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는 건축과 공간 개념을 주변 친밀감 있는 소재로 독특하고 다양한 해석을 이끌며 책을 읽는 우리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먼저, 학교 건축의 여러 면을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학교 건축의 형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학교 건축이 큰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면서 초, 중, 고 구분할 것 없이 그리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정형화된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의 모습에서‘닭장 안에 갇혀 지내는 양계장 닭이 떠오르고’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밥을 배급받아 먹는 곳이 교도소와 군대와 학교밖에 없다는 표현, ‘학생 때의 3학년 4반 교실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대형 아파트 304호의 편안함, 나중은 똑같은 납골당에 나란히 안치될 것이다’라는 서술은 지금까지의 학교 건축의 폐해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음이 학교 건축과 사회 구조에서 찾고 있다.
또한 작가는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전적 정신이 없고 개성은 멀어져,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고, 학교 건축이 이전과 달리 공간의 의식이 바뀌어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옥의 설계 역시 회사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결정으로,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있음을 피력하며 건축은 시대 정신이 반영된다고 주장하면서 구조, 소통의 단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하지만, 현대인은 끼리끼리 모이는 SNS단지에 갇혀서‘양극화와 사회적 건설의 비효율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도시의 보행자 중심 네트워크는 일상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공간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실제로 최근 도시의 육교가 많이 해체되었고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되는 장소가 늘어나는 것이 보행자 중심의 모습으로 바뀌어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도심속에 머물 공간이 적어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찾아내려는 대중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도시의 공간 구성이 걷기 중심으로 연결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특히, 골목길에 대한 부분은 기성 세대에게는 많은 추억과 지나간 삶을 가져다 준 곳이기에 더욱 남다르다. 골목길이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에게 익숙한 크기와 길이로 나누어진 사람 중심의 길이기에 골목길의 모양은 유지되어야 하고 골목길 주변이 예전의 모습처럼 공간을 갖추도록 배치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걷고 싶은 환경에 우선 골목길 풍경이 바뀌어야 하며, 골목길이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진 다양한 체험이 있는 길이고 골목길의 모양을 유지한 상태에서 재개발되어야 하며, 자연이 있는 골목길 보존을 통해 새로운 21세기형 골목길 문화가 만들어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사회적 공간의 플랫폼 권력과 위치 에너지, 건축의 디자인 형식이 권력과 과시욕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하였으나 그것과 달리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것이 바뀐 경제, 정치 구조로 건축 환경과 도시 환경이 사람을 바꾸고, 바뀐 사람은 다시 정치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 조직을 바꾼다면 도시와 주변환경을 바꾸고,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발명이 나오고 그것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건축에서도 기술과 재료가 진화하면서 그중 가장 변화무쌍한 것이 창문의 예를 통하여 공간 개념을 제시해 주고 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벽, 창문, 기둥, 지붕, 길, 다리 각각의 건축의 요소를 통해 공간에 대한 생각이 역사적 현실로 다가와 예루살렘의 벽, 한반도의 휴전선 등 빈 공간으로 만든 장벽이 둘 사이를 더 단절시키는 요소이며 자연에는 담장이 없다는 제시를 통하여 오직 인간만이 정치적, 종교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벽을 세우고 공간을 나눈다고 서술하였다.
한편으로 건축가의 입장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 한강 르네상스, 재생 건축 중심의 개발’등 주요 프로젝트가 해외 사례와 너무 비슷하여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우리가 세계 첫 시도를 해 볼 수 있음에도 아직도 우리만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따라만 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고 도전 정신의 부족으로, 우리 사회는 실패를 감수하는 더 큰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찍이 우리의 선조가 금속활자 ‘직지’의 창조에서 세계를 앞서간 모습을 보여준 사례를 떠올려 본다. 세계 최초의 창업, 건축에서도 세계 최초의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우리 도시의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바꿀 이 시대 건축가들의 기발한 ‘건축 요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보기도 하였다.
재능있는 건축가가 제대로 건축해서 전국 어느 도시, 어떤 지역에서나 한 기업의 건축물이 복사한 듯 같은 모양, 같은 구조가 아닌 지역성이 드러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고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개발,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고 지역균형 개발로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소통하게 하기 위해 이웃 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지역간 경계를 허물며 격차는 줄어들게 될 것이고 따라서 소통을 늘리고 지역의 개성을 찾아가면서 지역 편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우리의 도시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면 좋겠다고도 하였다.
또한 사회 구조학적, 건축적 유추로 보면 온돌 난방 시스템 도입이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경제구조를 바꿔 가는데, 고층 주거의 도입과 도시화가 정착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온돌과 아궁이의 분리에서 시작되었고 이것은 전통적인 주거양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서술한다.
효율성 위주로 배치된 건축, 흐름이 친숙한 공간, 주택,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나 주변환경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시 된, 실내 인테리어만 보고서 자기가 살 집을 결정하는 우리네 문화, 한국 주거 문화를 비판하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축은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는 건축을 강조하고 동시에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환경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간 읽기를 통하여 건축과 도시를 만들 때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공간 안에 이루어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하고 우리를 화목하게 만드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어디서 살 것인가’이 물음은 인간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이후 꾸준히 변화 발달하면서 공간 활용의 여러 측면, 사회 구조적, 디자인적 요소의 접목을 통해 건축과 도시, 공간과 건축, 환경과 건축 등 각 영역별로 ‘우리의 도시’개념으로 다양하고 쉽게 풀어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시사점, 문제 해결 방법을 보여준 것은 인간 관계의 측면에서 공간과 소통의 사회를 강조하는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평소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관심사에서 사라졌던 분야, 그러나 ‘어디서 살 것인가’란 책을 통하여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가깝게 느끼게 되었고, 나아가 문학 작품 황순원의 소설‘소나기’의 소재 징검다리를 건축 공간적인 해석으로 보여준 것은 새로운 발견으로서 신기로움을 더해 주었으며 작품해석에 대한 또 다른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건축물,‘길은 인간의 공간 개념을 변화시킨 건축 요소’라는 접근은 공간 개념의 다양한 분석과 인간 미래의 행복 추구 모습에 새삼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