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敎科書)
* 빨간 바탕의 글씨는 일본어나 일본어투
교과서는 학생들이 글을 배우는 책을 이르는 말이다
학습서(學習書)라는 말이나 매한가지일거지만 이 역시도 신식어법에 따라 나온 말이다.
이는 서양식 학제를 일본이 본뜬 과정에서 만든 용어로 거기에 떠안겨 나오게 된 말인 것이다.
아시에 이름은 교과서(敎課書)였던 모양이다.
고종실록(高宗實錄)과 구한말에 신기선(申箕善)의 양원유집(陽園遺集)에도 교과서(敎課書)로 기록됐는데 나중에 과(課)자가 과(科)자로 바뀐 모양이다.
이런 교과서에는 제일 먼저 국어(國語)가 나온다.
국어는 우리에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떠올리게 한다.
허나 이는 세종임금께서 어린 백성을 위하여 쉽게 익힐 글자를 만드셨던 고로 깊이 헤아려보면 나랏말이라는 뜻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글자를 만드셨기 때문에 글이라 이르지는 못할 것이로되,
글자가 모여 말마디가 되고 말마디가 모여 글로 이뤄진 체모의 훈민정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한글이라 한 것도 알고 보면 글이 아니므로
한글자라고 해야 제격일 것이다.
국어란 낱말을 나랏말이란 뜻으로 정한 곳은 일본이었다.
우리나 중국에서도 그렇게 따라 쓰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로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이 문자와 말에 얼마나 고심을 하였는지를 언어학자 이연숙은 『국어라는 사상』에서 밝히고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말글이 서양과 맞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발음하기가 어렵다든가 또, 지방마다 말이 달라서 표준어(標準語)를 정해야한다든가 아예 일본어를 영어로 대채하자는 등 저간의 산고가 많았다.
일본어는 우리와 같은 한자로 썼고 말글의 서차도 같아서 일본이 만든 말들은 우리가 받아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일본이 먼저 만들어 낸 말이란 국어라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벌어진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서양문물을 일본에 이식시키는데 필요한 문자인 로마자를 한자로 바꾼 일이었다.
이는 학문연구에 중요한 터전을 마련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제국의 깃발을 올리고 동양의 맹주에 올라 그 힘을 대만과 조선에 이어 만주로 넓혀간 것이었다. 그에 따라 일본의 문물은 널리 퍼져감에 따라 말도 퍼졌다.
한자는 같은 글자여도 중국의 원 발음이 있고
조선은 조선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발음이 다르다.
하나의 예로 하늘 천(天)자는 중국은 ‘텐’ 인데
조선은 ‘텬’에서 ‘천’으로 바뀌고 일본은 ‘덴’이라 발음한다.
그런 연유로 인해서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을 터인 즉 여기서는 하나의 사례로써 들어내고자한다.
계단(階段)이란 낱말을 일본은 ‘카이단’이라 발음한다.
지금도 노인들 중에는 ‘가이당’이라고 곧잘 말한다.
그것을 우리는 계단으로 발음해야 되는 줄만 알았다.
그래야 우리말답게 발음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허나 이는 일본에서 나왔던 말을 따라 쓴 것 뿐이요
우리에게는 층계(層階)나 층층다리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것을 두고도 이렇게 언어세계가 바뀌어 버린 것에는
교과서니 국어니 하는 낱말 외에도 수두룩하여
사회(社會), 역사(歷史), 화학(化學), 미술(美術),건축(建築), 물리(物理), 과학(科學), 철학(哲學),문화(文化), 체육(體育), 체조(體操)등
이런 말들이 다 일본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땅에 포구가 열린 후로 그 뿌리가 일본이었던 것이대물림이 된 세대는
한국어사전에도 버젓이 올라있는 터라 그 뿌리가 일본임을 이제야 알게되니 한스러울 뿐이다. 해방후 모든 체제를 조금만 손보아 확대 재생산을 해서
그대로 받아 써버린 댓가의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