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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忠淸道) 온양군(溫陽郡)
출처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9권 / 충청도(忠淸道)
동쪽으로는 천안군(天安郡) 경계까지 22리이고, 남쪽으로는 예산현(禮山縣) 경계까지 26리이고, 서쪽으로는 신창현(新昌縣) 경계까지 13리이고, 북쪽으로는 아산현(牙山縣) 경계까지 13리이고, 서울과의 거리는 2백 51리이다.
【건치연혁】 본래 백제의 탕정군(湯井郡)이었는데,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에 주(州)로 승격시켜 총관(摠管)을 두었다가, 뒤에 주를 폐하고 군으로 하였고, 고려 초기에는 온수군(溫水郡)으로 고쳤으며, 현종(顯宗) 9년에 천안부(天安府)에 붙였고, 명종(明宗) 2년에는 감무(監務)를 두었던 것을, 본조 태종 14년에 신창(新昌)과 병합하여 온창(溫昌)이라 칭호를 고쳤더니, 16년에 이를 다시 나누어 온수현(溫水縣)을 설치하였는데, 세종 24년에 임금이 온천에 거둥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고쳐 군으로 승격시켰다.
【관원】 군수ㆍ훈도 각 1인.
【군명】 탕정(湯井)ㆍ온수(溫水)ㆍ온창(溫昌)ㆍ온천(溫泉).
【성씨】 본군 정(鄭)ㆍ이(李)ㆍ방(方)ㆍ강(康)이 있으며, 윤(尹) 촌성(村姓)이다.
【산천】 연산(燕山) 군 북쪽 2리에 있는 이 고을 진산(鎭山)이다. 배방산(排方山) 군 동쪽 8리에 있는데, 산마루에 네 개의 봉우리가 똑같이 대치하고 있어 가장 기관(奇觀)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속칭 과안봉(過雁峯)이라 한다. 서달산(西達山) 군 남쪽 3리에 있다. 송악산(松岳山) 군 남쪽 23리에 있다. 화산(華山) 군 남쪽 11리에 있다. 거차라산(巨次羅山)ㆍ월라산(月羅山) 모두 군 서쪽 7리에 있다. 광덕산(廣德山) 군 서남쪽 13리에 있다. 가문현(佳文峴) 군 남쪽 30리에 있다. 포천(布川) 군 동쪽 7리에 있다. 천안군 풍세동(豐世洞)에서 발원하여 신창현 견포(犬浦)로 들어간다. 가리천(加里川) 군 동북쪽 1리에 있다. 그 근원이 셋이 있으니, 하나는 군 서쪽 전족령(全足嶺)에서 나오고, 하나는 가문현에서 나오며, 다른 하나는 군 동쪽 잉읍현(仍邑縣)에서 나오는데, 신창현의 견포로 들어간다. 온천(溫泉) 군 서쪽 7리에 있다. 질병 치료에 효험이 있어 우리 태조ㆍ세종ㆍ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거둥하여 머무르면서 목욕하였는데, 유숙한 어실(御室)이 있다. 신정(神井) 임원준(任元濬)의 긴(記)에, “천순(天順) 8년 봄 2월에 우리 주상(主上) 승천체도 열문영무 전하(承天體道烈文英武殿下)께서 남쪽으로 충청도를 순수(巡狩)하시면서 속리산(俗離山) 복천사(福泉寺)에 거둥하사 혜각존자(慧覺尊者)를 만나 보시고, 그 뒤 3월 초 1일에 온양군의 온탕(溫湯)에 거가를 머무르셨다. 그러한 지 4일 만에 신천(神泉)이 홀연 솟아올라 뜰에 가득히 흘러 찼다. 성상께서 크게 기이하게 여기시고 명하여, 그곳을 파니, 물이 철철 넘쳐 나오는데 그 차기는 눈과 같고, 맑기는 거울 같고, 맛은 달고도 짜릿하고, 성질은 부드럽고도 고왔다. 명하여 수종한 재상들에게 반포해 보이시니, 서로 돌아보며 놀라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또 서로 이르기를, ‘옛날에 없던 것이 지금 새로 생기어 탕정(湯井)의 물은 따뜻하고 이 우물은 차니, 이는 실로 상서의 발로이다.’ 하여, 8도에서 표문[表]을 올려 하례하고 칭송하니, 드디어 주필 신정(駐蹕神井)이란 이름을 내렸다.” 하였다.
【토산】 옻[漆]ㆍ대추[棗]ㆍ감[枾]ㆍ복령(茯苓).
【성곽】 배방산성(排方山城) 돌로 쌓았는데, 주위가 3천 3백 13척에 높이는 13척이며, 안에 우물 두 개가 있고, 군창(軍倉)이 있다.
【누정】 대청루(大淸樓) 객관 동쪽에 있다. 군수 최린(崔潾)이 중건한 것이다. 이숙함(李淑瑊)이 빙설루(氷雪樓)라 이름을 고치고 지은 기문이 있다.
【학교】 향교 군 서쪽 1리에 있다.
【역원】 시흥역(時興驛) 옛날에는 이흥역(理興驛)이라 호칭하였는데, 군 남쪽 8리에 있으며, 승(丞)이 있다. 본도에 속역(屬驛)이 일곱 개가 있으니 창덕(昌德)ㆍ일흥(日興)ㆍ급천(汲泉)ㆍ순성(順城)ㆍ흥세(興世)ㆍ장시(長時)ㆍ화천(花川)이다. ○ 승(丞) 1인이 있다. 애원(艾院) 군 동쪽 18리에 있다. 신원(新院) 군 동쪽 2리에 있다. 혹은 태산원(泰山院)이라고도 일컫는다. 망빈원(望賓院) 군 동쪽 13리에 있다. 용두원(龍頭院) 군 남쪽 24리에 있다. 송현원(松峴院) 군 동쪽 7리에 있다. 오산원(烏山院) 군 동쪽 10리에 있다. 임반원(任潘院) 군 동쪽 20리에 있다.
【불우】 과안사(過雁寺)ㆍ기린사(麒麟寺)ㆍ남산사(南山寺) 모두 서달산(西達山)에 있다. 목사(木寺) 배방산(排方山)에 있다. 외암(隈菴)ㆍ현우사(玄雨寺). 중암(中菴) 모두 화산(華山)에 있다. 석암사(石菴寺) 송악산(松岳山)에 있다.
【사묘】 사직단 군 서쪽에 있다. 문묘 향교에 있다. 성황사 연산(燕山)에 있다. ○ 고려 고종(高宗) 23년에 몽고(蒙古)의 군사가 와서 성읍을 포위하였는데, 아전 현려(玄呂) 등이 성문을 열고 나가 싸워 크게 격파하고, 적의 머리 2급(級)을 베었고, 화살과 돌에 맞아 죽은 자가 2백여 명이나 되었으며, 노획한 군기도 매우 많았다. 왕이 성황신이 음으로 도운 공이 있었다 하여 신호(神號)를 더 봉하였다. 여단 읍 북쪽에 있다.
【고적】 남산(南山) 고려 태조(太祖)가 유검필(庾黔弼)에게 명하여 양정군(陽井郡)에 성을 쌓았다. 이때 후백제의 장수 김훤(金萱) 등이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청주(淸州)를 침공하였다. 하루는 검필이 본군의 남산에 올라앉아서 졸고 있었는데, 꿈에 한 거대한 사람이 말하기를, “내일 서원(西原)에 반드시 변란이 있을 것이니, 마땅히 속히 가서 구원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검필이 놀라 깨어 청주로 달려가서 후백제의 군사와 더불어 싸워 격퇴하고, 독기령(禿岐嶺)까지 추격하여 죽이고 잡은 자가 3백여 명이나 되었다. 개흥부곡(開興部曲) 군 서쪽 14리에 있다. 상곡부곡(上谷部曲) 군 남쪽 13리에 있다. 목촌부곡(木村部曲) 군 동쪽 10리에 있다. 박산부곡(朴山部曲) 군 남쪽 12리에 있다. 독촌부곡(禿村部曲) 군 북쪽 10리에 있다. 묘산부곡(卯山部曲) 읍 동쪽 20리에 있다.
【명환】 고려 이성(李晟) 충렬왕(忠烈王) 때에 과거에 올라 감무(監務)에 임명되었다.
【효자】 본조 맹희도(孟希道) 효행이 있어 정문을 세워 표창받았다. 신창현(新昌縣) 인물 조에 자세히 나와 있다.
【제영】 필불영천용(觱沸靈泉湧) 이승손(李承孫)의 시에, “콸콸 영천이 솟아나는 것은, 활활 타는 화덕(火德)이 통함이로다.” 하였다. 교전상운합(郊殿祥雲合) 이숙치(李叔畤)의 시에, “들 밖의 궁전엔 상서로운 구름이 모여 가득하고, 신령한 샘에는 따뜻한 옥류(玉溜)가 맑구나.” 하였다. 행궁비수령(行宮非繡嶺) 이맹상(李孟常)의 시에, “이 행궁이 수령궁이 아니거니, 대가(大駕) 임행하신 곳 어찌 저 곤명(昆明) 땅이랴.” 하였다. 봉강토덕형(封疆土德亨) 박원형(朴元亨)의 시에, “읍호(邑號)를 올리니 천은(天恩)이 무겁고, 계역을 바로하니 토덕이 형통하는도다.” 하였다.팔영(八詠) 이숙함(李叔瑊)의 시와 그 서문에, “내가 산수(山叟), 영숙(永叔)과 같이 온천행궁(溫泉行宮)의 직려(直廬)에 입직하고 있으면서 때로 서하(西河)ㆍ고양(高陽)ㆍ언양(彦陽) 등 여러 상공(相公)과 더불어 왕복 수창(酬唱)하며 스스로 그 회포를 풀고 지냈는데, 영숙이 그 사이에 팔경(八景)의 제목을 얻어, 나에게 먼저 고체시(古體詩)를 지으라 요구하여, 장차 화교(和敎)의 장본으로 삼으려 하니, 그야말로 키질해 까부르면 쭉정이와 겨가 먼저 나가는 법이다. 이를 보는 자 그 나의 광참(狂僭)함을 용서하라.” 하였다. 행궁의 상서로운 구름[行殿祥雲] “봄바람에 어가(御駕)가 호서(湖西)에 거둥하사, 온천 이곳에 깊숙히 어연(御輦)을 머무르셨네. 궁전 위에 애애(靄靄)하게 떠오르는 구름송이, 상서의 광채가 흩어졌다가는 다시 모여든다. 북녘으로 아득하게 봉래궁(蓬萊宮)과 연하여, 성주(聖主)의 효성어린 생각 바라보는 가운데에 있네. 저 구름은 무정한 듯하면서도 도리어 유정한 것이런가. 하물며 다시 비를 주어 전공(田功)을 도움에랴.” 하였다.
○ 임원준(任元濬)의 시에, “바위 위의 꽃과 시냇가의 버들이 연(輦) 길에 비치니, 온천 한 지역에 봄이 길이 머물렀네. 봉가(鳳駕)가 때로 구천(九天)으로 좇아 내려오시니, 아름답고 이상스러운 상서가 모두 함께 모여들었어라. 상서로운 구름 욱욱(郁郁)하게 행궁을 뒤덮으니, 현란(絢欄)한 오색 광채 공중에 떠 있어라. 저 구름 흩어졌다 다시 모여 천지와 사방에 은택 줌을 알았노니, 만물이 힘입어 사는 공을 우러러 바라노라.” 하였다. 영천의 서액[靈泉瑞液] 이숙함의 시에, “화룡(火龍)이 길이 땅밑에 굴을 파서, 샘 길을 열어 놓아 맑은 물 솟아나니, 따뜻한 물 신령한 진액이 사람의 질병을 쾌히 다스려, 해묵은 난치(難治)의 병이 저절로 떠난단다. 세 전하[三殿] 욕탕에 하림하사 옥체의 피로 풀어 흩으실 제, 윤활하고 부드러운 약물 마음껏 끼얹으시니 떠오르는 저 물김은 연기가 아니다. 한 번 씻고 나시면 성수(聖壽) 계산하는 수가지[籌] 더 첨가했노라고, 서왕모(西王母)가 보낸 글을 푸른 새[靑鳥]가 전해 온다네.” 하였다.
○ 임원준(任元濬)의 시에, “따뜻하기 끓인 물 같고 맑기도 한없으니, 불덩이 땅속에 묻혀 때로 물이 솟는다네. 고질(痼疾) 낫게 하여 만백성을 구제할 뿐 아니라, 번뇌(煩惱)도 씻어버려 성체(聖體)도 조호(調護)하나니, 구름같이 피어오르고 옥 같은 것 퍼부어서 풀고 흩어버리시니, 화기도 애애(靄靄)하여 상서 연기인 듯하였어라. 남기신 윤택 나누어서 전답에 물을 대면, 여러 해 풍년든 칭송을 서로 전해 들으리라.” 하였다. 천주의 어선 반사[天廚分膳] 이숙함의 시에, “행궁(行宮) 안에 우리 님 주포(廚庖)에는, 바다 진미 가득하고 들나물도 가지가지, 날마다 호종한 신료(臣僚)들에게 반포해 내리시니, 팔진(八珍) 낙역부절(絡繹不絶) 중사(中使)의 발걸음도 수고롭다. 또다시 궁중 항아리의 우로향(雨露香)을 내리시며, 십분(十分) 취하라는 권교까지 있어 취광(醉狂)이 되어서는, 다 같이 이르기를 이 홍은(鴻恩) 갚을 길 없으니, 다만 축원하건대 저 능강(陵岡)같이 오래오래 장수하소서.”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타봉(駝峯 낙타 등에 산봉우리같이 솟은 살덩이. 진미로 일컫는다.) 웅장(熊掌)이 천주(天廚)에 가득하니, 심상한 고기와 소채 어찌 이에 비하랴. 은총 입어 나날이 팔진 진미 내리시니, 감격도 하지만은 도리어 분촌(分寸)의 공 없음이 부끄럽다. 하물며 궁에서 빚은 술 님의 향기 띠었는데, 금술잔에 가득 부으니 이 기쁨 미칠 것만 같구나. 어가 호위하고 돌아갈 기일이 멀지 않건만, 쌍궐(雙闕)을 바라보고자 높은 봉에 올라 본다.” 하였다. 신정에 새긴 빗돌[神井勒石] 이숙함의 시에, “세조 당년에 이곳에 임행하니, 행전(行殿) 뜰 한가운데 신정(神井)이 솟아났다. 호종했던 신하의 그 재예 진정 당대 제일이라, 성덕 칭송한 웅건(雄健)한 그 문사(文詞)를 한 붓으로 휘둘렀다네. 돌에 새긴 그 글자가 이제 벌써 깎이고 떨어져 나갔으니, 20년의 광음이 한 순간임에 놀랐노라. 자성(慈聖)께서 이를 측은히 생각하시고 중건하라 명하시니, 뒷날에 흘러 전하는 건 다시 태사(太史)의 붓대에 빙의(憑依)하리로다.”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살아서 성조(聖祖)를 뵈온 것은 진실로 만행한 일, 호종했던 그 당시에 이 온정(溫井)에 왔었노라. 찬 샘물 홀연히 두 온탕 사이에 솟아올라, 신에게 기록하라 명하시어 거친 문구 붓을 달렸었네. 20년이 채 안 되어 글자 이미 상하였고, 때 옮기고 세사도 변개되니 일순(一瞬) 인생에 함께 놀랐노라. 반짝반짝 한 치의 작은 마음, 다시 챙겨 눈물 뿌리면서 돌 다듬어 거듭 필적 실었노라.” 하였다. 광덕산의 아침 아지랑이[廣德朝嵐] 이숙함의 시에, “남녘을 바라보니 광덕산이 드높이 비꼈는데, 저멀리 새들만이 중천으로 지나는구나. 아침마다 저 아지랑이 뜻이 있어 뜨는 건가. 가늘고 가는 흰 깁[紈] 같기도 하고 다시 비단[綺羅] 같기도 하다. 저 아름다운 산속에 삼라(森羅)한 만상(萬象)을, 짚신 신고 가서 유상(遊賞)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어찌하면 화공(畫工)의 손을 빌려 한 폭의 산수도를 그려서, 그대의 고당(高堂) 흰 벽위에 걸어 줄까.”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첩첩이 반공(半空)에 가로질린 산봉우리 천길이나 높아서, 원숭이도 오르기 어렵고 기러기도 넘기 어려운데, 다만 가벼운 아지랑이 절정(絶頂)을 살짝 덮어, 아침이 오면 분연(紛然)한 풍경 만상이 삼라하다. 그 누가 무상(無像)한 것을 유상(有像)하게 하는고. 볼수록 그의 변태(變態) 그윽히 감상하기에 족하다. 어찌하면 저 연하(煙霞) 속에 사는 승려를 불러서, 함께 지팡이 이끌고 깊숙히 푸른 절벽 위를 탐색해 볼까.” 하였다. 공곶의 봄 조수[貢串春潮] 이숙함의 시에, “호서(湖西)의 큰 바다 물결 어찌 그리 도도(滔滔)한가, 해추(海鰌)가 봄 조수 보내오니 찬 물결이 일어난다. 남쪽 나라 조운(漕運) 배는 많기도 하다. 구름 돛대 만길이 하늘과 함께 높았어라. 해류(海流) 평온하게 하라고 풍백(風伯)을 단속하고, 밤낮을 계교 않고서 용산강(龍山江) 머리로 향해 간다. 만억(萬億) 자(秭)를 수송하여 국고를 높이니 우리의 세상 형편도 이미 서주(西周)와 같음을 깨달았노라.”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긴 강물 밤낮으로 도도하게 흘러, 천리 길, 만리 길을 넓은 파도 속 달려간다. 뇌성을 울리며 눈더미를 몰아치는 듯 기세 어이 그리 장하냐. 평상시에도 놀란 파랑(波浪)이 하늘과 연하여 출렁댄다네. 호서의 이곳은 물결이 평온타고 불리는 곳, 남방의 부세를 이곳에서 서울로 조운해 간다. 그대는 듣지 못하였나, 하늘엔 바람 없고 바다에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것, 성덕(聖德)의 감화가 어찌 홀로 서주(西周)만이 장하리.” 하였다. 송령의 찬 물결[松嶺寒濤] 이숙함의 시에, “온정(溫井) 서쪽 머리에 자그마한 한 고개, 엉성하게 늘어선 소나무들이 구름 위를 쓸고 있다. 큰 바람 세차게 불면 푸른 물결이 놀란 듯 일어나고, 그늘진 골짜기에서 음향이 생겨나면 나뭇가지들이 맑은 소리 내어 운다. 선계(仙界)의 학(鶴)이 여기 와서 깃들고 있어, 냉랭한 그 울음소리 밤마다 낮은 가지서 난다네. 내 한번 그 소리 타고 가서 진인(眞人)을 찾으련다. 상계(上界 천계(天界))의 관부(官府) 길이 설지 않으리라.”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사방에 산이 싸고 둘러 동문(洞門)은 작은데, 고개 위에 멀리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 정정(亭亭)도 하다. 서늘한 밤 자연의 음향이란 싫지 않은 법, 10리 밖의 파도소리가 나뭇가지에 울린다. 가늘게 흔들리는 섬세한 잎새는 검푸른 구름이 깃들어 있는 듯, 가볍게 흔드는 버성긴 가지에는 차가운 달이 나지막이 걸려 있고, 이내 바람 자고 풍운(風韻)이 처음으로 고요해 질 양이면, 흉금도 쌀랑해져 시몽(詩夢)이 희미하다.” 하였다. 보리 밭 두둑의 이삭 물결[麥隴秀波] 이숙함의 시에, “꽃은 자고 버들도 졸아 봄이 한창인데, 일도 없는 저 포곡새[布穀 뻐꾹새]는 농사에 힘쓰라고 뻐꾹뻐꾹 울어댄다. 가을 보리 구름같이 연하여 이삭 물결 이니, 단비 내려 하룻밤에 푸른 꺼럭이 늘어졌다. 절기 흘러 자리 자리 가을이 또 왔는데, 농부들 먹을 일 생각하고 기쁨이 먼저 가슴에 뛸 것이리. 천만 개의 마을마다 조석 연기 일어나니, 태평스러운 민간 풍경 춘대(春臺)에 올라 보는 듯하다.” 하였다.
○ 임원준의 시에, “밭보리 푸르고 푸르러 생의에 차 있는데, 평지와 산간에 부지런히 지은 것을 농부들은 함께 기뻐한다. 무성한 이삭들 한 대에 두 이삭씩 달렸으니, 높고 낮은 푸른 물결이 몇 겹이나 되던가. 일진(一陣) 화풍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만경(萬頃)의 누른 구름이 가을을 재촉하네. 우리에게 풍년 줌이 이로부터 시작하리니, 햇무리만으로 어찌 노대(魯臺)를 점치랴.” 하였다.
《대동지지(大東地志)》
【방면】 읍내(邑內) 끝이 5리. 동면(東面) 처음은 5리, 끝이 20리. 서면(西面) 끝이 10리. 남군내(南郡內) 처음은 5리, 끝은 10리. 남상(南上) 처음은 15리, 끝은 20리. 남하(南下) 처음은 5리, 끝은 15리. 일북(一北) 동북쪽으로 처음은 10리, 끝은 20리. 이북(二北) 처음은 5리, 끝은 10리.
【성지】 배방산성(排方山城) 배방산에 있으며 3천 5백 13척이며, 우물이 둘이 있다.
【궁실】 온천행궁 온천에 있으며 여러 임금이 머물고 갔던 곳이다.
[주-D001] 서왕모(西王母)……온다네 : 서왕모는 옥황상제의 첩이라 한다. 그 서왕모가 인간에 있는 한무제(漢武帝)를 사랑하여 밀회하려고 할 때에 파란새[靑鳥]를 보내서 선통하였다 한다.
[주-D002] 자(秭) : 자란 말은 우리 고어(古語)로 천억(千億)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