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는데, 양혜왕이 못 가에 서 계시니, 홍안과 미록을 돌아보고 말하였다.
"현자도 또한 이런 것들을 즐거워합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현자가 된 뒤에야 이런 것들을 즐거워할 수 있으니, 어질지 못한 자는 비록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즐거워하지 못합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문왕이 처음 영대를 경영하여, 한도를 헤아려 쌓으니, 서민들이 그 대를 쌓는지라, 하루도 되지 않아 그 대를 완성하였다. 처음 경영할 때 급히 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서민들은 이들이 아버지 일에 달려오듯이 하도다. 왕께서 영유에 계시니, 암수 사슴들이 그곳에 가만히 엎드려 있도다. 암수 사슴들은 살이 쪄서 번들번들하고 백조는 희고 깨끗하도다. 왕께서 영소에 계시니 아! 고기들이 연못 가득히 뛰논다.'
고 하였으니, 문왕이 백성의 힘으로써 영대와 영소를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백성들이 그것을 즐거워하여 그 대를 영대라 하고, 그 소를 말하여 영소라 하여, 거기에 있는 고라니, 사슴, 물고기, 자라들과 즐기니, 문왕은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겼기 때문에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경 탕서에 이르기를,
'저 해는 언제나 없어질꼬? 내 너와 함께 없어지자고 하였으니'
하였습니다. 백성들이 왕과 더불어 함께 망하고자 한다면, 비록 영대나 연못과 새나 짐승을 소유한들 어찌 홀로 능히 즐길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