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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십륜경 제3권
4. 관정유품(灌頂喩品), 제6륜-제10륜
[관정찰리대왕의 제6륜]
“선남자야, 비유컨대 관정찰리대왕(灌頂刹利大王)은 비밀하고 중요한 모든 법과 수호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 준비한 후에,
여러 궁중 사람들과 채녀(婇女)들에게 둘러싸여 5욕을 즐기고 방일(放逸)하고 자재롭게 놀며 6근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쾌락을 누리나니,
이것을 ‘관정찰리대왕의 제6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이 6륜으로 인하여 외부의 모든 원수나 적을 항복받고 자기 나라를 더욱 유익하게 하며, 수명도 늘어나게 되었느니라.
족성자야, 여래 세존과 모든 보살마하살과 성문(聲聞) 대중들이 잘 방어하고 보호하여 두려워 할 것이 없게 되었느니라.
그때 여래께서 초선ㆍ제2선ㆍ제3선 나아가 제4선에 이르기까지 선정에 들어갔으며,
또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들어갔고,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하신 삼매에 빠짐없이 모두 들어갔느니라.
그때 여래께서 삼매에 들어가고 나서 헤아릴 수 없는 억 나유타(那由陀)와 같이 많고 많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人非人) 등과 아귀ㆍ비사사(毘舍闍)ㆍ부단나(富單那)ㆍ가타부단나(迦吒富單那) 등이 추악한 마음을 항상 품고 생각마다 사납고 모질며 중생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으므로,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후세(後世)는 없다고 단정하여 말한다.
그러다가 저들은 내가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하셨던 삼매(三昧)에 들어간 것을 보고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삼보에 대해서는 최상의 훌륭하고 성대한 경지를 얻었다 하여 사랑하고 즐거워하고 환희하며,
존중하고 공경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을 얻었다고 하느니라.
그리하여 모든 악(惡)을 여의고 마음속으로 잘못을 뉘우치면서, 여러 가지 한량없이 많은 업장(業障)ㆍ번뇌장(煩惱障)ㆍ법장(法障)이 한 찰나경에 남김없이 소멸되고,
모든 공덕과 지혜를 얻어 원만하게 갖추며,
생사(生死)를 등져 여의고 열반으로 나아가며,
모두가 하나같이 불법을 보호하여 지키나니,
이것을 여래의 제6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여래께서는 이러한 제6륜을 성취했기 때문에 선정(禪定)ㆍ해탈(解脫)ㆍ삼마발제(三摩拔提)로 중생들의 번뇌를 끊고 이 지혜로써 모든 번뇌를 소멸하여 안온한 곳에 이르고 두려움까지도 없게 하였으며,
높고 크고 뛰어난 선인(仙人)들이 굴렸던 깨끗한 법륜을 굴리지만,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과 여러 마왕(魔王)과 범왕(梵王) 같은 이는 이 법륜을 굴리지 못하므로,
나는 모든 외도와 괴로움을 주는 원수와 적들을 모두 항복받고 사부대중 앞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느니라.
[찰리관정대왕의 제7륜]
선남자야, 비유컨대 관정찰리대왕은 네 부류의 군대[四兵:馬ㆍ車ㆍ象ㆍ步兵]를 거느리고 자기 나라의 성읍(城邑)ㆍ촌락ㆍ동산[園樹]ㆍ밭ㆍ연못ㆍ샘물ㆍ계곡ㆍ언덕ㆍ시내와 넓은 들판을 두루 순찰하고,
또 자기 나라 안에 있는 산업체를 두루 돌아볼 때에 만약 그런 처소에 의심스럽고 두려운 적국의 원수와 도적이 있는 듯하면,
찰리대왕은 문득 그곳의 사정에 따라 마음이 같은 사람을 배치하여 모든 원수와 도적을 방어하게 하고 자기 나라를 잘 수호하여 모든 백성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나니,
이것을 ‘찰리관정대왕의 제7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이 왕은 이러한 힘으로 밖에 있는 모든 원수와 적(敵)을 남김없이 항복받고 자기 나라를 늘리고 이익 되게 하며 수명도 늘어나게 하느니라.
이와 같이 족성자(族姓子)야, 여래 세존은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법안(法眼)을 열어 보여서,
만일 탐욕의 마음이 있으면 그 탐욕의 마음을 사실 그대로 알게 하고,
성내는 마음도 사실 그대로 알게 하며,
어리석은 마음에 대해서도 사실 그대로 알게 한다.
또 중생들의 여러 가지 번뇌와 갖가지 병을 알아서 그들이 행하는 바에 따라 사실 그대로 알게 한다.
여래는 이와 같은 처소에서 모든 방편ㆍ정진ㆍ세력으로써 여러 중생들의 유사한 근기에 따라 선정의 묘한 약으로 중생의 번뇌를 제거하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탐욕과 애욕이 많으면 부정관(不淨觀)으로써 가르치고,
만약 어떤 중생이 네 가지 범당(梵堂)으로써 다스릴 수 있는 이가 있으면 네 가지 범당을 가르쳐 닦게 하며,
만약 매우 어리석은 중생이 있으면 그에게 인연(因緣)에 대하여 관찰하게 하고,
만약 어떤 중생이 수식(數息)을 닦아야 하면 그에게 수식관을 닦게 하며,
만약 어떤 중생이 3해탈문(解脫門)을 닦아야 하면 그에게 3해탈문을 가르쳐 주고,
만약 어떤 중생이 선정을 닦아야 하면 그에게 선정을 가르쳐 주며,
만약 어떤 중생이 무색정(無色定)을 닦아야 하면 나는 그에게 무색선정을 가르치며,
나아가 수릉엄삼매로써 모든 중생들의 번뇌의 병을 끊으려는 이에게는 곧 그에게 수릉엄삼매를 닦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중생들이 네 가지 마군의 길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중생이 자재(自在)함을 얻어 인천의 도[人天道]를 끊게 하기 위해서이며,
또 모든 중생들이 악취에 들어가서 삼보의 종자를 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능히 모든 곳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나니,
이것을 여래의 제7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여래는 이와 같은 제7륜을 증득했기 때문에 안온한 경지에 이르러 두려움이 없으니,
높고 크고 뛰어난 선인(仙人)은 능히 이 법륜을 굴리지만,
모든 사문ㆍ바라문과 여러 마왕ㆍ범왕 등은 이 법륜을 굴리지 못하므로,
나는 그 밖의 모든 외도와 원수ㆍ적들을 항복받고 사부대중 앞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느니라.
[찰리관정대왕의 제8륜]
선남자야, 비유컨대 관정찰리대왕은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전생의 종성(種性)과 어릴 때 소꿉장난하며 놀던 곳과 그 밖에 여러 가지 목욕하던 일, 품에 안겨 젖 먹던 일, 손톱과 발톱을 깎던 일, 사지에 안마를 받던 일과 나아가 장난으로 재와 흙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던 일들을 기억하고는,
한량없는 갖가지 기술을 배워 익히고, 다른 나라에 가서 밤낮없이 그곳에 머물러 살면서,
그 나라 왕과 여러 대신들을 공경히 섬기고,
아울러 태자가 되어 왕위에 오르며,
대왕이 되어서는 모든 즐거움을 받으면서 자유자재로 걸림 없이 행동하느니라.
그때 여러 방향과 4유(維) 상하에서 커다란 음성으로 게송을 지어 찬탄하고,
언제나 바른 법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중생들을 괴롭게 하지 않으며 국토를 보호할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것을 ‘찰리관정대왕의 제8륜(輪)’이라고 하느니라.
나는 이와 같은 제8륜을 성취하였기 때문에, 이때 관정찰리대왕은 모든 외도(外道)와 원수ㆍ적(敵)들을 항복받고 자신의 수명을 보호하여 증장(增長)시키느니라.
[여래의 제8륜]
이와 같이 선남자야, 여래 세존께서도 대중들 가운데 있으면서 전생의 인연[宿命因緣]을 관찰하나니,
즉 1생ㆍ2생ㆍ3생으로부터 한량없는 백ㆍ천ㆍ억 생에 이르기까지를 생각하고, 혹은 성겁(成劫)ㆍ괴겁(壞劫)으로부터 나아가 무량억겁(無量億劫) 동안의 모든 성괴겁(成壞劫)까지를 기억하느니라.
과거에 나는 저곳에서 살았고 이러한 종성(種姓)이었으며, 이름은 이러했고 살았던 곳은 이러하며, 이 같은 음식을 먹고 살았고 이 같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다.
또 이만큼 오래 살았고 이같이 오래도록 머물렀으며, 수명이 다한 뒤에는 저곳에서 죽어 이곳에 와서 태어났고, 또 이곳에 죽어서 저곳에서 다시 태어났으며,
이러한 저 모든 모습과 모든 방소(方所) 등 여러 종류별로 과거 일들을 다 알게 되나니,
이것을 ‘여래의 제8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여래께서는 이와 같이 제8륜을 성취하셨으므로 그 공덕 때문에 안온(安穩)한 곳에 이르게 되고 두려워할 것이 없어졌으니, 높고 크고 훌륭한 선인은 이러한 법륜을 굴리지만,
모든 사문ㆍ바라문과 여러 마왕ㆍ범왕 등은 이 법륜을 굴리지 못하므로,
나는 그 밖의 모든 외도와 원수ㆍ적들을 남김없이 항복받고 사부대중 앞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관정찰리대왕은 자기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 근원(根原)과 종성ㆍ권속에 대하여 다 알고 있으며,
용맹한가, 건강한가, 또는 어떤 종류의 기술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으며,
가난한지 부유한지, 단정한지, 추하고 더러운지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다.
나아가 죽을 때도 혹 자신의 업으로써 목숨이 다하여 죽었는지, 또는 국가의 법을 어겨 형벌을 받고 죽었는지, 혹은 서로 다투다가 비명에 죽었는지를 알며,
혹은 매를 맞고 죽었는지, 감옥에 갇혀서 죽었는지, 또는 기술을 배우다가 죽었는지, 전쟁을 하다가 죽었는지, 서로 투쟁하다가 죽었는지를 알며,
혹은 재물 때문에 죽었는지, 애욕에 빠져 죽었는지, 분노 때문에 죽었는지, 기갈(飢渴)로 인하여 죽었는지를 알며,
혹은 자기에게 허물이 있어서 죽었는지, 늙어서 죽었는지, 장성한 청년이었을 때에 죽었는지, 어린 나이에 죽었는지를 알며,
혹은 착한 일을 하다가 죽었는지, 악한 일을 하다가 죽었는지,
이와 같이 모든 죽은 사람의 죽게 된 인연과 그 본말(本末)에 대하여 생각하는 대로 낱낱이 다 아느니라.
또 어떤 중생이 착한 인연을 닦아서 하늘에 태어나려고 하는지,
어떤 중생이 악한 인연을 닦아서 악취(惡趣)로 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대로 아느니라.
그렇게 다 알고 난 뒤에 나는 몸의 선행(善行)을 닦고 말의 선행을 닦고 뜻의 선행을 닦으며, 나는 항상 방편으로 보시를 닦느니라.
그리하여 모두 조복(調伏) 받아 이러한 행위를 따르게 하며,
만약 목숨이 끝날 때에는 마땅히 천상(天上)에 태어나며, 좋은 세계[善趣]에 살고 나쁜 세계를 멀리 여의게 하느니라.
이와 같이 관정찰리대왕은 몸과 말의 선한 업(業)을 부지런히 닦고,
음식ㆍ의복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침구[臥具]ㆍ의약 등 갖가지 필수품을 보시하기 좋아하고,
나아가 급사(給使)ㆍ노비(奴婢)ㆍ동복(童僕)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시하며,
아울러 머리ㆍ눈ㆍ손ㆍ발 마침내 몸과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버리느니라.
그리하여 살생(殺生)ㆍ도둑질[偸盜]ㆍ사음(邪淫)ㆍ망어(妄語)ㆍ욕ㆍ이간질하는 말ㆍ기어(綺語)ㆍ탐욕ㆍ성냄ㆍ사견(邪見)을 모두 다 끊어 없애느니라.
[관정찰리대왕의 제9륜]
관정찰리대왕에게는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훌륭한 명칭(名稱)을 보호하고, 재업(財業)을 얻으며,
몸의 모습이 미묘하고, 많은 권속을 얻으며,
병과 고뇌가 적고, 권속들이 어질고 슬기로우며,
좋은 세계에 태어날 이에게 모든 것을 공급하고 친근히 하고 공양하며,
명성이 시방에 퍼지면 모두들 게송을 지어 찬탄하고 칭송하며,
여러 천신(天神)들이 모두 와서 옹호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천상에 태어나나니,
이것을 ‘관정찰리대왕의 제9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은 제9륜을 성취하고 나서 국토의 경계를 더욱 유익하게 하고 수명을 연장하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남자야, 여래 세존은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다른 사람이 여기에서 죽어 저곳에 태어나는 것을 사실대로 모두 아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착하지 못한 몸의 업[身業]과 착하지 못한 말의 업[口業]과 착하지 못한 뜻의 업[意業]을 짓고 성현을 비방하며, 삿된 견해에 전도(顚倒)되면,
이와 같은 삿된 견해의 인연으로 지은 업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악취에 떨어지나니,
혹은 지옥세계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축생이나 아귀의 세계에 떨어지기도 하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몸의 선한 업[身善業]과 말의 선한 업과 뜻의 선한 업을 지으며, 현성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견해를 갖추게 되면,
이러한 바른 견해의 업을 성취한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좋은 세계에 들어가나니,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되는데 하늘 세계에 태어나거나, 혹 인간 세계에 태어나도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업장의 인연을 잘 알기 때문에,
여래가 여러 중생에 대하여 대자대비의 마음을 일으켜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고 세 가지 신통(神通)을 나타내어,
저 중생들이 세간과 출세간(出世間)의 믿음에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 신통인가?
첫째는 신통력[神通]이요,
둘째는 설법(說法)이요,
셋째는 남의 마음을 아는 것이니,
이 세 가지 신통으로써 모든 중생들을 세간과 출세간의 믿음에 안치(安置)하여 여러 세계의 온갖 중생[有爲]이 생(生)을 받는 모든 일을 다 해탈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여래의 제9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여래께서는 이와 같은 제9륜을 성취하셨기 때문에 안온한 곳에 이르러서 두려울 것이 없게 되셨으니, 높고 크고 훌륭한 선인은 이런 법륜을 굴리지만,
모든 사문ㆍ바라문과 여러 마왕ㆍ범왕 등은 이 법륜을 굴리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모든 외도와 그 밖에 원수ㆍ적(敵)들을 항복받고 사부대중 앞에서 사자후로 설법을 하느니라.
[전륜성왕의 제10대륜]
선남자야, 비유하건대 관정찰리대왕은 사천하(四天下)의 모든 중생들 중에 병으로 괴로워하는 이를 위하여, 왕위를 버리고 갖가지 향을 넣어 끓인 물로 목욕하고 머리를 감고 나서 깨끗한 옷을 입고 단정히 앉아서, 모든 중생들의 병의 고통을 없애주고 해탈시킬 것을 생각한다.
이와 같이 관정찰리대왕은 꽃과 향과 영락(瓔珞), 그리고 수많은 기악(伎樂)으로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에게 모두 공양하여 마치면,
그들은 각각 서로 말하기를,
‘이와 같은 관정찰리대왕은 여러 가지 많은 공덕이 있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었으며 이 사천하를 다스리고 있으니, 우리들이 마땅히 이 왕을 받들어 나라와 정사를 다스리게 해야 한다’고 하느니라.
그때 모든 천제(天帝)들에서부터 마후라가 등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이 말하면서 이 왕을 옹립하여 사천하를 다스리게 하면,
그때 찰리대왕(刹利大王)은 일곱 가지 보배를 만족하게 갖추고서 사천하를 다스리게 되는데,
전륜성왕의 아들 천 명은 모두 용맹하고 건강하며 단정한 모습을 원만하게 갖추었으므로 밖에서 침략하는 적들을 항복받고 4해(海)를 두루 순찰하고 다니며,
천하의 모든 대지를 고루 다니면서 귀양을 보내거나 벌을 주거나 칼이나 매로 해를 가하지 않고도 법대로 다스려 그들을 다 교화하여 칙명을 잘 받들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전륜성왕의 제10대륜(大輪)’이라 하느니라.
이러한 힘 때문에 전륜성왕은 사천하와 8만 4천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살고 있는 중생들에게 모든 착한 법을 닦게 하여 건립(建立)하지 못함이 없게 하며, 몸을 수호하고 수명을 늘어나게 하느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야, 여래께서도 처음 발심한 이래로 자신의 몸과 목숨에서부터 다른 이의 몸에 이르기까지 가지고 있던 번뇌와 갖가지 질병을 모두 선정(禪定)의 깨끗한 물로 씻고 목욕시키며,
여실(如實)한 법과 대자대비(大慈大悲)로 그 머리를 감기고 부끄러움의 옷[慚愧衣]을 입혔느니라.
시방의 여래께서는 선정의 지혜력[智力]과 큰 정진의 힘과 한량없는 방편ㆍ결정된 뜻으로 관찰하여, 모든 중생들의 번뇌와 갖가지 허물과 근심을 소멸시키려고 하느니라.
불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이시며,
크게 지혜 있는 분이시며 복덕으로 장엄한 법의 그릇이고,
3해탈문(解脫門)ㆍ4무소외(無所畏)ㆍ여래의 10력(力)ㆍ18불공법(不共法)을 지녔으며,
모든 지혜의 그릇과 대비(大悲)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느니라.
부처님은 커다란 상주(商主)로서 한량없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구제하여 열반의 즐거움을 주며,
그들의 원력(願力)을 더욱 키워주고 그들로 하여금 만족스럽게 하며,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최상의 법왕[無上法王]이 되게 하느니라.
복덕이 이와 같고 지혜를 구족(具足)하였으며,
용맹 정진하여 사실대로 바르게 관찰하여 네 가지 진리[四眞諦:苦ㆍ集ㆍ滅ㆍ道]를 분명하게 깨달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으니,
이것을 모든 번뇌의 근본을 다 끊어버린 제10법륜(法輪)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저 전륜성왕이 4천하를 자유자재로 유희(遊戱)하는 것과 같이,
여래께서도 또한 이처럼 네 가지 선정에서 마음대로 자유자재할 수 있으시고, 4무색정(無色定)을 증득하셨으며, 4범당(梵堂)을 닦으시고 4변재(辯才)를 갖추셨으며,
4제(諦)ㆍ4무소외(無所畏)ㆍ10력(力)ㆍ18불공법을 바르게 관찰하여 모든 지혜가 생겨 자재(自在)한 힘을 얻으셨느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전륜성왕이 일곱 가지 보배를 구족한 것처럼,
여래 세존께서도 일곱 가지 깨달음을 갖추심이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전륜성왕에게 천 명의 아들이 있는 것처럼,
여래에게도 모든 성문과 여러 큰 제자들이 있으니,
교진여(憍陳如)가 그 처음이 되고 수발타라(須拔陀羅)가 맨 나중이 되느니라.
참으로 내 제자들은 부처님의 입을 따라 나왔으며,
법으로부터 변화해 나와서 모든 번뇌를 끊고 용맹 정진하며,
4범당(梵堂)을 닦음이 마치 네 부류의 군대[四兵]가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전륜성왕이 사천하에 왕이 되어 8만 4천 작은 섬들을 다스릴 때 모두 그의 말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처럼,
여래 세존께서도 백억의 염부제(閻浮提)와 백억의 구야니(瞿耶尼), 백억의 불우체(弗于逮), 백억의 울단왈(鬱單曰), 백억의 해수(海水), 백억의 수미산왕(須彌山王), 백억의 사천왕(四天王), 나아가 백억의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 백억의 철위대철위산(鐵圍大鐵圍山)이 있다.
이 부처님의 국토는 넓고 크며 한량없이 많지만 모두 여래의 교화를 따르나니,
이것을 여래의 제10륜(輪)이라고 하느니라.
여래께서는 이와 같은 제10륜을 성취하였기 때문에,
만약 5탁악세(濁惡世)에 모든 불법과 공덕이 없어진 곳에 살면서 성인의 일곱 가지 재보(財寶)와 지혜로운 사람을 떠나 사는 이가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모든 근심으로 덮인 것을 끊어버리고 3악취(惡趣)를 소멸하며,
나아가 후세에 무명(無明)으로 캄캄해진 모든 세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열 가지 악한 업을 짓고 악으로 더불어 서로 화합하며,
5역죄(逆罪)를 짓고 바른 법을 비방하며, 모든 선(善)을 여의고 불선(不善)한 근본에 물든 수많은 중생들까지도 모두 구제하느니라.
나는 이와 같이 열 가지 법륜을 성취하였으므로 안온한 곳에 이르러 두려움 없음을 증득하였나니,
높고 크고 훌륭한 선인(仙人)은 이런 법륜을 굴릴 수 있지만,
모든 사문ㆍ바라문과 여러 마왕ㆍ범왕(梵王)은 그 법륜을 굴릴 수 없으므로,
나는 모든 외도와 그 밖에 원수ㆍ적들을 항복받고 금강(金剛)처럼 단단한 지혜로써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으며,
3승(乘)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하고 사부대중 앞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느니라.”
그때 보살마하살과 여러 성문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아귀(餓鬼)ㆍ비사사(毘舍闍)ㆍ인비인(人非人) 등이 모두 ‘훌륭한 일이다’라고 외치면서 여러 가지 꽃비를 내리고 갖가지 보배비[雜寶雨]를 내리며,
의복비[衣服雨]를 내리고 미묘한 향기의 비[妙香雨]를 내렸으며 모든 대지는 다 함께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십륜경(十輪經)』을 설하실 때에, 그 법회에 모인 대중들 가운데 8만 4천억 백천 나유타의 수효처럼 많은 보살마하살들이 생멸 없는 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보살마하살들이 깊은 선정과 인욕다라니(忍辱陀羅尼)를 얻었고,
또 보리심(菩提心)을 내지 못한 한량없는 중생들이 이때 모두 발심하여 불퇴전의 경지[不退轉地]에 머물렀다.
그때 또 한량없는 대중들이 수다원(須陀洹)ㆍ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이 되었으며 차례대로 사문과(沙門果)를 닦고 배워 증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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