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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semite story 스크랩 요세미티 등반기
마운틴(김재만) 추천 0 조회 147 14.07.08 13: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악동회 홈피에서 가져온 글이지만

그곳에서도 다른곳에 있는글을 퍼온 글이라 정확한 출처는 모름....  ^^;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25일)
2001. 7. 25
부산-서울-인천-샌프란시스코-머세드-요세미티

아침에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교대 부실로 갔다.
돌도 지나지 않은 우리 아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대원들을 차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많은 선배님 후배님들이 오셨다.
차를 분승해서 김해 공항으로 갔다.
환송하러 온 선배님들과 점심을 먹고 기념촬영을 하고
모두 동그랗게 모여 손을 얹고 화이팅을 크게 한 번 외치고 탑승자 대기소로 들어갔다.
부산에서 서울로 아시아나 항공. 김포공항에 내리니 인천국제공항가는 리무진 버스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4000원.
인천국제 공항에 도착해서 싱가폴항공 카운터에 가니 아직 수속을 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여행자 보험을 들려고 하니 전부 비싼 것 밖에 없다.
여행사에서 들고 오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제일 싼 것으로 들었다(1인 10900원)
어차피 암벽등반시의 사고는 보험 혜택도 없으니...
국제전화카드를 사고 공항이용권.관광진흥개발기금권(1인 25,000원)도 냈다.

탑승수속을 하고 배낭을 위탁했다. 수화물이 32kg까지라 했는데 엄격하지는 않다.
출국보안심사,출국심사를 하고 대합실에 대기했다. 세관신고를 한답시고 가지고 가는 카메라, 비디오카메라를 꺼냈더니 도로 집어 넣어란다. 신고할 가치도 없는 구닥다리라서 그런가.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막 이륙하려던 비행기가 엔진 이상이라며 다시 공항으로 들어와서는 1시간 30분을 지체했다. 무사히 미국까지 갈 수는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다. 오후 4시에 예약을 해 놓은 렌트카는 늦게 도착해도 ?찮을런지 걱정된다.

오후 8시 45분에 비행기가 떴다. 기내식, 의외로 맛있다. 싱가폴항공에 여승무원 중에는 한국사람도 몇명 있다.
한국 사람도 많이 탔고. 반바지 반팔을 입었는데 에어콘을 너무 세게 틀어서 담요를 덥고도 덜덜 떨었다. 기내식으로 저녁을 먹고 또 같은 날 점심을 먹었다.
갈때는 하루를 벌고 올때는 하루를 손해본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오후 3시 30분에 도착. 빨리 입국심사를 마치려고 서둘렀다.
비행기안에서 그 어렵다는 미국 입국 심사를 잘 마치기 위해서 인터뷰 준비에 입국 심고서도 꼼꼼히 적었는데 비행기가 연착해서 그런지 몇 마디 대충 묻더니 통과시켜준다. 조금 허탈한 기분. 공항에 배홍이 동생 배련 그리고 그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함께 hertz 렌트카 사무실로 가서 7인승 미니밴을 빌려서 다시 공항 출구로 돌아왔다. 홍이 동생이 쌀과 김치, 김밥까지 준비를 해와서 너무 고마왔다. 그리고 SF의 헤이워드까지 차로 길을 안내해주고 미국 도로 지도책도 제공해주었다. Thanks you.
국제운전면허증으로 미국을 달렸다. 쭉 뻗은 도로, 산등성이에서 휙휙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이다. 비행기 도착 시간이 오후라서 렌트를 2일간 하게 되었다. 버스로는 하루에 요세미티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비용도 별로 차이가 나질 않는 것 같고. 7인승 미니밴은 우리 나라 카니발 보다 조금 작았지만 7명이 타고 짐을 넣고도 거뜬했다.
저녁 9시가 되니 주위가 컴컴해졌다.
머세드에서도 한참을 가다 마리포사(나중에 알았음)를 요세미티 공원으로 생각하고 한참을 헤매다 다시 출발. 요세미티 공원에 들어가서 요세미티로지, 커리빌리지에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방을 구하려다 너무 비싸서 캠프 4의 레인저 사무실 옆에 텐트를 치고 그냥 자기로 했다. 아침에 레인저 오기 전에 걷기로 하고. 한 밤중에 캠프 4를 찾느라고 어지럽게 차로 빙빙 돌았다.
12시가 다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산에서 출발해서 하루만에 요세미티 캠프 4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이 뿌듯해서 간단히 한 잔 하고 취침. 생애 최고로 길고도 먼 하루였다(7월 25일이 41시간이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26일)
2001. 7. 26
캠프 4 사이트 배정. 렌트카로 글레이셔포인트.

6시에 기상해서 텐트를 정리했다. 레인저 사무실 앞에 벌써 줄을 서기 시작한다. 몇 사람은 줄을 서고 태신형과 차로 빌리지 스토어, 커리빌리지의 장비점에 갔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기다렸다가 스토어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아침 식사. 12번 사이트를 배정받았다. 한 사이트에 6명까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7명인 우리는 1명을 줄여서 6명으로 야영료를 지불했다. 그래서 레인저가 텐트에 나타나면 한 사람은 다른 곳으로 산책을 나갔다. 2000년 1인 1일 야영료가 3달러 하던 것이 올해는 5달러로 오른 모양이다.

렌트카로 글레이셔 포인트에 갔다오기로 했다. 5분쯤 차를 몰고 가다 엘케피탄 앞 도로에 내려 구경을 했다. 처음 본 순간 그 크기와 높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야, 너무 크다."
노즈 코스가 멋지게 눈에 들어왔고 등반하는 팀도 눈에 띈다.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가다 차를 대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길래 내려보니 요세미티 계곡의 엘캡과 하프돔이 한 눈에 멋지게 들어온다. 요세미티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그 장면이었다. Tunnel view. Wawona Tunnel을 지나서 동쪽으로 한참을 더 가서 Washburn 포인트에 도착 요세미티 계곡과 하프돔을 구경했다. 요세미티 계곡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하프돔이 정말 아름다웠다. 조금 더 가서 글레이셔 포인트에서도 하프돔과 계곡을 내려다 보았다. 여기서는 하프돔 북벽이 더 잘 보였다. 요세미티 계곡의 최고봉 답게 하프돔은 웅장했고 특이한 모습만큼이나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엘캡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오후에는 커리빌리지에 있는 장비점에 들렀다. 고심하다 캠어랏 4호를 하나 사고 마이크로 너트(스토퍼)를 낱개로 4개 샀다. 국내에서 만들어간 홀백이 작은 것 같아서 노스페이스의 큰 홀백을 하나 샀다. 깎아서 217 달러. 부산의 장비점에서 17만원 하는 외제 홀백을 사려다가 미국 가면 더 싸겠지 싶었는데 후회가 된다. 장비점을 둘러봐도 빅월 등반시에 쓰는 똥통(?)이 안보이길래. 똥통은 없냐고 물어야 되는 데 영어로 표현을 못해 전부 횡설수설. 손짓발짓 하다가 광훈이가 손으로 앞을 가리키며 "number one", 똥누는 시늉을 하며 "number two" 했더니 영어는 못알아듣고 바디랭기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통은 팔지 않고 종이 봉투에 담아서 비닐에 넣어 오거나 벽 아래로 던진다고 한다. 모두들 광훈이가 한 number one, number two 영어에 배를 잡고 웃었다. 고등학교때 영어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이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표현도 있다고 한다. 장비점에 점원들은 왜 몰랐는지 모르겠다. 영어 공부 좀 해야될 것 같다.

저녁에는 미국 맥주(요세미티에는 별로 싸지도 않음)를 맛있게 먹고 닭도리탕도 해먹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27일)
camp 4 wall 등반, 머세드에 렌트카 반납, 엘캡정찰

camp 4 근처에 있는 암벽에서 훈련을 하기로 했다. camp 4에서 걸어서 요세미티 빌리지 쪽으로 5분쯤 걸어 가니 작은 암장이 나왔다. 가는 크랙이 뚜렷하게 나와 있는 코스를 2개 골라서 등반을 했다. 여기는 크랙 코스는 대부분 중간에 확보물이 하나도 없다. 스스로 후렌드나 너트를 설치해가면서 올라야 한다. 비교적 확보물이 설치가 잘 되고 중간 중간 자유 등반이 가능해서 어렵지 않게 1피치를 끝냈다. 어제 새로 산 홀백에 이것 저것 집어 놓고 홀링을 했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광훈이는 국내에서 제작해 간 홀백을 올렸는데 홀백이 구멍이 났다고 한다. 석수와 나는 렌트카를 갖다주기 위해 10시 40분에 camp 4를 나왔다.

요세미티 들어올때는 밤이라서 못봤던 경치를 구경하며 달렸다. 공원 입구에서 들어올때 못냈던 차량비를 냈다. 연료가 얼마남지 않아서 초조하게 주유소를 찾으며 달렸다. 한참을 달려 주유소를 찾아냈는데 셀프라서 기름 넣는 방법을 몰라서 주인에게 대신 좀 넣어 달라고 했다. 친절하다. 휘발유값은 우리 나라의 1/3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마리포사에 오자 주유소도 많고 가격도 제 각각이다. 일직선으로 쭉 뚫린 길을 따라 양옆으로 초원이 끊없이 펼쳐지더니 아주 조그만 도시 머세드가 나왔다. hertz 렌트카 사무실 주소만 갖고 여기저기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고 가르쳐준대로 찾아가지도 못하겠다. 우연히 엠트랙과 버스 터미널인 transfo를 발견하고 거기에 들어가서 물어 보았다. 터미널 직원인 40대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하게 지도까지 꺼내서 가르쳐주었다. 차를 반납하기 전에 수퍼마켓에서 시장을 보았다. 요세미티 보다는 비교적 가격이 싸다. 식량을 다시 trasfo에 맡겨 놓고 또다시 물어물어 겨우 hertz 사무실을 찾았다. 아주 작다. 직원이 렌트한 차로 우리를 다시 trasfo에 데려다 준다. tip이라도 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5시 30분이 넘어서야 버스가 도착했고 요세미티까지 가면서 구석구석 자주도 정차를 했다. 요세미티 로지에 내리니 벌써 9시. 캠프에 가니 동본형하고 효일, 병재만 있고 태신형, 광훈이는 없다. 오후에 엘캡 정찰하러 갔단다. 노즈 코스를 보고 East Buttress를 보러 갔단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조디악을 등반 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는지 계속 조디악 이야기다. '조디'에 '악'소리 날정도로 여렵다나.

모두들 바쁘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한 하루였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28일)
살라테월 1피치, 모비딕 1피치, East Buttress 3피치 휙스.

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공원바깥쪽으로 걸어서야 엘캡에 다다랐다. 어제 차로는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오늘부터는 뚜벅이 신세다. 엘캡이 처음 보았을때 보다는 조금 작아진 느낌이다.

살라테월 1피치와 모비딕 1피치를 등반하기로 했다. 살라테월은 내가, 모비딕은 광훈이가 선등을 했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살라테월(요세미티의 전설적인 등반가인 로얄 로빈스에 의해 엘캡에서 노즈 다음으로 등정된 코스)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흥분되었다. 물론 1피치 뿐이지만. 쉬운 울퉁불퉁 페이스를 지나서 사선으로 길게 뻗은 크랙을 따라서 등반했다. 쉽지 않다. 고정 확보물이 하나도 없으니 심리적 부담감도 많이 생긴다. 아직 후렌드나 너트를 확실히 믿지 못하겠다. 열심히 인공등반을 했다. 보기에는 경사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붙어보니 거의 직벽이다. 크랙이 가늘어지면서 난감했는데 하켄을 박은 자국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조금 크게 나 있어서 너트(와이어스토퍼)를 설치하기에 아주 좋았다. 1피치가 거의 50m가 넘는다. 고정시키고 최태신, 이동본, 배효일 차례로 주마 등반을 했다. 광훈이가 붙은 모비딕은 상단에 크랙이 아주 넓어지면서 장비 설치를 못해 반침니 상태로 고전을 했나보다. 캠랏 4호를 챙겨가지 않아서 힘들었단다. 석수, 병재 쥬마 등반.

오후에는 East Buttress를 몇 피치 정도 휙스를 쳐 놓기로 했다. '노즈'를 지나서 동쪽벽을 바라보며 걸었다. 어제 귀가 아프도록 많이 들었던 조디악도 보았다. 이쪽의 벽들은 대부분 크랙도 별로 없는 뺀뺀한 직벽 내지 오버행이다. 조디악에도 자일이 쳐져 있고 포타레지가 걸려있다. 변기로 사용하는 듯한 통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사람은 멀리서 꼬물꼬물 등반하고 있다. 포타레지도 카퍼헤드같은 장비도 없는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벽을 따라서 절벽이 나올때까지 30분쯤 걷자 East Buttress가 나왔다. 아래부분은 나비암같은 느낌이다. 침니도 그렇고 크랙도 그렇고. 광훈이가 선등을 했다. 3피치 초입에서 고전을 하더니 추락. 머리부터 추락해서 커리빌리지 장비점에서 산 핼맷으로 엘캡을 꽉 쥐어박았다. 엘캡도 핼맷도 광훈이 머리도 무사했다. 3피치까지 휙스 치고 하산.

내일 East Buttress 등반을 위해 밥도 술도 빨리 먹고 취침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29일) - East Buttress
East Buttress (13피치) 1일 등반, 최태신,신병건,김석수,차광훈,배효일,장병재 6명 등반.

하루에 6명이 East Buttress를 등반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당일로 끝내기 위해 홀백 없이 점심과 물, 오버복을 각자의 어택배낭에 다 넣었다. 6명이 전부 어택배낭을 하나씩 다 지고 새벽 5시 30분에 캠프를 출발했다. 7시에 등반을 시작. 3피치까지 모두 열심히 쥬마링. 내가 선등을 했다. 4, 5피치는 아주 쉽다. 무명릿지같다. 그런데 6피치부터는 제법 어렵다.전구간 자유 등반이 가능하다지만 그럴 처지가 아니다. 피치 종료지점도 불분명하고 종료 지점같은 곳도 기존 확보물이 없어서 후렌드, 너트를 이용해서 확보를 보았다. 개념도와 초크 자국을 보면서 등반을 했는데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장비가 모자라서 2번이나 중간에 피치를 끊고 장비를 보충받고 다시 등반을 했다. 인공 등반과 자유 등반을 섞어서 하니 등반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땡볕이라 무지 덥고 물도 많이 들거라 생각했는데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불고 햇볕도 간간이 가려져서 등반하기는 비교적 좋았다. 물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먹히질 않았다. 오후 7시 10분에 6명 모두 정상에 도착했다. 간단히 먹고 기념촬영하고 하산 시작. camp 4 방향으로 비스듬한 경사를 타고 내려 가니 슬랩 상에 슬링이 걸려 있는 큰 소나무가 있길래 자일을 걸고 광훈이랑 같이 하강하는데 멈추란다. 나무가 통째로 흔들린단다. 으씨. 자일을 풀고 더 동쪽으로 붙어니 걸어가는 길이 보인다. 더 내려가니 소나무에 굵고 긴 코드슬링이 있는 하강지점이 나타났다. 두명씩 하강. 날이 깜깜해졌고 오버행 하강이라 쪼린다. 벽 중간에 하강용 볼트가 있고 다시 한 번 하강. 누가 자일을 하나 기증했는지 하강용 휙스가 쳐져 있는 곳에서 3번째 하강. 급경사 계곡을 따라 열심히 걸어서 밤 9시 50분에 도로에 도착. 10시 20분에 캠프 도착. 동본형이 시원한 맥주로 우리를 반겨주신다. 석수가 무전기 하나를 하강중에 날려먹었다. 아깝다.

♣ 6명이 등반한 방식 : 선등자가 피치를 종료하고 자일을 고정시켜놓으면 세컨이 쥬마링을 해서 장비를 회수하고 2동의 자일을 갖고 와서 자일 하나는 선등자에게 건네 주고 다음 피치를 끊고 3번째가 다시 자일을 공급해주는 방법으로 등반을 했다. 선등자 외에는 5명이 모두 주마링을 했다. 장비는 자일을 5동 사용했고 선등자가 후렌드 2조, 너트 2조, 퀵드로 10개, 카르비너 10개, 런너 다수, 레더 2개를 갖고 갔고 후등자가 조금씩 더 챙겨서 피치에 따라 보충해주었으나 피치 종료지점에 후렌드와 퀵드로를 계속 걸어 놓았기때문에 갈수록 장비가 부족해졌다. 회수해서 선등자에게 전해주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질 않았다. East Buttress에서 홀링 연습 및 비박 연습도 할까했지만 미리 힘을 빼지 말자는 의견과 쥬마링 연습과 하강루트 파악에 더 큰 목적을 두었기에 홀링없이 당일 등반으로 마무리지었다. East Buttress는 비교적 쉬웠다. 루트파인딩을 잘 하고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을 적절히 나누어서 하면 많은 인원이 당일로도 등반이 가능할 것 같고 장비에 여유가 있다면 2명씩 나누어서 등반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30일)
휴식 및 장비 점검

휴일이다.

캠프 4에는 사람들 외에도 식구들이 많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다람쥐들이 먹이를 구하러 온다. 사람들이 흘린 음식 찌꺼기를 먹는다. 처음에는 다람쥐들이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몰려 다니는게 신기하더니만 나중에는 성가시게 여겨진다. 살이 디룩디룩 찐 놈도 많다. 다람쥐가 가고 나면 요상하게 생긴 새들이 또 먹이를 찾아 헤맨다. 곰은 그림자도 못보겠다. 자동차나 텐트안에 음식을 놓아두면 곰이 습격을 한다는데 다 옛날 이야기가 아닐까.

여기와서 제일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여권이나 현금이 든 지갑들을 등반 하러갔을때는 어디다 보관을 해야 하는지 큰 걱정이었는데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텐트안에 두어도 아무도 손을 안된다. 캠프 주변에 장비들을 널어 놓아도 아무도 손대는 이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물건이 아니면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캠프에 자전거가 한 참 동안 세워져 있길래 주인이 없나 우리가 좀 빌려 탈까 했는데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주인이 찾아갔다.

캠프 4의 시설을 조금 언급하면 캠프사이트 하나에 6명이 최대로 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 같으면 30명도 넘게 텐트를 치고 잘 정도로 넉넉하고 넓다. 사이트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고 나무와 철재로 만들어진 식탁(6명 정도 앉을 수 있다)과 의자가 따로 2개 더 있다.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고정된 화덕이 하나씩 있다. 화장실건물에는 수세식 좌변기 3, 소변기 2, 세면대 3, 그리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수도 시설이 있고 장애인을 위한 간이 샤워시설도 있다. 좌변기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6개씩 걸려 있는데 쇠막대를 가운데 꽂아놓고 열쇠로 잠궈놓아서 휴지를 풀어 사용할 수는 있지만 통째로 빼갈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여기도 화장실에는 온갖 낙서가 가득하다. 사방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니까 주로 칼로 ?어서 낙서를 많이 해놓았다. 전부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한글로 몇 자 적을까 하다가 말았다. 매일 오후 2,3시쯤 되면 청소를 하는데 청소를 한 뒤에 가면 화장실이 깨끗하고 좋다.

캠프의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친절하다. 콩글리시로 물어도 정성껏 열심히 답변을 잘 해준다. 캠프 4에는 클라이머들이 많긴 하지만 일반인들도 많다. 일반인들이 조금 소란스럽다. 이곳 클라이머들은 배낭대신 볼더링할 때 부상방지를 위해 바닥에 까는 푹신한 매트리를 2단으로 접어서 많이 매고 다닌다. 접은 매트리스 중간에 장비를 넣고 다니기도 하고. 빌레이시트도 의자의 아랫부분을 자른듯한 모양의 편안하고 재미있는 것을 쓴다. 포타레지도 각양각색인데 4각돔(텐트)처럼 생겨서 캠프의 나무에 달아놓고 거기 들어가서 자는 이들도 있다.

백인 남자들은 웃통을 대부분 벗고 다닌다. 바지도 내려서 입고 다녀 엉덩이가 다 보일려고 한다. 여자들은 부라자 같은 걸 그냥 내놓고 입고 다닌다. 다리가 무지 길다. 뚱뚱한 사람들은 너무 뚱뚱해서 걸어다니는게 신기할 지경이고 날씬한 사람들은 또 아주 날씬하다.

볼더링을 했는데 이곳 화강암은 굉장히 미끄러워서 암벽화가 밀린다. ?드도 미끄럽다. 그래도 이곳 클라이머들은 잘 한다. 우리는 잘 되지 않는데.

맥주가 싸다더니 그렇지도 않다. 버드와이즈가 우리 입맛에 딱 맞는데 한 캔에 1달러가 조금 넘는다. 여기 수퍼는 조금 비싸다. '킹코브라'라는 맥주가 싸고 양도 많고 맛도 있다. 한 캔에 0.69달러.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7월 31일) - 하프돔북서벽
월 31일

camp4-하프돔북서벽, 북서벽 4피치 휙스(김석수 선등), 북벽 아래서 비박

하프돔을 등반하기 위해 요세미티 로지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아침 8시. 신병건, 김석수, 차광훈, 배효일 4명이 등반을 하고 태신형, 병재는 지원조로 따라나섰다. 16번 미러레이크 정류소에 내렸다. 8시 30분. 정류소에서 내려 조금 가다가 경희대 보고서대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소로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말들이 다니는 길이라 온통 말똥과 흙이 뒤섞여 색깔도 먼지도 너무 불쾌하다. 가뭄이라 그런지 미러레이크도 보이질 않는다. 요세미티 폭포가 한 방울도 떨어지질 않는 걸 보면 미러레이크도 물이 마른게 아닌가 싶다. 돌무더기도 정확히 구분이 되질 않는다. 태신형이 길을 살피러 가서 한참만에 돌아왔다. 휙스 로프를 하나 확인하고 돌아왔단다. 사람이 다닌 흔적과 휙스를 보고 길을 찾아 걸었다. 길이 가파르고 험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휘스를 잡고 오르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휙스 자일이 4번 나왔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북서벽 초입에 도착했다. 북서벽 초입에 샘이 있다고 해서 물을 하나도 지고 오질 않았는데 정말 있을지 걱정이었다. 없다면 어프로치 중간에 흐르던 물을 떠와야 되는데. 그러나 다행스럽고 신기하게도 맑은 샘이 있었다.

하프돔 "Regular North West Face" 의 스타트는 요세미티 암벽 루트북과 경희대 보고서의 것이 달랐다. 요세미티 루트북은 직등 루트를 표시한 것 같다. 직등 루트는 보기에도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경희대 보고서의 거꾸로 자란 소나무를 보고 등반을 시작했다. 오후 3시 정각. 석수가 선등을 했다. 시원 시원하게 자일이 잘 빠져나간다. 2번째로 신병건, 3번째로 장병재, 4번째로 배효일이 등반을 했다. 2, 3피치도 석수가 주로 자유 등반으로 쉽게 쉽게 올라갔다. 비교적 쉬운 페이스와 크랙의 연속이었고 확보물 설치도 쉽다. 4피치는 인공 등반. 4피치까지 휙스를 하고 하강. 오후 5시 50분. 식량이 적다고 툴툴거렸더니 태신형, 병재가 저녁도 먹지 않고 하산을 한다. 함께 벽아래서 비박을 하고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했는데.

저녁으로 4명이서 과일캔 2, 칠리캔, 미싯가루, 빵을 나눠 먹었다. 배가 고프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작은 코펠과 버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면도 몇 개 있었으면 좋겠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때쯤 사람 소리가 났다. 하프돔 북벽에 오면서 계속 들렸던 사람 소리의 정체는 2명의 미국 클라이머였다. 북서벽 왼쪽의 당일 코스를 했는지 등반을 하고 다시 북벽 밑으로 하산을 했다. 지금 내려 가느냐니까 내일 아침에 간단다. 비박.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서 누웠는데 낙석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잠이 들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1일) - 하프돔 북서벽
월 1일 맑음

05: 40 기상, 06:50 등반 시작, 19:00 15피치 완료, 11피치 비박. 차광훈 선등(5~15피치)

어제 휙스한 4피치를 쥬마링 하면서 등반을 시작했다. 하프돔 북벽은 오전 내내 그늘이라서 제법 쌀쌀한 느낌이다. 모두들 아래 위로 긴 옷을 입고 등반했다. 나는 반바지를 입고 등반을 했는데 다리가 서늘했다.

광훈이가 경희대 보고서의 하프돔 부분을 찢어서 열심히 탐독하면서 등반했다. 보고서의 피치별 내용이 거의 교과서다(바이블로도 불렀다). 아마도 경희대팀은 등반하면서 피치를 끊을때마다 기록했던 것 같다. 오후 1시 30분쯤 되자 햇볕이 들어왔다. 그늘에서 등반하면서 따뜻한 햇볕이 그리웠는데 따뜻하고 좋다. 10피치 볼트벽이 볼트 간격이 멀다고 해서 광훈이가 특수 고안한 치터스틱을 쓰려고 했는데 무난히 볼트를 걸 수 있어서 텐트 폴대로 만든 치터스틱(폴대 스카이훅이 맞을 것 같다)은 사용하지 못했다.

빅월에서 처음해 보는 홀링. 석수, 효일이 홀링한다고 죽을 고생이다. 트래버서 구간이 많고 걸리적 거리는 암각이 많아서 더욱 힘들다. 홀백을 트래버서 시키다가 몇 번 옆으로 날려버렸는데 그래도 새로 산 홀백은 아주 튼튼했다. 발로 밟아서는 홀백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석수가 미니 트랙션을 설치하고 체중을 실어서 온몸으로 홀링을 했다. 라스트는 홀백 뒷자를 쳐주면서 쥬마링을 했다. 홀백 뒷자도 충분히 길어야 트래버서할때 유리하다. 대여섯 피치를 홀링해보더니 요령이 생겼는지 이제는 홀백이 아주 잘 올라온다. 국내에서 홀링 연습을 거의하지 않았고 요세미티 와서도 겨우 1피치 정도만 했기때문에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자일 처리가 뛰어나고 힘좋은 석수가 너무 잘 한다.

11피치에 4명이 조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비박지가 있었다. 여기서 비박하기로 하고 시간이 남아서 15피치까지 등반을 해서 4피치를 휙스시키고 내려왔다. 테라스에 4명이 걸터 앉아서 저녁을 먹고 비박 준비를 했다. 벽을 바라보고서 테라스 오른쪽에 큰 크랙이 뻗어있어서 거기다 볼일(쉬)을 보았다. 엉덩이는 테라스에 등은 바위벽에 다리는 벽아래로 내린채 요세미티 계곡을 쳐다 보았다. 해가 지고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니 계곡의 로지, 호텔, 캠프촌의 불빛들이 이쁘게 반짝거린다. 석수, 광훈이는 담배가 없어서 아주 섭섭해 했다. 술도 없고. 생전 처음 해보는 바위벽에서의 비박.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다가 잠자리가 불편해지면서 여기를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간사함. 조금이라도 편해보려고 버둥거려보지만 별 묘안이 없었다. 참을 수밖에.

물을 1인당 1일 약 2리터씩 준비했는데 오전 등반중에는 쌀쌀해서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오후에 햇볕이 든 뒤에도 갈증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남는 물을 많이 마셨다. 하프돔 등반시에는 1인당 1일 1.5리터만 준비해도 될 것 같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2일, 상) - 하프돔 북서벽
07:00 등반 시작, 17:50 24피치 정상 등반 완료, 18:25 하산시작, 21:25 16번 정류소(Happy Isles) 도착, 21:55 커리빌리지, 22:40 camp 4 도착, 신병건 선등(16~24피치)

오늘 24피치 정상을 목표로 쥬마링을 시작했다. 12피치에서 광훈이와 홀링을 했다. 둘이서 하고 식량과 물이 조금 줄었는데도 장난이 아니다. 16피치부터 선등. 크랙과 트래버서가 많다. 교과서에 바위장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든데 바위가 정말 책장처럼 여러 겹으로 큰 벽에 꽂혀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자유 등반과 인공 등반을 섞어서 했다. 한피치를 끝낼때마다 모자의 앞창처럼 튀어나온 정상부분이 점점 가까워진다. 요것 때문에 길찾기가 훨신 수월하다. 어떤이의 하프돔 등반기에서 이 오버행 정상부분을 다이빙보드라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20피치를 끝내고 교과서를 읽고 있으니 이 정상의 다이빙보드에서 금발의 여자가 머리를 내밀고는 우리를 한참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You are crazy."라고 그런다. '내가 보기에는 니가 더 미쳤다'라고 해주고 싶은데 영어가 딸려서 그냥 손만 흔들어주었다. 밑에서 보니까 자기 확보도 없이 600m벽의 오버행 꼭대기에 머리와 가슴을 내민 이 여자가 나보다 훨신 위태로워 보였다.
21피치, 그 유명하다는 Thanks God Ledge를 등반했다. 교과서에는 10~20cm의 밴드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넓은 것 같다. 처음 시작부분은 거의 30cm 정도 넓이인데 밴드가 거의 수평으로 20,30여미터 이어져 있다. 직등은 불가능해보이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Thanks God Ledge'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 Ledge를 처음에는 여유만만하게 걸어서 갔다. 그런데 중간쯤 가자 폭이 좁아지면서 벽에서 밀려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밴드 안쪽으로 난 크랙을 홀드로 해서 트래버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체면 불구하고 결국 엉금엉금 기고 말았다. 광훈이도 쥬마링하면서 처음에는 걷다가 결국 기고, 효일이는 끝까지 걸어서 건넜고, 석수는 홀백 트래버서 시키다가 머리를 잘 못 굴려 Ledge 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고 한참을 "살리도." Ledge 위의 3~4m 침니가 어렵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확보물을 설치할 수 없는 높은 고도에서 침니 등반을 한다는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22피치는 길게 늘어진 코드슬링을 이용해서 팬들럼을 해야 하는데 심리적 부담때문이진 생각보다 어렵다. 팬들럼하면서 볼트에 카르비너를 걸었는데 카르비너만 걸리고 손을 놓쳐버렸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퀵드로를 걸고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벨트에 매달고 가던 회기(약기)가 든 작은 색이 벽 아래로 날아가버렸다. 일순간 허탈함으로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작은 색에는 산악회기, 태극기, 우리학교 교기, 전교조분회기까지 들어있었는데. 정상에서 찍으려고 갖고 온건데. 홀백에 그냥 넣어 올건데 하는 후회. 일순간 뛰어내려서 주어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망의 24피치를 끝내고 정상. 확보물이 따로 없어서 큰 바위에다 자일을 둘러서 확보를 했다.
늦은 오후라서 그런지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존뮤어 트레일로 올라오는 하이커들이 많다). 사람들이 많았으면 조금 으시대려고 했더니. 정상은 정말 축구장같이 평평하고 넓었다. 오후 5시 50분 4명 모두 무사히 정상에 도착 기념촬영을 했다. 들고 찍을 깃발이 없어서 아쉬움이 컸지만. 밑에서 보던 다이빙보드같은 정상의 오버행에 나도 한 번 올라가서 내려다 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런데 2명의 백인 남자가 트레일코스로 올라와서는 우리를 보고 신기해 한다. 배낭도 없이 도로 내려가려고 하길래 요세미티계곡 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그런다. 5, 6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정상에서 비박을 할 게 아니라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2일, 하) - 하프돔북서벽
북벽의 반대편으로 철계단이 나 있었다. 15분쯤 내려가자 능선. 능선길을 20여분 따라가서 오른쪽 계곡쪽 큰길로 접어들었다. John Muir Trail 코스를 따라서 Vernal Fall을 지났고 Nevada Fall에 이르렀을때는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엄청나게 큰 소음을 내며 떨어지는 Nevada Fall을 뒤로 하고 16번 정류소의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휘청거리는 다리를 휘저어며 열심히 내려갔다. 9시 25분 정류소에 도착. 그러나 버스는 끊기고. 여기서 비박을 해야 되나 camp4까지 또 하염없이 걸어야 되나. 갈등. 그런데 지나가는 백인남녀 커플이 커리빌리지가 여기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단다. 그렇다면 커리빌리지 스토어에 가서 일단 맥주를 잔뜩 먹고 뒷일은 또 거기서 생각. 달리다시피 또 걸었다.
커리빌리지의 캠프촌에 도착하니 여기는 유흥가같은 분위기다. 10시 5분전에 상점에 들어갔다. 조금 있으니 밖에서 더 이상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닫았다. 아슬아슬하게 맥주를 24개를 샀다. 장비점앞 탁자에서 맥주를 벌컥벌컥. 그래 이맛이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가 아닐까. 먹고 있는데 셔틀버스가 저 앞에 와 있다. 효일이 보고 붙잡고 있으라고 또 뛰었다. "Please, stop."을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야속하게도 버스는 그대로 가버렸다. 미국인들은 봐주는 게 없다. 원리원칙대로다. 정류소에 쭈구려 앉아서 다시 맥주를 벌컥벌컥. 어 그런데 또 셔틀버스가 온다. 재수. 타고 조금 가더니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다 내리란다. 거기까지 밖에 가질 않는단다. 더 가야된다고 우기고 있으니까 외국 사람 둘이서 자기들도 camp4에 가니까 같이 걸어가잔다. 내가 지고 가던 큰 홀백을 뺏들어서 매고 자기가 갖고 있던 어택배낭을 나에게 주면서 앞장서서 걸어간다. ?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석수, 광훈이는 조금 나이가 든 외국인과 나와 효일이는 젊은 외국인과 동행을 했다. 이 사람들도 기분좋게 술에 취했는지 우리와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걸었다. 우리가 단어 몇 개와 손짓발짓을 다 동원해서 이야기를 하면 '이언'이라는 영국인 친구도 쉬운 단어 몇 개와 손짓발짓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21살이고 엘캡의 트리플 다이렉트를 등반했단다. 5.11급 정도를 하고 요세미티가 굉장히 멋지고 좋단다. 30,40분 정도(내 평생 외국인과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 하기는 처음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유쾌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캠프에 도착했다. 알고보니 이들 캠프는 바로 우리 옆이었다. 한국 소주를 몇 개 선물로 주었다.

캠프에 돌아오니 태신형, 병재가 반갑게 맞아준다. 10시 40분. 작은 변화가 있었다. 동본형이 장문의 편지를 남겨두고는 귀국하셨다. 조금 섭섭했지만 하프돔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정상에서 캠프까지 내려온 걸 자축했다.

하프돔 등반은 생각보다 쉬웠다. 쉬운 곳은 자유등반으로 과감하게 돌파해서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홀링은 트래버스가 많아서 조금 애를 먹기는 했지만 성공적이었고 경희대 보고서가 등반의 교과서 역할을 해주어서 길찾기가 한결 수월했다. 정상에 6시 이전에 도착하면 camp4까지 하산이 가능하다, 조금 힘이 들기는 하지만. 정상에서 비박하고 천천히 경치를 즐기면서 내려오는 것도 ?을 것 같다. 오전에는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 갈증이 많이 나지 않는다. 1인당 1일 1.5리터면 물은 충분할 것 같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4일) - 엘캐피탄 노즈(1~2피치)
8월 4일

11:15 엘캡으로 출발 12:10 엘캡 도착 12:35 'Nose' 등반 시작(최태신 선등) 14:00 1피치 완료 17:00 2피치 완료 18:00 하강 완료 19:50 캠프 도착

오늘까지 쉬기로 했는데 태신형이 캠프에 오래 있어서 좀이 쑤셨나 보다. 엘캡 'Nose' 4피치까지 휙스를 쳐 놓고 오겠단다. 최태신, 차광훈, 배효일, 장병재 11시 15분 엘캡으로 출발.
태신형이 선등을 해서 2피치까지 등반을 했다. 'Nose' 4피치까지 밑에서 보기에는 슬랩으로 보였단다. 그런데 붙어보니까 슬랩도 아닌 것이 등반이 어려웠나 보다. 가는 실크랙에는 프렌드 너트가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나있는 하켄 자국에다 장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등반을 해서 그런지 크랙이 반질반질 미끄러워서 장비가 제대로 잘 먹히질 않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두 번씩이나 추락을 했단다. 등반이 늦어져서 2피치까지만 휙스를 해놓고 하강.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엘캡에 간 대원들이 캠프로 돌아왔다. 태신형은 힘이 많이 들었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다. 노즈를 처음 하는 이들에게는 1피치가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고 그러던데 그말이 맞는 모양이다. 내일 'Nose' 등반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태신형이 내일 'Nose' 등반은 신병건, 김석수, 차광훈, 장병재 4명이 하란다.


최태신 기록

오늘까지 쉬기로 했으나, 나와 병재는 캠프에 죽치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루트에 대한 확인은 충분히 해 두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4피치 까지 끝어 놓고 내일 등반아는 대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 주고자 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득하다가 점차 큰 바위에 적응이 되는지, 생각보다 자신이 생겼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사실 오랬동안 등반을 안했고 훈련을 한다고 했으나,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생각을 너무 쉽게 해서인지 병재를 데리고 큰소리 뻥뻥치며(?)앨캡으로 향했다. 그런데 광훈이는 안심이 되지 않은지, 효일이와 함께 왔다. 노즈 초입은 정면에 있는 소나무부터가 1피치 시작이었다. 소나무까지 도달하려면 약15m정도 등반을 한뒤 소나무에서 일단 확보를 한 뒤 조금 올라가면 테라스가 나오는 데 그곳에서 1피치를 시작하면 된다. 크랙이 약간 왼쪽에 실크랙이 보이고 곧바로 위로 크랙이 나 있는데 중간 부분에 슬링이 달려 있는데, 바로 그 슬링이 있는 크랙으로 직상하면 된다. 크랙에는 곳곳에 확보물을 설치하기 까다로운 곳이 많은데 다행이 하켄을 빼낸곳에 설치하면 된다. 그러나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등반을 하면서 너무 많이 확보물을 설치해서인지, 빤질빤질하여 확보물이 자꾸 빠져나와 설치가 쉽지 않았다. 후렌드는 00호, 0호,1호,2호가 필요하며 같은 호수 2개 정도가 있으면 좋다. 그리고 이곳에는 후렌드를 설치한다기 보다는 구겨 넣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중간중간에 너트가 확실한데 주로 마이크로 너트가 쓰임이 좋았다. 결국은 생똥을 싸며 오르다가 2/3지점에서 후렌드가 빠지는 바람에 추락을 한번 먹었다. 2피치는 1피치에서 크랙을 따라 계속오르다가 긴 슬링이 보인다. 그곳에서 슬링을 잡고 오른쪽으로 팬들럼하면서 곧바로 크랙에 확보물을 설치한 다음 1피치와 같은 방법으로 오르면 된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크랙이 좁고 하켄자국에 확보물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좀 까다로왔다. 2피치 끝나는 부분에 약간 페이스 등반인데 끝 부분에 확보물을 설치하느랴 애쓰는 것 보다는 과감히 한두스탭을 올라 테라스로 오르는 것이 힘을 절약할 수 있다(역시 여기서도 후렌드 빠지는 바람에 한번 추락). 등반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인지 생각보다 조금 어려웠고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다. 4피치 끝는다고 큰소리 뻥뻥치고 나왔는데 2피치 끝내고 내려가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등반을 하면서 보니 4피치까지 끝어 주어야 다음날 등반하는 데 무리가 없음. 2피치까지 밖에 못했기 때문에 다음날 한밤까지 등반해야 일이 생겼음) 원래 등반할 대원은 4명으로 정했으나, 자면서 생각해 보니 도저히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석수 병건이 한테 의사를 물었다. 그런데 함께 가자고 격려를 하는지라 너무 고마웠다.(으그 귀여운 놈들) 아! 진짜 잠 잘올것 같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5일) - 엘캐피탄 노즈(3~12피치)
06:00 캠프4 출발 07:20 쥬마링 시작 09:00 3피치 등반 시작 22:10 12피치 등반 완료, 3~10피치 차광훈 선등, 11,12피치 신병건 선등

밤사이 마음이 변한 태신형을 포함해서 신병건, 김석수, 차광훈, 장병재 모두 5명이 엘캡 노즈를 등반하기로 하고 캠프 4를 나섰다. 어제 석수가 미리 봐 두었다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도로 오른쪽으로 오솔길을 따라서 걷다가 도로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난 숲길을 또 한 참 걸었다. 불이 났었는지 곳곳이 시커먼 재가 가득하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따라서 걷는 길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다. 엘캡 초입에 들어서기 전에 준비해간 물통에 계곡 물을 담았다.
광훈이를 선두로 쥬마링을 시작했다. 쥬마링하면서 1,2피치를 살펴보니 태신형이 고전할만 했다. 3피치부터 광훈이가 선등하면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었다. 3, 4피치 모두 1, 2피치와 비슷한 형태의 크랙이라 꽤 힘든모양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8피치 팬들럼, 크랙에 올라 붙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200여미터 높이의 직벽에 매달려 팬들럼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더 살 떨린다. 최대한 다운 클라이밍을 해서 크랙에 붙었다. 광훈이가 후렌드를 박았다 빼 가면서 등반을 했다. 추락하면 시계추처럼 왼쪽으로 떨어지면서 매달릴 판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체력 소모도 많았다. 10피치를 끝내고 나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광훈이가 많이 지쳐 보여서 11피치는 내가 선등을 했다. 날은 저물었고 랜턴을 켜고 등반을 했다. 급한 마음에 속도를 냈다. 재밍이 잘 되는 크랙이라 자유 등반을 많이 했다. 한 피치를 끊고 다음 피치를 끊었는데 불과 5미터 더 올라가니 12피치 돌트 타워가 나왔다. 비박지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인다. 5명이 모두 12피치에 올라서니 벌써 밤 10시 10분. 제대로 못먹은 점심까지 합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빵에 옥수수캔, 과일캔, 미싯가루 냠냠. 사진을 찍으려다 힘들고 귀찮아서 그냥 자기로 했다. 5명이 이렇게 무더기로 노즈를 등반한다는게 등반 속도때문에 사실 걱정도 되었는데 홀링조보다는 등반조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홀링조는 홀링을 다 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6일) - 엘캐피탄 노즈(13~22피치)
06:20 기상 07:30 등반 시작 19:10 등반 완료, 신병건 선등(13~22피치)

비교적 편한 밤을 보내고 눈을 떴다. 어제 땅바닥에서 볼때는 돌트 타워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는데 이제 위에서 내려다 보니 땅바닥은 까마득하다. 위를 쳐다 봐도 벽은 끝도 없이 아득히 먼 곳이다. 13, 14, 15피치는 비교적 쉽게 등반을 끝냈다. 15피치 엘캡 타워에 도착하니 평평한 테라스에 물통이 10개 정도 이쁘게 줄을 지어 서 있다. 제일 앞쪽에 있는 것이 최근 것이라 생각하고 갈증을 풀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뒤에 도착한 우리 대원들이 모두 여기서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개인 물통도 채웠다고 한다. 16피치는 침니 등반인데 중간에 확보물이 없으니까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힘들었다. 침니를 끝내고 요상한 탑과 같은 테라스에서 16피치를 끊었다. 17피치 시작은 볼트 길, 사진찍기에 좋은 곳이다. 장화(부츠)같이 생긴 크랙 상단에서 17피치 완료. 18피치는 부츠의 발등까지 하강. 그리고 Kingswing. 요세미티 오기 전에 노즈 등반 비디오에서 보았던 그 유명한 팬들럼 구간이다. 왼쪽의 크랙을 잡기 위해서 몇 십미터를 벽을 달려서 팬들럼하는 것을 보았는데, 자신이 없다. 자일에 매달려 팬들럼 하기도 힘든데 여기를 어떻게 자유 등반을 했을까? 한 손으로 자일을 잡고 시계 추처럼 힘껏 펜들럼을 했다. 건너편 크랙에 닿기 전 중간 쯤에 볼트와 슬링이 하나 보였다. 일단 거기에서 한 번 확보를 하고 더 하강을 한 다음 다시 팬들럼 시도 그러나 크랙에 미치지는 못했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너무 멀었다. 여러 번 할 수록 대담해지기는 커녕 간이 자꾸 작아지는 기분이다. 결국 포기하고 최대한 더 하강을 했다. 덕분에 크랙에 붙을 수 있었다. 재밍으로 오르다 그만 추락. 몸이 시계추처럼 오른쪽으로 사정없이 날았다. 사선으로 팬들럼하듯이 추락했는데 위에서 수직으로 몇 십미터 추락한 것보다 더 공포감이 들었다. 500미터 절벽 위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보니 온몸이 부덜부덜 떨리는 게 정신을 못차리겠다. 얼떨떨한 정신으로 다시 크랙에 붙어서 이번에는 후렌드를 박으면서 올랐다. 19피치를 등반하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홀링조는 기다리느라 지쳤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한 모양이다. 21피치에 도착하니 2단으로 된 비박지가 나왔다. 여기서 비박하기로 하고 비교적 쉬워 보이는 22피치를 휙스시키고 내려왔다. 사진으로 만 보던 대천정이 인상적이고 노즈를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21피치 비박지는 5명이 자기에는 너무 불편했다. 상단에 태신형, 중단(비스듬한 작은 테라스)에 병재, 하단에는 차광훈, 김석수, 신병건이 누웠다. 테라스가 좁고 비스듬하다 보니 자꾸 몸이 벽 아래로 밀려나간다. 다리가 허공이 떠니 쥐가 나려고 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잠을 깨고 앉으니 병재도 귀신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다. 밤새도록 미끄럼을 타면서 비몽사몽을 헤맸다.

비박 소감을 물었다. 태신형, "아무 생각이 없다". 석수, " 내일 빨리 일어나야지". 병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광훈, "빨리 내려 가고 싶다". 병재, "평지를 걷고 싶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7일) - 엘캐피탄 노즈(23~34피치)
06:10 기상 07:00 등반 시작 23:50 정상 등반 완료, 신병건 선등(23~34피치)

모두들 지난 밤 잠을 제대로 못자서 온 몸이 찌뿌둥한 모양이다. 22피치 쥬마링을 하고 23피치 그 유명한 대천정이 있는 피치에 붙었다. 초반의 직상 크랙은 같은 크기의 후렌드가 계속 사용되어서 밑의 장비를 회수하면서 올라갔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태천정은 중간 중간에 회수하지 못한 장비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등반할 수 있었다. 이 구간은 세컨이 등반하기가 더 까다롭다. 대천정이 제일 어려운 피치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24피치부터는 거의 직상 크랙의 연속이었다. 개념도 상의 A1 구간은 같은 크기의 후렌드가 사용되어서 위에다 박고 아래 것은 중간 중간 회수하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했고 A2 구간은 후렌드를 사용할 수 없는 미세한 크랙으로 마이크로 너트만이 사용되었다. 24피치 이후로는 거의 100% 인공 등반을 하다 보니 시간이 괴장히 많이 들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공 등반에 기계적으로 후렌드를 박고 셀퍼와 레더를 걸고 자일을 통과시키고 또 회수하고. 크랙의 크기를 보고는 기어랙에 걸어놓은 후렌드를 모두 팔꿈치로 들은 다음 한 번에 골라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가끔 크기가 맞지 않아 힘을 빼곤 했지만. 속도를 내기 위해 레더를 최대한 상단에 밟고 후렌드를 박은 다음 후렌드 끝을 손가락 끝으로 위로 쭉 밀어서 다문 몇 Cm라도 더 높이 설치하려고 했다.

또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홀링조는 28피치에서 비박을 했으면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악몽 같은 지난 밤의 비박은 또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늦더라도 정상에 가서 자자. 31피치부터는 랜턴을 켜고 등반을 시작했다. 후렌드가 잘 박히지 않길래 대강 박고 레더를 걸고 일어서다 그만 추락했다. 다행히 바로 아래쪽 후렌드에 걸려서 제동. 32피치는 자일이 잘 낀다길래 주의를 많이 했다. 크랙이 요상하게 생겼다. 32피치를 끝내고 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석수가 세컨으로 올라왔다. 33, 34피치를 한 피치로 끝낼 수 있고 비교적 쉬워 보이는 볼트길과 슬랩이라 이제 정상이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직벽 내지 슬랩의 볼트길을 기대했는데 33피치는 오버행 볼트길이었다. 한 밤중의 오버행 볼트길 등반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개념도 상의 볼트는 몇 개 되지 않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많았다. 후렌드에 걸어 놓은 카르비너도 다 쓰고 중간 중간에 밑에 걸어 놓은 것 까지 모두 회수했는데도 카르비너가 부족했다. 34피치 슬랩 구간이 꽤 길어 보여서 한 피치로 끝낼 수도 없었다. 결국 오버행 볼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 피치를 끊고 자일을 고정시켰다. 석수가 올라왔고 마지막 34피치 슬랩을 등반하고 정상 소나무에 확보. 시간은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 모두들 1000미터가 넘는 깜깜한 절벽의 끝자락에서 자일 한가닥에 쥬마 2개로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서 올라왔다. 오버행이다 보니 몸이 빙글빙글 돌면서 시커먼 엘캡벽과 요세미티 계곡을 번갈아 마주하면서 등반을 했다. 특히나 태신형은 뒤에 아무도 없고 혼자서 자일에 매달려 쥬마링 하다 보니 굉장히 무서웠다고 한다. 홀백을 포함해서 모두가 정상에 올라서니 밤 11시 50분. 새벽부터 장장 17시간을 쉬지 않고 등반했다. 정상에도 물통이 잔뜩 놓여있었다. 넓은 평지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게 정상을 올랐다는 기쁨보다 더 좋았다. 석수의 너무 맛있는 미싯가루 세이크와 옥수수캔, 과일캔을 먹었다. 소주가 없는 게 아쉬웠다. 등반하면서 태신형이 목이 말라 석수에게 물좀 달라고 사정을 하고 참다못해 홀백에 머리를 쳐박고 물을 찾았다는 이야기, 누구는 열나게 등반하는데 밑에서는 꾸벅꾸벅 졸더라는 이바구를 하면서 등정의 기쁨을 나누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8일) - 엘캐피탄 하산
06:10 기상 07:30 하산 시작 11:10 하산 완료 수영, 휴식

엘캡 정상에서 일출을 보았다. 지난 밤 찍지 못했던 정상 등정 사진을 캐시디랄록을 배경으로 찍었다. 부기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니 우리가 정말 정상에 섰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남은 음식과 물을 몽땅 먹어치우고 하산을 시작했다. 엘캐피탄 모서리 부분을 따라 나있는 길의 흔적을 찾아서 걸었다. 지난 이스트 버트레스 등반으로 하산 길을 찾기는 쉬웠다. 이스트 버트레스 종료 지점에서 아래로 넓게 펼쳐진 슬랩 상의 흔들리는 소나무에 매어져 있는 슬링을 태신형이 끝내 자르고 왔다. 흔들리는 나무를 슬링만 믿고 하강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이왕이면 소나무도 발로 차서 쓰러뜨려야 완벽한 것 아닌가? 이제 요세미티에서의 힘든 등반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요세미티 계곡물에 배낭과 옷을 던져버리고 풍덩. 이루 말할 수 없는 시원함, 상쾌함이다.
캠프4에 도착하니 효일이가 팔자 늘어지게 자고 있다. 어제밤부터 기다렸나보다. 빌리지 스토어에서 맥주와 고기를 사와서 엘캡 노즈 등반의 성공과 무사귀환을 자축하는 파리(티)를 벌렸다. 주영씨의 요세미티 등반기에 자주 나왔던 그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우리도 마셨다. 우리 평생 최고의 맥주 맛이 아닐까?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고 제일 멋진 빅월 루트라는 엘캡의 '노즈'를 우리가 등반해냈다. 다섯 명이라는 다소 많은 인원이 함께 등반했고 비교적 빠른 속도로 등반을 완료했다는데 조그만 자부심을 느꼈다.

** 제목: 미국 요세미티 등반기 (8월 9일)
오늘이 요세미티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캠프 사용기간이 만료되어서 어제 효일이가 새로 캠프사이트를 배정 받았는데 37번으로 하루를 받았다. 그동안 정들었던 12번 사이트를 떠나서 나무 그늘도 없는 37번 땡볕으로 옮겼다. 우리 사이트의 식량 박스와 식탁을 레인저 몰래 우리팀 묵인 하에 공짜로 사용하던 걸뱅이 클라이머들이 걱정되었다. 12번 사이트의 새 주인들도 계속 묵인해줄지.
그동안 미뤄왔던 빨래와 샤워를 위해서 Housekeeping Camp 장으로 갔다. 동전 빨래방에 빨래를 넣고 샤워장에서 열심히 목욕을 했다. 때수건(이태리 타올)을 가져 오지 않은 게 정말 후회가 되었다.
기념품을 사기 위해 빌리지 스토어에 갔다. 기념품의 대부분이 made in China다. 품질은 물론 디자인도 대부분 엉망이다. 열쇠고리, 달력을 많이 샀다. 후원금을 주신 분들에게는 너무 약소한 기념품이라...
캠프에 돌아오니 시애틀에 사시는 이모 가족이 다녀갔다. 8월 4일에 공중 전화로 어렵게(영어로 나와서) 콜렉트콜로 이모와 통화를 했는데 유타주로 휴가 오면서 요세미티에 잠깐 들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한국에 거는 국제 전화보다 미국내에서 전화 걸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동전으로 4달러 50센트를 넣어라고 하니 25센트 짜리만 해도 18개를 넣어야 한다. 핸드폰도 주가 달라지면 잘 터지질 않는 모양이다.
저녁에 고기와 양주를 잔뜩 사가지고 이모부, 이모, 사촌 동생들이 왔다. 머나먼 미국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기뻤다. 다른 대원들도 모두 자기 가족을 만난듯이 반가워했다. 요세미티의 마지막 밤이 이모님 가족 덕택으로 화려했다. 위가 놀래자빠지도록 고기와 양주를 많이 먹었다. 병재와 효일이는 영어와 우리말을 모두 구사하는 동생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고 태신형은 양주를 넙죽넙죽 받아마시더니 어느새 텐트에서 드러렁. 이모 가족이 돌아간 후 곰때문에 못했던 비박을 캠프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했다. 시원하고 멋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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