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가경 상권
4. 중상문품(衆相問品)
그때 연화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기쁜 마음이 생겨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어 제승가에게 말했다.
‘어진 이께서 설하신 진실한 진리[誠諦]는 정말 훌륭합니다. 당신께서는 일찍이 어떤 지혜와 언변을 닦으셨기에 이와 같을 수 있으십니까?
어떤 행을 닦아 익히고 어떤 공덕을 지으셨는지 저를 위하여 자세하게 분별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승가가 말했다.
‘제가 과거의 일을 생각해 보면 저는 일찍이 범왕(梵王)이기도 했고 제석(帝釋)이기도 했으며,
또한 정개선인(淨蓋仙人)이기도 했고 바라문이 되어 하나의 베다를 네 부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으며,
백천 겁 동안 전륜성왕이 되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이 태어난 곳에서 존귀하고 부귀하였으며,
그런 곳에 있을 때 자비와 선정과 지혜를 닦아 널리 중생을 교화하고 불사(佛事)를 지었습니다.’
연화실이 말했다.
‘어진 이께서는 바비다라신주(婆毘多羅神呪)를 읽어보셨습니까?’
‘일찍이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잘 들으십시오.
제가 이 주(呪)의 본말(本末)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아주 오래고 먼 아승기겁 전에 저는 바수(婆藪)라는 선인(仙人)이었는데, 5신통을 갖추어 자재하고 막힘이 없었으며 선정(禪定)을 잘 닦아 지혜가 뛰어났었습니다.
그때 덕차(德叉)라는 용왕이 있었는데, 그 용왕에게는 황두(黃頭)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용모가 뛰어나고 자태가 아름다웠으며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보고 애착심을 일으켰습니다. 이런 마음을 냈기 때문에 곧 신통력과 선정법(禪定法)을 잃고 깊이 스스로 자책하여 이 주(呪)를 말하였습니다.
이 주는 무릇 3장(章) 21구절로 되어 있습니다. 다시 3장이 있는데 오직 8구만이 존재합니다.
당신은 지금 잘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다디타 옴 부바소바 다사바투바리 여피구디바 시디마디유나 바라디나
旦提他 菴 浮婆蘇婆 旦娑婆鬪婆利 茹被瞿提婆 斯提麽提由那 婆羅提那
tad yathā oṃ bhur bhubasva tada sabai tura baraṇya bhara bhardabasa dhiyahijhe yoyona bracodyāyaṅ.
이를 바라문의 주(呪)라 합니다.
옴사티라 다바수부타 가하남바나마시다 간비라 다다라 비리다 바염디바
바 시리 시티함 사사남우바남 바라타시마
菴闍致囉 多波藪浮埵 伽呵男婆那摩失多 幹毘羅 旦多羅 毘利多 婆豔提婆
婆 失利 尸絺緘 薩闍男憂波男 婆羅陁斯磨
oṃ cakṣurata baśvadha gahanāṃ bunamaśita gambira tattara birta bayantibhaba śili śiṣṭiṃ satvanāṃ upanāṃ pratasma.
이를 찰리의 신주(神呪)라 합니다.
옴 짇따라마혜뎨 비샤근야 아타바근야 아타다 바라비나
菴 質多羅摩醯帝 毘舍斤若 阿他娑斤若 遏陁多 婆羅毘那
oṃ cinatra maheddhe bheśaka baṃ śa śataṃśa traraṃ śadaṃ.
이를 비사의 신주라 합니다.
옴 아다바 바라다바 시비타탐바리사샤담 바셰 타담 옴라
菴 阿多波 婆羅多波 示毘陁貪婆利沙賖耽 波貰 陁貪 菴羅
oṃ ataba brata bajo me dhahama paliśaṭuṣaṃ bhutita thaṃ śila.
이를 수다의 신주라 합니다.
옴
菴
oṃ.
형체가 있으면 반드시 욕구하는 바가 있게 되고
욕구하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괴로움[苦]이 있도다.
만약 이 욕구를 떠나면
반드시 범천(梵天)의 세계에 태어나리라.
이를 대범천왕 바비라(婆毘羅)의 신주라고 합니다.’
연화실이 물었다.
‘당신의 성은 무엇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삼무(三無)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어진 이께서는 본래 어느 곳으로부터 출현하셨습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본래 물로부터 생겨났습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저의 스승은 가람연(迦藍延)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종족 가운데 누가 용맹합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우리 종족 가운데는 무릇 세 명의 사람이 있으니, 그들이 가장 용맹합니다.
한 사람은 독(獨)이라 하고, 두 번째 사람은 누(屢)라 하며, 세 번째 사람은 바라타자(婆羅陁闍)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들이 공동으로 받드는 스승은 어느 분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찬영(讚詠)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찬영은 몇 가지로 변하였습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여섯 가지로 변했습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 어머니의 성(姓)은 무엇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저의 어머니 성은 바라설(婆羅設)입니다.
이와 같이 어진이시여, 저의 덕행은 그 사정이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 일체 중생의 귀하고 천함은 일정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아무리 종성이 존귀하다 하더라도 악한 짓을 하면 하천한 사람이라 할 것이고, 종성이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선한 일을 행하면 존귀하고 훌륭한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존귀하다고 칭하는 사람은 선업(善業)을 닦음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종성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이러한 사실을 아셨다면 응당 교만함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