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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반야경 제3권
4. 구화구사라권조품(漚惒拘舍羅勸助品)
그때 미륵보살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어떤 보살마하살이 보시와 계율을 스스로 지키는 사람을 격려하고 돕는다면 이야말로 더없이 존귀하고 위없는 복덕이 됩니다.”
수보리가 미륵보살에게 말했다.
“어떤 보살마하살은 일찍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에서 공덕을 지었으니 이 모든 나라의 부처님 숫자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완전한 열반에 든 이 보살은 처음에 불도를 닦으려는 마음을 낸 이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아유삼불(阿惟三佛:現等覺)과 무여니원계(無餘泥洹界:無餘涅槃)를 성취한 다음 마침내 어떤 대상도 없는 경지에 이르러 모든 공덕을 성취하니 그 공덕은 끝이 없습니다.
이것은 모든 성문들의 보시와 계율을 스스로 지키는 공덕, 번뇌가 남아 있는 사람과 스스로 번뇌를 다한 사람의 공덕, 열반에 든 모든 부처님들께서 그 가운데에서 지으시는 공덕, 청정한 계신[淨戒身]과 삼매신(三昧身:定身)과 지혜신(智慧身:慧身)과 이탈신(已脫身:解脫身)과 탈혜소현신(脫慧所現身:解脫知見身)에서 원래의 법을 나타내는 공덕, 더없이 자비로운 불법의 공덕,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천중천(佛天中天: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공덕, 일체의 완전한 열반으로부터 부처님들께서 지으신 공덕을 모두 합한 것이니,
이러한 것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것을 존귀하다고 하며, 이것은 모든 공덕 중에 가장 훌륭합니다.
보살들은 이와 같이 격려하고 도와주는 뜻을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하는 데에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보살은 자신의 마음에 의해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짐짓 이 마음으로부터 대상을 얻고자 합니다.”
미륵보살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마음에 의해서는 구할 수도 없고 마음으로부터는 얻을 대상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에게는 지혜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뜻과 생각을 갖게 되며, 지혜가 없기 때문에 4전도(顚倒)에 떨어지니, 곧 항상함이 없는 것을 항상함이 있다고 하고 고통을 즐거움이라고 하며 헛된 것을 참되다고 하고 육신이 없는 것을 육신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보살은 구할 것이 없음에도 굳이 마음에 의해 대상을 구하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보살은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해야 합니까?”
미륵보살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처음 배우는 보살마하살 앞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믿음을 잃거나 즐거움을 잃거나 기쁨을 잃거나 행함을 잃을까 해서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반드시 부처의 길로 나아가는 길에서 아유월치의 지위에 오른 보살마하살에게만 설하거나 또는 오랫동안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있던 보살마하살에게만 설해야 듣는 이가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보살마하살들은 다른 사람들을 능히 격려하고 도와주어 살운야에 대한 마음을 갖도록 합니다. 이와 같이 격려하고 도와주면 그 마음도 다 없어져서 있는 것도 없고 잘못된 견해에도 빠지지 않고 보는 것도 없으니,
다시 어떤 마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어떤 마음이 이것을 구하겠습니까?
마음에는 둘이 없으니 마음은 본래부터 그러하기에 능히 모든 것을 지어냅니다.”
석제환인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새로 배우기 시작한 보살마하살이 혹 이 말을 듣고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거나 보살마하살이 공덕을 짓고자 할 때는 과연 어떻게 권유하고 도와주어야만 그 복덕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수보리가 미륵보살에게 말했다.
“이러한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수호해 주어야 하니,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지 온갖 악을 파괴하고 애욕을 끊고 행동에 어긋남이 없고 악마의 장난을 물리치고 번뇌의 무거운 짐을 벗고 스스로 모든 고통을 다하여 마음이 해탈했음을 아는 것과, 셀 수 없이 많은 찰토(刹土:국토)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얻으신 완전한 열반 가운데에서 지은 공덕과, 복덕과, 모든 성문들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얻은 공덕을 하나로 묶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존귀하고 모든 공덕 중에서도 아무런 허물이 없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며,
이와 같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는 이를 이와 같이 권유하고 도와주면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마음과 잘못된 견해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만약에 보살마하살이 마음을 내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할 때 그 마음을 짐짓 생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 보살마하살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면 짐짓 마음으로 꾸미는 것이니 곧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마음과 잘못된 견해에 떨어지고 맙니다.
만약에 보살마하살이 마음을 붙잡아 분명히 알고 반드시 이와 같이 배운다면 어떤 것도 다하여 있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으니, 다하였음을 아는 이는 정작 어떤 마음을 붙잡아야 합니까?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마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정작 마음을 대상화하여 무엇인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는 마치 대상을 따라 대상이 생겨나는 것과 같으며, 이와 같이 진실됨을 지어내는 것을 본래의 지어냄이라고 하고 삿된 지어냄이라고 하지 않으니,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짓는 바 공덕입니다.
만약에 어떤 보살마하살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지으신 공덕과 모든 성문 및 범부들이 지은 공덕과 가르침을 들은 축생ㆍ천(天)ㆍ용(龍)ㆍ열차(閱叉:야차)ㆍ건타라(健陀羅:건달바)ㆍ아수륜(阿須倫:아수라)ㆍ가루라(迦樓羅)ㆍ견타라(甄陀羅:긴나라)ㆍ마후륵(摩睺勒:마후라가) 등 인비인(人非人)들이 마음을 내어 지은 공덕과 처음으로 보살의 길을 배우는 이들의 공덕을 하나로 뭉쳐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고 더없이 존귀한 것이고 갖가지 공덕 가운데 아무런 허물없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니, 보살은 바로 이와 같이 권유하고 도와주는 복덕에 의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대상도 다하였음을 거듭 알아야 하지만 원래 어떤 대상도 생겨나거나 멸하지 않았고 있는 곳도 없으니 보살은 정작 이와 같이 생겨남이 없는 법에 의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습니다.
이 법은 모양이 있는 대상과는 함께 하지 않으니 바로 그러한 작용에 의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까닭에 잘못된 생각에도 빠지지 않고 잘못된 마음에도 빠지지 않고 잘못된 견해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짐짓 바라는 것도 없고 갖가지 잘못된 일에도 빠지지 않는 것을 가리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합니다.
어떤 보살마하살은 복덕 짓는 법을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과거 모든 부처님들의 육신은 이미 소멸되었고 권유하고 도와준 복덕도 소멸되어서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분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행해야만 합니다.
만약 완전한 열반에 든 모든 부처님들께서 이루어 놓으신 공덕으로부터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러한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불천중천(부처님)께서도 집착하여 생각하지 않으시니 과거는 이미 멸하였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이에게는 아무런 공덕도 없습니다.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구화구사라(漚惒拘舍羅:선교방편)를 배워야 하니, 아직 반야바라밀을 배우지 못한 이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고, 이미 반야바라밀을 얻은 이만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육신에 대해 분별하지 말 것이니, 다 쓰고 나면 이것은 반드시 사라집니다. 이러한 까닭에 육신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덕이 있는 사람은 문득 생각을 돌려서 고행 가운데에 머무르고자 하니,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은 결코 이러한 공덕을 지어서 권유하고 도와주는 데에 쓰기를 기꺼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르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 이 사람은 완전한 열반에 드신 부처님들을 보고 문득 생각을 돌립니다. 이러한 까닭에 공덕을 짓는 것을 꺼리고 이에 붙잡히지도 않고 오히려 고행 가운데에 머무릅니다.
이와 같이 분별하지 않는 것이 곧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공덕입니다. 반대로 분별하는 것은 비유하면 독(毒)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진수성찬에 독을 섞어 놓으면 빛깔도 보기 좋고 향도 그윽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 안에 독이 섞여 있는 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크게 기뻐하면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점차 이것이 소화되면서 오랫동안 육신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공덕을 어떻게 쌓는지 옳게 알지 못하는 이는 큰 어려움이 있으니, 장차 보살마하살로부터 수호 받는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반야바라밀을 독송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그 안의 일도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이
와 같이 공덕을 옳게 쌓는 법을 알지 못한 채 공덕을 쌓는 것을 가리켜 진수성찬에 독이 섞여 있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만약 불도를 구하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들께서 이루어 놓으신 지계신(持戒身)과 삼매신(三昧身)과 지혜신(智慧身)과 이탈신(已脫身)과 탈혜소현신(脫慧所現身) 및 성문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지은 공덕과, 불천중천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지은 공덕과, 벽지불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지은 공덕을 한데 묶어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도와주면서 그 복덕에 의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는 짐짓 자신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기에 비유하면 독(毒)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살마하살이라면 반드시 이와 같이 배워야 하니,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지어 놓으신 공덕이 어디에 있으며 이로써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권유하고 도와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달살아갈의 가르침을 남에게 그대로 전하는 보살은 부처님의 공덕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는 것과, 그 모양과 법의 내용을 바로 깨닫고 그 공덕으로 다른 사람을 권유하고 도와주며 이것이 인연이 되어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합니다.
보살마하살이 베푸는 보시 가운데 이에 견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것은 끝내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을 여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독이 섞여 있다고 하지 않으니, 이것은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가르침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보살마하살은 청정한 계율과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했음을 스스로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욕계(欲界)도 없고 색계(色界)도 없고 무색계(無色界)도 없으며,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고 있는 것도 없이 보시해야 하고, 보시하는 행위마저도 있는 것이 없어야 하니,
이와 같이 보시해야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법마저도 있는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이 사람이 베푸는 보시는 독이 없다 할 수 있습니다.
이것과 다른 보시는 원래의 보시에 어긋납니다.
천중천께서는 이와 같이 법에 어긋나지 않게 보시를 행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으니, 이것이 곧 원래의 보시이며 이것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수보리여,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행하는 것을 일컬어 보살마하살의 보시라고 한다. 설령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한결같이 자애롭게 생각하고 차별 없는 마음으로 지켜 주더라도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것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만약에 삼천대천국토의 모든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문득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의 보살들에게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월 동안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 등을 기꺼이 보시한다면,
수보리 그대는 복이 많다고 생각하느냐, 적다고 생각하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아주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수보리여, 다른 사람을 권유하고 도와주면, 그 복덕이 훨씬 커서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권유하고 도와주는 이의 복덕은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라도 다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붙잡아 이것을 보시하더라도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니, 여기에는 그 백 배, 아니 천 배, 아니 만 배, 아니 억 배, 아니 억만 배의 공덕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사천왕(四天王)이 사는 하늘 나라의 2만 명이나 되는 천인 모두가 부처님의 발 위에 이마를 조아리는 예경을 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선교방편)에 의해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도리천(忉利天)의 모든 천인들이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 다음 이렇게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에 의해서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염천(炎天)의 모든 천자들이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 다음 이렇게 말씀드렸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에 의해서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도솔천의 모든 천자들이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 다음 이렇게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에 의해서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격려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니마라제천(尼摩羅提天)의 모든 천인들이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 다음 이렇게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에 의해서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바라밀니화야발치천(波羅蜜尼和耶拔致天)의 모든 천인들이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 다음 이렇게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구화구사라에 의해서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하니 그 공덕은 아주 크고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그 가운데에서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범천(梵天)인 범가이천(梵迦夷天)과 범부루천(梵富樓天)과 범파리산천(梵波利産天)과 마하범천(摩訶梵天)과, 합천((病-丙/盍)天)인 파리타천(波利陀天)과 합파마나천((病-丙/盍)波摩那天)과 아회긍수천(阿會亘修天)과 수하천(首訶天)과 파리수하천(波利首訶天)과 하파마수하천(訶波摩首訶天)과 수하가천(首訶迦天)과 비이반라천(比伊潘羅天)과 아비야타천(阿比耶陀天)과 수타시니천(須陀施尼天)과 아가이타천(阿迦貳吒天) 등의 모든 천인들이 모두 이마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절하고 아뢰었다.
“천중천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크게 보시한 공덕이 지극합니다.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이로부터 권유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타위천(首陀衛天)의 모든 천자들에게 이르셨다.
“삼천대천세계 국토의 모든 보살마하살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령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의 모든 중생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거나,
또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또 다른 부처님 나라의 모든 중생들이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동안 하늘의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잡향과 하늘의 비단과 일산과 깃발과 악기, 아니 설령 그보다 더한 것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즐겁게 해 드린다고 해도,
정작 보살마하살이 권유하고 도와주며 보시를 행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며,
청정한 삼매신과 지혜신과 이탈신과 탈혜소현신 및 성문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얻은 모든 공덕을 하나로 합한다 해도,
권유하고 도와주는 공덕에는 미치지 못한다.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은 이와 같이 더없이 존귀해서 견줄 것이 없으니,
보살마하살은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에 의해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수보리가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모든 말씀을 하나로 합한 것은 더없이 존귀합니다. 하지만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으로부터 보살마하살이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한결같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대상 가운데에서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고 배울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며,
어떤 대상도 생겨난 적이 없고 멸한 적도 없고 대상을 따라 다른 대상이 생겨나거나 멸하지도 않으니, 그 안에서는 끝내 생겨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이야말로 모든 대상이 머무르는 진실된 모양이니 나 역시 이로써 불도를 구하는 이들을 권유하고 도울 뿐이다.
이와 같이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으로 보시를 행하는 이는 머지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이러한 까닭에 보살마하살은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을 존귀하게 여긴다.
또한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보시를 행하는 이들을 권유하여 도와주고,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를 닦는 이들을 권유하고 도와주는 해탈한 이들을 권유하여 도와주고,
해탈했음을 스스로 아는 이들을 권유하여 도와주니,
해탈은 곧 보시이고, 해탈은 곧 지계이고,
해탈은 곧 인욕이고, 해탈은 곧 정진이고,
해탈은 곧 선정이고, 해탈은 곧 지혜이고,
해탈은 곧 지혜 그 자체로서의 부처님이고,
해탈은 곧 해탈했음을 스스로 아는 것 그 자체로서의 부처님이고,
해탈은 곧 모든 번뇌를 벗어난 것이고,
해탈은 곧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이고,
해탈은 곧 주위의 모든 대상이다.
이러한 까닭에 미래에 나실 모든 부처님들도 해탈과 같고,
현재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처님 나라의 모든 불천중천들도 해탈과 같고,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도 해탈과 같아서,
그 가운데 어느 것에도 집착할 것이 없고 얽매일 것이 없고 벗어날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아는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어떤 것도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으로 보시를 행함에 견줄 수 없고, 어떤 것도 이를 무너뜨릴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은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을 존귀하게 여긴다.
하지만 수보리여, 설령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의 모든 보살들이,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 동안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으로 보살마하살들을 공양하거나,
혹은 계율을 지키고 인욕(忍辱)에 힘쓰고 부지런히 정진(精進)하고 선정(禪定)을 닦아 삼매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작 권유하고 도와주는 것의 공덕은 그보다 백 배, 아니 천 배, 아니 만 배, 아니 억 배, 아니 억만 배나 되며 이로부터 가장 존귀한 복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