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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廣闊)한 대륙의 나라 미국(USA)
Ⅱ. 끝없는 대평원(大平原)의 미국 남부(南部)(1)
미국 남부(붉은색) / 남부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 북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남부는 동남쪽의 플로리다, 조지아,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델라웨어, 워싱턴 D.C.이고, 중앙 남부로 앨라배마, 미시시피, 켄터키, 테네시, 텍사스, 아칸소,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17개 주를 일컫는다.
1861년,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반발로 미국 남부연합은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를 대통령으로 세우고 제16대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에 맞서 벌인 전쟁이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이다.
4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북군의 링컨이 승리하여 평온을 되찾지만, 그때의 앙금은 지금까지 남아있어 미국 정계(政界)에서 공화당(남부)과 민주당(북부)으로 갈려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전쟁에서 초기에는 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남부가 우세하였지만,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스토우(Harriet Stowe) 부인이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북군(北軍)의 승리로 전쟁은 마무리되게 된다.
1. 끝없는 벌판의 텍사스(Texas)
텍사스는 면적이 77만㎢로 미국에서는 알래스카 주 다음 두 번째로 넓은 주인데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거의 8배나 되는 셈이다. 텍사스는 미국이 독립한 후에도 얼마동안 멕시코 땅이었고 수많은 전투 끝에 결국 미국 땅이 된 역사 때문인지 중남미인들(히스패닉)이 많은 편이고 안내판이나 책자 등에도 거의 영어 밑에 스페인어를 같이 표기하고 있다.
텍사스주 지도 / 텍사스 주기 / 엠블렘(紋章)
텍사스는 북쪽으로 오클라호마(Oklahoma), 서쪽으로는 뉴멕시코(New Mexico), 동쪽으로는 루이지애나(Louisiana)와 아칸소(Arkansas), 남쪽으로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바다 및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곳은 인근의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조지아와 함께 미국의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이곳 사람들은 거친 미국 남부 기질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2. 텍사스의 도시들
텍사스 주도(州都)는 오스틴(Austin)이지만 인구가 100만 정도이고, 교통의 중심이자 케네디가 저격수의 흉탄에 쓰러진 동부지역의 대도시 댈러스(Dallas)는 인구가 500만이 넘는 대도시이다.
텍사스의 가장 남쪽에는 관광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150만)가 있고, 항공우주센터가 있는 휴스턴(Houston/450만)이 있다. 또, 멕시코 및 뉴멕시코 주와 바로 인접한 남서쪽의 끝에 있는 요새도시 엘 파소(El Paso/60만)가 있고, 마약 소굴로 악명 높은 조그마한 국경도시 후아레스(Juárez)도 있다.
텍사스 북부 고원지대의 도시로는 아마릴로(Amarillo/20만)가 있고, 그 조금 아래에 있는 러벅(Lubbock/30만) 등이 주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3. 서부영화의 배경 텍사스
텍사스 중부와 북부는 대평원이며 평균 해발 1,000m 이상으로 메마른 건조기후를 보여 가축도 먹기 어려운 쓸모없는 거친 풀들이 듬성듬성 자랄 뿐이다. 기후는 사막기후와 비슷하여 비는 거의 오지 않고 기온이 높아 매우 뜨겁지만, 공기가 건조하다 보니 그늘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옛날, 미국의 서부영화라고 하면 주로 텍사스, 애리조나 지역이 주요 무대이고 카우보이와 갱들, 커다란 밀짚모자(솜브레로/Sombrero)를 쓴 멕시코인, 보안관, 소 떼와 말이 연상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서부영화의 무대였던 곳이다. 텍사스 주의 별명은 ‘The Lone Star State(외로운 별)’로 엠블럼(Emblem)은 도토리와 밤이 그려진 그림이고, 주기(州旗)는 삼색 바탕에 커다란 별이 있다. 옛날 서부를 ‘Wild Wild West’ 라고들 부르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본 서부는 ‘Wide Wide West’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러벅에서 댈러스까지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리고, 동쪽 주 경계 부근에 있는 텍사캐나(Texarkana)까지는 8시간도 넘게 걸린다. 북쪽으로도 4시간, 남쪽 바다를 보려면 승용차로 8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니 주가 아니라 국가라고 해도 큰 국가에 속한다고 하겠다. 텍사스는 아무리 달려도 산이나 강이 나타나지 않고 띄엄띄엄 호수들만 보일 뿐이다.
끝없는 평원이 계속되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2~3시간 달려도 집 한 채 없는 허허벌판의 연속이며 일직선의 도로가 지평선에 묻혀 아물아물 사라진다. 작은 마을이라도 있으면 그 근처는 목초지나 목화밭으로 일구어져 있고 나머지는 그냥 황량한 황무지의 연속인데 수많은 유전 펌프들이 꺼떡거린다.
텍사스는 언뜻 서부에 속하는 듯 생각되지만, 미국에서는 남부로 분류된다.
끝없는 텍사스 대평원(목화밭) / 수많은 석유 펌프 / 겨울이면 아주 드물게 폭설도 내리는데 금방 녹는다.
4. 텍사스의 목장(Ranch)
목초지나 목화밭이 있으면 틀림없이 커다란 바퀴가 수없이 달린 엄청나게 거대한 움직이는 농업용 급수차가 꼭 있다. 목화밭이나 목초지는 물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가는 곳마다 넓은 목장(Ranch)이 눈에 들어오고, 소와 말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많은 목장 중 넓은 목장은 우리나라 경상남도의 넓이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워낙 넓다보니 모두 방목하는데 소들이 아무 곳에서나 새끼를 낳으니 마릿수를 알 수 없어 항공기를 타고 가며 대충 어림잡아 헤아리고, 항생제를 넣은 사료도 자동차로 벌판에 뿌리거나 비행기로 투하한단다.
텍사스 농대의 교수가 한 멍청해 보이는 학생에게 물었다.
‘자네 집 목장 크기가 얼마나 되나?’ 머리를 긁적이던 대학생 대답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소는 몇 마리나 되나?’ 역시 ‘잘 모르겠는데요....’ 이 녀석 바보 아냐?
나중 알고 봤더니 텍사스에서 가장 큰 목장 집 아들이었다고... 당연히 모를 수밖에...
텍사스 목장 /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 황야의 무법자(영화)
<영화> 빅 칸츄리(Big Country)
그레고리 펙,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미국영화 빅 칸츄리(Big Country)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목장이 얼마나 크냐고 물어보자 그레고리 펙은 “잘 모르겠는데요...”하던 기억이 난다.
그레고리 펙의 집으로 오는 도중 목장 안에 남편 성을 딴 기차역을 몇 개씩 지나쳐서 놀라던.....
풍력발전기 / 석유 펌프 / 영화 포스터
가장 부러웠던 것은 넓은 황무지에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기름 퍼 올리는 기계들이 꺼떡거리고 있고 바람이 많이 부니 엄청나게 큰 바람개비가 돌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풍부한 자원 때문인지 텍사스 주는 재정이 탄탄하여 미국에서 유일하게 소득세(Income Tax)를 부과하지 않아 봉급장이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한다.
텍사스 토박이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매너가 다소 거친 편으로 북부 출신들은 텍사스 사람들을 촌스럽다고 깔보는 경향도 있다고 하는데 묘한 악센트와 이상한 표현의 텍사스 사투리는 처음 들으면 조금 당황스럽다.
5. 대학도시 러벅(Lubbock)
내가 6개월 동안 머물었던 러벅은 텍사스 서북부의 자그마한 도시(인구 30만)인데 사위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텍사스 주립공대(Texas-Tech)가 있다. 말이 공대이지 10여 개의 단과대학에 학생수 4만여명, 교수들도 1천명이 넘는다. 텍사스 주립대학은 주도인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오스틴(Texas-Austin)과 러벅에 있는 텍사스 텍(Texas-Tech)으로 나누어지는데 학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드는 대학이다.
러벅은 다른 산업시설은 거의 없고 도시 전체가 텍사스 공대로 인해 형성된 대학도시로 보인다.
산이나 강이 없는 대신 호수가 많다 / 손녀 초등학교 운동회 일일봉사 / 텍사스 텍(공대)
대학 캠퍼스는 엄청나게 커서 걸어서는 도저히 다닐 수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농과대학의 목장까지 포함하면 미국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자랑한다고 한다. 건물들도 굉장히 아름답고 각각 특징을 살려 고풍스럽게 지었다는 인상이다.
러벅은 미국에서 술을 팔지 않는 몇 안 되는 도시(Dry City) 중의 하나로 유명했는데 내가 있는 동안 주민 투표를 거쳐 팽팽한 격론 끝에 결국 술을 팔기로 결정이 되었고, 일부 주민들은 이에 불복하여 법정투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웃기는 것은 사위와 함께 술을 사러 시 외곽으로 몇 번 갔었는데 30분쯤 달려 시의 경계에 오면 시 경계 바로 너머에는 휘황한 불을 밝힌 술 가게와 술집들이 늘어서 있다.
러벅 사람들은 수시로 이 경계를 넘어와 술을 사 가는데 한 번 올 때마다 몇 박스씩 사가는 모습이다.
러벅에는 한국교민들이 150여 명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인침례교회(Lubbock Korean Baptist Church)에 많은 교민들이 나와 친교를 나누고 있었고 또 이 교회의 시설을 빌려 한글학교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사위가 교장이다. 내 전공을 살려 ‘한글학교 교가’를 만들어 주고 한국동요도 25곡 쯤 기억을 되살려 채보(採譜)하여 주고 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
6. 대도시 댈러스(Dallas)
댈러스는 국제공항(Fort Worth)이 있는 대도시이다. 댈러스는 인구가 130여 만이지만 국제공항이 있는 포트워스와 인근을 모두 합치면 500만이 넘는 대도시이며 미국 남서부지역 문화와 패션의 중심이라고 한다.
교과서 창고 / 댈러스 야구장
1963년, 미국 제35대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댈러스는 비극의 현장이었던 다운타운의 텍사스 교과서 창고(Texas School Book Depository) 건물은 잘 보전되어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저격범 오스월드는 이 건물 6층 창문에서 저격했다는데 6층은 통째로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건물 바로 앞 광장이 메모리얼 광장(John F. Kennedy Memorial Plaza)이다.
이 건물 1층은 법원 건물이고, 6층은 전체가 기념관으로 꾸며져(Six-Floor Museum) 사람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인근에는 텍사스 개척 당시 최초의 집이라는 오두막(Oldest House)도 있고 또 서부 개척의 시발점이 되었던 유니언(Union) 철도역에는 지금도 열차가 다니고 있다.
부근에 있는 어마어마한 하얏트 호텔의 28층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댈러스의 다운타운은 고층건물이 가득 차 있는 대도시의 전모가 조망된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나면 100여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아웃렛(Outlet) 매장이 있는데 유명 브랜드의 명품들을 좋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러벅에서 승용차로 6시간 거리의 댈러스에 오는 사람만 있으면 꼭 여러 집의 부탁을 모아 한 보따리씩 사 가지고 가서 나누어 준다는데 주로 식재료라고 한다. 러벅에도 수많은 식료품 가게가 있건만 댈러스가 값도 싸고 품질이 더 좋다나.... 이곳에는 한인이 경영하는 마트(Mart)가 가장 큰데 한국에서 가져온 가전 기구를 비롯한 식료품 등 한국 상품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전모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운영한다고 해서 이곳 사람들은 ‘전○○마트’ 라고 부른다.
2016년 딸이 러벅에서 달라스로 이사하여 어빙(Irving)에 좋은 집을 짓고 이사를 했는데 작은 손녀가 다니는 미술 학원에 야구선수 추신수 자녀들이 함께 다닌다고 했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팀에서 큰 활약을 하고있는 야구선수이다.
7. 남부의 대도시 휴스턴(Houston)
휴스턴 도심 / 전통공원(Heritage Park) / 고층건물들
휴스턴은 1823년 멕시코 ‘산타안나’ 장군의 침공으로 크게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도시로 당시의 샘 휴스턴 장군의 이름에서 도시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구 200만, 근처와 합친 대도시권은 450만 이상으로 남부 최대의 도시라고 하는데 남쪽 멕시코만 근처 35km 지점에 유명한 미우주항공국(NASA/Space Center)이 있다.
또 석유화학, 쌀과 목화 생산지, 목축산업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은 엄청난 고층건물이 즐비하며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공원(Heritage Park)도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교육과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내가 갔던 날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미우주항공국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NASA 관광을 포기하고 그냥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미국 남부는 대부분 침례교회(Baptist Church)가 차지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다운타운을 걷다가 웅장한 성당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마침 미사를 하고 있어서 참례하였다.
미사를 드리면서 보니 신부님과 100여 명의 신도들이 아시아인들로 보였는데 강론말씀이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것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고 물어 보았더니 베트남인들이라고 한다.(보트피플!) 이렇게 많은 베트남인들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8. 비경(秘境) 팔로듀로 캐니언(Palo Duro Canyon)
팔로듀로 캐니언(Palo Duro Canyon)은 러벅에서 3시간 북쪽으로 달리면 ‘캐니언(Canyon)’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 인근에 있는 계곡으로 텍사스 주에서 지정(州指定)한 주립공원으로 거대한 계곡이다.
텍사스인들은 이곳을 텍사스의 그랜드캐니언(The Grand Canyon of Texas)이라고 자랑하며 애리조나주의 그랜드캐니언에 이은 미국 제2의 대협곡이라고 자랑을 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아무튼 엄청나게 규모도 크고 아름다운 계곡에는 틀림이 없었다.
인디언 천막 Tepee / 팔로 듀로 캐년 / 기념품 가게
러벅에서 출발하여 내비게이션에 의하면 분명 근처까지 왔는데도 전혀 산이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평지에서 아래쪽으로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랜드캐니언도 그런 식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계곡은 웅장하면서도 그랜드캐니언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다.
전망대 부근의 기념품가게를 겸한 안내소에 들어갔는데 이 계곡은 1만 2천 년 전에 형성되었다 하고, 돌화살촉 등 선사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아파치(Apache)와 코만치(Comanche)인디언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인디언들이 살고 있지 않지만 가게를 가득 채운 기념품들은 대부분 인디언들에 관한 것들이었고 그들의 생활모습과 과거의 유명했던 전투 모습들을 비디오로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면 틀림없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크다보니 이 정도는 주립공원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볼거리로는 스페인 치마바위(Spanish Skirt), 붉은 바위기둥인 등대바위(Light House), 높이 300m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Fall) 등이 볼만하다.
스페인 치마바위(Spanish Skirt) / 등대 바위(Light House)
전망대에서 차로 30여분 골짜기를 내려가면 계곡의 바닥에 닿게 된다. 물은 개울물 정도가 흐르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황량한 계곡 바깥과는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하고 제법 사람들이 살만 하겠다 싶었지만, 무척이나 덥고 메마르기는 마찬가지다.
계곡의 극히 일부분만 차로 돌아보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주로 학생들의 캠프장 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기념품 가게라고 조그만 것이 있었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다. 계곡 속에서 쳐다보면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모습에 눈이 어지러운데 뜨거운 햇살아래 높다랗게 자란 선인장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인디언들과 기병대들이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9. 북부의 작은 도시 아마릴로(Amarillo)
스테이크 집 빅 하우스 / 식당 앞(손녀와)
캐니언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30분 거리 북쪽에 있는 아마릴로로 향하였다.
아마릴로(Amarillo)는 텍사스에서 가장 큰 도살장이 있고 또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텍사스는 물론 미국 전체에서 첫손을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집 ‘빅 하우스(Big House)’에서 식사를 했는데 건물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건물 내부는 벽면이 온통 거대한 뿔이 달린 사슴 머리의 박제로 채워져 있고, 예전 카우보이들의 복장은 물론 자잘구레한 그들의 장신구까지 전시하고 있다.
또 종업원들의 옷차림도 커다란 모자와 박차(拍車)가 달린 부츠 등 당시의 카우보이 복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건물 밖에도 커다랗게 써 붙여져 있었지만 ‘1시간 동안에 72온스의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은 공짜, 대신 실패하면 72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도 한 우람한 체격의 백인 젊은이가 도전하고 있었는데 옆에는 디지털시계가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고... 결국, 반쯤 먹고 실패했다. 1인분이 6~8온스니까 거의 10인 분...
건물 밖에는 당시의 포장마차, 높이 3m쯤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카우보이 신발, 실물의 2배도 넘는 소의 동상 등 텍사스를 상징하는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메뉴판에는 텍사스 특유의 남부 사투리도 씌어 있는데 이를테면 ‘How de yo'll?’ 이런 비슷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How do you all?’의 남부 표현이라고 하며 다른 지역에서의 표현은 ‘How do you guys?’ 정도이겠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 고유의 전통으로 스테이크 집에서는 땅콩을 무제한 제공하는데 까먹은 껍질을 바닥에다 그냥 버려 엄청나게 많은 껍질들이 테이블 밑에 흩어져 있어 처음 들어가면 꼭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금을 가미하여 껍질째 구운 땅콩을 큰 통에 가득 채워 식탁 위에 올려놓는데 까먹으면 짭짤하다. 고급 스테이크집도 예외가 아닌데 걸어가면 빠작빠작 껍질 부서지는 소리, 또 먼지도 많이 날 것 같은데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땅콩을 까서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것이 텍사스의 전통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