 -
쫄쫄이 잠뱅이도 올리지 못한채 후다다닥 비겁하게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씨^^^등신~~~
덩치는 그 놈 보다 두 배도 더 되는 것이 뒤뚱 거리며 도망치고, 그놈은 천출이 그림자 모양 바싹 따러 붙어 사정 없이 사그리 찍으며 쫒아 간다. 놀래서 이리저리 황망히 도망치다 얼이 얼추 빠진 천출이가, 마지막 피난처로 택한 곳은 자귀나무 아래 큰 장독 두 개를 붙혀서 엎어 놓았었는데, 제 몸에 비하면 택도없이 작은 그 구멍 사이를 제 큰 몸이 빠져 나가면, 그 놈이 못 쫒아 올거란 혼맹이 빠진 생각을
한건지, 장독 사이로 그 큰 몸을 날려 쏜살같이 돌진을 한다.
그러더니 대가리를 처 박고 납작 엎드려 얼음 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가 마법사여??
세상에~저런 등신!~~장독 사이에 몸뚱아리가 꼭 껴서-이제 정말 뎌지게 생겼다.
아 챙피하다.---대가리는 독 너머에 있고 독에 걸린 그 큰 몸뚱이는 그 놈에게 걸린 것이다.
아! 애재라!
놈이 천출이 등에 훌쩍 올라타더니 날개와 날개 사이를 괭이로 찍듯이 - 퍽퍽퍽퍽 -
주둥이로 찍어 파는데 금방 등이 찢어지고 심장이 찍혀 나올 것만 같다.
그 놈이 찍어 대는 그 자리가 때리면 즉사하는 급소다. 저놈이 특공무술을 배웠나?
얼마나 무섭게 그 한자리만 찍어 대는지 금방 우리 등신 같은 천출이가 죽을 것만 같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비호처럼 몸을 날려 그놈을 죽어라 발길로 걷어차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만치 나가 떨어진 그놈이 나를 휙 째려보더니 상대가 만만치 않아 보였는지
제 마누라들을 추슬러 데리고 어깨를 으쓱대며 자기네 집 쪽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헉-헉-헉-헉-헉-----------
놀랜 천출이가 숨을 몰아쉰다.
얼마나 놀랬으면 심장 뛰는 소리랑 헐떡대는 숨소리가 서 있는 내 귀에 까지 들린다.
그 작은 구멍을 빠져 나가고자 얼마나 큰 소망으로 내 달렸는지 흡사 쐐기를 박아 논 듯 껴있다.
장독 사이에 꼭 끼어 옴짝도 못하는 천출이를 양손으로 잡아 빼내며 내가 점잖케 한 마디 했다.
"뎌질라믄 공주 유방은 못 만지냐? 등신 같은 늠아! 아무 관계 없는 독종 마누라 등은 왜 올러 타!!
따질라믄 그 젊은 늠한테 따지고 - 차옥이를 묶어 놓던가 - 전자 발찌를 채우던가 -
그려 안그려?"
아까 그 용감한 짓꺼리는 차옥이에 대한 복수 였냐? 너 그 핑계로 뒷집 색시 은근 넘본거 아녀?
올라가선 안될 닭은 흘겨보지두 말라는 말이 속담에두 나완 마!!" 너 뭐 알어??
알어 들은건지 평상시 제 맘에 안드는 듯 하면 부리부리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 듯
꼰아보던 놈이 흘끗 흘겨 보고는 게면쩍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꺼떡꺼떡 휘적휘적 걸어가는 뒷 모습이 오늘은 되게 처량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천출이 마누라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것이, 저놈이 오늘 완전 범죄를 저지르려고
제 마누라들을 멀리 보내 놓고, 벼르고 온건 아닐까?? 숭물스럽게 ~ㅎㅎ~
천출이의 부적절한 강간 미수 사건의 전모는 이랬다.
어느 날인가 볼일이 있어 뒷집엘 갔다가 뒷집 집 뒤 텃밭에서 차옥이가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라 쟤가 여기 웬 일이지? 하며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 생각해 보니 거기에 뒷집 젊은 수탉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어둠이 깔리는 저녁 무렵이었다.
옥돌이는 여덟 명의 마누라들과 사이좋게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잠을 잘 채비를 끝냈는데 -
천출이가 나무 아래서 아직 서성대고 있다. 천출네 나뭇가지를 보니 천출이 마누라가 여섯밖에 없다.
어딘가 에서 아직 오지 않은 마누라를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 누구지?
근데 갑자기 천출이가 - 꾸꾸꾸꾸꾸 - 소리치며 두 발로 땅을 일궈 판다.
그러자 뒷집과 경계한 어두운 담 쪽에서 누군가가 막 뛰어 오는데 가까이서 보니 차옥이다.
차옥이가 천출이 곁으로 뛰어오자 천출이가 차옥이 머리를 몇 번인가 팍팍 찍어 대며 무어라
혼내키는 듯한 소리가 난다. 얼핏 듣기로는 "캐녀나~녀나~~" 하는 것 가튼데 자세한 건 아니다~
그러더니 차옥이를 나무 위로 올려 보내고 마지막 자리로 그 큰 날개를 푸다닥 대며 날아 오른다.
부엌 뒷문을 열면 동쪽 가지의 천출네와, 남쪽 가지의 옥돌네가 사는 큰 자귀나무가 바로 눈 앞이다.
아침 일찍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동정을 살폈다.
옥돌네가 먼저 나무 위에서 새처럼 날아 내리자, 뒤이어 천출네도 후다다닥 날아 내린다.
천출이와 옥돌이가 가슴을 딱하니 펴고 앞장서고 그 뒤를 아내들이 다정하게 따른다.
옥돌이가 아내들을 데리고 화단 어딘가로 사라지고 - 천출이도 화단 어딘가로 아내들을 이끈다.
근데 천출 서방을 뒤 따르는 여인들 속에서 차옥이가 서서히 뒤 쳐진다. 오라~ 조년 봐라!
한참을 뒤쳐지던 차옥이의 발길이 살짝 옆으로 새더니 뒷집 담 쪽으로 향한다.
신을 신고 뒤를 밟았다.
담 틈새를 빠져 차옥이가 뒷집 마당으로 들어 간다. 얼른 쫒아서 뒷집 마당에 살짝 들어섰다.
보니 뒷집 젊은 숫놈이 그 비밀 통로 앞에 기다리고 있었고, 차옥이가 나타나자 좋아 죽겠다는 듯
몸과 머리를 요리조리 비벼대더니, 사이좋게 둘이 바짝 붙어서 마당을 가로질러 즈그네 집 뒤 둘 만의 아지트 텃밭 쪽으로 사라진다.
차옥이가 뒷집 젊은 놈에게 넘어간 것이다. 바람이 난 것이다.
천출이가 듬직한 맛은 있어도 뒷집 젊은 놈 같이 샤프한 멋은 없다.
천출이가 덩치는 좋아도 뒷집 놈 같이 깡치고 날렵한 멋은 없다.
천출이의 혈통은 빠다 혈통이지만 샛 서방의 혈통은 토종 꼬추장이다.
천출이 에게서의 사랑은 1/7이지만 뒷집 샛서방에게서의 사랑은 100점 만점에 200점.
차옥이가 바람 날 충분한 조건이다.
또한 그놈도 차옥이의 매력에 올인 한 것 같다.
그리고 불가사의한 그들만의 불문율이 존재 하고 있었으니---
바람을 피워도---잠은 꼭 본 서방이 있는 집에서 자고---샛서방은 울타리를 넘지 아니하고---본 서방은 마누라 뒤를 캐지 않고----과거지사는 서로 묻지 아니하고---어떻게든 가정을 수호 하려는 마음자세가 돋 보인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아야 할 것 같다~ㅋ
종수야! 제발 발병 배탈 번갈아 나라!
나도 참 훌륭하다. 알을 보더니 환장을 한건가? 외우지도 않은 장날 날짜들이 떠오른다.
1일 6일 증평장 청주장 - 2일7일 음성장 - 4일 9일 가은장 미원장 - 3일 8일 괴산장 진천장 -
5일 10일 내수장 청천장 ...달갈을 보더니 내가 갑자기 천재가 됐나 부다. ㅋㅋㅋㅋ
장날들이 머리 속에 꾀여 있는 걸 보니 내가 천상 장똘뱅인가?.. 계산도 빠르고...
근데 종수가 배탈이 나야 뎌~안 그러면 이 달갈들 한번에 다 삶어 처먹을 겨~~
세월은 참으로 덧 없는 유수라고나 할까?.
천출이가 첫 아 를 낳고 이틀이 지난 새벽부터 요란하다.
꼬꼬댁 꼬꼬꼬꼬 꼬꼬댁 꼬꼬꼬꼬 ~~~~~~~~~ ~
'꼬꼬꼬오 ~''꼬꼬꼬오 ~'
천출이와 옥돌이가 번갈아 목청을 높여 소리친다.
'딸낳슈우 ~~~아들났슈우~~~'
벌떡 일어났다. 눈이 번쩍 뜨인다.
어느 날 눈 떠보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처럼 오늘 나도 일어나 보니 부자가 된 것이다.
알 팔어 돼지 사고, 돼지 팔어 소 사고, 소 팔면 또 뭐 하지?
아 ~ 갑자기 부자가 된다니 머리가 복잡하다.
부자가 천당 가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 빠져나가기 만큼 어렵고, 또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 만큼
힘들다는데-------나는 천당 가야 되는 디~~~저 달갈이 앞길을 막네~~~~~
"옴마니반메흠~아미타불~~~
부처님! 종수에게 이문 쫌만 남기고 얼른 넘기게 해주세요~~~~~"(종수는 불자니깨 ~~~)
농사 일이 바쁜지- 식당 일이 바쁜지- 종수도 오쟎코, 요 년 놈들도 사랑 놀이에만 바쁜지 이틀에 하나
삼일에 두개 꼴로 알을 낳는다.
덕분에 산을 오르는 내 발걸음도 매(每) 힘차고 가볍다.
배낭엔 어느 날부터 완전 식품이라 불리 우는 달갈과 소금이~~~ㅎㅎ
순분이는 이사 올 때 일어 서지를 못했었는데 - 그래선가? 불행 하게도 석녀(石女)가 된 듯하다.
지 아를 낳지 못해선지 날이 갈 수록 천출이의 순분이에 대한 사랑이 식는 듯 발길이 뜸하다.
순분이는 항시 홀로 우울한데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대개 산란실이다.
모든 여인들이 둥지에 앉아 알을 날라 치면, 그 앞에서 알을 낳을 때 까지 서서 기다리다
알을 낳고 날개를 치며 서방의 환대를 받으며 그 여인이 자리를 뜨면,
그 둥지에 살짝 올라 알 위에 하염 없이 앉아있다.
그러다 다른 여인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워주고 또 앉았다 또 비워주고를
거의 종일을 한다. 불쌍하고 측은하다.
아 를 못나 자식이 없으니 서방늠이 천대를 하는가?! 아님 아 를 낳지 못하는 설움이 순분이를 아프게
하는 건가?!
얘네들의 갖가지 재롱과 기이한 행동들을 보다가도 순분이의 애절한 집착을 보노라면 맘이 아프다.
천출이와의 시도와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이 되니, 순분이도 천출이도 서로를 피하는 듯하다.
천출이는 순분이와 차옥이를 빼고도 아직 다섯의 아내가 있으니 삶의 변화가 크지는 않겠지만,
순분이의 맺힌 한은 외로움과 아픔으로 갈수록 산란 방에 집착을 하게 만드는 듯하다.
먹는 것이 부실하니 볼품 없던 누런 옷도 그나마 점점 윤기를 잃어가고, 슬픈 눈동자엔 삶의 의욕이
가물가물 하다.
참으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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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오니 낯익은 차 두 대가 집 앞에 서있다.
한약 방을 운영하는 친구 석이와, 닭들의 써포터 성완이가 어찌 날을 잡은 것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도착을 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산에서 내려올 시간을 맞춰서 말이다. ㅎㅎ
그런데 어쩜 먹성도 아주 비슷한 둘이 약속이나 한듯 한날 한시에 찾아 왔을까? ~
친구와 동생이 반가우면서도 그 끝 모를 먹성을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한다.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열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다지만, 그 중 덜 아픈 놈이 있을 듯 싶어 얼른 마음속으로 깨물어 본다.
몇 마리를 먹겠다고 할까?
그럼 이 이쁜애들 중 누굴 선택 해야 하지?? 아이 씨~~~도대체 덜 아픈 애가 누구지?.........
생각은 아직 골똘한데 시간은 사정 없이 지나간다.
"형님! 한 잔 해야 쥬? "
"해야지 그럼~그럴라구 온거 아녀?"
"형님 칼 좀 주세유~ 그 쌔큼 칼 어디 있쥬?"
"빅토리녹스" 뼈 바르는 칼을 성완이는 언제나 쌔큼칼이란다.
칼을 달라함은 술안주로 닭을 잡겠다는 뜻이고, 본인이 써포트 한 닭이니 먹을 권리 충분하고
또한 닭을 내 집에 보내 놓곤 오늘 처음 왔으니 더 위풍당당하다.
장갑을 끼고 면도를 해도 될 예리하게 날이 선 쌔큼 칼을 든 성완이가 어떤 걸 잡느냐고 재촉한다.
엉겁결에 저기 하고 내가 가리킨 곳은 산란 실이었다.
외로움과 슬픔으로 어차피 서서히 스러질 순분이의 생명이, 다른 동료 하나의 생명을 대신 할 수 있겠다 싶어, 순분이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 네 천수가 오늘 까지니 서러워 말고,
다음 생엔 좋은 곳에 좋은 인연을 갖고 태어 나라고 마음속으로는 축원 했다.
칼 든 성완이를 뒤 세우고 산란실로 순분이를 찾아가는데, 순분이가 모든 일을 짐작이나 한 듯 산란실을 나온다. 나는 눈짓으로 순분이를 가리켰고, 성완이는 칼을 고쳐 쥐며 뒷 일은 본인이 책음지겠다 한다.
주방에 들어와 물을 끓이며 갖가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성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형님! 여기 좀 나와 봐유! 형님! 빨리요----"
쟤가 왜 저러지? 하며 마당으로 나와보니 천출이가 꼿꼿하게 서서,
피묻은 칼을 들고 있는 성완이 앞에서 "꾸웩 꾸르르르---"요상한 소리를 내며
성완이를 노려보고 있다. 금방 이라도 후다닥 덮칠 것 같은 기세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완이와 석이의 가운데 서있는 천출이 앞엔 순분이와 난숙이가
가슴에 피를 흘리고 엎어져 있다.
천출이가 두 마누라를 발로 번갈아 잡어 흔들며 누워있는 얼굴에 대고 - 일어나라고 -
왜 이러고 있냐고 - 날좀 보라고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듯 "꾸꾸꾸-꾸꾸꾸-" 울부짖는다.
천출이의 그 애절한 부름에도 꼼짝도 아니하고 대답도 없는 순분이와 난숙이를,
천출이는 발로 흔들다 성완이를 노려보다 흔들다 노려보다를 반복한다.
죽었다는 것을 알까? 죽음이 무엇이라는 것을?
그런데 자기 아내들에게 무언가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성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걔네들 목을 땄을 테고, 천출이는 그것을 목격한 것 같다.
그러니 석이는 뒤로 둔 채 성완이에게만 바싹 쫒아가 고개를 빧빧하게 쳐 들고 그 행구납지 않은
눈을 부릅뜨고 아래 위로 노려보며 압박을 가하는 것일게다.
두 아내를 잃은 오열로 가득한 분노는 그것이 닭이라 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로 느껴진다.
천출이가 흡사 황산벌 계백장군 처럼 용맹하다. (鷄?백 장군)
금새라도 성완이와 사생 결단을 낼 것 같은 천출이 모습은 생사를 초월해 보인다.
그 당당한 모습이 거룩해 보이기 까지 한다.
그 위세에 칼 든 성완이가 조금씩 뒤로 밀린다. 아! 저것을 보고도 짐승을 하찮타고 할 것이냐?
사랑을 알고 사랑을 하며 부부의 연이 천륜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끼는 마음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똑같은 것을.....
"형님! 얘좀 어떻게 해봐유!" ㅡ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성완이가 내게 도움을 청한다.
그 소리에 천출이 감정에 푹 젖어있든 정신을 다듬고 천출이를 쫒았다.
"저리가 - 저리가 임마! 남은 네 마누라 들이나 잘 챙겨"
발로 궁둥이를 밀어 쫒으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가득하다.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쫒았드라면 천출이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다.
내가 이름을 잘 못 지어줬나? 왜 천출이에게만 이런 비극이....차옥이,순분이,난숙이...
옥돌이 네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만 사는데..............
"천출아!
다음 생엔 천하게 닭으로 태어나지 말고,
좋은 곳에 태어나서 무던한 마누라들 많이 얻어 한평생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라구!
그리구 이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내 많은 수탉놈 설움 잘날 웂다구 그라더라~ 그러니 그러려니 하구 살어 천출아!"
그날 천출이의 애절한 사랑과 분노가 더 이상의 살생을 막았다.
천출이에게서 받은 연민의 정이 둘의 끝없는 식욕을 여지없이 꺾어 놓았던 것이다.
날이 가고 - 내 마음도 가고 -
나의 행적도 산에서 머무는 시간이 이틀 사흘 나흘 길어진다.
그러니 얘네들 밥 차림이 부실해 진다.
키우는 동안 풍요롭고 질 높은 삶을 약속했던 나의 소망이 무색하다.
홀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내게 이제 저 애들이 짐이 된다.
같이 지내는 동안은 나의 얼마를 나눠줘야 함이거늘......
통 코빼기도 뵈지 않던 종수가 닭 가져가란 말에 하얀 자가용 트럭을 몰고
질풍처럼 고개를 넘어왔다.
여전히 기름끼를 얼굴에 흘리며 히죽이 웃는다.
"왜?..."
언제나 처럼 느릿한 말투로~
"닭 가져 가라구? 후회 안할려? 다 잡어 머그라구?."
시집 올 때 마냥 발이 묶여 그 트럭에 실려 인심 좋고 산수 좋은 충북 땅,
'청천면 솔뫼'로 이사가는 애들을 보니 가슴이 짠 하다.
더 잘 해 줄 걸...
산모랭이를 돌아 고개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트럭을 보니
애들의 모습이 자꾸 어른 거린다.
차옥이, 천출이,옥돌이,영자,묘옥이,지숙이 일심이 단심이,뭉자,옹녀,.....................
시원 섭섭하며 홀가분하다. 이제 또 거칠 것 없는 산 생활이 되겠지.
한판은 족히 될 그놈들이 남겨 논 알을 보며 행장을 꾸린다.
이제 얼마 후에나 집에 돌아 올런지.....
평범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얘들아 안녕!
끝
첫댓글 '닭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 있네요. 예전에 글 잘 지으신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겠어요. ㅎㅎ
한편의 소설 같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요.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어도 재미있어요. 닭에게 공감하는 사랑과 정과 아픔과 슬픔 ㅡ그리고ㅡ경파 선생님의 측은지심과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표현력과 '그냥'이 될 수 있는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시는 놀라운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마지막을 읽으며 뭉클해지는걸 보니 이야기 속 천출네와 옥돌네들과 정이 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또 이별은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경파선생님 글 잘 읽고가요. 저도 이번에 임시보호하는 유기견과 곧 이별해야할거 같아요. ㅠㅠ
작은 동물이지만 이별은 참 슬프네요.
잘 해주지 못한거 같아 마음도 많이 쓰이구요.
강아지가 좋은 곳으로 잘 갔으면 좋겠어요.
ㅎㅎ
얼굴두 뵙지 못한 경파샘^^;;
1편과 2편~~
느낌이 전해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