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독자 여러분께 백지수표를 드립니다^^
이별의 순간에야 첫 만남의 순간이 생생해진다는 연애 속설을 지난 2주간 생생하게 실감했습니다. 그림에세이를 마무리하는 네 번의 편지 중 두 개를 보냈을 뿐인데, 오년 동안 받은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의 마음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그림에세이를 받아 보면서 한 번도 마음을 표현한 적 없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니 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식을 전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그림에세이를 받아 보는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책이나 소박한 선물을 보내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진 적 많았습니다.
“그까짓 그림에세이가 뭐라고...”라는 생각에 그런 보답의 반응들에 한없이 감사하고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는데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구독료 명목으로 백지수표^^를 들이 밀어보면 어떨까... 싶을 만큼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요즘 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자녀를 위한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臥樂>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간 그림에세이를 통해서 어떤 순간 한번이라도 마음에 깃털만한 흔들림이 있으셨다면 그 떨림을 <와락>에 전달해주시면 어떨까요..
<와락>이 어떤 공간인지 알게 된다면 기꺼이 그럴 마음이 생기실지도요. <와락>에 관한 아래 글을 한번 읽어주셔요. 좀 긴 사연이지만, 끝까지 읽는 것만으로도 복 받으실 거예요^^
===========================================================================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택에서 특별한 상담을 해오고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아내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심리상담입니다. 매주 평택의 상담실 바닥에는 새로운 시냇물이 하나씩 만들어질 만큼 눈물이 넘쳐 납니다. 그만큼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뿌리가 크고 깊습니다.
지난 2년간 평택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5명이 자살이나 돌연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배우자, 부모 등 가족의 자살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2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2500명이 해고된 후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해고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직장에서 잘렸다고 그렇게 죽을 수가 있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우는 일반적인 해고와 좀 다릅니다. 77일 간의 파업 기간 중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겪는 정신적 외상만큼 끔찍한 폭력에 노출되었고 그것이 결국 심각한 정신적 상처로 연결된 까닭입니다.
일상적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70%가 넘고, 만성화된 분노와 무력감은 일상을 마비시켰습니다. 가정이 해체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것은 아이들이 보이는 불안과 공포, 두려움입니다.
파업 당시... 아빠가 짓밟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이들, 부모의 죽음충동을 감지하며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아온 어린아이들,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합니다. 파업 후 버스를 타지 못하는 6살 아이(그에게 버스란 아빠를 구타하던 경찰들이 타던 버스), 해만 지면 ‘아빠, 어디야, 경찰 조심해..’ 하는 말을 하려고 30분마다 아빠에게 전화를 하는 아이, 아직도 길을 가다 경찰을 보면 공황상태가 되어 숨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 중 상당수가 ‘애어른’입니다. 심리적으로 자기가 부모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4살 동생을 내내 업고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먹지 않고 (아빠 도시락까지 챙겨놓고) 기다렸다가 상담 끝나고 나온 아빠와 함께 먹는 6살 아이, 아빠를 지켜야 한다며 허리춤에 무기(막대기, 장난감 총과 칼..)를 꼭 차고 다니는 5살짜리 아이도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이나 사회정치적 맥락에서의 쌍용차 사태는 제 관심 사항이 아닙니다.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심리치유의 관점에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저는 느낍니다. 전문가적 경험과 양심이 저를 다급하게 재촉합니다. 더 이상 사람을 죽게 놔두면 안 된다... 아이들을 더 이상 불안과 공포 속에 방치해 놓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집단적인 심리적 내상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치유 프로젝트를 결심했습니다. 이름도 지었습니다. <와락>입니다^^ ‘와락 끌어안는다’ 할 때의 바로 그 와락...입니다.
<와락>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을 겪은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특히 아이들)을 위한 집중치유센터 같은 개념입니다. 해고노동자뿐 아니라 배우자, 그리고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내상을 집중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치유적 공간입니다.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치유시스템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공간도 필요하며, 치유와 관련한 여러 전문 인력도 있어야 합니다.
저뿐 아니라 마인드프리즘의 심리기획자, 치유 전문가들도 이미 재능기부로 <와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의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던 레몬트리공작단과 그 외의 수많은 자원활동가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 전문가 등이 함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또, 국가공권력에 의한 고문피해자이면서도 해고노동자들과 그 아이들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려주셨던 <진실의 힘>재단의 고문생존자 선생님들이 재심에서 무죄선고 후 받은 보상금의 일부를 <와락> 프로젝트에 ‘무럭무럭 자라라 기금’이란 이름으로 기부해 주셨습니다. 천금 같은 마음,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치유라는 말에 1천만원을 쾌척해 와락의 씨앗 기금을 마련해준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은혜공동체>에서 2백만원을 기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와락>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요.. 우리 사회가 사람에게 참 함부로 한다...고 느낍니다.
평택에서 만들어진 <와락>의 시스템과 내용은 앞으로 비슷한 일이 다른 지역에서 벌어졌을 때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집중치유센터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쌍용차 사태와 같은 집단적, 심리적 재난 사태가 우리 사회에 다시 발생했을 때 생떼 같은 목숨이 그렇게 많이 죽어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눈물짓고 한숨만 짓지 않고 그들을 심리적으로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겁니다.
<와락> 프로젝트에 여러분의 기꺼운 마음과 깊은 연민을 보태 주시길.. 마음을 다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그간 받았던 그림에세이가 조금의 가치라도 있었다고 느끼셨다면 그 마음을 <와락> 프로젝트의 기금 후원으로 표시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백지수표를 드릴게요^^ 만원도 좋고 십만원도 좋고 백만원도 좋습니다.
<와락>의 첫 시작은 작은 천막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게 될 간절한 마음과 치유적 내용, 그 시스템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인 그런 훌륭한 치유 공간이 될 거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치유적 내공이 혹시 있다면.. 이곳에 아낌없이 쏟아 붓겠습니다. 왜 사람을 가장 귀히 여겨야 하는가를 절절하게 곱씹어 보는 공간, 꼭 만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그 주춧돌 하나를 놓아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살아요..^^
.후원계좌 : 국민은행 790801-04-034354 (예금주: 와락) .문의사항 : warakproject@gmail.com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 준비위원회의 마음을 전해 받아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과 심리기획자 이명수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