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면경 상권
[예언]
그러고 나서 다시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비구 아난은 우수의 가시가 그 마음에 깊이 박혔으니 내가 이제 그것을 뽑아주어야겠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미래의 일을 알고 싶으냐?
나는 미래 세상의 일을 마치 현재를 보듯이 볼 수 있으니 너를 위하여 말해주겠다.”
그러자 아난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그 발에 절하고 말씀드렸다.
“큰 덕을 갖추신 세존이시여, 꼭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제가 법을 들으면 꼭 받들고 유지하여 널리 말하여 유포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아난아, 미래에 계를 어긴 어떤 비구가 몸에 가사를 걸치고 큰 지역이나 작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친척의 집에 머문다면, 그는 비구도 아니고 또한 속인[白衣]도 아니니, 아내나 첩을 먹여 살리고 아들딸을 낳아 키울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윤락녀의 집에 살거나, 어떤 비구는 비구니와 음행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재물을 쌓아 모으고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가지고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심부름꾼이 되거나 중개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오로지 병을 고치고 약 짓는 일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장기나 바둑, 쌍륙(놀이의 일종)으로 먹고 살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다른 이를 위하여 점치고 푸닥거리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남을 위하여 주문을 외워 죽은 시체를 일으켜서 그 원수의 집에 보내어 죽이게 하는 일을 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요,
어떤 비구는 다른 이를 위하여 주문으로 귀신을 부려 많은 재물을 얻어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살생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절에 살면서 부처님ㆍ법ㆍ승가의 물건을 사사롭게 낭비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비구는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 바깥으로는 계율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 사람들의 신심 있는 시주를 받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옷과 음식을 아끼고 여러 스님들의 물건을 아껴 객승(客僧)에게 주지 않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여러 스님들의 방과 침대와 방석을 아껴 객승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자기는 모든 시주자들의 공양과 예배를 받고 재물을 많이 얻으면서도 다른 비구는 시주들의 금품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자기만 받으려 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실제로 아라한이 아닌데 항상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고 거짓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아라한인 줄 알게 하려 할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베푸는 이가 네 가지 공양거리를 올릴 때 받기는 많이 받지만 안으로 실제적인 덕이 없고 오직 탐하는 마음만 불리면서 생계만을 생각하고 도는 닦지 않을 것이다.
어떤 비구는 장사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둑질하여 살아갈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코끼리ㆍ말ㆍ나귀ㆍ소ㆍ양을 길러서 가축들을 팔고 사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고,
어떤 비구는 노비(奴婢)를 판매하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소와 양을 도살하는 일로 먹고 살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군인을 모집하는 데에 나아가서 전쟁터에 파병되어 적들을 토벌하며 많은 사람을 죽여서 그것으로 훈장과 상을 구할 것이고,
또 어떤 비구는 담을 넘고 벽을 뚫어서 다른 이의 재물을 훔쳐 살아갈 것이고,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시나 작은 마을을 공격하고 약탈하여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부처님의 탑을 부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보물을 훔쳐내서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다.
이와 같은 헤아릴 수 없는 지옥의 인연으로 목숨을 버린 뒤에는 모두 다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사자가 죽으면 새나 땅 속, 물이나 뭍에 사는 짐승들은 감히 그 사자의 시체를 먹지 못하고 오직 사자의 몸에 저절로 생겨난 벌레들만이 사자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불법도 다른 이가 파괴하지는 못한다.
오직 나의 법 가운데 나쁜 비구들이 오히려 독가시와 같이 내가 3아승기겁 동안 수행해 오고 부지런히 힘써 모은 불법(佛法)을 깨뜨릴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섬에 도착하여 많은 보물을 배에 싣고 돌아오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침몰하는 것같이,
부처의 바른 법도 저 보물을 실은 배와 같아서 후세에 계율을 지키지 않는 모든 나쁜 비구가 여러 가지 나쁜 업 짓기를 매우 좋아하면 나의 불법은 없어지고 침몰하여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여래가 열반에 들면 오래지 않아 바른 법이 어지러워질 것이다.
바른 법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온갖 부류의 나쁜 비구들이 세상에 나와 여래가 무루의 적멸 열반을 증득한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럴진대 하물며 세간의 사람들이 아라한이 되어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믿겠느냐?
아난아, 여래의 바른 법의 명(名)과 구(句)의 맛과 뜻은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비가아라(鞞迦曷羅)ㆍ가타(伽陀)ㆍ우타나(憂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아바다나(阿波陀那)ㆍ이제비리다가(伊帝鼻利多伽)ㆍ사다가(闍多迦)ㆍ배부략(裴富略)ㆍ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ㆍ우바제사(優波提舍)인데 나쁜 비구들이 이 12부경(部經)을 헐뜯고 사라지게 할 것이니, 그 사람들은 문장을 짓되 말을 아름답게 꾸미기나 좋아할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나쁜 비구가 많이 있어 나의 불법을 깨뜨릴 것이다.”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서는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그렇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꼭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비록 법복을 입고 머리와 수염을 깎았으나 나의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이때 아난이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힘을 말미암는다면 나도 미래 세상의 저와 같은 일들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러자 여래께서 신통의 힘으로 곧 아난으로 하여금 미래의 모든 나쁜 비구가 아이를 제 무릎에 앉히고 아내를 옆에 둔 모습을 보게 하시고, 그 밖에 여러 가지 모든 법답지 않은 일을 보게 하셨다.
아난이 이러한 일들을 본 뒤 마음에 커다란 두려움이 생겨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이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빨리 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어떻게 미래의 세상에서 이와 같은 나쁜 일들을 보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가 앞에서 말한 모든 나쁜 비구의 악업과 과보를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여래만이 이 미래 세상의 모든 나쁜 업보를 아실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아난아, 네 말처럼 오직 여래만이 알 수 있다.
아난아, 네가 지금 내가 열반하기 전에 모든 나쁜 비구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설법하는 것을 볼 수 있겠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와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렇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여래의 현재에는 실제로 이와 같이 나쁜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한 사실이 없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집에 있는 세속 사람[白衣]들이 하늘에 태어나는 일이 많을 것이고,
출가한 사람들 중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좋고 나쁜 업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과거에 일찍이 장사꾼들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가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한 사람을 찔러 죽인 일이 있었다.
이 업 때문에 성불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몸에 금장(金鏘)의 갚음을 받았다.”
이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의 무리들이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염마천왕과 백만억 염마천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산도솔타천왕(刪兜率陀天王)과 백만억 산도솔타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화락천왕과 백만억 화락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타화자재천왕과 백만억 타화자재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비마질다라 아수라왕과 백만억 아수라 무리도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사가라용왕과 백만억 용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렇게 모두가 한 순간, 한 찰나, 한 무허율다 사이에 모든 하늘ㆍ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12유순의 허공에 가득 찼으니 모두가 여래를 마지막으로 뵙기 위한 까닭이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도량의 보리수는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실 것이며, 현재의 나 또한 이곳에서 18억 마군을 쳐부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다.
이와 같이 아난아, 나는 이제 머지않아 분명히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아, 람비니 동산은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이곳은 부처인 여래가 최후로 태어난 곳이다.
다시 아난아, 마야부인은 큰 복덕이 있어서 사람 가운데 보배를 낳으셨다.
다시 아난아, 정반왕은 큰 복덕이 있어서 일체 모든 중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보배의 아버지가 되셨다.
다시 아난아, 비사리성과 비기리국은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왕사성과 마가타국도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일곱 암파라 나무가 있는 곳도 또한 묘하며,
구탐마야와 니구타 숲이 있는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비라다두라다두라니가 쉬던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은 과거에 전륜성왕이 보배로운 하늘관을 벗어 여기 벽지불의 탑을 안치한 곳이며, 나의 몸을 태울 가장 뛰어나고 묘한 땅이다.
다시 아난아, 이곳 염부제는 가장 뛰어나고 좋은 곳이어서 중생들이 여기에서 수명을 즐겨 탐한다.
이런 까닭으로 내가 지금 여기에서 열반에 드는 것이니, 내가 3아승기겁 동안 모은 법은 오래지 않아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