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갈등 葛藤
왼쪽 길 오른쪽 길 어느 길이 다르던가
모습은 비슷하나 본성이 서로 다른
칡 갈자 등나무 등자 짊어진 저 운명
오른쪽 감아올려 돌아가는 칡이나
왼쪽으로 에워싸는 고집통 등나무나
만나면 뒤엉키면서 서로가 제 신세를 옥죄는
비비고 쓸어안고 사랑해선 안 될 사이
서로가 배려하며 살아가는 삶이련만
억만 겁 세월 갔어도 어지러운 저 속내들
탯줄
칠흑 같은 어둠에서
숨만 쉬며 지새우는
웃자란 그리움이
겨울을 이겨내며
모성의
싹을 틔우는
어머니의 갈증이다
긴긴밤 할딱이며 쥐어짜던 감자 싹
심장소리 밀어내고 순백의 꿈 조잘대는
어린 싹 탯줄을 늘어뜨린 채 사슬로 묶여 있다
밀잠자리
산책길
풀섶을 맴도는 밀잠자리
허공속 짝을 찾아
풀잎을 끌어안습니다
파아란
하늘뿐이라고
가을향이 일렁입니다
<주상보 추모글> / 권순갑
한 잔 술에 고래사냥 노래가 그립습니다
갑자기 예상못한 일이라 머리속 깊이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
한참동안 배배 꼬이다가 허기진 초생달 하나 가슴팍 언저리에 걸렸습니다
홀로 외로운 새 한마리 되어 아무런 생각 없이 바위 끝에 앉아있는 느낌이라 할까
안녕이란 작별 인사도 없이 이리도 애달픈 이별인지 미쳐 몰랐습니다
늘~ 다정하고 따뜻했던 형님!
남에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시며 배시시 소 웃음 지어 보이는 해맑은
당신의 무표정한 모습들이 그립습니다
우리 문학인들의 가슴마다 슬픈 정 심어두고 떠난 빈자리가 저미도록 애틋하게 그리워서...
안타까움을 더해주는 상보 형님!
따뜻한 성품과 열정으로 떠올리게 하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신 위인
늘~ 말없이 사랑만 주셨는데 어찌하여 그 먼길을 일찍 떠나셨는지
술 한 잔에 시 한수로 흥겨운 고래사냥 콧노래가 귓가에 마냥 맴도는데...
어이해 추모의 먹구름 어둑 어둑 몰려오더니 비집고 들어온 햇빛 만큼이나 가슴 한켠 부딪히는
몸짓에 국화 한 송이 뭉클하게 묻어둔 슬픈 연가 아리게 전해집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죽음이라는게 자연의 일부이겠지만, 천국에서 너무 노여워 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시 한수 읊프며 술을 좋아하셨으니 콧 노래도 즐겨부르시고
당신의 영원, 한 조각 바람 한 웅큼 몰려와 창백한 손짓으로 허공에 걸려있어 실핏줄 같은
고운 햇살 흐르는 세월들이 목젖에 걸립니다
곪았던 상처 새싹은 돋고 한줄기 빛이되여 사랑하며 우리와 함께 하소서 .
// 그대는 꽃이라네 //
바람에 흔들려도 꽃은 꽃이고
비에 젖어도 꽃은 꽃이고
길 위에 떨어져
이리 저리 뒹굴어도 꽃은 꽃이더라
한번 꽃은 영원한 꽃이지
떨어져 스러진다고
어찌 꽃을 꽃이라 부르지 않으리.
<유대준 선생님! 추모글>
"흙의 속살을 보았는가"
누구나 다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기정사실
몇달 전에 손녀 딸 잔치한다며 문자도 주고 받고 건강한 선생님의 모습도 뵙옵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소천 하셨다니 담벼락 무너지듯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향년 91세로 타계하셨으니 아쉬움을 뒤로한 체 가족들은 얼마나 놀라고 슬퍼했을까
음성예총지회장을 연임하시고 문학인을 위해 몸 아끼지 않고 힘쓰시며 사랑하셨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일은 저로써는 힘든 일 일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씩 권회장 점심이나 먹지 하시며 종종 전화도 왔었는데...
이렇게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할 수밖에 없으니 뒤틀어진 제 마음이 죄송할 뿐입니다
늘~ 선생님을 존경하고 부모님 대하듯 모셨는데 우리 곁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가셨으니 우리 문인들은
충격받아 슬퍼하고 가슴 저릴수 밖에 없어 진정 참된 삶의 길을 묵도하고 있습니다
치열하게 문학에만 집중하시고 원칙을 중시하시며 사회정의를 실현하셨던 신앙인이며 한 세월을
끌고가시면서 아름답게 계획하고 실천하며 외롭은 길을 걸어가셨던 선생님이시기에 갑작스런 타계로
애틋함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며 우리 스스로의 삶의 숨결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선생님과 함께하였던
소중한 나날들을 되새기니 더욱 그립습니다
세상이 어둡고 절망스러워 보일수록 쟁기로 갈아 엎어야만 흙의 속살이 나온다던 선생님의 발자취가 그림자
처럼 더욱 아쉽기에 남기신 귀하고 소중한 흔적들을 되돌아보면서 이제 남아있는 우리들이 살아갈 모습과
역할을 더욱 밝고 새롭게 그려보려 합니다
유대준 선생님!
이제 더 좋은 세상에서 영원히 안식하소서
사랑합니다
“꽃길“
인생길에 꽃길은 무슨 꽃길
떠난 그 곳에
서성이는 사람 있으면 그 곳이 꽃길인걸!
굴곡진 생의 여로에서
텃밭에 문학을 심으며
김을 매고 가꾸는 사람들
그 곳이
숲이 되고 꽃길이 되는
우리는 그 빈자리에 서있다.
권순갑 (靑波)
* 출생: 충북음성
* 문예한국시, 문학저널시조, 한국아동문학동시, 등단
* 예총예술문화상, 충북문학상, 충북시조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인성교육개발위원 26~27대
*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현)
* 저서 (시집): [나무로 살고 꽃으로 피어] 다수
(시조집):몽올, 꽃들의 불륜, 흐를수록 깊어지는 강물
(동시집); 그림자는 내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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