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반야바라밀경론 상권
법문(法門) 글귀와 그 차례를
세간의 밝은 지혜 여읜 이는 알지 못하네.
큰 지혜 통달하시니 저희들을 가르치시는
한량없는 공덕신(功德身)께 귀명(歸命)합니다.
이와 같이 높으신 분 마땅히 공경하여
머리와 이마를 발에 대어 예배하오니
부처님의 이기기 어려운 일 감당하시고
중생들을 거두어들여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1. 보살들을 잘 보호하고 염려하며 잘 부촉하시다
【經】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바가바(婆伽婆)께서 사바제성(舍婆提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공양 시간이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신 채 사바제(舍婆提) 큰 성에 들어가시어 성 안에서 밥을 빌었다. 차례차례로 밥 빌기를 마치신 뒤에는 본래 계시던 곳으로 돌아오셨다.
식사를 마치시고 옷과 발우를 거두어 놓으시고 발을 씻고 나서 평소와 같이 자리를 깔고 결가부좌 하고 앉으시어 몸을 단정히 한 채 바른 생각에 잠겨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모여들었다.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는 이마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드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때 혜명(慧命) 수보리(須菩提)가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 공경하고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서 모든 보살들을 잘 보호하고 염려하시며, 모든 보살들을 잘 부촉(付囑)하시나이다.”
【論】
‘잘 보호하고 염려한다’고 한 것은 근기(根機)가 성숙(成熟)한 보살에 의거하여 말한 것이요,
‘잘 부촉한다’고 한 것은 근기가 성숙되지 못한 보살에 의거하여 말한 것이다.
왜 모든 보살들을 잘 보호하고 염려하며, 왜 모든 보살들을 잘 부촉하는가?
게송으로 말하리라.
잘 보호한다는 뜻을 마땅히 알라.
그의 몸에 힘을 더하여 같이 행하게 하는 것이니
증득했든 증득하지 못했든 물러나지 않게 함을
잘 부촉한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그의 몸에 힘을 더하여 같이 행하게 하는 것인가?
보살의 몸에 지혜의 힘을 주어 그로 하여금 불법을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요,
또한 그 보살들에게는 중생들을 거두어들여서 그들을 교화할 힘을 주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잘 보호하고 염려한다고 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을 증득했든 증득하지 못했든 물러나지 않게 한다고 하는가?
공덕을 증득했든 증득하지 못했든 그 가운데에서 물러나 잃어버리게 될까 염려해서 그에게 지혜를 붙여 주는 것이다.
또 증득하되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대승(大乘)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요,
증득하지 못하되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대승 가운데로 그들을 승진(勝進)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니,
이것을 잘 부촉한다고 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