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좌표로 기록하는 해월 최시형의 '피체노정'
동학집강소 ・ 2021. 7. 26. 14:13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잊혀지게 마련이다.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근본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동학의 창도와 경전, 동학의 정신 가치와 혁명정신 등에 대한 연구가 적지 않았음은 모두 선학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운 최제우, 해월 최시형, 의암 손병희 등 동학 지도자의 행적에 대한 조명 역시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다만 기록의 망실이나 기억의 오류로 인해 지도자들의 행적 관련 정보가 일관되지 않고 간혹 혼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동학 천도교 지도자들의 행적을 재조명함에 있어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일은 후학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로이자 그동안 미진했던 현지조사 방식을 적극 활용하여 동학 지도자들의 행적을 조명하는 작은 시도이다.
수운 최제우 선생으로부터 동학의 도통을 전수받은 해월 최시형의 삶은 이후 관(官)의 추적을 피해 은거와 도피로 점철된 지난한 삶이었다. 수운이 동학을 창도한 4월 5일, 해월은 은거 중이던 원주 송골에서 관원들에 의해 체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1898년의 일이다.
이 글은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년 피체노정(被逮路程:원주 송골에서 관원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압송되어 수감되기까지의 여정)을 현지조사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글이다. 현지조사의 과정에서 해월 선생의 주요 경유지역을 기록사진과 GPS좌표(위도/경도)로 기록, 지도에 표현함으로써 ‘해월 피체노정’ 동선의 지리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해월의 피체노정과 순도이후 원적산 천덕봉 묘역에 안장되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현지조사의 과정과 일부 성과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지도는 피체노정의 주요 동선인 남한강~한양 수운로를 표현한 것이다.
해월 최시형 피체노정 개념도
기록사진, GPS좌표 실측으로 해월 신사의 행적 추적
필자는 2020년 12월 19일~20일,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단장 최인경)와 함께 해월신사 피체노정 현지조사에 참여하였다. 1박2일 동안 진행된 현지조사는 원주-여주-서울지역에 걸쳐 진행되었다. 해월선생이 원주 송골 원진여의 집에서 관원에 피체되어 한양으로 압송되기까지의 여정인 피체노정에 해당되는 구간이다. 조사의 목적은 해월 신사의 미확인 유적조사와 향후 콘텐츠 활용(개발)을 위한 사전 기초연구의 성격이 있었다. 현지조사에는 동학역사문화선양회 김시형공동대표, 최인경단장, 함경숙국장, 필자가 참여했다. 답사팀은 현지조사를 통해 그동안 문헌이나 구전으로 전승되어오던 해월 최시형 선생의 행적들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피체과정에서 이용되었던 노정. 즉 남한강 수운로, 한강 수운로의 지리공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답사에서는 원주-한양의 피체노정 뿐만아니라, 해월선생이 순도이후 원적산 묘역으로 안장되기까지 제자들이 해월을 모셨던 주요 여정을 확인하였고, 그동안 위치 비정이 명확치 않고 정보의 혼선이 적지 않았던 ‘은고개’과 같은 주요 지명(공간)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 역시 향후 연재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현지조사 과정을 기록사진으로 남겼으며, 이는 영상아카이브의 기초자료로 DB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주요 공간(장소/유적/경로)에 대한 GPS좌표를 채록하여 피체노정 지리공간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아래 지도는 피체노정의 주요 경유지와 유적을 GPS좌표로 채록하고 맵핑(Mapping)한 것이다.
해월 최시형 피체노정 GPS좌표 지도
답사팀이 채록한 GPS좌표는 2020~2021년 3차의 현장답사 및 조사(동학기행 및 개별적인 보완 답사)를 통해 실측하였으며, 해월의 피체와 순도이후의 동선을 망라하여 기록한 데이터이다. GPS좌표는 피체노정에서 반드시 파악 되어야하는 유적과 경유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GPS좌표는 역사공간의 위치를 비정하고 지리공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좌표 값은 북위(N), 동경(E)와 위도와 경도로 표시된다.
예를 들면, 해월의 피체지인 원주 송골 원진녀 집의 좌표는 <N37,26,39.2 E127,55,27.5>(오차범위:±3~5m)로 표시된다. 이는 동학 역사의 주요 공간인 송골 원진녀의 집이 향후 멸실과 변형, 이전이 된다 해도 원형의 위치는 언제든지 좌표 기록이 남아 그 원형성을 확인,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이러한 GPS좌표 기록 작업은 유물유적에 대한 확고한 위치확인 및 검증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기록방법의 하나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동학 역사 유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유용하고도 시급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료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면 해월의 행적 뿐만 아니라 동학기초연구자료로서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카이빙 자료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개발 및 활용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아래 [표 1]은 현지조사를 통해 기록된 해월 피체노정 관련 주요 유적 및 경유지역 GPS좌표 기록이다. 피체노정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거나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유적, 공간을 기록한 것임을 밝혀둔다. 필자가 GPS좌표 실측에 사용한 GPS기기는 GARMIN OREGON 550이며, ㈜네베상사의 학술연구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실측작업을 진행하였다.
해월 최시형 선생 피체노정 주요 장소 및 지정 GPS 좌표
해월 최시형 선생은 동학의 지도자를 넘어 위대한 사상가였다. 필자는 무지하리만치 동학의 역사에 과문한 탓에 해월의 사상가적 면모나 동학 지도자로서의 철학이나 사유를 설파할 수는 없지만, 역사지리공간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평소 ‘피체노정’이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동학 2대 지도자로서의 해월의 삶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그가 송골에서 관원들의 오라에 묶였을 때, 순순히 나설 수 있었던 것은 3대를 넘어 이어지게 될 동학의 연속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추체험(追體驗)이라는 말이 있다. ‘타인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실감(實感)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의 현장 체험에 주로 적용하여 쓰는 말이다. 다음 호에서는 기록사진을 중심으로 해월 선생이 한양으로 오가던 남한강 수운로(뱃길)와 한강 수운로의 주요 유적과 경유지역, 즉 피체노정의 이모저모를 ‘추체험’하고자 한다.
신영담 _방송대학TV PD,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중연행노정답사연구회 대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역사공간 영상기록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외대와 상명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주요논저로 『燕行路程 영상아카이브 구축 및 콘텐츠 활용방안 연구』외 다수의 논문과 『오래된 기억의 옛길, 연행노정』, 『코리아타운과 한국문화』(공저), 『코리아타운과 축제』(공저),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공저), 『옛길이 들려주는 이야기』(공저), 『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사진공저), 『연행노정기』(저서)가 있다.
원주 송골 피체처
원주, 송골 원진녀집-해월신사 피체지 N37 26 39.2 E127 55 27.5, 집 앞
원주, 송골 피체지 표석, N37 26 35.3 E127 55 37.7, 마을 입구
섬배 둔둔리 나루터
문막나루터
여주 나루터
광화문 경무청자리
서소문 감옥터
해월 최시형 순도터
광희문 공동묘지
경안고개 (은고개)
이종훈 생가 터
해월신사 최시형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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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PS좌표로 기록하는 해월 최시형의 '피체노정'|작성자 동학집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