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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들어서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종류의 물리학 분야가 등장하였다.
이 분야의 연구범위는 매우 넓어 유체운동, 고체물리학, 플라즈마, 광학현상 등 물리학의 범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화학, 생물학, 전기공학, 기계공학 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심지어는 사회학 및 경제학과 같은 분야에도 혼돈현상의 연구가 도입되고 있다.
이같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들에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론이라는 공통된 접근방법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역학이나 전기회로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운동과 유체의 난류운동, 화학계의 반응시 나타나는 다양한 운동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은
계에 존재하는 비선형성에 의한다는 사실이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론은 이전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놀랍고도 아름다운 현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갈래질, 이상한 끌개, 혼돈에 이르는 경로, 간헐성, 프랙탈 등의 새로운 수학적 개념들이 제시되었고
이러한 개념들의 물리적 중요성 및 공학적 응용성은 아직 잘 이해되고 있지 못하며,
앞으로 우리들이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본 논문에서는 간단하지만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론의 중요한 개념들을 소개하여 이 분야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특성과 이러한 특성을 분석하는 수학적인 수단들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론의 응용에 대하여도 간단히 논의하였다.
I. 서 론
물리학의 주된 관심사는 물리계의 동적 현상에 관한 것이다.
물리계에 일정한 외부 힘을 가했을 때 계가 평형상태에 이르기까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또는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힘을 가했을 때 계가 어떤 운동을 보이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물리학 분야를 동역학(dynamics) 이라고 하며 뉴턴 이래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오랜 동안 있어 왔다.
동역학이란 외부 힘에 의한 물리계 - 앞으로 동역학계, 또는 역학계 (dynamical system) 이라고 부른다 - 의 반응의 시간변화를
실험 또는 전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하여 탐구하고 이로부터 이론을 정립하는 것,
또는 그 역과정으로 동역학 이론을 응용하여 동적 현상을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역학계는 외부 힘과 계의 특성에 따라 시간에 따른 변화가 없는 정상상태(stationary state), 일정 시간마다 상태가 반복되는 주기상태(periodic state),
또는 더욱 복잡한 준주기상태(quasiperiodic state), 혼돈상태(chaotic state) 등 다양한 상태를 보일 수 있고
이들 다양한 상태의 특성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 논문에서는 비선형성을 가진 동역학계 - 비선형 동역학계 - 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성질에 대하여는 과거 30년간의 연구를 통하여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어 왔고
이에 관한 참고도서들이 많이 발간되어 있어 비선형 동역학계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서는 새로이 비선형 현상 및 혼돈을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지금까지 알려진 비선형 동역학계에 대한 이론 및 분석방법, 이 분야의 최근 연구내용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II. 비선형 동역학계의 특성
동역학계란 넓은 의미로는 전체 자연계가 될 수 있다.
모든 자연계는 본질적으로 외부 자극에 대응하여 시간에 따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최종적으로 정상 또는 평형상태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시간에는 과도기적인(transient) 반응이 나타나게 되어
시간에 따라 계의 반응이 변화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동역학 연구에서 관심을 갖는 동역학계는 좁은 의미의 동역학계로,
이는 계가 미분방정식이나 이와 유사한 수학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자연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동역학계의 예는 무수히 많으며 외부 자극에 따른 계의 반응에 따라 크게 선형 동역학계와 비선형 동역학계로 구분된다.
비선형 동역학계는 선형 동역학계가 갖지 않은 다양한 동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응용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구가 미진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해석과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선형 동역학계의 연구를 방해했던 장애요인이 많이 제거되었다.
아울러 이 분야에 새로운 이론들이 다수 등장하여 혼돈과 비선형 동역학 연구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 지게 되었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대표적인 예로 그림 1에 보인 단진자를 들 수 있다.
단진자는 중력에 의하여 주기적인 진동운동을 하게 된다.
단진자의 운동은 뉴턴역학을 이용하여 그 운동방정식을 미분방정식의 형태로 쉽게 표현할 수 있고,
또 단진자에 작용하는 힘이 비선형 함수로 주어지기 때문에 비선형 동역학계라 할 수 있다.
이제 보통의 단진자와는 달리 그림 1에서 처럼 단진자가 달려 있는 곳에 강제적인 구동력 Fsin(Ωt) 를 가하면,
단진자는 구동력의 특성 - F 와 의 크기 Ω - 에 따라
정상상태, 주기상태, 준주기상태, 혼돈상태 등의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운동상태를 보이게 된다.[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진자의 운동은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시간에 대한 2차 미분방정식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이론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ml d2θ/dt2 + γ dθ/dt + mg sinθ = F sin(Ωt) (1)
여기서 m, l, g, γ, θ, F, Ω는 각각 진자의 질량, 줄의 길이, 중력가속도, 감쇠(damping) 계수, 수직선과 줄 사이의 각도,
외부 힘의 크기와 진동수를 의미한다.
식 (1)에서 m, l, g, γ, F, Ω 등은 실험시 조절할 수 있는 값으로 조절변수(control parameter)라고 부른다.
반면 θ는 주어진 초기 값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리량으로 변수(variable)라고 부른다.
(그림 1) 주기적인 외부 힘 F(t) = Fsin(Ωt)에 의하여 구동되는 단진자.
변수 x 의 n 차 미분방정식의 경우 이 변수의 n -1 개 도함수 dx/dt, d2x/dt2, ... , dnx/dtn 들을
새로운 변수로 도입하여 원래의 미분방정식을 n 개의 1차 연립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동역학 이론에서는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n 차 미분방정식의 성질을 연구한다.
따라서 동역학계에서 다루는 미분방정식은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시간에 대한 1차 벡터 미분방정식의
형태로 간단히 표시할 수 있다.
여기서 변수 X = (x, y, z,...)의 성분 수를 이 방정식의 차원(dimension)이라고 하고,
조절변수 μ = (μ, λ, σ, ...)의 성분 수를 codimension이라고 부른다.
식 (1)을 식 (2)의 형태로 바꾸면 변수 X = (θ, ω=dθ/dt), 조절변수 μ = (m, l, g, γ, F, Ω),
비선형 함수 F = (Fθ, Fω) = (ω, -(g/l) sinθ + (F/ml) sin(Ωt)))가 된다.
dX/dt = F(μ, X; t) (2)
식 (2)의 F에 시간 t 의 함수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비자주적(nonautomous) 방정식이라고 하고,
시간함수가 나타나 있지 않을 경우 자주적(autonomous) 방정식이라고 한다. nonautomous 방정식의 경우 시간변수 t 를 하나의
변수로 보고 시간 변수에 대하여 dt /dt =1이라는 관계를 주면, 모든 nonautomous 방정식은 autonomous 방정식으로 변환되는데
대신 변수의 차원이 하나 증가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식(1)은 차원이 3, codimension이 5인 미분방정식이 된다.
식 (2)의 F에 변수의 비선형 함수가 포함되어 있을 때, 비선형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동역학계가 이러한 비선형 방정식으로 기술될 때, 비선형 동역학계(nonlinear dynamical system) 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동역학계를 기술하는 방정식으로 흔히 본뜨기(map) 라고 부르는 계차방정식(difference equation) 이 있다.
이러한 map은
Xn+1 = F(Xn) (3)
으로 주어지며 이 식에서 변수 Xn은 정수 n 에 따라 불연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불연속 변수 Xn은 그림 2에서 보듯이, 연속변수 X의 위상궤적이 위상공간 상에 임의로 설정한 단면을 지날 때마다
변수값을 sampling하여 얻을 수 있다.
이와같이 하여 map을 구하는 방법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포앵카레(Poincare)가 최초로 제안하였기 때문에
그림 2의 단면을 포앵카레 단면(Poincare section), 이렇게 하여 구한 map을 Poincare map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map과 원래의 미분방정식은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어 두 방정식 모두 계의 상태를 설명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그림 2) 동역학계의 연속변수 X(t)의 위상궤적과 이 계의 불연속변수 Xn의 map 사이의 관계. map은 위상궤적이 포앵카레 단면을 지날 때마다 샘플링한 연속변수들의 값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정식을 주게 된다.
map은 미분방정식에 비하여 수학적으로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동역학계의 특성을 해석하는데 많이 이용되고 있다. V 절 비선형 현상 및 혼돈의 분석에서 map을 얻는 방법을 더 자세히 다룬다.
비선형 동역학계는 선형 동역학계에 비하여 훨씬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데 식 (1)의 단진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단진자는 보통 중력에 의한 힘 mg sinθ 를 mgθ로 선형화하여 선형 동역학계로 취급한다. 선형화했을 경우, 외부 구동력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림 3에서와 같이 구동 진동수 Ω가 단진자의 자연진동수 ω0 = √(g/l)과 유사할 때 최대 진폭을 보이는 공진현상(resonance) 이 일어난다. 반면 중력에 의한 힘을 선형화하지 않을 경우 자연진동수 근처에서 진폭의 jump와 hysteresis 현상을 보인다. 즉 구동 진동수를 증가시킬 때와 감소시킬 때의 동역학계의 반응이 다를 뿐만 아니라 (hysteresis 현상) 갑작스런 진폭의 변화가 나타난다 (jump 현상). 또한 진동의 주기 역시 비선형 단진자는 초기조건에
대한 의존성을 보인다. 즉 초기 진폭을 크게 했다 놓으면 작을 경우에 비하여 주기가 증가한다.
(그림 3) 주기적인 구동력에 대한 선형 및 비선형 동역학계의 공진현상. 선형계와는 달리
비선형계의 경우 공진이외에 jump, hysteresis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선형 동역학계의 경우 주기적인 구동력을 가하면 같은 주기의 주기적인 운동만 일어나지만
비선형 동역학계의 경우 다양한 쌍갈림(bifurcation)이 생겨 다양한 운동이 생길 수 있다.
단진자의 경우 구동력의 크기를 증가시키면 다양한 주기의 주기운동부터 혼돈운동까지 다양한 변화가 관찰된다.
따라서 비선형 동역학계를 선형화하여 선형 동역학계로 취급할 경우 계의 동적 상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계의 특성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하여 혼돈 및 비선형 동역학 이론을 공부하여 비선형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III. 쌍갈림
쌍갈림이란 식(2)에서 조절변수 μ의 변화에 따른 변수 X의 특성 변화를 의미한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경우 매우 다양한 쌍갈림이 관찰되기 때문에 비선형 현상을 해석하려면 쌍갈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아래와 같은 간단한 1차 비선형 미분방정식을 예로 들어 쌍갈림을 설명해 보자.
dx/dt = μx - x3 (4)
조절변수 μ를 변화시킬 때 이 방정식의 변수 x 의 동적 특성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 하는 것은 수치해석이나
해석헉적 방법을 통하여 쉽게 조사할 수 있다.
변수의 특성변화를 한눈에 알아 보기 위하여 보통 쌍갈림 도표(bifurcation diagram) 이라 부르는 것을 사용한다.
이 도표는 조절변수를 수평축으로, 변수의 값을 수직축으로 하여 그린 graph로 식 (4)의 쌍갈림 도표는 그림 4와 같다.
(그림 4) 미분방정식 (4)의 쌍갈림 도표. μ = 0에서 pitchfork 쌍갈림이 생긴다.
즉 μ < 0에서는 x = 0에 수렴하다가 μ > 0에서는 x 의 초기값에 따라 √μ 또는 -√μ에 수렴한다.
μ < 0에서는 변수의 초기값에 관계없이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변수값은 항상 0에 수렴한다. 반면 μ > 0일 경우 초기값이 0 보다 클 때는 변수값이 √μ, 초기값이 0 보다 작을 때는 변수값이 -√μ 가 된다. 즉 μ = 0을 경계로 최종 변수값이 0 에서 √μ, 또는 -√μ로 변화한다. 그림 4의 쌍갈림 도표는 변수 x 의 최종적인 값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쌍갈림 도표의 모양이 포크날과 비슷하기 때문에 식(4)는 μ = 0에서 pitchfork 쌍갈림이 생겼다고 말한다.
어떠한 동역학계의 변위 x 의 방정식이 우연히도 식 (4)와 같은 형태로 주어졌다고 하자. 조절변수가 작을 때(μ < 0) 이 계는 어떤 초기 변위에서 운동이 시작되던지 간에 최종적으로는 원점에 오게 된다(x = 0). 그러나 조절변수가 임계값(μ = 0)보다 커지면 변수는 초기조건에 따라 √μ 또는 -√μ 의 일정한 변위를 보인다. 즉 μ = 0에서 갑작스런 변위의 변화, 또는 운동상태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쌍갈림이라고 부른다.
쌍갈림이 생기는 이유는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 동역학계의 끌개(attractor)의 안정성(stability)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끌개란 시간이 오래 지난 후 초기조건에 관계없이 위상공간 상에서 변수가 보여주는 일정한 부피 속에 속한 궤적을 의미한다. 앞서의 예에서 보면 변수 x 의 끌개는 변수들로 구성된 위상공간 - 이 경우 직선인 x 축 - 상의 한 점이 된다. 변수가 한 번 이 점에 들어오면 다시 나갈 수 없다고 하여 고정점 (fixed point) 이라고 부른다. 고정점은 동역학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끌개가 된다. 식 (4)를 다시 보면 μ < 0일 때의 끌개는 고정점 x = 0가 되고, μ > 0에서의 끌개는 새로운 고정점 √μ 또는 -√μ이 됨을 알 수 있다. pitchfork 쌍갈림을 좀 더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μ < 0에서 안정했던 x = 0 고정점 끌개가 μ > 0에서 불안정해진 반면, μ > 0에서 안정한 새로운 두 개의 고정점 끌개 x = √μ 또는 -√μ가 나타난다.
비선형 현상의 놀라운 점은 그림 4의 쌍갈림 도표가 다양한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식 (4)의 방정식은 고차원 방정식의 표현되는 동역학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pitchfork 쌍갈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고차원 방정식을 적절한 수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1차 미분방정식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면 예외없이 식 (4)를 얻게 된다. 이런 이유로 식 (4)를 pitchfork 쌍갈림의 normal form이라고 부른다.
codimension이 l인 간단한 1차 비선형 미분방정식에서 pitchfork 쌍갈림 이외에도 saddle-node 쌍갈림, transcritical 쌍갈림 등이 관찰된다.[2] 각 쌍갈림 도표는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고차원의 동역학계는 1차원의 동역학계에 비하여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쌍갈림을 하게 되고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이 되어 있다. 또한 미분방정식 뿐만 아니라 비선형 map도 앞서 이야기한 쌍갈림 이외에 다양한 쌍갈림을 보인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차원이 커질수록 고정점 이외에도 다양한 끌개가 나타난다.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끌개로는 고정점, limit cycle, torus, strange attractor 등을 들 수 있다. 그림 5에 이들 끌개의 모습을 표시하였다. 고정점은 정상상태에서 나타나는 끌개로 변수가 한번 이 고정점에 들어오면 영원히 이 점에 머물게 되어 시간변화가 없게 된다. limit cycle은 주기운동시 나타나는 끌개로 위상공간 상에서 변수의 위상궤적이 폐곡선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변수는 이 폐곡선을 따라 운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2차원 이상의 비선형계에서는 주기적인 외부 구동력이 없이도 limit cycle을 그리며 스스로 주기운동을 할 수 있다. 고정점을 가진 계가 limit cycle로 변화되는 것을 Hopf 쌍갈림이라고 부른다. Hopf 쌍갈림은 van der Pol 전자회로, 기계적인 계 등 실제 자연계에서 흔히 관찰된다.
(그림 5) 끌개의 종류. 상단 좌측으로부터 고정점, limit cycle, torus 끌개가, 하단에는 여러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나타나는 strange attractor들이 그려져 있다.
torus는 준주기운동(quasiperiodic motion) 의 끌개로 이때의 위상궤적은 torus의 표면을 따라 겹치지 않고 끊임없이 돌게 된다. 따라서 준주기운동은 주기가 없는, 또는 주기가 무한대인 독특한 비주기운동이다. torus 끌개는 식 (1)의 강제 구동 단진자에서와 같이 두 개의 다른 진동수를 가진 진동계를 비선형적으로 결합시켰을 때 자주 나타난다. 단진자의 경우 자연진동수를 가진 진동과 구동 진동수의 진동이 결합되어 특정 조절변수 영역에서 torus 끌개가 나타난다. 끝으로 strange attractor는 혼돈상태에 나타나는 특이한 끌개로 다음 절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특징 중의 하나는 동일한 조절변수에서 한 개 이상의 끌개가 동시에 존재 - multiple attractor가 존재 -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각 끌개는 위상궤적이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끌려오는 초기조건의 영역을 갖게 되며 이 영역을 끌개의 basin of attraction이라고 부른다. 계가 정상상태나 주기상태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을 보이더라도 주어진 끌개의 basin of attraction은 종종 fractal 구조라고 부르는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 을 가진 대단히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갖는다.[8] multiple attractor 현상은 실험장치의 전원을 껐다 켰다 할 때 계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전원이 들어올 때 마다 계의 초기조건이 변화하게 되고 각 초기조건이 속한 basin of attraction을 가진 끌개가 나타나게 된다.
IV. 혼돈의 특성
MIT의 기상학자였던 로렌쯔는 1963년 이상한 운동을 보이는 기상모델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방정식은 3개의 변수와 3개의 조절변수를 가진 단순해 보이는 1차원의 연립 비선형 미분방정식으로 상하 대기층의 온도차이에 의한 기상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방정식을 도입한 목적이었다.[2,3] 이 식에서 비선형항은 xy 와 xz 의 단 두 항 뿐이다.
dx/dt = α (y - x)
dy/dt = γ x - y - xz (5)
dz/dt = - β x + xy
일상적인 변수의 시간 변화를 기대했던 로렌쯔의 예상과는 달리 조절변수 α, γ, β의 변화에 따라 이 방정식은 다양한 규칙운동 - 정상상태, 다양한 주기의 주기운동 -을 보여주었고 더 놀라운 것은 주기가 없는 불규칙 운동 - 후에 혼돈(카오스; chaos)이라고 부르게 된다 - 이 관측되었다. 특히 이 운동의 불규칙성에도 불구하고 위상궤적은 마비모양의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림 5의 하단 좌측에 있는 로렌쯔 방정식의 혼돈 끌개를 보라.) 이러한 나비모양의 혼돈 끌개는 위상궤적이 무수히 많은 stretching과 folding을 거쳐 생성된 것으로 무한히 많은 겹가지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특성은 후에 맨델브로트가 제안한 fractal 구조로 설명이 가능하며 이러한 이유로 혼돈 끌개를 규칙운동의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끌개와 구별해 strange attractor라고 부른다. 로렌쯔의 발견 이후 로렌쯔 방정식과 유사한 뢰슬러나 더핑 방정식과 같은 간단한 비선형 미분방정식에서도 혼돈과 strange attractor가 발견되어 혼돈이 변수의 차원이 3 이상인 비선형 동역학계의 일반적인 특성임을 알게 되었다.
혼돈은 비선형 동역학계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으로 계에 가해지는 잡음에 의한 불규칙한 운동과는 구별을 되어야 한다. 혼돈은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나비효과라고 부르는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비효과란 매우 유사한 두 초기조건에서 출발한 운동이 처음에는 매우 유사한 궤적을 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궤적이 지수함수적으로 멀어져 얼마 후 완전히 다른 궤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역학계가 혼돈상태에 있을 때 이 계의 운동을 장기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초기조건의 미묘한 차이가 시간에 따라 증폭되는 정도를 표시하는 지수를 리야푸노프 지수(Lyapunov exponent) λ라 부르며
ε(0) = x(0) -x'(0) (6)
ε(t) = x(t) - x'(t) ∼ ε(0) exp(λt) (7)
로 정의 한다. 여기서 x(0)와 x'(0)는 유사한 초기조건을 의미하고 따라서 ε(0)는 그 차이가 된다. 리야푸노프 지수 중의 최소 한 개 이상이 양(+)가 되면, 초기조건의 차이가 시간 흐름에 따라 점점 증폭이 되어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이 나타난다.[9] 따라서 리야푸노프 지수를 조사하여 양인 지수가 나오면 계가 혼돈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혼돈의 발견 이후 혼돈에 대한 연구결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잡음과 같은 불규칙한 힘이 작용하는 stochastic system의 불규칙한 운동과는 달리, 혼돈은 규칙적인 힘만을 받는 deterministic system에서 일어난다.
(2) 혼돈을 보이는 동역학계의 운동방정식은 비선형 미분방정식이나 비선형 map으로 주어진다. 이때 이 방정식들은 혼돈을 일으킬 수 있는 필요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미분방정식의 경우 변수의 수가 최소 3개 이상이어야 하고 비선형항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3)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 특정 쌍갈림을 거친 후 혼돈에 이른다. 즉 혼돈에 이르는 독특한 경로가 존재한다.
(4) 계가 혼돈상태에 있을 때 위상공간 상에 strange attractor가 나타난다. 이 혼돈 끌개 상의 위상궤적은 stretching과 folding을 무수히 반복하기 때문에 fractal 구조를 갖는다.
(5)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나비 효과) 을 갖고 있다.
혼돈현상은 비선형 동역학계 중에서도 특히 dissipative system과 conservative, 또는 Hamiltonian system에서 중요하다. dissipative system에서는 계의 운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 에너지의 유입을 필요로 하는 반면, conservative system에서는 계의 에너지가 보존된다. dissipative system에서는 위상공간의 부피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마침내는 혼돈의 strange attractor나 아니면 규칙운동의 끌개로 접근하게 된다. 많은 중요한 생물학적, 물리적인 비선형계는 모두 dissipative system이다. 반면 conservative system 역시 혼돈을 보일 수 있는데 이 경우 위상공간의 부피가 보존되기 때문에 strange attractor가 나타나지 않는다. nonintegrable conservative system의 경우는 완전히 규칙적이기도 않고 또한 완전히 불규칙적이기 않은 혼돈과 규칙적인 요소가 서로 얽힌 복잡한 운동 양상을 보인다.[10]
V. 혼돈에 이르는 경로
혼돈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혼돈에 이르는 경로들이 잘 알려지게 되었다.[4,5]
(1) 주기배증(period-doubling) 경로
(2) 준주기(quasiperiodicity) 경로
(3) 간헐성(intermittency) 경로
(4) 기타 경로 : crisis, homoclinc and heteroclinc tangle 등
이들 혼돈에 이르는 경로들은 서로 구별이 되는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어 동역학계가 어떤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르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고차원의 미분방정식에서는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서 혼돈에 의한 불규칙 운동과 주기운동 등에 규칙운동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혼돈도 여러 경로를 따라 여러번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혼돈이 다양한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혼돈이 위에 나열한 몇 종류의 경로만을 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은 혼돈에 보편적인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주기배증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르는 과정의 특징은 logistic map이라고 부르는 1차원 비선형 map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다. 이 map은 다음과 같이 주어지며
xn+1 = λ xn (1 - xn ) ( n = 0, 1, 2, 3, ... ) (8)
조절변수인 λ를 증가시킴에 따라 정상상태 ( xn의 값이 n 에 무관) 로부터 주기 2인 주기상태 (n 이 2만큼 증가할 때 마다 변수값이 반복), 주기 4, 주기 8, 주기 16 등으로 주기가 2 배씩 증가하는 주기상태를 거쳐 주기가 무한대인 혼돈에 이르게 되는 복잡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 경로는 쌍갈림할 때 마다 주기가 2배씩 증가하는 특성 때문에 주기배증 경로란 이름이 붙었다.
(그림 6) 주기배증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쌍갈림 도표. logistic map을 이용해 얻을 수 있다. λ = 3.0에서 첫 주기배증 쌍갈림이 생긴 이후 연속적인 주기배증이 일어나다가 λ ∼ 3.58 근처에서 첫 혼돈이 나타난다. 검게 보이는 혼돈 영역에서 때때로 희게 보이는 주기창 영역이 나타난다.
그림 6에 주기배증 경로의 쌍갈림 도표를 표시하였다. λ = 3.0에서 정상상태에서 주기 2인 주기상태로 첫 쌍갈림이 일어난다. 이러한 쌍갈림을 주기배증 쌍갈림이라고 부른다. 그림 4의 pitchfork 쌍갈림과 모양이 유사하지만 특성이 다름에 유의해야 한다. pitchfork 쌍갈림 도표의 μ > 0에서 나타나는 정상상태의 두 고정점은 multiple attractor를 이룬다. 초기조건에 따라 두 고정점 중의 하나만이 관찰된다. 따라서 pitchfork 쌍갈림에서는 쌍갈림 전후 모두 정상상태에 있다. 반면 주기배증 쌍갈림에서는 쌍갈림 전후 정상상태에서 주기상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λ > 3.0에서의 두 갈래는 두 값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주기운동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이지 multiple atttractor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첫 주기배증 쌍갈림 이후 연속적인 주기배증 쌍갈림이 생기고 또한 쌍갈림이 일어나는 간격이 짧아져 λ ∼ 3.58 근처에서 첫 혼돈이 생긴다. 혼돈상태에서는 xn의 값이 불규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쌍갈림 도표에서 검게 나타난다. 처음으로 혼돈이 생겨난 이후에도 도표를 잘 보면 군데군데 희게 보이는 주기상태의 영역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영역을 주기창 (periodic window) 이라고 부른다.
logistic map이 보이는 주기배증 경로에 의한 혼돈의 보편성은 2차원 Henon map이나 3차원의 미분방정식인 뢰슬러 방정식 등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수학적 모델들이 보이는 쌍갈림 도표는 logistic map의 쌍갈림 도표를 그대로 빼어닮고 있다. 주기배증이 일어나는 원인을 살펴보면 λ가 증가함에 따라 이전의 주기상태가 안정성을 잃는 반면, 주기배증된 새로운 주기상태가 안정성을 얻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혼돈 동역학의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사건 중의 하나가 1978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Feigenbaum에 의한 주기배증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보편상수(universal constant) 의 발견이다. 그는 renormalization 이론을 이용하여 λ에 대한 보편상수 δ를 구하였다.[11] λn을 주기 2n에서 주기 2n+1 상태로의 쌍갈림이 일어나는 조절변수의 값이라고 하면, 이 보편상수 δ는
δ = (λn+1 - λn) / (λn+2 - λn+1) ( n이 매우 클 때 ) (9)
로 정의되며 δ ∼ 4.669의 값을 가진다. 그 후 주기배증 경로의 혼돈을 보이는 많은 수학 모델이나 실험에서 이 보편상수가 측정되었고, Feigenbaum의 결과와 잘 일치함을 확인해 주었다.
주기배증 경로의 특징은 쌍갈림 도표에서 뿐만 아니라 변수 xn의 power spectrum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역학계에 비선형성이 존재할 경우, 앞서의 강제 구동 진동자에서 처럼 이 계를 주기적인 강제 구동력으로 구동시키면 구동 진동수의 정수배의 진동수를 가진 higher harmonics들이 생긴다. 이것을 power spectrum으로 보면 원래의 구동 진동수보다 높은 진동수 영역에 pee마들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구동 진동수보다 낮은 진동수를 가진 subharmonic peak들은 생기지 않는다. 주기배증 경로를 따를 경우, 구동 진동수의 1/2되는 진동수에서 subharmonic peak가 생긴다. 이후 주기배증이 증가할수록 더욱 많은 subharmonic peak가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고 위치는 정확히 구동 진동수의 1/2n (n =1, 2, 3,...)배인 곳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subharmonic peak은 계에 비선형성이 존재한 것 이외에 주기배증에 의하여 혼돈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도 볼 수 있다. 혼돈이 일어날 경우 규칙운동일 때와는 달리 subharmonic peak들의 폭이 넓어지고 위치가 불규칙해지면서 broad-band noise와 유사한 power spectrum을 관측하게 된다.
준주기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르는 과정은 1차원의 sine circlemap의 특성을 따른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비선형 map은 아래와 같이 주어지며
θn+1 = θn + Ω + (K/2π) sin(2πθn) (10)
조절변수 K 와 Ω를 변화시킬 때 다양한 운동이 일어난다. 이 map은 원 주위를 회전하는 점들의 운동을 기술하는데 2πθn이 점이 위치한 각도를 주게 된다. 점들은 주어진 K 와 Ω에 따라 원주 상에서 특정한 운동을 보인다. K 를 고정하고 Ω를 변화시키면서 식 (10)을 한 번 반복했을 때의 θ의 평균 변화량 ω를 구하여 운동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ω는 winding number라고 불리며, 준주기 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물리량이 되는데
ω = (θn - θ0) / n ( n이 매우 클 때 ) (11)
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림 7) circlemap의 K - Ω 상전이도 (phase diagram). 여러 frequency locking 상태에 대한 Arnold tongue들이 보인다. 이외에도 작은 크기의 tongue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K >1에서는 이러한 tongue들이 서로 만나 혼돈이 생긴다.
K = 0일 경우 식 (10)에서 유일한 비선형항인 sine 항이 사라지고 이 경우 winding number ω 는 Ω와 같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Ω를 bare winding number라고 부른다. K ≠ 0인 경우 비선형항 때문에 ω는 Ω 와 다르다. Ω를 연속적으로 변화시키면서 winding number를 조사해 보면 놀랍게도 ω가 일정한 유리수 - 정확히 말하면 두 정수의 비 p/q - 값을 유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frequency locking 상태라고 한다. 유리수를 구성하는 두 정수가 작을수록, 또 K 가 클수록 winding number가 일정한 Ω의 범위가 넓어진다. frequency locking 상태의 영역을 그려보면 Arnold tongue이라 부르는 역삼각형 모양이 나타난다.[12] 그림 7에 circlemap의 Arnold tongue 구조가 그려져 있다.그림에 표시한 것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tongue 들이 존재한다. tongue과 tongue 사이에는 winding number가 무리수인 준주기 상태가 존재한다. 준주기 상태는 운동이 반복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지만 운동의 시간 변화가 인접한 frequency locking의 주기상태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준주기란 이름이 붙여졌다.
K <1에서는 준주기나 frequency locking 상태에 머물지만, K >1이 되면 비로서 Arnold tongue 들이 서로 겹치면서 winding number의 혼란이 오게 되고 그 결과 혼돈이 생긴다. 식 (1)의 단진자에서의 혼돈에 이르는 준주기 경로는 circlemap이 보여준 것처럼 구동 진동수를 변화시킬 때 frequency locking과 준주기 상태가 번갈아 관찰되고 Arnold tongue들이 보이며, 구동 진폭을 크게 했을 때 혼돈이 나타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주기배증 경로 못지않게 강제구동 단진자, 강제구동 더핑 방정식 등 여러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준주기 경로에 의한 혼돈이 관찰되었다. 이 경로 역시 독특한 power spectrum을 보이고 있고 여러 보편상수들이 알려져 있다. 자세한 것은 인용한 참고문헌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외에도 crisis, homoclinic 쌍갈림을 통하여 homoclinc tangle이 일어나며 혼돈이 생기는 과정, heteroclinic 쌍갈림을 거쳐 heteroclinc tangle이 일어나며 혼돈이 생기는 과정 등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혼돈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homoclinic 쌍갈림을 거쳐 homoclinc tangle이 일어나며 혼돈이 생기는 과정은 앞서의 로렌쯔 방정식에서 혼돈이 생기는 한 메카니즘으로 잘 연구되어 있다. 이러한 경로들 역시 앞서의 다른 경로들과 같이 여러 가지 보편적인 성질들을 갖고 있어 다양한 동역학계의 혼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VI. 비선형 현상 및 혼돈의 분석
비선형 현상 및 혼돈의 분석에는 다양한 수치해석, 해석학적 방법이 사용된다. 이 논문에서는 비선형계로부터 얻은 실험 데이타를 해석하는 방법을 주로 소개하려 한다. 방정식으로 주어진 비선형 모델계와 측정에 의한 비선형 실험계를 해석하는데는 차이가 있다. 모델계의 경우 방정식을 알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서의 모든 변수의 값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지만, 실험계에서는 변수 하나 하나의 값을 측정하는데 필연적으로 시간 지연이 있게 된다. 따라서 비선형계의 실험시에는 계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한 개의 변수의 시계열 데이타(time series data)만을 측정한다. 그러므로 한 변수의 데이터로부터 다른 변수들의 행동을 유추해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기술을 time series embedding 기술이라고 부르며 이 기술을 이용하여 끌개나 위상궤적을 재구성(reconstruction)하고 계의 운동을 분석할 수 있다.[3,13]
time series embedding을 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시간간격 τ로 sampling한 시계열 신호 x(t =nτ) (n = 0, 1, 2, 3, ... )이 필요하다. 이 신호로부터 m -차원 변수 벡터 X(t =nτ) = x(nτ), x((n+1)τ),..., x((n+m-1)τ)를 구성한다. 여기서 m 은 매립차원(embedding dimension)이라고 부르는 양이다. sampling time τ를 적절히 선택하고, embedding dimension이 원래 비선형 동역학계의 차원보다 크게 하면, 재구성한 벡터 변수 X는 원래 동역학계의 방정식의 위상궤적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 많지 않은 양의 시계열 데이타로부터 최적의 sampling time과 embedding dimension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최근 많이 개발되어 있어 비선형계에서 나온 신호의 분석을 용이하게 해 주고 있다.[13]
(그림 8) 시계열 데이터의 분석방법. (a) 시계열 신호, (b) power spectrum, (c) 재구성한 위상궤적 및 (d) Poincare map을 볼 수 있다. 위로부터 주기 1, 주기 2, 주기 4, 혼돈상태의 특징을 보여준다.
시계열 데이타를 재구성하여 할 수 있는 분석으로는 위상궤적, 쌍갈림 도표, Poincare map의 구성, power spectrum 측정, 각종 차원 - fractal, information, correlation 차원 및 일반화 차원인 f - α spectrum - 의 계산, 리야푸노프 지수와 Kolmogorov entropy의 계산 등을 들 수 있다. 그림 8에 몇 가지 분석 예를 표시하였다. 그림에서는 주기배증 경로를 따라 혼돈에 이를 경우 예상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상단으로부터 주기 1, 주기 2, 주기 4, 그리고 혼돈상태에 있을 때의 시계열 신호, power spectrum, 재구성한 위상궤적 및 Poicare map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계열 신호에서 명확히 알기 어려웠던 특징들이 power spectrum이나 map에서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혼돈의 시계열 신호는 매우 불규칙해 보이지만 대조적으로 time series embedding 기술을 이용해 재구성하여 얻은 map은 logistic map을 따르는 1차원의 단순한 형태를 가진다. 이러한 방법으로 혼돈의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에서 가해진 주기적인 입력신호에 의하여 계가 구동되는 경우 구동 입력신호의 주기를 sampling time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경우 시계열 데이터를 sampling하고 time series embedding을 이용하여 Poincare map 등을 재구성하는 것이 용이하다. 반면 계가 외부 입력없이 스스로 혼돈을 생성하는 경우에는 시계열 데이타의 local maximum들을 구한 후 이를 embedding시켜 map을 구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이것은 로렌쯔가 자신의 방정식에서 나타난 혼돈을 분석하는데 사용했던 방법으로 아직까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VII. 혼돈 및 비선형 동역학의 응용
혼돈 및 비선형 동역학 연구의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분야 연구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과거 해석이 거의 불가능했던 비선형 현상의 접근을 가능케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자신감을 기초로 하여 비선형계의 예측과 모델링, 생체신호의 분석, noise의 제거, 비선형 제어, 혼돈의 동기화와 암호 통신기술, 더 나아가서 chaos engineering 분야가 등장하였다. 여기에 대하여는 다양한 참고서적이 출판되어 있으니 참고로 하길 바라고[13,14] 이 논문에서는 혼돈의 제어(control of chaos)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혼돈의 제어란 혼돈상태에 있는 비선형계에 적절한 제어신호를 가하여 혼돈을 제거하고 계가 구칙운동을 하게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1990년 미국의 Ott, Grebogi, Yorke에 의하여 처음으로 제안되었다.[15] 혼돈은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혼돈의 제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의 정설이었는데 이들은 계산을 통하여 얻은 적절한 신호를 가함으로써 혼돈의 제어가 가능함을 Henon map을 사용하여 이론적으로 입증해 보였고 곧 이어 발표된 많은 실험결과가 이들의 주장이 옳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들은 또한 혼돈의 strange attractor가 무수히 많은 불안정한 주기궤도로 구성되어 있고 혼돈 제어로 이들 불안정 궤도를 선택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혼돈을 보이는 비선형계는 적절한 제어를 통하여 여러 운동을 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종류의 규칙운동만을 하는 선형 동역학계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로써 혼돈이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대상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그림 9(a)는 화학반응에서 나타나는 혼돈 끌개와 이 끌개 속에 숨겨진 주기 1, 주기 2, 주기 3의 불안정 주기궤도를 보여주고 있다. 불안정 주기궤도는 안정 주기궤도와는 달리 궤적이 완전히 닫혀져 있지 않다. 계가 혼돈상태에 있더라도 우연히 운동궤적이 이 불안정 주기궤도에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한동안 이 궤도 근처를 돌면서 궤도 주위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혼돈이 지닌 나비효과에 의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궤적은 이 주기궤도로부터 가속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그림 9) 화학반응에서 나타나는 혼돈의 제어. (a) 좌측 상단에 있는 혼돈 끌개가 무수히 많은 불안정 주기궤도 - 주기 1,2,3인 3개의 궤도가 표시되어 있음 - 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b) 필요할 때만 작은 크기의 제어신호를 계에 가함으로써 혼돈 끌개 안의 불안정 주기궤도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데 이를 혼돈의 제어라 한다. 그림에서 혼돈의 제어를 map을 통하여 확인하고 있다. 혼돈 끌개의 map - 퍼져있는 점들 - 이 제어를 통하여 주기 1인 고정점 - map 상의 진하게 표시된 한 점 - 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Ott, Grebogi, Yorke (OGY) 혼돈제어방법은 궤적이 원하는 불안정 주기궤도에 근접했을 때 조절변수를 약간 변화시켜 궤적이 주기궤도와 일치하게 만들어 준다. 한 번 궤적이 주기궤도와 일치하게 되면 제어신호를 없애더라도 궤적이 한동안 주기궤도에 머물게 된다. 계에 내재된 잡음에 의하여 궤적이 다시 주기궤도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다시 적절한 제어신호를 가하여 주기궤도에 머물게 하여 혼돈을 안정화시키게 된다.
그림 9(a)의 화학반응은 주기배증 경로를 따라 혼돈이 생기며 시계열 데이터로부터 재구성하여 얻은 map은 그림 9(b)에 있는 것과 같은 1차원의 곡선(흩어진 점들이 보이는 궤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주기 1인 불안정 주기궤도는 이 map 상의 한 고정점에 해당하며 map과 45° 직선과의 교점과 일치한다. 그림 9(b)에는 OGY 혼돈제어 방법을 사용하여 혼돈의 끌개가 주기 1인 궤도로 제어된 결과 - map 상의 진하게 보이는 한 점으로 제어 - 가 표시되어 있다. 이 점이 원래의 map과 일치하는 것으로부터 안정화된 주기궤도가 혼돈 끌개에 숨겨진 주기 1의 불안정 주기궤도임을 알 수 있다.
OGY 혼돈제어 발표 이후 비선형 동역학과 혼돈이론에 근거한 다양한 비선형 혼돈제어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이러한 혼돈제어 기술의 장점을 꼽아보면 기존의 선형 제어방법에 비하여 효율이 높고, 다시 말해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작은 제어신호를 가해도 되고, 제어신호를 항상 가해주어야 하는 기존의 방법에 비해 새로운 방법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만 가했다가 없애도 된다는 점, 안정화된 주기궤도가 원래의 계가 가진 고유한 운동궤도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비선형 동역학 및 혼돈을 이용한 제어방법은 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혼돈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VIII. 결 론
비선형 동역학계의 특성과 이 계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 혼돈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비선형계는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 선형계와는 달리 다양한 운동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비선형 동역학계는 다양한 끌개를 가지며 한 끌개로부터 다른 끌개로 변화하는 쌍갈림을 보인다. 또는 같은 조절변수에서 여러 개의 다른 끌개가 공존하기도 한다. 쌍갈림이 생기는 이유는 끌개의 안정성이 조절변수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쌍갈림은 해석적인 방법과 컴퓨터 계산 등을 통하여 그 종류와 특성이 많이 알려져 있다. 각 쌍갈림은 여러 다른 계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며 따라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비선형계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비선형 동역학계의 운동 중 가장 특이한 것이 혼돈이다. 혼돈은 계가 보이는 불규칙한 운동을 의미하며 이때 strange attractor, 양의 리야푸노프 지수, 나비 효과로 불리우는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성 등이 관찰된다. 변수의 시간 변화는 불규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혼돈에 이르는 경로는 몇 가지로 정형화되어 있다. 혼돈에 이르는 각 경로들은 서로 다른 독특한 특성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혼돈 신호를 분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분석방법들이 제시되어 있고 특히 실험에서 측정한 시계열 데이터를 time series embedding 기술을 이용하여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혼돈은 이제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연구대상임을 그간의 연구를 통하여 알 수 있게 되었다. 근래에 들어 비선형계의 예측과 모델링, 생체신호의 분석, noise의 제거, 비선형 제어, 혼돈의 동기화와 암호 통신기술 등에 혼돈 및 비선형 동역학이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기술과 이론의 발전이 비선형 동역학 및 혼돈의 연구에서 이루어지리라 예상한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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