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승론 상권
1. 의품(4)
[악마의 말]
【문】 당신에게는 악마의 말이 아닌 것이 나에게는 악마의 말이 될 수 있는가?
【답】 나와 그대 모두에게 악마의 말이 아니다.
【문】 만약에 나와 당신에게 모두 악마의 말이 아니라면, 악마의 말이라는 이것이 부정되지 않겠는가?
【답】 나의 대승법은 뛰어나고 중생과 더불어 법상에 수순하기 때문에 악마가 행하는 많은 일이 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대승 가운데서 악마를 막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대의 소승법은 오로지 자신만을 제도하는 것이므로 악마가 교란하여 고뇌케 하지 않는데, 어찌 막는 일이 필요하겠는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여래께서 옛날에 『법화경』이나 『반야경』에서 말씀하신 것이 있다.
“당래세(當來世: 미래세)에는 많은 중생들이 질투를 즐겨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비방으로써 악취(惡趣: 三惡道)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대가 외워 익힌 어떤 부류의 경전에서, ‘마하연은 악마가 설한 말이다’라고 하였으나, 만약에 그대의 경전에서 ‘마하연은 악마가 설한 말이다’라고 하지 않는다면 이는 스스로 악마의 말을 하는 것이니 이것 역시 믿을 수 없다.
그대가 만약에 성문법 중에도 또한 막고 끊는 것이 있으나 다만 그런 일이 이미 오래되어 멸하여 증거하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이것 역시 옳지 않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가령 막는다는 것이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수호하는 것’이라면, 이 법은 겁이라는 세월이 경과하여도 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만 하는 것은 그대가 말한 ‘오래되었다’는 말은 단지 언어로 존재할 뿐이다. 설령 번뇌의 장애를 없앨 수 있고 정법과 어긋나지 않는다면, 비록 악마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곧 정법으로써 부처님의 말씀과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말씀대로라면 법에 의지하는 것이지 사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바른 이치를 좇는 것이지 명자(名字)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구하는 것은 지장(智障: 所知障)과 번뇌장을 멸한 자인데, 이 분이 곧 세존이다.
만약에 진실로 악마라면 끝내 보살법을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마는 보살이 선정으로부터 문(聞)ㆍ사(思)ㆍ수(修)의 지혜를 나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탐욕이나 악 등의 선하지 못한 법을 염리(厭離)하지 못한다.
이 대승의 뜻은 오직 부처님만이 말씀하실 수 있으니, 초지로부터 나아가 제십지에 이르기까지의 이와 같은 차례와 사선(四禪)ㆍ사무량심(四無量心)ㆍ사무색정(四無色定)ㆍ멸수상정(滅受想定)ㆍ보리심ㆍ모든 바라밀ㆍ상황에 잘 맞는 방편으로 중생을 성숙시켜 섭수하는 법ㆍ십선도(十善道)ㆍ계(戒)ㆍ문지혜(聞智慧)ㆍ불방일ㆍ세간의 여덟 가지 법을 떠남ㆍ팔성도(八聖道)ㆍ전법륜(轉法輪)ㆍ두타가 구족하는 공덕을 견고하게 지님ㆍ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ㆍ무아(無我)ㆍ적멸(寂滅)ㆍ십이인연ㆍ모든 선(禪)에 들고 남[出入]ㆍ삼해탈문ㆍ모든 다라니ㆍ삼십칠품조도법ㆍ모든 신통문ㆍ실제(實諦)ㆍ사변(四辯: 사무애해)ㆍ선(禪)과 지(智)라는 두 바퀴 등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고 다 화합하여 모든 법에서 노닐되, 생사나 열반 가운데서 생사를 배반하지도 않고 또한 열반에 취향하지도 않으면서 마음이 항상 악을 싫어하고 모든 지(地)를 정관(正觀)하며, 모든 지에서 벗어나 성문ㆍ벽지불지에 떨어지지 않는다.
청정한 불국토가 수순하는 법인(法忍)은 무생법인 불퇴전지는 정위지(正位地)의 십력(十力)ㆍ사무외(四無畏)ㆍ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이나 상호(相好), 법신 등을 받는다.
[무생법인: 일체의 모든 법이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다는 이치를 진실로 깨달아 흔들림 없는 마음에 안주하는 것을 말한다.]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생사에 머물러[住] 구르는 것[轉]을 수순할 때는 결정적으로 따라 구르고 구르지 않는 것을 수순할 때는 결정적으로 구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인과(因果)의 차제법과 불공법과 비각법(非覺法)은 악마가 설할 수가 없으니, 악마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악마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만약에 악마가 음(陰)에 대해 ‘나는 끝내 부처님께는 오음(五陰)의 몸이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또한 다시 만약에 이것이 진실로 악마의 말이라면 이와 같은 말은 미륵보살도 역시 응당 막아 그치게 할 것이다.
또한 존자 빈두로(賓頭盧), 존자 라후라 등 16인의 모든 대성문(大聲聞)들은 여러 저(渚)에 흩어져 있으며 다른 경전 가운데서는 99억 대아라한이 모두 부처님 앞에서 법을 취하여 헤아리고 수호하여 그 세계에 수명이 다하도록 머물러 동방의 불바제저(弗婆提渚)ㆍ맥저(麥渚)ㆍ속저(粟渚)ㆍ사자저(師子渚)ㆍ염부저ㆍ대염부저ㆍ발제리가처(跋提梨伽處)ㆍ계빈(罽賓) 내지 아뇩대지(阿耨大池)에는 모든 현성(賢聖) 등이 다 머물러 불법을 수호한다.
만약 마하연이 악마가 설한 것이라면 이는 불법의 큰 병폐일 것이며, 모든 현성들이 막아서 끊어야 한다. 그러므로 악마의 말이라는 것은 다 망어(妄語)이며 공연히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또 대보살과 모든 현성 등이 다 대승을 수호하니, 이 마하연은 삼보의 종성(種姓)을 계승하여 단절되지 않도록 한다.
【문】 당신이 말한 바와 같이 만약에 마하연이 삼보의 종성이라면 모두 보살과 성문을 옹호하여야 하는데, 지금 여기서는 어찌하여 대승을 비방하는 자를 막아 저지하지 않는 것인가?
이러한 사람들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악도로 취향해 가지 않도록 하고, 불법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답】 업보는 결코 끊어 없앨 수 없다.
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결정적으로 증장하는 것이요,
둘째는 결정적으로 과보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보살이나 성문 현성이 멸하여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악업을 지으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되니 구제받거나 그치게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구가리(瞿迦離)는 『마하연경(摩訶衍經)』이 악마가 설한 것이라고 비방하였는데, 이 비구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며 구할 자가 없을 것이다.
【문】 당신은 마하연을 비방하면 악도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하였는데, 이 또만 거친 말[麤言]이어서 나는 아직 믿을 수 없다.
【답】 그대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마하연을 악마가 말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곧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고 또한 일체 중생이 커다란 적이 되며, 말한 것이 지극히 거칠고 모질어 응당 악구(惡口)의 선하지 못한 대가로 중한 과보를 받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를 설하셨다.
인간은 세간에서 살아가는 동안
마치 도끼를 입 속에 지니고 있는 것과 갈아
스스로 그 자신의 몸을 베어 해치니
이는 모두 악업으로 말미암는다.
그대가 마하연도 이와 마찬가지로 거친 말이라고 비방하더라도 이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다만 그대로 하여금 비방을 일으키지 않는 그런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병이 난 사람이 음식을 먹지 못하면 훌륭한 의사가 그 병을 진찰한 다음에는 음식을 금하거나 끊는 일에 관해 들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대를 가엾고 불쌍히 여겨 허망하게 꾸며낸 말로 ‘마하연은 악마가 한 말’이라고 한 것이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미 마하연을 설하셨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응당 마하연을 설할 것이며, 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지금 마하연을 설하신다.
이것을 ‘비방을 막아 끊는 마하연론’이라 한다.
보살은 대승을 비방하는 것을 끊는다. 따라서 법을 연설하는데 있어 맨 먼저 「마하연론품」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