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면 이야기 좀 더하고 삼천포로 갑시다. 그 하나. 용현면 선진리에는 왜성이 하나 있습니다. 선진리 왜성 벚꽃! 지금이야 벚꽃단지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예전 경주 보문이나 지리산 쌍계사 가는 10리 벚꽃길이 이름을 날릴 때 숨어있던 벚꽃비경이 바로 선진리 왜성 벚꽃이었습니다. 보문이나 쌍계사 벚꽃은 길따라 쭉 심어져 있어 벚꽃나무 아래서 전 벌리고 놀 수 있는 환경은 아니죠. 근데요. 선진리 벚꽃은요. 동산 전체가 벚나무예요. 그것도 아름드리 큰 나무들. 아는 사람들 즉 삼치 사천 진주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이 벚꽃놀이 하러 갔던 곳입니다.
자, 그림 한 번 그려보세요.
동산 전체가 만개한 벚꽃들로 덮혀있고 꽃무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흰구름! 고개 돌리면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사천만 바다! 그리고 해조음! 바닥에 하얗게 뿌려진 꽃잎 무늬 밟기조차도 미안해 발 떼기도 조심스러운 곳. 선진 벚꽃밭! * 여기까지는 배경입니다. ㅋ
꽃그늘에 자리 펴고 앉은 선남선녀들! 술잔 위에 한점 두점 떨어지는 꽃잎들! 익어 가는 고기 위에 고명처럼 펼쳐지는 꽃잎들! 바람 스쳐가면 꽃비로 흩날리는 저 분분한 나비들! 마주 앉은 고운 사람 머리 어깨 위에 사푼히 내려앉은 저 부러운 꽃잎들! 술을 마시기 전에 취했을 겁니다.
그림 다 그렸나요?
결혼 후 몇 년만에 이곳을 44회 선배 부부와 같이 놀러갔습니다. 집사람 좋아했을까요? 아니오. 화를 냈습니다 왜냐고요? 이 좋은 곳을 이제야 데려오냐고 말입니다. 그 당시에는 고향에 어머니가 계셔서 자주 내려갔는데 갈 때마다 그곳을 스쳐지나갔는데도 한번도 가보자라는 말 하지 않았다고.... 제가 잘못 맞나요?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가요?
그런 선진 벚꽃장이 지금은요. 무슨 벚꽃축젠가 하는 바람에 꽃구경이 아니라 사람구경만 하게 됩디다. 아아 그리운 옛날이여! 그래도 봄에 사천 올 기회되면 한번 둘러보세요.
* 제가 사는 부산 낙동강 제방 12km에 심어져 있는 벚꽃길은 대한민국 최고의 벚꽃길입니다. 내년 봄에 구경오세요. 만사 제치고 안내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