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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제3구간(고기삼거리-수정봉-여원재-고남산-통안재) 종주기
【 1 】
88고속도로 지리산 I.C를 벗어난 버스는 남원시 일월면을 지나 운봉평야를 가로질러 지리산 서북 관문인 고리봉 아래
고기삼거리에서 눈도장을 찍고는 다시, 왔던 길 뒤돌아 느린 속도로 주천면 덕치삼거리에서 멎는다. '노치마을' 표지석
옆엔 무늬도 선명한 토종 무궁화 활짝피어 유산자(遊山者)를 반겨 주는데, 길가의 반쯤 익은 호박은 누런 배를 드러낸
체 먹구름 사이의 햇살을 살피고 누웠다. 2013년 7월 27일 낮 12시, 덕치삼거리 풍경 살갑다. 남쪽으로는 방금 지나온 고
기삼거리가, 북쪽으로는 수정봉 아래 노치마을이 일직선을 이루며 더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남과 북으로 뻗어 있다. 이
길이 바로 그 유명한 '노치마을 평지길' 이다. 들녁을 가로지르며 수정봉 아래의 노치마을로 드나드는 마을 어귓길 같아
도, 고남산과 지리산 사이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잇는 희귀한 곡중분수령(谷中分水嶺)이요, 엄연한 백두대간 산자분수
령(山自分水嶺) 이다. 이 길위를 내리는 빗물은 서쪽으로 튀어 섬진강물 되고, 동쪽으로 튀어 낙동강물이 된다.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과 통한다는 백두대간 개념은 18세기, 조선조 영조때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1712~1781)의 산경표
(山經表)를 통해 그 개념이 완성되었다 한다. 이것은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 그 정의는'산줄기는 물을 건너
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 즉 산이 곧 물을 나눈다'는 의미(分水)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으 로 이어지는 백
두대간은 우리나라의 물줄기를 동.서로 나누는 대분수계(大分水係)를 이루는 능선(脈)이다.하지만 1600여 km의 백두대
간은 항상 태산의 태령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남원에서처럼 평지위에서 곡중분수령을 이루기도
하며 맥을 잇는다.
덕치리 들녁 대간길을 따라 노치마을 어귀에 닿으니 일진 먹구름에 빗살이 후둑된다. 해발 550m 고랭지 마을인 이곳의
마을회관 앞엔 노치산성에서 부터 비롯된 마을의 역사를 주저리 주저리로 엮은 대형 금석문이 검은 오석 바탕에 희게
피었다. 골목길의 노치샘에서 표주박에 마셔보는 샘물이 개운하고, 마을 뒤 언덕의 당산 소나무는 반천년의 세월을 담
아 더욱 그 푸름 짙다. 수정봉 가파른 오름길에 빗살이 세차게 내린다.
수정봉의 표지석이 큰 기단석을 깔고 높이 솟았다. 해발 805m의 준봉이지만 사방을 아우르는 조망이 장관이다. 먹구름
지나자 하늘 열리고, 빗살에 씻기운 허공이 상큼하다. 발아래 노치마을 평지길이 주천 들녁을 남으로 가로질러고리봉
아래로 바투 걸렸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비온 후의 허공은 천리가 지척이다.방금 걸어온 저 대간길이건만 하늘에서 내
려다 보니 아무리 곡중분수령이라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저 평야를 가로 지르는 마을길 같고, 큰비에 덕산 저수
지가 넘치면 저 길을 넘어 서쪽으로 흐를 것만 같다. 고산자(古山者, 金正浩)는 어떻게 저 마루금을 찾았을까. 님의 혜
안이 경외스럽다. 수정봉의 표지석에 기대서서 한참을 지리산을 건너보며 애써 그의 체취를 살펴보다 입망치로 향한
다. 수정봉 북사면의 송림이 단아하고, 솔가지 넘어 북쪽에 고남산이 걸렸다.
▼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덕치삼거리' 풍경
▼ 노치마을 풍경
▼ 노치마을 어귀 백두대간길과 지리산둘레길 교차로 풍경
▼ 백두대간이 지나는 노치마을 소개비
▼ 노치샘(蘆峙泉) 풍경
▼ 노치마을 당산제전(堂山祭典)의 노송(老松)
▼ 수정봉 풍경
◀ 수정봉( 水晶峰, 804,7m) ▶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와 이백면 양가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특히 그 동쪽 낙동강과 그 서쪽 섬진강의 분수계가 되는 산이다. 한편 동쪽의 운봉에서 바라보면 250m의 낮은 산으
로 보이지만, 그 서쪽 이백에서 바라보면 동쪽에 650m로 우뚝한 높은 산이된다.
▼ 수정봉 북사면 송림(松林)과 멀리 고남산 / 빗속에 촬영
▼ 입망치 풍경
▼ 지나온 수정봉 북릉
▼ 대간 700봉에 올라 뒤돌아본 수정봉
▼ 700봉에서 바라본 남원시 이백면 풍경
▼ 입망치와 여원재 사이 700봉 풍경
▼ 여원재 가기전 갈림길 풍경
▼ 주지사 입구 도로와 대간길
▼ 여원재 가기전 언덕길의 '백두대간' 풍경
▼ 백두대간 여원재 풍경
◀ 여원재(女院峙. 470m) ▶
전북 남원시 운봉읍과 이백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고개로서, 산줄기는 고남산(古南山)과 수정봉(水晶峰)의
대간(大幹) 마루금을 잇고, 물줄기는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이룬다. 한편 옛날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엔 함양.
운봉. 남원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 이기도 하였다.
고려말(1380년, 우왕 6년) 이성계가 황산전투에 임할 때 꿈속에 노파가 나타나 고남산 산신단에 3일간 기도하고 출
전하라 현몽하여 대승을 이룰 수 있었고, 후일 그 노파를 기려 사당을 짓고 '여원'이라 한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 백두대간 길이 지나는 장교리 마을 풍경
▼ 561,8봉위의 갈림길 풍경
▼ 고남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풍경 / 수정봉넘어 큰고리봉이 보인다.
▼ 대간길의 묘역
▼ 고남산 남쪽 로프길
▼ 고남산 정상 계단길 풍경 - 1
▼ 고남산 정상 계단길 풍경 - 2
▼ 고남산 정상 산불방지 카메라 타워
▼ 고남산 정상 풍경
【 2 】
여원재를 건너 서서히 가파른 육산을 오르니 비로소 대간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노치와 수정봉에서의 우중 산행과 달리
비개인 하늘은 코발트색 청아하고, 흰구름 간간이 떠가는 하늘이 더욱 상큼하다. 솔숲에 내리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연신 땀을 훔치며 힐끔 힐끔 정상을 보며 오르는데, 어느새 뜀바위 가파른 계단이 정상에 왔음을 알리며 힘을 내라 한다.
해발 846,4m의 고남산은 사방백리 막힘없는 일망무제다. 북쪽엔 덕유산이, 동남쪽엔 지리산이 병풍을 치고, 그리고 남쪽
엔 만복대가, 서쪽의 무등산은 흰구름 넘어 숨었다. 바래봉 넘어의 지리산 연봉에 비하면 900m나 낮아도, 조금도 부족함
없다. 사방의 산들이 그를 향해 눈길을 모으고 섰다. 또 다른 그의 이름 제왕봉답다.
고남산의 망운(望雲)에 이마의 땀을 가시고, 구름을 몰고가는 바람결에 옛사람을 생각해 본다. 지리산의 성삼치, 정령치.
팔랑치가 기원전 삼한의 전장(戰場)이었던 데 비해, 여원재를 중심으로 한 고남산 주변은 신라와 백제의 전장이요, 노략
질에 눈 멀었던 왜구들의 무덤이 아니었던가. 무장(武將 , 려말 이성계))은 고남산의 기를 빌어 왜구를 섬멸했고, 고산자
는 이곳에 서서 대동여지도에 넣을 곡중분수령을 찾아 지리산을 이었었다.
고남산의 표지석은 정상 아래쪽의 넓은 마당에 서있다. 잡초 우거진 표지석 주변에 토종 한국패랭이가 군락을 이루어 한
창 피었다. 얕은 산 길섶에서도 보기 힘든 그를 고산에 올라 볼 수 있다니 감격해 애써 담는데, 앞서간 선두 등반대장의
걸음을 제촉하는 무전소리 앙앙불낙이다. 통안재에서 제3구간 대간 종주를 마치고 권포리로의 하산길을 서두르는데, 이
번엔 다시'서어나무(자작나무과 낙엽교목. 회색수피)' 노거수(老巨樹)가 발길을 잡는다. 10여년의 산행길에 처음보는 그
자태에 넋을 잃는다. 수령은 족히 4~500년을 넘고, 그 밑등걸의 굵기는 성인 세사람이 팔을 벌려야 된다. 섬을 포함한 한
반도 그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나무지만 그토록 큰 거목은 처음이었다. 보호수로 지정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
▼고남산 정상에서 남쪽 '6시'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 고남산 정상에서 남쪽 '7'시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 방금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길
▼ 고남산 북쪽 상투바위
▼ 고남산에서 바라본 덕유산 풍경 / 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 고남산 북쪽 백운산 영취산 풍경
▼ 고남산 정상풍경과 아래 중계탑
▼ 고남산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풍경 / 운봉평야
▼ 고남산 남동쪽 풍경 / 천왕봉과 반야봉이 한눈에--
▼ 고남산에서 다시보는 수정봉과 지나온 대간 길
◀ 고남산 ( 古南山, 846,4m) ▶
백두대간 봉화산과 수정봉 사이의 산으로 일명 태조산(太祖山) 또는 제왕봉(帝王峰)이라고도 하며,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계를 이루는 산이다. 고려말 14세기에 왜구의 침입이 극에 달하던 때인 1380년, 왜장 '아지발도'가 2,000여 군사를
이끌고 운봉에서 진을 치고 노략질을 일삼자, 이성계가 이곳 고남산에서 1,000여 군사를 이끌고 적장의 목을 베고 적을
섬멸하였었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 고남산의 夢中樓
▼ 고남산 정상의 '패랭이' 군락과 하늘말나리 씨방(하좌). 좁쌀풀꽃(황련화, 하우)
▼ 통안재의 서어나무(수령 400~500년) 고목 군락
▼ 수정봉과 고남산의 야생화
-황금마타리. 등골나물. 원출리. 기린초. 산수국. 산도라지.며느리밥풀꽃. 하늘말나리.- / 'ㄹ' 字 방향
▼ 청미래덩굴(上)과 청가시덩굴(下)의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