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유월치차경 상권
4. 팔등품(八等品)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무슨 까닭에 보살의 8등(等:八正道)법을 찬양하는가?
이 보살은 여덟 가지 삿된 것을 멀리하고 여덟 가지 해탈(解脫)법을 닦아 성취하지만 집착하는 것이 없느니라.
여덟 가지 정도[八正道]에 의지하지도 않고,
범부법(凡夫法)을 초월하여 도의(道義)에 머무르며,
중정(中正)을 이룩하여 범속(凡俗)을 초월하며,
도혜(道惠)에 머물기를 원하여 다른 길을 보지 않으며,
삿된 길을 벗어나고 항상 바른 견해에 머무르며,
평등한 자취[平等跡:平等道]를 증득하고 몸에 탐착하는 것을 여의었으며,
도의(道義:菩提)에 머물러 부처님의 몸을 성취하기를 원하며,
중생이라는 생각을 제거하고 초월하여 언제나 부처님 모습만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일체 법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니라.
중생이라고 집착하는 것을 멀리 하며, 항상 치우침이 없는 데 머물러서 모든 법을 다 끊어버리나니, 왜냐 하면 어떠한 법도 얻을 수 없으므로 몸이 숭상할 만한 힘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세속의 서적을 여의고 출세간의 경전[度世典]을 사모하며,
법계(法界)를 증득하거나 도법(道法)을 체득하거나 하지도 않고, 또한 세속을 여의지도 않으며,
있다 없다 하는 이치를 놓아버리고 평이법(平夷法:平等法)을 따라 닦으며,
모양에 집착하는 것을 버리고 끊으며,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대해서도 마음으로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며,
도의(道意:求無上之道)에 대해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나니,
왜냐 하면 이미 일체의 법은 평등한 것이라고 알아서 두루한 지혜[普惠]를 따르고 닦기 때문이니라.
독한 불길이나 칼ㆍ몽둥이로도 몸을 위태롭게 할 수 없느니라.
모든 세계를 다 버리고 항상 불국토에 태어나며, 여러 갈래의 길을 여의지는 못했으나 오고 감이 없는 데에 머무르며,
여러 갈래의 길에 오고 가더라도 아주 편안한 까닭에 보살도(菩薩道)에 머무르지도 않나니,
왜냐하면 부처님의 도는 공(空)하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머무를 곳이라는 것조차 없어 머무르지도 않기에, 칼날이 몸을 향해 찌르지도 못하고 또한 해칠 수도 없으니,
그러한 것을 편안한 경지를 획득하였다고 말하느니라.
이러한 수행법을 체득하면 무학(無學)이나 불학(不學)도 구할 바가 아니며,
성현(聖賢)의 경지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예 마음으로 사모하지도 않나니,
이런 까닭에 칼로도 몸을 해칠 수 없고 조그만 동요도 없느니라.
일체의 도(道)는 공한 것이라는 공혜(空惠)를 분별하여 알기 때문에 칼로도 해치지 못하느니라.
넓고 큰 자비로써 중생들에게 베풀어 적정(寂定)한 경계를 얻고 담박하고 편안한 경계에 이르게 하며,
널리 불쌍히 여기고 자비를 베풀어 진에(瞋恚)를 버리게 하나니,
그렇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밝은 지혜를 일으키게 하고 자비로써 세상을 교화하여 큰 자비를 성취하게 하려는 것이니,
중생의 처소는 얻을 수 없고 자비를 원만하게 갖추기 때문에 칼로도 상해할 수 없느니라.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를 평등하다고 알고 법계(法界)도 평등하다고 알며,
모든 세계는 평등하고 도(道)에도 약간의 그 무엇이 없다는 이치를 알면,
식념(識念)을 일으키지 않고 진에(瞋恚)도 내지 않으며,
희롱함을 여의고 적연하여 음성이 없으리라.
법계는 이와 같아서 모든 존재를 초월하나니,
보살이 이러한 수행으로써 전심전력한다면 일체의 음성이 이르는 곳마다 모든 일에 집착하는 바가 없어서 처음과 끝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느니라.
중생들이 나아간다[趣]고 하는 것은 다만 음성(音聲)에 불과할 뿐이니,
이러한 것들을 분명히 깨달아 법을 강성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이는 있다 없다 하는 말과 생각으로 그 말을 일으키지 않고 나라는 생각을 버리며 모든 음성을 초월하되 초월했다는 생각까지도 없느니라.
이러한 가르침을 체득하여 일체법(一切法)을 이해하면 다만 음성에 불과할 뿐이므로 또한 법을 얻을 수도 없고 해탈함도 없으리니,
이런 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말하는데 과거에 모든 음성에 대하여 흠모하거나 집착하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 그때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평등에 머물고
여덟 가지 해탈을 체득하되
그 여덟 가지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여덟 가지 범부행(凡夫行)을 초월하고
바른 도리[正義]에 머물렀으나
중간혜(中間慧)를 보지 않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세속 범부의 행[俗夫行]을 초월하고
불도(佛道)에 머물렀으나
여기에 얻을 것이 없음을 깨달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수많은 사견(邪見) 멀리 여의고
바른 견해를 따라 수행하여
평등도(平等道)를 성취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자신의 몸 탐냄을 없애고
바르고 거룩한 도에 머물러
부처님의 몸 성취하여 증득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중생이라는 생각 버리고
항상 부처님의 수행법만을 닦아
나니 남이니 하는 마음 평등해지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중생이라는 생각을 초월하고
무소처(無所處:涅槃)에 머물며
모든 법에서 벗어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세간법[俗法]을 멀리 여의고
성인의 바른 가르침을 받들어 닦으며
적연(寂然)한 이치를 성취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세속의 법을 버려야 하고
부처님의 도도 또한 이와 같이 해야 하되
이 법에도 얻을 바가 없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근본은 하나뿐이라고 말하고
두개의 근본이 없다 말하는
이와 같은 생각을 떨쳐버리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중간에도 처하지 아니하고
단착(斷着:斷常)의 견해도 버려
도해(道慧)가 평등하게 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과거의 마음을 얻지도 않고
미래도 또한 이와 같으며
현재에 대해서도 평등하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고 하느니라.
애초에 마음이 비롯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
도의(道意:菩提心)을 낸다고 말하지만
이 마음은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니
무슨 인연으로 도를 성취할 수 있으리.
집착할 것이 없는 데로 들어가지만
성의의 경지는 획득할 수 없으니
이 때문에 칼과 독으로도
해칠 수 없다고 말하느니라.
다섯 갈래의 길에서
수많은 모양 비롯됨을 해탈하고
가고 옴을 원만하게 갖추면
이런 까닭에 속임이 없다 말하느니라.
도를 버리고 주선(周旋)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음성일 뿐이니
모든 음성에 대한 집착 다 버리면
이런 까닭에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하네.
비롯되는 바를 얻지 않고
따라 오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
가고 옴은 오직 음성[音身]일 뿐이라고
배우는 이에게만 권유하였네.
교화하여 안온하게 한다고 말하지만
그 편안하다는 것도 또한 공(空)한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면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보살이 수행하고 익히는
이와 같은 지혜를 배우면서
이 모든 것 끊지 않으면
이것을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고 말하느니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으면
가령 예리한 칼날이라 하더라도
몸을 가해할 수 없으리니
동요할 필요가 없느니라.
모든 중생에게 널리 자비 베풀고
큰 슬픔으로 도 닦기를 바라며
성내고 해치려는 마음 없애면
예리한 칼로도 가해할 수 없느니라.
가령 해치려는 자가 있을지라도
제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하여 없는 것
불도를 닦아 증득하면
칼이라 한들 어찌 상해할 수 있으랴.
담연(澹然)이란 글귀의 이치를 체득하고
모든 악한 세계 버리면
일체의 재앙 다 소멸되리니
칼로도 능히 해칠 수 없으리라.
밝은 지혜 성취하고
성인의 경지 통달하여 부족함이 없으며
불도를 체득하여 밝게 드날리면
그 때문에 칼로도 해치지 못하리라.
욕계와 색계
무색계를 3계라 하거니와
이 3계를 동등하게 생각하면
이런 까닭에 스스로를 속이지 않느니라.
평등한 종성으로 정각 이루고
이름을 다르다고 보지 않으면
쌓임[陰] 없거늘 어찌 다투랴.
청정하여 조롱과 희롱 멀리 여의리라.
이렇게 평등한 자취에 들었으므로
보살이라 말하네.
만약 음성에 집착하는 이라면
다섯 갈래 세계를 여읠 수 없네.
비록 지극한 법계를 말하고
갈 곳도 없다고 강설하더라도
머무르지 않는 법인(法忍)을 체득해야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여러 가지 소리를 분별하여 알고
조용하고 고요한 법 강설하며
이름을 있지 않다는 것까지 기억하지 않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일체의 음성 제거해 버리고
음성 없는 세계를 증득하여
모든 소리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을 여덟 가지 평등이라 하느니라.
소리로 인하여 모든 법 깨닫고
일체법은 자연 그대로라고 알면
모든 법엔 이름 없으니
해탈 있음도 볼 수 없으리라.
아난아, 나는 이런 까닭에
여덟 가지 바르고 평등함을 찬양하나니
이 말을 듣고 그런 경지에 다다를지라도
그 또한 얻을 것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보살이 여덟 가지 평등에 대하여 연설하는 것을 찬탄하고 아름답게 여기나니, 이런 설법을 듣고 나아가게 하는 것도 훌륭한 방편이 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