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일(5월 8일. 모슬포-송악산) 마라도 앞바다는 풍랑주의보
드디어 도보국토종주를 떠나는 날.
노노3인방의 장도를 빌어주느라 만류하는데도 새벽부터 김포공항까지 아내가 따라 나왔다.
"걷다가 힘들면 고마 집으로 돌아 오이소."
걱정스런 얼굴로 배웅을 해준다.
07:25.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제주공항 활주로에 바퀴를 내리고 멎자, 우리는 재빨리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마라도행 배가 떠나는 모슬포 달려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09:40. 기대와 설렘을 안고 매표소로 뛰어갔더니, 오 마이 갓, 이게 웬일! 간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풍랑주의보'가 발표되어 오늘 마라도 행 배는 못 떠난다고 한다. 이 무슨 청천병력이란 말인가?
매표소에는 이런 글이 붙어있다.
<풍랑주의보 발표>
풍랑주의보 발효: 2006. 5. 8. 08:00
구역: 제주도 서부 앞바다(서부연안, 가파도 연안바다 제외)
예상파고: 2-4m
풍속: 12-16m
풍향: 북동-=남동
해제예고: 9일 오전
선착장 옆에 있는 제주해양경찰서 모슬포출장소에 들려 알아봐도 마찬가지 얘기다. 오늘 꼭 마라도에 가야하니 어선이라도 한 척 내라고 생떼를 써 봐도 도리가 없다. 마음씨 좋게 생긴 젊은 소장은 우릴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마라도 행 배는 이곳 모슬포 말고도 인근 송악산 선착장에서도 운행된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이번엔 송악산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송악산 앞바다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늘 마라도 가기는 글렀구나. 일단 민박집부터 정하고 옆 식당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시켜먹었다. 제발 내일이라도 배가 떴으면 좋으련만…….
점심을 먹고 나서 오늘은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 우리 셋은 근처 송악산 트레킹에 나섰다. 송악산 분화구 오름을 오르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몸의 중심 잡기가 힘 들 정도다. 발아래로는 절벽, 바람에 굴러 떨어질까 봐 몸을 낮추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올랐다.
정상에 올라 깔데기 처럼 생긴 분화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바로 눈앞엔 거센 파도 속에 가파도와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저길 파도 때문에 못 간단 말이지?
민박집으로 되돌아와 내일을 위해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처음부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제발 내일은 배가 떴으면 좋으련만…….ㅠㅠ
<식사>
점심 : 된장찌개(송악산)
저녁 : 해물찌개(송악산)
*국토종주기를 종주 중에도 매일매일 '노노3인방 카페'에 올렸는데, 첫날 이 글은 식당 PC를 빌려서 올렸다. 국토종주기에 대한 주위 동료와 후배들의 댓글 성원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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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댓글>
<만보>만보도 지난 일욜 경남 통영 사랑도에 갔다가 비바람의 풍랑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 돌렸었지요. 내일은 해가 뜬다. NO老3인방의 국토종주~ 파이팅!!! 입니다. 06.05.08 19:07
<신현식>오늘은 섭섭하시더라고 푹 쉬시기 바랍니다. 내일을 좋은 일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06.05.08 19:08
<일도>만보형님 말씀대로 내일은 해가 뜬다는 생각으로 쉬시고 일정 잡으시기 바랍니다…….파이팅 입니다 06.05.08 20:31
<장화백>우리네 인생도 탄탄대로만은 아니지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후진을 하게 되고. 내일은 괜찮을 겁니다. 희망을 갖고 오늘 밤 푹 쉬세요. 06.05.08 22:27
<짬송>시샘 뒤에 얻는 사랑이 더 뜨겁다고 하대요. 가는 길 더욱더 다지라는 하늘의 뜻으로 여겨 조바심 마시고 느긋이 주무십시오. 내일을 위해……. 06.05.08 23:31
<김용우>출발점을 쉽게 보여주지 않네요. 그래도 여유를 가지시면 벌써 이긴 거라 생각합니다. 06.05.09 00:50
<wanju42>그리 하야 덕분에 휴식하시게 되었나봐요. 경치가 너무 좋아요. 부럽습니다. 나도 그리로 달려가고 싶어라 06.05.10 23:20
첫댓글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취항취소에 얼마나 당황하셨겠습니까? 그래도 내일 소식을 기다립니다.
처음부터 순조로운 일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실망하지 않고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