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권방편경 상권
2. 견제품[2]
[사자후]
이때 현자 수보리가 그 여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떠한 뜻을 구하기에 이와 같은 사자후(師子吼)를 합니까?”
그 여인이 대답했다.
“만약 뜻을 구하는 것이 있다면 사자후를 펼 수가 없습니다.
뜻을 구함이 없기에 사자후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구하는 바가 있으면 전도(顚倒)에 떨어지고, 전도에 떨어지면 사자후는 없습니다.
뜻을 구하는 바가 있으면 곧 몸을 탐내는 것이어서 문득 제견(諸見)에 떨어지므로 사자후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또 현자께서 ‘당신은 어떤 뜻을 구하기에 이와 같은 사자후를 합니까?’라고 물었는데,
현자께서는 무엇을 구하기에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한 것입니까?”
수보리가 여인에게 대답했다.
“누이여, 그것을 알고자 합니까? 뜻을 구함이 없어야 해탈에 이릅니다.”
여인이 또 말했다.
“장로께서는 본래 뜻에 구하는 것이 없어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에 이르렀습니까?
나 역시 그처럼 이르는 바가 없이 이르렀습니다.
그 법계(法界)라는 것은 행하되 얻는 바가 없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지금 여인을 관찰하니 필시 뜻이 대승(大乘)임을 끝내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이런 연유로 크게 사자후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거동이나 나아가고 머묾, 언담(言談)이 대승의 학문과 같습니다.”
[대승의 행적과 거동]
여인이 또 물었다.
“어떻게 대승의 행적과 거동, 나아가고 머묾이 어떤 종류인지를 아십니까?”
수보리가 여인에게 대답했다.
“성문은 비록 듣는다 해도 대승이 본 바를 널리 펼 수가 없습니다.
오직 여인만이 대승을 자세히 말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행하는 바가 깊고 묘하여 널리 분별할 수 있습니다.”
여인이 말했다.
“현자여, 대승이라는 것은 걸리는 바가 없고 지혜에 가리고 덮이는 것이 없습니다.
그 밝음에는 두 가지가 없다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마치 해와 달이 모든 하늘에서 쉬지 않고 운행해도 스스로는 자유로워 걸리는 것이 없고 가리는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허공에 머물면서 빠르게 운행하여 천하를 유람하고 두루 4역(域)을 편력하면서 염부제(閻浮提)를 비추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밝음을 받게 해 골고루 은혜를 입지 않음이 없게 합니다.
대승도 이와 같아서 보살[正士]이 널리 배워서 걸리는 바가 없고 능히 가리는 것이 없는 것은 그 마음이 평등에 머물되 머무는 바 없이 머물기 때문이며,
그 마음은 6바라밀[六度無極]을 봉행하면서 시방에 나타내 보여 일체의 법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승이라 합니다.
전륜왕(轉輪王)이 유행(遊行)하는 처소인 4역(域)에 거처할 때 보살ㆍ대사(大士)와 약간의 종성(種姓)이 이르지만 중생류 가운데 사행(邪行)을 하는 무리가 있으나 평등하게 자비심을 닦습니다.
그 대정사(大正士)도 이와 같이 이르는 곳마다 능히 홀로 걸으며 사문(沙門)ㆍ범지(梵志)ㆍ제천(諸天)의 백성과 군국(郡國)ㆍ현읍(縣邑)ㆍ주역(州域)ㆍ대방(大邦)의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보살은 항상 4은(恩)의 업을 행하여 일체를 섭수하여 구제하며 약간의 경(敬)을 닦기 때문에 대승이라 합니다.
모든 천(天)과 용신(龍神)ㆍ건답화(揵沓惒:건달바)ㆍ아수륜(阿須輪:아수라)ㆍ가류라(迦留羅:가루라)ㆍ진타라(眞陀羅:긴나라)ㆍ마휴륵(摩休勒:마후라가)ㆍ제석(帝釋)ㆍ범천(梵天)ㆍ사천(四天)ㆍ밝은 지혜의 현성(賢聖)과 보살이 모든 평등하고 바른 행의 근원을 총명하게 이루어 진제(眞諦)에 이르러 성취했기 때문에 보는 이마다 받들어 존경하므로 대승이라 합니다.
그 대승이라는 것은 오직 수보리여, 다함도 없고 태어남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삼보(三寶)의 교훈을 끊지 않고,
물어서 부처님의 지혜와 도법(道法)의 업을 받고,
성중(聖衆)을 따르고 받들어서 큰 지혜의 밝음으로 중생을 교화하며,
넓은 묘리(妙理)를 잘 갖추고 잡다한 행이 없으며,
참되고 바르게 짓는 일을 깨달아서 모두 6바라밀을 갖추어야 하며,
4은(恩)의 행으로써 위난(危難)과 재액(災厄)을 거두어 구제하고 고요한 도량에서 8정도(正道)와 의지(意止)ㆍ의단(意斷)을 닦고,
받들어 자비가 다함이 없게 하고, 닦아서 번뇌와 슬픔이 없게 하여 견고하게 대도(大道)에 머물며,
일체지(一切智)에서 영원히 두려움과 어려움을 버리고, 많은 악마를 항복받고,
모든 어리석음을 버리고 밝은 지혜를 드러내어 모든 공덕의 근원을 풍부하게 합니다.
모든 행이 구족되어 모든 하늘ㆍ백성ㆍ아수륜(阿須倫)이 보고 귀의하며, 많은 악마와 외도[外學]가 항복하지 않음이 없으며, 일체의 성문이나 모든 연각들은 당할 자가 없습니다.
믿지 않는 중생을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즐거운 법을 믿게 하며,
자비와 가엾이 여기는 생각으로 모든 성냄과 해치는 이를 품어 안고,
보시로써 인색하고 탐하는 이를 다스리고,
지계(持戒)로써 범금(犯禁)을 다스리고,
인욕으로써 성내는 이를 다스리며,
정진으로써 게으름을 다스리고,
일심(一心)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다스리며,
지혜로써 어리석음을 다스리고,
재보(財寶)로써 가난을 다스리며,
편안하고 온화함으로써 괴로움과 근심을 다스리고,
환희로써 지혜를 따르기 때문에 대승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