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보리심경론 상권
4. 단바라밀품(檀波羅蜜品)
그렇다면 무엇을 일컬어 보살이 보시를 수행한다고 하는가?
보시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와 양자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 이와 같은 보시는 바로 보리의 도를 능히 장엄할 수 있다.
보살은 중생을 조복시켜 그들로 하여금 고뇌를 여의게 하고자 보시를 행하는 것이다.
보시를 수행하는 자는 자기의 재물에 대해 항상 버리려는 마음을 내고,
와서 구하는 자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데,
마치 부모와 스승과 선지식의 마음[想]과도 같다.
빈궁하고 하천한 자에 대해서는 독자(獨子)를 생각하듯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고 주는 바에 따라 마음이 기뻐하고 공경하는데,
이를 일러 ‘보살이 처음으로 보시를 닦을 때의 마음’이라고 한다.
또한 보시를 닦기 때문에 선한 이름으로 유포되어 태어나는 곳마다 재물과 보배가 풍요롭게 넘쳐나니,
이를 일러 ‘자리(自利)’라고 하였다.
또한 능히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고 교화하고 조복해서 인색하지 않게 하니,
이를 일러 ‘이타(利他)’라고 하였다.
또한 이미 닦은 무상(無相)의 크나큰 보시로써 온갖 중생을 교화하여 자신이 획득한 이익과 동일한 이익을 획득하게 하니,
이를 일러 ‘양자 모두의 이익[俱利]’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보시를 닦음으로 인해 전륜왕(轉輪王:불타)의 지위를 획득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체의 중생을 섭수하고
나아가 마침내 부처님의 다함없는 법장(法藏)을 획득하게 되었으니,
이를 일러 ‘보리의 도를 장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보시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법시(法施)이며,
둘째는 무외시(無畏施)이고,
셋째는 재물시(財物施)이다.
법시란 사람들에게 계(戒)를 수지하게 하고
출가의 마음을 닦도록 권유하며,
사견을 허물어트리기 위해 단(斷)ㆍ상(常)의 네 가지 전도(顚倒)와 여러 악과 허물을 설하고,
진제(眞諦)의 뜻을 분별하고 개시(開示)하고 정진의 공덕을 찬탄하며,
방일의 허물과 악에 대해 설하여 주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법시’라고 한다.
또한 어떤 중생이 왕이나 사자ㆍ호랑이ㆍ승냥이, 물이나 불, 도적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면 보살은 이를 보고서 능히 구호하니,
이를 일컬어 ‘무외시’라고 한다.
또한 보살은 스스로 재물을 베풀어 인색하지 않으니,
위로는 진귀한 보배, 코끼리나 말, 수레, 수가 놓인 비단, 곡물이나 의복, 음식으로부터 아래로는 찐 보릿가루 한 주먹, 한 가닥의 실에 이르기까지
많든 적든 구하는 자가 있으면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마음에서 우러나 주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 ‘재시’라고 한다.
재시에는 다시 다섯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지심시(至心施)이며, 둘째는 신심시(信心施)이고, 셋째는 수시시(隨時施)이며, 넷째는 자수시(自手施)이고, 다섯째는 여법시(如法施)이다.
마땅히 보시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도 역시 다섯 가지가 있다.
즉 비리로써 구한 재물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부정(不淨)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술이나 독약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중생들을 어지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나 짐승을 잡는 그물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중생을 괴롭히고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이나 몽둥이ㆍ활ㆍ화살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중생들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여색(女色)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청정한 마음을 허물어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점을 간추려 말하자면 여법(如法)하지 않은 물건은 중생을 괴롭히고 어지럽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일체의 물건은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니, 이런 보시를 ‘여법시’라고 이름한다.
보시를 즐기는 이는 다시 다섯 종류의 명문(名聞)과 선한 이익을 획득하니,
첫째는 항상 일체의 현성(賢聖)과 친근하게 되며,
둘째는 일체 중생이 즐거이 보게 되며,
셋째는 대중 속으로 들어갈 때 사람들의 으뜸가는 존경을 받는 것이며,
넷째는 좋은 명예가 시방에 널리 퍼지게 되며,
다섯째는 능히 보리를 위해서 최상의 미묘한 인연을 짓는다.
보살인(菩薩人)이 행하는 보시를 일체시(一切施)라고 이름한다.
여기서 일체시란 많은 재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시하는 마음[施心]을 말한다.
여법하게 재물을 구하여 지니다가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아첨이나 곡해함이 없이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빈궁한 자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재앙이나 고통을 당하는 자를 보고 자비의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가난하여 재물이 적으면서도 능히 잘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보물을 사랑하고 중히 여기면서도 마음을 열어 능히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계를 지녔거나 계를 어겼거나 밭을 가졌거나 밭을 갖지 않았거나 관계없이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한다.
인간세계와 천상세계의 미묘하고 좋은 즐거움을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위없이 높은 대보리를 희구하여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보시하고자 하여 보시했을 때 보시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한다.
꽃을 보시하면 다라니와 칠각화(七覺華:七覺支 혹은 七覺分)를 구족할 것이기 때문에,
향을 보시하면 계ㆍ정ㆍ혜를 구족하여 자신에게 훈습[熏塗]할 것이기 때문에,
과일을 보시하면 무루의 과보를 구족하고 성취할 것이기 때문에,
먹을 것을 보시하면 목숨과 변재(辯才)와 색과 힘과 즐거움을 구족할 것이기 때문에,
의복을 보시하면 청정한 색을 구족하여 무참(無慚)ㆍ무괴(無愧)를 제거할 것이기 때문에,
등(燈)을 보시하면 불안(佛眼)을 구족하여 일체 제법의 성품을 밝게 요별할 것이기 때문에,
코끼리나 말의 수레를 보시하면 무상승(無上乘)을 획득하여 신통을 획득할 것이기 때문에,
영락(瓔珞)을 보시하면 80수형호(隨形好)를 구족할 것이기 때문에,
진귀한 보배를 보시하면 대인(大人)의 32상(相)을 구족할 것이기 때문에,
힘 있는 하인을 보시하면 부처님의 10력과 4무외를 구족할 것이기 때문에 일체시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요점을 간추려 말하자면 나라나 도성, 처자, 머리나 눈ㆍ손발 등의 몸을 보시할 때 마음에 인색함이 없으면 위없이 높은 보리를 증득하고 중생을 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살마하살은 보시를 수행할 때 재물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차별을 돌아보지 않으니, 그것은 상(相)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단바라밀(檀波羅蜜)을 구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