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金鐘昱 Kim Jong-Uk
김종욱(1932-2000)은 1960~70년대 불모의 땅에 문학의 씨를 뿌리는 예비군삼척문단에서 동예문학회 동인들의 선배문우로 정신적 지주역활을 한 주목되는 시인이다. 그래서 김종욱은 1969년 두타문학회(당시 삼척문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통합의 상징성 역활을 했다.김종욱은 월간지나 신춘으로 등단하지 않고, 1953년부터 문학활동을 시작, 시집으로『한인촌』(1955)와『남무성南無城』(조양기업사, 1980)을 발간하여 삼척문단에 기여한다. 김종욱은 두타문학회 초대 회장으로 있던 기간은 짧았고 삼척 최초의 동인지『동예』나. 두타문학 전신인 1970년『삼척시단』1집 발간 당시부터 회원목록에서 김종욱의 이름도 없고 작품활동도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동인지가 아닌 종합지『삼척문화』제1집(삼광고등공민학교,1967)에「목노주점에서」시 1편,『실직문화悉直文化』제1집(삼척문화원,1990)에「하여지간何如之間 -고돌재 언덕위」시 1편과 <공양왕릉 소재지 고찰> 논문 1편이 게재되고, 그 외 어디에서도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두타문학과 김종욱은 당대의 문학활동은 시집 두권과 향토종합지 창간호 두곳이 유일한 흔적이다. 동인지 어디에도 관여하지않지만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문인이다.
요컨대 김종욱 시의 양상은 두타문학은 물론 삼척지역문학의 특징을 살피는 하나의 계기이지만 인사이드 아웃사이더 적이다. <하늬 깃 나련히/멧새 짚는 바람/머흘다 도는/구름/고요로와 層層 둥근빛/으늑 밝아/太古를 떠나 오신져/永劫의 길 바래임/노을은 번지어/玄珠/붉게/오려 타는/흐느끼는/心像/가고/오는/靑蓮庵/저녁 鐘/울리어/퍼저짐에/피거니/南無城> ― 김종욱,「南無城―新興寺에서」전문. 김종욱의「南無城 ―新興寺에서」주된 인상은 특유의 절제된 언어로 자연과 서정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2음보 대구 형식의 전통적 리듬을 의식하면서도 정제된 이미지와 주지적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보편 서정의 근대적 시의식을 성취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김종욱 시는 전형적인 서정의 양상을 근대적 기법으로 변주하는 초기 시단의 경향을 보여준다. 김종욱 시는 자아의 부각을 최대한 억제하고 사물의 이미지를 전경화한다. 이러한 언어의 방식은 김종욱 시와 문학회의 외면적 관계를 넘어 두타문학의 한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고문헌『삼척문학통사』정연휘 편저,'살아있는 역사 ―삼척지역문학과 두타문학회' 남기택,도서출판 해가,2011
작품
다섯 마당의 自畵像을 위한 間奏曲
첫 마당 一九三○年
二千百五萬八千三百七名으로 통계된
왜놈들의 간이국세조사 때
내가 하늘 볼 수 없었던 것은
내 세상 아니였기에
내가 빠졌었지.
아들 딸 없는 아버지
미래의 아버지는
뒤숭숭한 태평성대의
바람돌이 되어
靑年고향 안주 하며
남아일생 마시며
北關을 헤메노니
富寧 淸津街의
酌婦의 치맛자락 그 속으로
자맥질 자맥질 할 때
어머님은
외로운 秋夜長이였겠다.
두 마당 여덟살 나들이
明心寶鑑까지
눈 뜬 춘삼월
회초리 바람도 훈훈한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바람결을 떠날 줄 몰랐던
여덟살이
심상보통소학교라는 교문 앞에서
우러러 본
觀後山 봉우리 높음에
겁 먹고
넓고 너른 운동장을
아름할 수 없음을
슬퍼했던
황망중에서도
心通조차 할 수 없는 건
우뚝 선
느티나무의 蒼翠
그 우람에 주눅된
江 건너 삼동네
나들이는 피곤 했었다.
세 마당 불벼락
짝사랑 하던
울릉도로 달아나면
금방 詩人이 될 것만 같은
꿈이 피고
어느 규수의
設往來往튼 破鏡된
중매놀음에
마음 끓고 끓는데
몰아치며 때리며 밀어닥치는
모진 바람이!
사나운 물결이!
한여름을 타는 불볕과
꼴사나운 思想의 불꽃 튀여
붉은 피
젖고 젖는
山허리
江나루의
성난 불벼락에
이리 밀리고
저리 끌리는
고운 情
미운 情
엉키어 짓이겨진
群像들,
南下 長征의
召命으로
候補 兵丁들의 대열에 끼어
허둥대며
죽살치는
十室九空之亂으로
얼룩지는 마당이였다.
네 마당 冠禮 그 後
지난해 겨울에 있었던
冠禮는
저승 간
아버님의 生辰날이였기에
冬至 넘기는
마음 만큼 떨렸지만
원앙衾 탐 내기에는 어렵잖었다,
百感層生坐灯前 하시는
할아버지께서는
家統 쥔 목소리
世襲執權 채비 서두르며
酒色兼備도 禁物이라는
訓話에 겨워
中庸을 더듬기도 했지만,
無等이라
山이 높으면 높은대로 넘어 가리
江이 깊으면 깊은대로 건너 가리
라며
빗 기대일
이랑 없는
머리통으로
가슴팍으로
壁 치고
酌婦 치며
통쾌한 울음의 버릇되는
二代째 출입하는
손님으로 버릇되었다.
다섯 마당 山노을 타는
宮村으로
가고 오는 길이면
사나흐레 한번
이레에 한번은
들려보는
주막에는
하찮은 사건들이
세월을 하는데
흥정이 있을 리 없는
緣妙로
天眞거리며 걷는다.
宮房山
山노을 타는
無垢.
綿綿히
海馬의 戰塵
燦然한
聖域.
싱그럽다
그 忠義 忠志의
얼
길이
기리이
彰明코
顯忠祠.
宮村吟抄
松都城 쫓겨난
외로운 身命들이
바삐 바삐 가자니
太白山嶽 山山이 솟아
겹겹 첩첩
심산험로,
萬壑千峰
어느 山녘 넘나드는
숨 시퍼러히 솟을려는
꿈일 수 없는 匕首에
헛기침조차 숨어버린
바람에
慘할 行次
왕배야 덕배야,
天爲에 목이 타
知機에 피 말라
목숨이 목숨이고저
살고 싶은 간절함이여
王이 王이고저
三十四代이고 싶은 감절함이여,
어쩌다 恭讓君되여
어쩌다 遺民되여
流配의 길이여서
宮村國民으로
살아라
왔던가,
아 高麗史 끝나버린
사랫재에
피의 章
본적 잃은 麗末 風雲
宮村里
古突峠
無情 海天에
허허 漂流
세월
六百年
首陽山 달바람아
首陽山 달바람아
禿頭空山에 달바람아
비틀거리는
頭空山에
미끄러져…
어느 산지기
그 절통한 원혼이.
漢峙를 넘으며
밤차로
漢峙를 넘는다
밤차에
눈감은 손자는
白髮 添增이 因緣이고저
短杖 짚으신
할아버지의 손목 잡고
넘는다.
밤차에
눈 감은 소년은
떠돌이 나그네와 나란히 한
속삭임으로
해 저문 긴 구비를
돈다.
밤차에
눈 감은 손님은
늦여름〈德山〉바닷가에서
바다를 향한
서 있다
그렇게 서 있다.
李太祖의 五代祖上님
穆祖의
外家의 낚싯터에
부디치는
파도 소리
漢峙를 넘는
밤차에
부디친다.
三十里
里數는
너무 가깝다.
嶺
― 麻邑으로 가는 길에
日月이 孕胎한
한낮
嶺마루에
구름과 바람은
唯我獨尊
볕 바래인
물 구비
산 산이
짙 푸르러서
山神이 執禮한다는
진달래 祝祭다.
아스라한
天涯 저 쪽
아득히 바라보노라면
나른한 眩暈症
그러나 發奮한 熱火
같은 것
오솔길 荒城도
情답기에
앞서거니 胡蝶
보아서
가 은데
戀戀한 奔流
훨훨 나는 僻路
千疊玉山이라서
희어서
멀거니…
묏뿌리 銀河에 심어 놓은
꿈속의 多情과
더부러
嶺을 넘네
山脈을 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언제는 落花流水,
아 님의 雲程에
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채
서 있는
洞口 밖
士人松坡金暢淵不忘碑
南涯浦
흰돛대에 창공을 달고
바다로 나간 사공은
쐬주와
海潮音에
찌들은
생활을
사랑 하느라
하느라고
보이지 않는다.
露日海戰 때
敗走 北上하는 러시아 艦隊
그 처절한 泡沫을
지켜 보며
웅성거리던
세월
잊어버린
南涯浦,
고요 바다에
세월 하는
바위에
기숭이는 炎天에
形姿
그 形姿가
炎天에 끓고 있다.
南無城
― 雲興寺에서
하늬 깃 나련히
멧새 짚는 바람
머흘다 도는
구름
고요로와 層層 둥근빛
으늑 밝아
太古를 떠나 오신져
永劫의 길 바래임
노을은 번지어
玄珠
붉게
오려 타는
흐느끼는
心像
가고
오는
靑蓮庵
저녁 鐘
울리어
퍼저짐에
피거니
南無城
外出
해 뜨면 같이 할 수 없는
交歡을 위해
가야지
목 마르기 전에
불태울
安息處의 咫尺 때문에
抵抗 없는 脫走
비겁한 어둠 속에
허무러진
砂丘
묻히는
北斗七星
靈隱寺에서
九馬洞
靑山에
해질녘
저 時空을
감나무 잎이
휘젓는
內在律
對話로
꽃다이 풀리면
鬱鬱 蒼蒼
千萬 겹속으로
뚫리는 듯 한
오솔길,
붉으레 發願으로
覺性을 꿰매는
꽃大關 있어
聖域으로,
꽃망울
흔들고 가는
宮房山
저 구름.
五月에
그날의
海潮音은
입덧이 나서
不調和音階.
거리 없는 薰風
창을 열고
울먹인 葉信은
값싼 인간행사료.
계산된
萬里 風船
激情은 지평에
염원의 기다림이
주마등처럼.
바닷마을 뱃꽃 번지
불사조의 領土에
꿈으로 만 꿈일 수 없는
꿈으로 만 꿈일 수 없기에
實과 存이 울부짖는
恨이 있어
피는 상처를 哭하며
哭하는
五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