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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1권
3. 승족품(勝族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보살은 이와 같은 게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궁전을 나와 법당에 나아가 사자좌에 앉았느니라.
또 한량없고 그지없는 법(法)이 같고 행(行)이 같은 큰 보살들이 모두 법당에 올라가 사자좌에 앉으니, 저마다 지닌 68구지 권속들이 앞뒤에서 둘러쌌고, 보살은 장차 인간으로 태어나려 하였느니라.
12년 전에 어떤 정거천(淨居天)은 남섬부주에 내려가 바라문이 되어 위타(圍陀:베다)를 말하였는데,
그 논(論)에 싣기를,
‘12년 후에 어느 한 훌륭한 사람이 흰 코끼리 형상을 나타내어 어머니의 태에 들리라.
그 사람은 서른두 가지 거룩한 이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며, 두 가지 일의 결정이 있으리니,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고, 만약 집을 나가면 부처님이 되리라’라고 하였느니라.
또 어떤 천자는 남섬부주에 내려가 벽지불에게,
‘당신은 이 땅을 버려야 하리라. 왜냐하면 12년 후에 어느 보살이 인간으로 내려와 태에 들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왕사성 미반산(尾盤山) 가운데 마등(摩燈)이라는 벽지불이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스스로가 그의 몸이 마치 여윈 흙과 같음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7다라수(多羅樹)만큼 솟구쳐 올라 불을 내어 몸을 태워 열반에 들었는데, 오직 사리만이 남아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그 때문에 이 땅을 선인이 떨어진 곳[仙人墮處]이라 했느니라.
비구들아, 이때 바라나의 5백의 벽지불도 천자의 말을 듣고 역시 그와 같이 불을 내어 몸을 태워 열반에 들었는데, 오직 사리만이 남아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느니라.
또 과거에 어느 인자한 왕이 사슴 무리에게 두려움이 없는 장소[無畏之處]를 베풀었으므로 그 땅을 선인의 사슴 동산이라고도 했느니라.
그때 보살은 하늘의 궁전에 있으면서 네 가지 마음으로 두루 자세히 살폈나니,
첫째는 시기를 살폈고,
둘째는 장소를 살폈고,
셋째는 나라를 살폈고,
넷째는 성바지를 살폈느니라.
비구들아, 무엇 때문에 시기를 살폈는가?
보살은 겁초(劫初)에 어머니의 태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오직 겁감(劫減)에 세간 중생들이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분명히 아는 때라야만 보살은 비로소 어머니의 태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니라.
무엇 때문에 장소를 살폈는가?
보살은 동불바제(東弗婆提)거나 서구야니(西瞿耶尼)거나 북울단월(北鬱單越)이거나 다른 변두리 지방이 아닌 남염부제에서만 나타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남염부제 인간들은 지혜가 있기 때문이니라.
무엇 때문에 나라를 살폈는가?
변두리 땅에는 나지 아니하나니, 그 변두리 땅 인간들은 완고하고 무디어서 근기가 없는 것이 마치 벙어리 양처럼 선과 악이며 말의 뜻을 알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중심이 되는 나라에서만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니라.
무엇 때문에 성바지를 살폈는가?
보살은 전다라(旃陀羅)거나 비사(毘舍)거나 수다라(首陀羅)의 집에 태어나지 아니하고, 네 가지 성바지 가운데 오직 찰제리(刹帝利)와 바라문인데 지금 세간에서는 찰제리를 중히 여기므로 보살은 찰제리 집에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자세히 살피고는 잠자코 있었느니라.
그때 모임 가운데의 여러 보살들과 하늘들은 저마다 서로 말하였느니라.
‘보살은 이제 어느 나라의 어느 성바지를 의탁하여 태어나야 할까?’
어느 하늘이 말하였다.
‘마가다국(摩伽陀國)의 비제하왕(毘提訶王)이 매우 호걸답고 귀하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의 부모 모두가 참되고 바르지 아니하여 교만하고 포악하고 선한 바탕이 아주 적어서 큰 복덕이 없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이 말하였다.
‘교살라왕(憍薩羅王)이 성바지와 명망이 자못 훌륭하며, 많은 재보와 코끼리ㆍ말ㆍ탈것ㆍ벼슬아치ㆍ백성이며 종들이 있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서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은 본래 마등가(摩燈伽) 종족이요, 부모와 종친이 죄다 비열하고 믿음이 적고 박복하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이 말하였다.
‘저 독자왕(犢子王)이 성바지가 뛰어나게 굳세고 부유하고 즐거움이 왕성하며 보시 행하기를 좋아하므로 거기에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은 졸렬하고 큰 위엄과 덕망이 없고 난폭하여 두렵기 짝이 없으며, 어머니의 성바지는 천하고 임금의 자리까지 빼앗았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이 말하였다.
‘비야리왕(毘耶離王)이 아주 높고 귀하고 부유하며 안온하고 쾌락하여 모든 원수와 적이 없으며 인민들이 많고, 궁전과 동산이며 숲과 샘과 꽃과 과일이 장엄하여 곱기가 마치 하늘 궁전과 같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하리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국토 중의 모든 이차자(離車子)는 서로가 공경하여 따르지 아니하고 저마다 높다고 일컬으므로 보살이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은 말하였다.
‘승광왕(勝光王)이 큰 위력이 있어 군사들을 통솔하여 원수와 적을 깨뜨릴 수 있으므로 거기에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은 굳세기만 하여 선한 업을 닦지 아니하였으므로 보살이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은 말하였다.
‘마투라성(摩偸羅城)의 왕 이름은 선비(善臂)인데, 용맹스럽고 안락하며 부귀하여 자재하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은 본래 삿된 소견을 가진 성바지인지라 잔인하고 무도하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은 말하였다.
‘반다바왕(般茶婆王)의 도읍은 상성(象城)에 있는데, 일에 부지런하고 씩씩하며 몸이 원만하여 사람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고 원수와 적을 제압할 수 있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의 환관(宦官)과 아내가 난잡하여 비록 다섯 아들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그의 적자가 아니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은 말하였다.
‘미제라성(彌梯羅城)은 장엄되어 아름다우며 왕의 이름은 선우(善友)인데, 모든 왕들을 위엄으로 굴복시키고 코끼리와 말이며 네 가지 병정을 모두 완전히 갖추었으며, 값진 보배가 한량이 없고 바른 법 듣기를 좋아하므로 거기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보살은 거기에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왕이 비록 이와 같은 아름다운 일이 있더라손 치더라도 나이와 때가 쇠하여 늦었고 세력이 없으며 또 자식들이 많으므로 거기에서 태어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보살들과 천자들이 남섬부주 16대국(大國)의 위엄과 덕이 있고 훌륭하고 명망 있는 왕족을 두루두루 살펴보았지마는 모두가 보살이 가서 태어날 만한 데가 아닌지라 서로가 의논은 하였으되, 마침내 보살이 태어날 곳을 알아내지 못했느니라.
그때 모임 안에 지당(智幢)이라는 어느 한 천자가 대승에 잘 들어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였는데,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보살에게 가서 어느 곳에 태어나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리라.’
여러 천자들은 모두 함께 합장하고 보살에게 나아가 물었다.
‘남섬부주 안에서 어떠한 성바지가 어떤 공덕을 갖추어야 보처(補處) 보살이 그런 집에 태어납니까?’
그때 보살은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남섬부주 안에 어느 훌륭하고 명망이 있는 성바지로서 예순네 가지의 공덕을 성취하면 최후의 몸인 보살은 당연히 그 집에 태어나리라.
무엇이 예순네 가지의 공덕인가?
첫째는 국토가 넓고 성바지가 참되고 바르며,
둘째는 여럿에게 존숭(尊崇)을 받아야 하며,
셋째는 잡성(雜姓)에서 태어나지 않으며,
넷째는 사람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다섯째는 성바지가 원만하며,
여섯째는 안팎에서 혐의가 없으며,
일곱째는 마음이 비열하지 아니하며,
여덟째는 두 성바지가 높고 귀하며,
아홉째는 두 성바지가 공경할 만하며,
열째는 두 성바지가 명망이 있으며,
열한째는 두 성바지가 덕이 있으며,
열두째는 그 집에 남자가 많으며,
열셋째는 태어날 곳에 두려움이 없으며,
열넷째는 흠이 없으며,
열다섯째는 탐욕과 애욕이 적고 엷으며,
열여섯째는 금지된 계율을 따르고 받들며,
열일곱째는 모두 지혜가 있으며,
열여덟째는 무릇 그것을 쓰려면 반드시 부하에게 먼저 자세히 살피고 시험하게 하며,
열아홉째는 사람들이 모두 솜씨가 좋으며,
스무째는 벗들과 잘 사귀되 처음과 나중이 한결같으며,
스물한째는 중생들을 해치지 아니하며,
스물두째는 은혜와 정의를 잊지 아니하며,
스물셋째는 의식을 행할 줄 알며,
스물넷째는 가르침에 의지하여 일을 행하며,
스물다섯째는 의심되면 곧 이룩하지 아니하며,
스물여섯째는 일에 어리석지 아니하며,
스물일곱째는 물건에 인색하지 아니하며,
스물여덟째는 죄악을 짓지 아니하며,
스물아홉째는 공은 헛되이 버리지 아니하며,
서른째는 마음을 베풀되 은근하고 무겁게 하며,
서른한째는 마음을 먹으면 마지막까지 달성하며,
서른두째는 가지고 버리는 것을 분명히 하며,
서른셋째는 주는 데에 믿고 즐기며,
서른넷째는 장부다운 일을 지으며,
서른다섯째는 하는 일은 완성시키며,
서른여섯째는 부지런함과 용맹이 자재하며,
서른일곱째는 용맹이 더욱 왕성하며,
서른여덟째는 선인을 공양하며,
서른아홉째는 여러 하늘들을 공양하며,
마흔째는 논사(論師)를 공양하며,
마흔한째는 선령(先靈)을 공양하며,
마흔두째는 언제나 원한이 없으며,
마흔셋째는 이름이 사방에 떨치며,
마흔넷째는 큰 권속이 있으며,
마흔다섯째는 착한 벗을 해치지 아니하며,
마흔여섯째는 많은 권속들이 있으며,
마흔일곱째는 힘센 권속들이 있으며,
마흔여덟째는 어지러운 권속들이 없으며,
마흔아홉째는 위엄과 덕망이 자재하며,
쉰째는 부모에게 효순하며,
쉰한째는 사문을 공경히 섬기며,
쉰두째는 바라문을 높이며,
쉰셋째는 7보를 완전히 갖추며,
쉰넷째는 오곡이 풍부하며,
쉰다섯째는 코끼리와 말이 수없이 많으며,
쉰여섯째는 종들이 많으며,
쉰일곱째는 다른 이의 침입을 입지 않으며,
쉰여덟째는 하는 일을 성취하며,
쉰아홉째는 전륜왕의 종자며,
예순째는 지나간 세상의 선한 바탕으로 밑천과 양식을 삼으며,
예순한째는 그 집의 온갖 소유는 모두가 보살의 선한 바탕을 불리고 자라게 한 원인이며,
예순두째는 모든 허물이 없으며,
예순셋째는 모든 혐의가 없으며,
예순넷째는 집에 법이 온화하고 순탄한 것이니라.
이와 같은 것이 예순네 가지의 덕이라 하거니와 만약 위와 같은 공덕을 이룩함이 있다면 보처 보살이 마땅히 그 집에 태어나리라.
어떤 여인으로서 서른두 가지 공덕을 이룩하였으면 당연히 보살의 어머니가 되리니,
무엇이 서른두 가지의 공덕인가?
첫째는 이름이 높고 멀리 퍼지며,
둘째는 여러 사람들의 감탄을 받으며,
셋째는 위의에 허물이 없으며,
넷째는 모든 상을 완전히 갖추며,
다섯째는 성바지가 높고 귀하며,
여섯째는 단정하기 짝이 없으며,
일곱째는 이름과 덕망이 서로 맞으며,
여덟째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아홉째는 아직 아이를 낳아 기른 일이 없으며,
열째는 성(性)의 계율을 성취하였으며,
열한째는 마음에 집착이 없으며,
열두째는 얼굴빛이 온화하고 기뻐하며,
열셋째는 몸의 움직임은 오른쪽잡이이며,
열넷째는 학식과 용심이 밝고 투철하며,
열다섯째는 자태와 성품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열여섯째는 언제나 두려워함이 없으며,
열일곱째는 많이 듣고 잊지 않으며,
열여덟째는 지혜가 장하고 엄숙하며,
열아홉째는 마음에 아첨과 굽음이 없으며,
스무째는 속이는 일이 없으며,
스물한째는 아직 성낸 일이 없으며,
스물두째는 항상 인색함이 없으며,
스물셋째는 성품에 질투가 없으며,
스물넷째는 성품에 조급히 동함이 없으며,
스물다섯째는 얼굴빛이 윤택하며,
스물여섯째는 입으로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스물일곱째는 일에 잘 참으며,
스물여덟째는 완전히 부끄러워할 줄 알며,
스물아홉째는 3독(毒)이 모두 엷으며,
서른째는 온갖 여인으로서의 허물을 멀리 떠났으며,
서른한째는 하늘 받들기를 법답게 하며,
서른두째는 여러 가지 상이 뚜렷함이니라.
이와 같은 것을 서른두 가지 덕이라 하거니와 만약 위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였다면, 비로소 보살의 어머니가 될 만하느니라.
보살은 흑월(黑月)에 태(胎)에 들지 아니하며 반드시 백월(白月)에 불사성(弗沙星)이 합침으로써 그 어머니는 청정하게 재계(齋戒)를 받아 지닐 터이니, 보살은 그때에 비로소 실제로 태에 들리라.’
그러자 거기의 보살들과 천자들은 이와 같이 성바지며 청정한 부모의 공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저마다 생각하였다.
‘누가 이런 여러 공덕들을 갖춘 이가 있을까?’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오직 석가족의 수두단왕(輸頭檀王)만이 성바지와 명망이 특히 훌륭하고 전륜왕의 종자며, 나라 도읍에 인민들은 아주 많고 평온하며 곡식이 넉넉하여 매우 사랑하고 좋아할 만하다.
그 수단왕(輸檀王)의 사람으로서 상호야말로 뚜렷하여 얼굴이 단정하고 미묘하기 으뜸이다.
위엄과 덕의 빛은 크고 복과 지혜는 장하고도 엄숙하며, 하늘 일은 선하기만 하여 선으로써 풍속을 교화한다.
그 집은 뛰어나고 귀하며 재물과 보배가 있고, 코끼리와 말이며 일곱 가지 값진 보배가 다 가득 찼다.
업의 과보를 깊이 통달하고 모든 나쁜 소견을 떠났으며, 석가 종족 중에 오직 이 임금에게만이 사방에서 돌아와 복종하며 보는 이들은 기뻐한다.
재능을 익혀서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으며, 가르칠 줄 알고 때를 알아 세간의 법식을 모르는 것이 없다.
법으로써 임금이 되고 법에 의하여 만물을 다스리며, 또 그 국토의 모든 인민들은 전생에 선한 바탕을 심은지라 모두 한마음으로 그 임금을 섬긴다.
왕후의 이름은 마야(摩耶)인데 선각왕(善覺王)의 딸이다.
나이는 젊어 한창이요, 상호를 완전히 갖추었고 아직 아이를 낳아 기른 일이 없으며, 단정하기 짝이 없고 모습은 곱고 아름다워서 마치 채색을 하여 그린 그림과 같다.
허물이란 없고 하는 말은 진실되어 미묘한 소리가 나오며, 몸과 마음은 편안하고 온화하여 죄도 없고 번뇌도 여의었고 시새움도 없으며, 말함에는 반드시 때에 알맞다.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성(性)의 계율은 성취되어 언제나 자기 지아비만으로 만족한 줄 알아 마음이 가벼이 움직이지 아니하고 애정이 밖으로 물듦이 없다.
뼈마디는 서로가 알맞고, 눈썹은 높고도 길며, 이마는 넓고 펀펀하며 바르고, 머리칼의 무늬는 감흑(紺黑) 빛깔이라 마치 검붉은 벌과 같다.
웃음을 띠면서 말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부드럽고 연하며, 하는 일은 바른 것을 따르고 질박 정직하여 굽음이 없어서 아첨도 없고 속임수도 없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심성이 안정되어 얼굴이 깨끗하며 3독(毒)이 죄다 엷고 온화하여 잘 참아내고 그리하여 얼굴과 눈과 손과 발로써 저절로 잘 동요함을 막는다.
몸뚱이는 부들부들하고 연하기가 마치 가린다(迦隣陀) 옷과 같고, 눈이 맑고 길고 넓기가 마치 푸른 연꽃과 같고, 입술 빛깔이 붉고 곱기가 빈바(頻婆) 열매와 같고, 목은 나선(螺旋)과 같고, 아름답기는 무지개와 같다.
크거나 작기가 꼭 알맞고 거동도 법다우며, 그 어깨는 단정하여 곱고 그 팔은 날씬하여 길며,
몸은 뚜렷하고 살갗 무늬는 윤택하여 마치 금강(金剛)과 같아서 무너뜨릴 수 없고, 여러 가지 재주를 잘 알므로 마야라 이름하였다.
언제나 왕궁에 있는데 마치 보녀(寶女)와 같고 변화로 된 여인과 같으며, 또 천녀(天女)가 기쁨의 동산[歡喜園]에 산 것과 같으니라.
이런 여러 가지 덕망을 갖추었으므로 보살의 어머니가 될 만하다. 이와 같은 공덕은 오직 석가의 종족에만 있고 다른 데는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이어 게송을 읊었느니라.
보살은 도솔천궁의
법집당(法集堂)에 계시는데
같은 법의 보살과 여러 하늘이
모두 공경하고 둘러싸 있네.
보살은 어디서 태어날 것인가
훌륭한 성바지를 함께 살피었는데
이 남섬부주에서는
찰제리 왕의 큰 성바지일세.
석가야말로 가장 청정하므로
거기 가서 마땅히 태어나야 하리니
성(城)의 이름은 가비라(迦毘羅)요,
여러 대가 전륜왕의 종자이니라.
안온하여 원수와 적이 없으며
선으로 교화하매 모두 돌아왔나니
그 나라는 아주 엄숙하고 미묘하여
만백성 모두가 기뻐하리니
법을 받들고 선을 따라서
모두 다 임금의 마음과 같았나니
친속(親屬)은 다 훌륭하고 능하여
힘이 세서 큰 코끼리 비슷하니라.
혹은 두 마리 세 마리의 코끼리와
그 힘들이 모두 꼭 같았나니
용맹과 무예의 많은 재주로
중생들을 다치거나 해치지 않네.
그의 거룩한 왕후야말로
천의 왕비 중에서도 으뜸갔나니
단정하기가 짝할 이 없으므로
이름을 마야라 하였느니라.
용모는 천녀(天女)보다 뛰어났으며
뼈마디는 모두가 서로 알맞았으므로
하늘이나 사람이나 아수라들이
그를 보기만 하면 만족해하네.
깨끗하여 모든 허물을 떠났고
그리고 더러운 욕심이 없으며
말씨는 아주 미묘하여서
질박하고 정직하며 또 부드러웠네.
신체는 언제나 향기롭고 깨끗하여
온갖 것 나쁠 만한 것이란 없고
웃는 빛을 띠우고 찡그리지 아니하며
법을 알고 부끄러움 갖췄느니라.
교만과 아첨과 굽음이 없고
시새우고 미워하는 마음 없으며
삿됨을 떠나서 모든 업 깨끗하고
자비를 행하고 보시하기 좋아하네.
세간 여인의 허물에서
그 몸은 죄다 뛰어났으며
온갖 하늘의 천인으로도
그 이보다 나을 수 있는 이 없네.
모든 공덕을 두루 갖추어
의당 큰 성인을 밸 만하나니
일찍이 5백의 생(生)에 있어서
한결같이 보살의 어머니였네.
그 임금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많은 생에 아버지가 되었나니
어머니는 청하여 계율 지니며
서른두 달 동안을 지냈느니라.
범행으로 권위와 덕망을 쌓아
그 몸은 언제나 밝게 빛나며
왕후가 노닐고 거니는 곳은
그곳은 저절로 꾸며지니라.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음욕스런 마음으로 볼 수가 없고
모두 다 친하고 공경을 하여
어머니며 누님인 듯 여기느니라.
이 청정한 업 때문에
위의는 성현에 견주게 되며
왕의 명예를 드날려 주어
작은 나라들이 모두 항복하니라.
공과 덕의 두 가지가 서로 알맞은지라
이는 보살 어머님이 될 수 있나니
다시는 다른 여인으로서
부처님의 어머니 될 만한 이 없느니라.
위덕 있는 여러 천자들이며
크게 지혜로운 여러 보살이
다 이 어머니의 덕을 찬탄하노니
보살은 내려가서 태어나야 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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