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1권
1. 보살수기품(菩薩授記品)
4) 5백 명 상객(商客)이 바다에 나아가 보물을 채취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어떤 상주(商主)가 5백 명 상객을 거느리고 함께 바다에 나아가다가 배[船]가 부서져 되돌아왔다. 그러자 밤낮으로 정성껏 꿇어앉아 귀신들에게 절하면서 두 번 세 번 거듭하여 복을 구하였다. 그리곤 다시 바다에 나아갔으나 배가 전과 같이 부서졌다.
그때 저 상주만은 복덕의 힘이 있어 물에 빠지지 않고 육지에 되돌아와서 큰 고뇌에 사로잡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일찍이 들은 바에 의하면, 불 세존께서는 천상ㆍ세간의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일체 지혜를 구족하시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자기와 다른 사람을 다 이롭게 하신다 하니, 내 이제 불 세존의 명호를 외우면서 큰 바다에 나아가리라. 만약 바다에 나아갔다가 무사히 돌아온다면 채취한 값진 보배의 절반을 불 세존께 받들어 보시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다음, 곧 상인들을 모아 부처님의 명호를 외우면서 함께 큰 바다에 나아갔는데, 과연 값진 보배들을 많이 얻어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그 채취한 보물을 보자 탐나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 부처님께 보시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이 보물의 절반을 나눠 보시한다면 내 몫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 보물을 모두 아내에게 주어 저자에 팔아서 거기에 수입된 일부의 돈으로 훈육향(薰陸香)을 사들여 기원(祇園)에 나아가서 향을 살라 공양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얻은 돈 2전(錢)으로 훈육향을 사들여 기원에 나가서 향을 살라 공양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이 향 연기가 자욱하여 두루 기원정사를 덮어 빙빙 돌게 하셨다. 그때 상주가 그 향 연기를 보고 부처님 앞에서 깊이 자책하고 후회하였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 보물을 아껴 부처님께 보시하지 않았던가? 여래께서 이제 신통력으로 온 기원에 향 연기를 두루 덮어 빙빙 돌게 하심은 매우 희유한 일이다. 내가 지금부터 온갖 맛난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해 공양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다음 곧 꿇어앉아 불 세존께 청하자, 부처님께서 묵연히 허락하셨다.
이에 상주는 집에 돌아와 음식 준비를 끝내고 이튿날 시간이 되어 심부름꾼을 보내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다.
“음식 준비를 끝냈사오니, 원하옵건대 큰 성인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그때 여래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집에 이르러 공양을 받으신 뒤에 간탐(慳貪)의 나쁜 허물을 설법하시자, 마음이 다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곧 보배 구슬을 가지고 부처님 정수리 위를 향해 뿌리니, 허공에서 보배 일산으로 변하여 부처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였다.
상주는 마침내 이 변화를 보고는,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눈이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소서.’
이렇게 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 입으로부터 다시 다섯 빛깔 광명을 내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서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너는 이제 저 상주(商主)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지금 상주가 나를 공양했기 때문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ㆍ인간에 태어나 항상 쾌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곤 3아승기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여 보성(寶盛)이라는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