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1권
4. 여상품(如相品)
[무변보력불과 불허행력보살]
그때에 동쪽으로 708만 아승기 나라를 지나 세계가 있으니, 일보취(一寶聚)라 이름하고,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을 무변보력(無邊寶力)이라 하였는데, 한량없는 대중에게 공경히 둘러싸여 법을 설하시고 계셨다.
이 무변보력불은 불허행력(不虛行力)보살마하살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記)를 맡기면서 이와 같은 말을 하셨다.
“지금 이 보살은 나 다음으로 부처가 될 것이다.”
불허행력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큰 광명을 보고 큰 소리를 듣고 그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이 광명과 음성은 어느 부처님께서 내시는 것입니까?”
그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서쪽으로 708만 아승기 나라를 지나 세계가 있으니 사바(娑婆)라고 이름한다.
그 가운데 부처님께서 계시니 석가모니라고 이름하는데,
지금 대장엄(大莊嚴)보살을 위하여 중생의 의심을 끊고 대중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보살장경(菩薩莊經)을 말씀하시고 계시느니라.”
때에 불허행력보살은 저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우리가 저 사바세계에 나가 석가모니부처님을 공양하고 예경해 받들며, 저 세계에 크게 장엄한 여러 보살 대중을 만나고자 하나이다.”
저 부처님께서 가르쳐 말씀하셨다.
“그대는 스스로 때를 알아 하라. 마땅히 한마음으로 저 세계에 노닐어야 한다. 왜냐하면 저 여러 보살은 큰 위덕이 있어 이기기 어렵고 따르기 어려우니라.
그대는 내 말로써 저 부처님께 문안 여쭙기를
‘괴로움이 적고 병환이 적으시어 기거가 경쾌하시고 기력이 편안하십니까?’라고 하고 나서,
이 연꽃으로써 저 부처님께 공양하라.”
이때에 불허행력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곧 7만 8천 보살과 함께 저 부처님 국토에서 홀연히 사라져 이 세계에 이르렀다.
이 삼천대천국토의 나무로 하여금 때 아닌 꽃과 열매가 생기게 하며, 온갖 이름난 꽃을 비 내리게 하며, 향기가 널리 풍기게 하며, 훌륭하고 묘한 풍악이 동시에 함께 들리게 하였다.
[불허행력보살, 석가모니불께 연꽃으로 공양을 올리다]
불허행력보살이 대숲 동산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절하여 손으로 부처님 발을 세 번 만지고 스스로 일컬어 말하였다.
“저는 불허행력보살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그치고, 그대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밝히라.”
불허행력보살이 땅에 엎드려 절하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변보력불께서 부처님께 문안하기를
‘병환이 적으시고 괴로움이 적으시며, 기거가 경쾌하시어 기력이 튼튼하시나이까?’ 하시면서,
이 연꽃으로써 부처님께 공양 올리라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꽃을 받고 나서 물으셨다.
“무변보력불께서는 편안하시고 아무 탈이 없으시어 기력이 편안하신가?”
“부처님이시여, 무변보력불께서는 괴로움도 적고 병환도 적어 편안하시고 아무 일도 없나이다.”
[미륵보살의 말씀, 연꽃은 선근의 인연이다]
부처님께서 이 꽃을 미륵보살에게 주니,
미륵보살은 연꽃을 받아 들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연꽃은 선근ㆍ복덕ㆍ인연의 힘을 쓰는 까닭에 선남자ㆍ선여인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므로 불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성취시키나이다.
무엇 때문인가?
만일 모든 중생이 선근을 심지 않으면 교화하기 어렵고,
선근을 갖추지 못하면 교화하기 어렵고,
선근이 적거나 옅으면 교화하기 어렵고,
적은 법을 즐기는 이는 교화하기 어렵나이다.
왜냐하면 이 여러 꽃 속에서 누구든지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뵙고자 하면 곧 모두 뵐 수 있사오며,
또한 무변보력불 보취세계의 여러 보살 대중도 능히 만나 볼 수 있으며,
저 국토에서 공해탈(共解脫)ㆍ3명(明)ㆍ6통(通)을 얻은 큰 성문 대중도 볼 수 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이 꽃은 깊은 선근 인연의 과보로 나왔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발심하여 부처님의 도를 구하려는 이에게는 장애가 없게 하며, 발심 못한 이는 또한 발심케 하며, 마치 부처님께서 모든 법에 통달하여 무너지는 모양이 없고 위없는 도를 얻으심과 같나이다.
제가 이러한 마음으로 꽃을 가져 공양하나이다.”
[법은 무엇인가]
그때에 부처님께서 발타바라(跋陀婆羅)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법이라고 말하는가?
여래는 법으로써 무너지지 않는 데에 통달하여 위없는 도를 얻었느니라.”
발타바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법은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으로써 무너지지 않는 데에 통달하여 부처의 도를 이루었나이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법의 모양을 얻지 못하시나니, 만일 부처를 얻지 못한다면 이것을 법이라 이름할 수 없고, 법 아니라고 이름할 수도 없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얻은 바 없는 가운데 법이 있다면 곧 여래를 위하여 이 법의 모양을 일으키나이다.
무엇 때문인가?
모든 나온바 모양은 모두 6입(入)으로 말미암음인데, 여래는 오히려 스스로 모든 입(入)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얻음이 없는 가운데서 모양을 얻음이리까?
이와 같은 관(觀)이 있으면 곧 모양이 되나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온갖 법을 설하시는 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또한 따라 순종함도 없나이다. 마땅히 행할 만한 것은 이 모양을 얻은 까닭에 여래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하고자 하는 법은 모두 여(如) 가운데 있나니, 만일 모든 법을 취하면 곧 여를 무너뜨리게 되나이다. 여에 여래가 없지만 여를 인(因)하므로 여래라 하나이다.
이 여가 모양이 없지만 모양 없음에 인하므로 이름하여 여래라 하나이다.
이 여는 다함이 없나이다. 다함이 없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라 하나이다.
이 여는 또 무너지지 않나이다. 무너지지 않으므로 이름하여 여래라 하나이다.
모든 법은 실(實)과 같나이다. 실과 같으므로 이름하여 여래라 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이런 까닭에 온갖 법의 여는 곧 이 여래이시고, 여래는 곧 이 온갖 법의 여이옵니다.
머무는 바 없는 곳이 곧 여래의 뜻이옵니다.
바른 통달에 있어서 또한 머무르지 않는 까닭에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법에 있어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고 순종함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이것을 이름하여 온갖 세간의 복밭이라 부르나이다.”
[어느 곳에 머무르는가]
부처님께서 발타바라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어느 곳에 머물러서 이 말을 하느냐?”
“부처님이시여, 온갖 세간 모든 머무를 바에 머물러서 이와 같이 말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탐착(貪着)하지 않는 범부와 같은 데에 머물러 있나이다.
왜냐하면 범부가 머물러 있는 곳은 곧 패괴(敗壞)의 상(相)에 탐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무너지는 상에 집착하면 이 사람은 곧 무너져서 달라지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실상(實相)은 세간에 머무르는 바와 같지 않나이다.
현성(賢聖)은 이 세간의 상 가운데서 다툼 없고 둘 없음을 세간에 머무른다고 이름하나이다.
범부는 여기에서 행하는 곳이 없나이다.
세간은 불꽃과 같이 모든 입(入)을 지나가는 까닭에 세간은 무상(無常)하고,
인연으로 좇아 나온 까닭에 세간은 깨끗하지 않으며,
악한 업(業)을 일으키는 까닭에 세간의 머무는 곳과 무너지는 상은 모두 머무는 바 없는 가운데 머물러 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둘 없는 법 가운데 머물러서 이 말을 능히 하나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발타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런 법에 머물러서 그렇게 말하느냐?”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의 얻으신 법은 여래 아니시고는 능히 아는 이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무슨 법을 얻었는가]
“발타바라여, 내가 무슨 법을 얻었느냐?”
“그러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도량에 앉으시어 얻으신 법을 법이라거나 법 아니라 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발타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이, 여래가 도량에서 얻은 법은 법이 아니며 또한 법 아님도 아니니라.
내가 이 법에 있어서 지혜로 능히 행할 수 없으며 눈으로 보지 못하며 행하는 곳이 없으며, 혜(慧)가 통하지 못하여 밝게 알 수 없으며, 물어도 대답이 없느니라.
이 법 가운데서는 받음도 없고 취함도 없고 때도 없고 깨끗함도 없느니라.
만일 내가 스스로 얻은 법을 상(相)으로써 행한다 말하고 이 법을 행하면 모두 미혹하여 답답해[迷悶] 할 것이다.
발타바라야, 나의 이 법에 있어서는 여러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증명할 이가 없느니라.
현신(現身)의 보살과 일생의 보살도 나의 이 법에서 또한 증명하지 못하고, 이러한 법을 듣고 오히려 놀라고 두려움을 품을 것인데, 하물며 능히 증명할 이가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