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골치 아픈 녀석
불과 5~6 년 전만 해도, 중,고생 남학생들의 두발은 귀 덮지 않게 상고머리와 스포츠가 대부분이였다. 별 주문사항 없이 기존의 모양새만 보고 살짝 묻고, 헤어스타일을 시술 했었다. 허나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스타일을 물어보고 시술해 줘야 한다. 그만큼 자아의식이 강해졌다는거겠지만, 혀를 내두를만큼 까다로운 아이들을 대할때면 피곤하다는 의식이 가슴을 치고 뇌리에 불꽃을 일으킬때가 종종 생긴다. 멋을 제대로 알고 있다던지, 아니면 본인의 스타일이 정제되어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어린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연예인등등-. 공중 메스컴 매개체로 인해 무한한 변화를 요구한다. 거의가 유행하는 흐름에 너도나도 할거 없이, 무작정 따라 가려한다. 어제 왔던 녀석이 A/S 받으러 왔다. 구렛나루와 앞머리. 뒷머리중 학교 규정에 의해 걸리면, 하루 시간을 두고 A/S 시한을 두고 있다, 혼자오기 멋쩍었는지 친구 한 명 까지 대동하고 왔다.
" 아줌마, 1cm만 더 짤라 주세요!." " 또 왔니? 어이쿠, 이넘아야,그러니까, 어제 이모(아줌마)가 더 짤라야 된다고 말했지? " 이만큼이면 안 걸릴줄 알았어요. 아,쓰벌~좃~나 !열,받네 (쫑알쫑알~) " " 용선이 너 지금 뭐라고 말한거야? 이넘이.! 너 앞으로 그런말 그렇게 쉽게 하면 A/S 없다. 알았냐?" " 네!." " 그리고, 너 아줌마한테는 피곤한 학생 손님이라는거 아니? " " 몇 번 말씀 하셨잖아요.그래두 올거예요" " 왜 오는데..? 나같으면 구박 받고 안오겠다야" " 애기때부터 왔잖아요. 그리구요 중요한건요. 아줌마가 제일 머리 잘 해주거든요." " 뭐야. 이넘의 자식이.. " " 아무렇게나 해주세요,앞머리는 완전히 짧게 해주시고요.,구렛나루는 하얗게 해주시고요, 뒷머리는 울프컷 해주세요.그리고요, 귀바퀴는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귀 윗머리는 파지 마시구요." " 주문도 많어, 대충 알겄다. 오늘 요구 수준이 높으니까 가격은 따블로 받는다.지금부터 입 다물기다.너 계속 중얼 거리면 민둥머리 만들어 버린다..?"
" 헤헤..설마요."
중3 인 이녀석은 갓난아이때부터 단골로 다니는 학생이다. 6학년때부터 머리숱이 적으면서도, 곱슬머리이기에 헤어스타일에 꽤나 신경 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이미 개멋은 들어서 이럴까 저럴까. 문열고 들어 왔다가 나가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안절부절 어떻게 해야될까, 할까,말까 수십번 망서리다가 마지못해 주문했다가도 번복하기 일쑤다. 성격이 좋은건지, 내가 편한지 모르겠지만 좀체로 귺어도 토라질줄 모르는 아이다. 뒷머리를 펴본다며, 오늘은 안면 몰수하고 고데기 좀 빌려 달란다. 귀여운 악동 같아서 어릴때부터 익히 보아왔던 아이라 그러거니하고 봐주자 하다가도 따꼼하게 뒷통수에 한대 쥐어 박아 버리고 싶을때도 있다.
요즘 아이들중 헤어스타일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애가 종종 있다. 선생님 눈을 피해 되도록이면 길게, 여차하면 담 넘어서라도 단속을 피하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미용실에 와도 될수 있으면 아주 조금..또 조금만 짤라 달라고 요구한다. 사나흘 사이에 단속에 걸리면 뒷머리 ,구렛나루 머리카락을 공짜로 A/S를 해 주었더니 그걸 이용하여 점점 통밥을 굴리며, 두번 세번으로 서비스 받고 싶어한다. 귀여운 녀석들이다. 아마도 죽을때까지 그 아이 기억의 필름속에 나라는 아줌마가 학창시절 추억의 일부분을 차지 할게다. 아름다운 추억속으로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을터이니 항상 이 녀석들한테 나쁜 이미지는 심어주지는 말아야 할 게다
6. 어느 여인의 난동
12 여년전 이곳에 가게 오픈하고서 바쁜 나날중에 하루였다. 점심 때를 지나 한꺼번에 손님이 밀려서 정신 없는 와중에, 걸쳐 입었던 검은 자켓을 어깨에 들쳐매고 들어오는 폼이 '나 쌈닭이요!'라고 써 붙여 놓은듯한 여인이 들어 왔다. 언뜻 첫인상이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닌 조심해야겠다는 경계심리가 먼저 작용했다. 30여분 동안 차례를 기다릴때 몰래 슬쩍슬쩍 표정을 보니, 마치 싸움하러 온듯한 비장한 표정까지 엿보였다. 차례가 되어 젊다기엔 나이가 있어 보이고, 늙었다기엔 나이가 어려 보이는듯한 여인의 헤어 손질은 내 차례가 되지 않아서 직원 미스'리가 하게 되었다. " 미스리, 그 손님 상담 잘하고 해드리세요. 머리결이 많이 상했고, 다른 미용실에서 퍼머했을때 고무줄 자국이 많으니까" "네.언니!."
그때는 한창 복고풍 퍼머가 유행했던 시기라서 그 여인네 역시 복고퍼머를 한 상태였고 컷트를 요구했다. 직원과 상담하는듯 하더니 시술은 시작되었고, 컷트는 완성되었지만, 이미 손상한 머리결에다. 퍼머말때의 고무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미 퍼머로 손상된 머리카락은 컷트로는 어떤 방법이라도 무효하다. 박박 밀어버린다면 모를까. 요즘은 손상모발로 경화 작업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재생도 하지만, 그때는 손상부위 머리카락이 다 자라서 짤라 내는 방법이 최고 일 뿐이였다. 이럴땐, 미리서 뒷머리를 뒷거울로 보여주며 충분한 상담을 하고, 시술 해주어야만 니탓 내탓 없이 넘어 갈 일인데, 충분한 상담을 하라고 귀뜸까지 해 주었는데도, '얼만큼 길이로 컷트 해 드릴까요'로만 얘기하고 컷트부터 능숙하게 해 버린 후 였다. 컷트 마무리하고 드라이한 후에 손님이 뒷머리를 봤다면 좀더 괜찮을수 있었는데, 이 여인네 미리 거울을 달래서, 뒷모습부터 봤던 것이다. 그러다가 염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옥신각신 큰소리가 나고 서로 삿대질까지 하면서 돼지(?) 목딴 소리까지 내지르기에,그 손님과 직원의 쌈박질 목소리가 내 비위를 살살 건드렸다. 차겁고 굳은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 미스'리, 잠깐만 기다려봐. 손님 거기 자리에 앉아보세요." " ---.(씩씩)" " 어디가 맘에 안드신거예요?" " 이게 뒷머리가 뭐냐구요? 이 미용실 실력이 이거밖에 안돼요? " " (이런 빌어먹을, 일부로라도 소리 내 지르는거 보니 너 내 가게 손님 많아서 일부러 강짜 부리려고 왔구먼,아니면 누가 보냈나? 어라? 그러고 보니 워쩐지 아래집 미용실 주인 닮았네? ) 아, 뒷머리가 맘에 안드세요? (거울로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저번에 파마 어디서 했어요? 완전히 왕 초보자가 손님 머리 갖고 연습했나보네요. 퍼머 약도 손님 머리결에 맞지 않은 값싸고 독한 약으로 했구먼요.그리구, 파마 완전히 싸구려 했네요? 퍼머 잘못했을때의 가장 안좋은 점은 고무줄 자국인데요.? 오늘 컷트선이 고무줄 자국을 건드리지 않을수가 없었거든요. 저는 하던 손님 해드려야 하니까 드라이하고 나면 스타일엔 전혀 무리 없어요. 집에서도 드라이 잘 하실거 아녜요? 멋쟁이시니까." " (험상 궂은 표정으로) .네 드라이는 좀해요!." " 네. 한 두어달은 고생 해야겠네요. 드라이 잘 하고 다니세요. 미스리, 이 손님 다시 꼼꼼히 손질해주고, 머리감겨서 드라이로 마무리 해드려요."
드라이로 마무리한 스타일을 보니, 썩 괜찮아 보였다. 얼굴은 저나 나나 어글리라서 내세울건 없었다. 그런데, 이 여자 손님, 또 직원한테 삿대질 하며 큰소리로 강짜를 부리기 시작했다
" 이게 60년대 머리지 요즘 머리냐구 글쎄,아휴 신경질나서 못살겠어, 완전히 아줌마잖아요!" " 뭐가 어때서 그래요? 이쁘잖아요?" 이번엔 도저히 더이상 두사람을 다 비위 맞출수가 없었다. " 미스'리, 조그만 조용히 해봐, 손님.? 60년대식 머리가 어떤 헤어 스타일인지 아세요?" " 뭐라구요? 이 아줌마 웃기네" " 뒤에 앉아 계신 손님들 눈이 더 정확할겁니다. 자꾸 뒷모습을 보고 탓을 하는데, 다른 손님들이 손님의 뒷모습을 보고, 이미 판단하고 있을겁니다!." " 허,참, 웃겨서..! 이런 실력으로 미용실 차린거야?" " 뭐야...?이런, XXX XX년 같으니라구. 야,,한 성질 한다고 이 근처 어느 미용실에서 일당 주고 보냈나 본데, 번지수 잘못 찾았구먼, 일당 얼마 받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누구 닮았네, 야..! 너 까불지 말고 당장 나가, 너 집 전화번호 대 봐. 내가 잘못 짚었다면 너네 집에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할테고, 한 달 동안 내내 내 가게 앞을 지나 가는거 한번도 못봤는데 어느 아파트에 살어..? 삼신? 현대? 목화?" " 그냥 근처에서 살아요!." " 글쎄. 어느 아파트냐구 ? 일 끝나고 찾아갈테니 얼른 대봐. 어디 사는데...? 이근처에 산다면 이쪽으로 안 지나가진 않을테고 말이야!"
욹그락 붉으락 말문이 막힌지 얼굴만 뻘개지드니 아무소리 못하다가 손님한테 이리 대해도 되냐며 다소 목소리가 작아지며 컷트값이 얼마냐고 묻는 거 였다.
" 2만원 입니다!" " 네..? 참 나. 컷트값이 뭐가 그리 비싸요?" " 대학가에서 일할땐 내 손님한테는 3만원씩 받았거든요. 그리고, 손님처럼 멋도 모르고 멋 부리는 피곤한 멋쟁이한테는 동네라지만 더 받아야지 않겠어요? 스트레스도 왕창 받았고, 벌써 컷트 세 번 이상했고. 샴푸 2번. 드라이 두 세번 했잖아요."
이 아지매 무슨 빽 믿고, 큰소리쳤는지 모르지만, 지갑도 헐렁했는지, 탈탈 털어서 15,000원 밖에 없다면서 내민다. 냉정하게 말했다. 미용실에 처음 온사람이 쪽 팔리게 2만원도 없이 왔느냐, 집에까지 쫓아갈테니 집에가서 달라는 내 핀잔의 말에 주눅이 들어 이주머니 저주머니 뒤지드니 겨우 2만원을 맞춰주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때 이동네 여성 컷트값은 6.000 이였다. 나머지는 직원이였던 미스리 스트레스 해소비에 보태라며 다 줘 버렸다. 내가 너무 했다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여인네 동네에서 부딪혀 본적이 없는걸 보면 아마도, 누가,손님 많은 시간에 맞춰 훼방 놓으려 보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 의심은 의심을 늘 불러 일으켰지만, 알려고도 풀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묘하게 내게 도전장을 내밀던 값싸게 시술하던 아랫집 샘 많고 왕초보였던 원장이였는지 모른다. 불과 6개월만에 문 닫은-.
7. 저승길에도 머리는 단정하게
동네에서 가게를 하다보니,편중 없이 남녀노소 단골 구분이 없는 편이다. 언제 봐도 행색이 남루한 할아버지 한분이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오셨다. 아주 힘들게, 온 몸을 다리에 의존하여 걸어 오시는 할아버님이 약간 경사진 내 가게를 성큼 올라서시지를 못해서 간혹 서성거리기도 하셨다. 한눈에 봐도 행색이 너무 초라하여, 미용실마다 선뜻 문을 열어주지도 않을만큼, 몸을 씻지도 안으셨고, 머리도 한달은 안 감으셨는지 두피에서 생성된 피하지방이 뭉쳐 있고, 겉옷은 없고 내복만 입으셨는데, 누렇게 변하다 못해 아예 노랑색이 되어버린 지저분한 옷과 몸에서 나는 냄새마저 대단했다. 어렸을적 더한 행색으로 떠도는 거지들을, 항상 빈방으로 남아있는 초가집인 우리집 행랑채에, 추운 겨울날 하룻밤씩 재워준 기억이 뚜렷한 나로서는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얼른 바깥으로 나가 손을 잡고 올라 오실수 있게 도와주며 모셨다. 손님들도 직원도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아서 별 주문도 없이 말씀하시기도 불편하고 어눌한 말투로 짧게 머리카락을 컷트 해 달라 하신다. 일단은 샴푸후라야 컷트선이 보일것 같아서 위생장갑 끼고,두어번 샴푸로 문질러 감긴 다음, 후다닥 5분도 걸리지 않고, 마무리하고, 굳이 집에가서 감는다 하셨지만, 항상 머리 감겨 드리는거 시간 걸리지 않으니 감고 가시라며 샴푸대에 앉게한 다음 다시 3 번정도 샴푸를 반복해 드린 다음 머리카락을 말려 드렸다.
" 할아버지, 집에 가시면 혼자 목욕 못하시겠으면 며느님한테라든지 아들한테 목욕좀 시켜 달라고 하세요. 알았죠? 몸이 개운하고, 깨끗해야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거예요.어디 사세요?" " 예,고맙소! 고맙소! 요앞에 기흥 아파트에 사는디, 얼른 죽어야 되는디 즉을수가 없어서 산 송장으로 사요. 다들 못할 일 시키며 이렇게 사요. 요모양 요꼴로..(눈물이 글썽글썽)"
이발 요금도 쪼끔 뿐이라며 3천원을 주시며 연신 미안하시다며 가신다. 생활이 힘들어 보이시는 할아버님이나 할머니들은 딱히 가격을 정해 놓지 않고. 당신들이 주는게 요금이다. 이또한 꼬깃 꼬깃 감추어둔 쌈지돈이 아닐까 싶어서, 일단 손질부터 해주고, 돈 달라는 소리를 못한다. 안받으려 하면, 그 또한 서운해 하신다. 무료로 봉사 써비스 받을수 있는 복지회관으로 가시라며 말씀 드리면 컷트가 엉망진창이라며 싫어 하신다. 그후에도, 그 할아버지 일 년여 오셨다. 매번 할아버지 컷트하신 다음은 바빠진다. 컷트보. 가위. 빗을 소독해야하고 방향제도 뿌려야 한다. 몇 해 전 어느 가을 햇살 좋은날 할아버지가 한 달 건너 뛰고 마지막으로 다녀 가셨다.
" 사장님, 오늘은 돈이 없승께 외상으로 해주시요, 다음에 꼭 갚으리다." " 아.네, 할아버지! 다음에 안주셔도 돼요. 이번엔 공짜로 해드릴께요. 요즘 식사는 잘 하세요?"
미안해 하시는듯, 고마워 하시는듯, 어려운 발걸음 옮기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도 할아버지를 통 뵐수 없었다. 저승길로 가셨나보다 생각만 하다가, 갑자기 그 할아버지의 며느리가 어떤 사람일까 보고 싶어졌다. 그 아파트 앞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아줌마는 강화도에 만여평 땅이 있고, 거기서 농사 지은거를 종종 가져와서 직접 기른 농삿물을 노점에 펼쳐놓고,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시는, 아주머니한테 여쭈었더니 그집 사정에 대해선 빠삭하게 알고 있다며 얘기를 해주셨다.
그 할아버지가 젊으실때 주정과 폭력이 심하셨다한다. 할머니 살아 계실적만해도 며느리한테도 떵떵 거리며 사시다가 할머니 돌아가시고, 2~3년 있다가 중풍을 맞으셨는데, 며느리, 아들, 딸 모두가 할아버지한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 할아버지 멀리 데려다가 버리지 않는것만도 다행이란다. 다녀 가신 날을 계산해보니 머리 손질하고 이틀 후에 저 세상으로 돌아가신듯 했다. 북망 산천 저승 가시는 길 단정하게 머리 단장하고 가고 싶으셨을까. 이승과 저승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종종 손님들의 삶을 통해 세상속 삶의 끄트머리를 본다.
8. 우울증 아주머니의 멋내기
디자이너급 직원이였던 미스'리가 그만두고 귀티나는 미스터 백이 내 가게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더운 여름날, 종이 한장도 들수 없을것처럼 전혀 힘이 없어 보이는 듯한, 50대 초반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젊은 아가씨 손님과 남학생, 여학생,그리고, 젊은 아지매들 비위는 잘 맞추는 미스터백이였는데, 하필이면 우울증에 걸린듯한 이 아줌마를 시술했다.
한참 동안 컷트하고, 감겨서 드라이하고, 또 컷트하고 드라이하고 1시간이 넘도록 그 손님한테 끌려 다니며, 화도 못내고 잔뜩 열받는지 진땀을 흘리며, 만족이 없는 아줌마한테 쩔쩔 매고 있었다. 뒷 손님은 밀려 있고 옆눈으로 슬쩍 보니,아무렇지 않는데도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미스터백의 단점은 적당한 선에서 손님에게 더이상 끌려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라서 종종 스스로 한계를 넘어선듯해서 간혹 걱정을 심어 주기도 한다. 스스로 그 스트레스에서 과감히 벗어나지 못하면, 주눅 들어 손님이 무서워 보일수도 있다. 손님들에게는 헤어 스타일이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손님들 또한 민감 할 수 밖에 없다. 손님에 따라 재빨리 성격을 파악한뒤 스타일을 본인이 정하게 하거나, 너무 버거울때는 미련 없이 내 단골로 만들려는 욕심을 일찌감찌 떨궈버리고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는것이 현명하다고 직원들한테 말해왔다. 그러다가 맘에 들면 여지 없이 단골로 자리 매김을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성실했던 미스터백이 그 아주머니한테 쩔쩔 매고 있었다. 몇사람 손질이 끝난뒤 자리를 옮겼다. 이미 컷트하고 드라이 완벽하게 한 상태라서 들어 올때보다 몇 배 더 깔끔하게 변한 모습이였다. 만질게 없어 보였는데도 웃지도 않는 맹한 표정으로 머리만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 아줌마. 어디가 맘에 안드세요?" " (개미소리마냥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윗쪽 머리가 길어요, 아이구,이래서 단골집으로 가야 한다니까?" " 아까는 윗머리 길다 안하고 뒷머리만 길다고 하셨잖아요? ( 가운데 머리만 잡고 싹뚝..) 또 어디가 길으신지 말씀해주세요." " ---.(이번엔 귀쪽을 만지기만 한다)" " 옆머리도 길어요?" " 네 .쪼끔요." " (옆머리만 잡고 싹뚝)또 어디가 길어요? (냉랭한 표정으로) 아줌마, 단골집이 있기는 있어요?" "--.( 빤히 쳐다보더니 대들기를 포기하신듯한 표정이다)" " 아줌마, 우울증 잘 치료하세요. 본인밖에 본인을 모르니까요." " 컷트비 얼마예요?" " 오늘 컷트 몇 번 한줄 아시죠. 성질 같아선 세 번 컷트한 가격 받고 싶지만 만원만 받을께요." " 다른 미용실보다 3000원이나 비싸네요." " 네.제대로 받으면 컷트비 7,000원 샴푸 3,000원.드라이 7,000원이예요, 합해서 17,000원 이예요." "----. " "( 미용사가 당신들 봉인줄 아나...ㅠㅠ) 참 , 아줌마 앞으로 미용실 가시지 말고, 가위 사다가 집에서 컷트 하세요. 컷트하기 아주 쉽거든요. "
이곳 가게에서 벌써 12 여 년 째이다. 써비스업 정신에서 벗어나긴 했어도, 불가피한 내 성격을 여지 없이 드러내 버린 이런날이 몇 번이나 있었는고 생각하니, 다행히 열 손가락 안에 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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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고 미용은 거저 돈 번다는 오해을 갖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고객들 ......무지하게 앙탈부리고 스트레스까지 푸는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당 요금을 설정해야 할 거 같죠? 그리고 분쟁 판별 정확성을 위해서 동영상 녹화도 필요할 거 같고.......에효...
요즘은 극손상모발 손님이 부득부득 우기면서 펌 해달라고 하면 사진과 함께 혹여 모를 분쟁을 위해 사진과 내가 빠쪄 나갈 말들은 간혹 녹취도 합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우기는 사람은 적은데 미용실에 와서 미용사에게 우기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는 미용사의 품격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