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시불경 상권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유행을 마치고 본디 살더 집으로 돌아오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이미 출가한 뒤에 저 8만 사람들과 함께 자기 나라의 성을 떠나 여러 곳으로 돌아다녔다.
어느 부락에 이르러 하안거(夏安居)를 하고, 그 여름을 지낸 뒤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어찌하여 취한 사람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가?’
이렇게 생각해 마치자 마음은 청정하게 되어 본래 살던 집에 이르렀다.
[12인연을 생각하다]
밤중이 되어 다시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세간의 부귀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은 중생이 애착하여 생사에 맴돌게 하는 것이요,
괴로움이 서로 계속하여 다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는 괴로움의 인(因)은 무슨 인연으로 생겨 늙고 죽게 하는가?’
그는 삼마지(三摩地:삼매)에 들어 이 법은 생(生)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有)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取)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愛)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觸)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名色)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行)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은 행을 반연[緣]하고, 행은 식을 반연하며, 식은 명색을 반연하고, 명색은 6입을 반연하며, 6입은 촉을 반연하고, 촉은 수를 반연하며, 수는 애를 반연하고, 애는 취를 반연하며, 취는 유를 반연하고, 유는 생을 반연하며, 생은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을 반연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음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생(生)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가 멸하면 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가 멸하면 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가 멸하면 취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가 멸하면 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이 멸하면 수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이 멸하면 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이 멸하면 6입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이 멸하면 명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이 멸하면 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이 멸하면 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며,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멸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은 스스로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은
노사(老死)의 괴로움 생각하고
지혜로 살폈네. 그 인(因)이
무슨 연(緣)과 무슨 법(法)으로 생겼는가를.
정(定)에 들어 자세히 관찰하여
그것이 생(生)에서 일어남 알고
나아가 행의 괴로움의 인은
무명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알았네.
다시 무엇으로부터 멸하는가를 보아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나아가 늙고 죽음이 다해
괴로움이 모두 다 없어짐을 알았네.
[5음과 지혜를 관찰하고 정등각을 이루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다시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나고 멸해 머무르지 않고 환술과 같고 변화와 같아 진실이 없음을 관찰하고,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나 업(業)과 습기(習氣)와 번뇌의 일체가 나지 않아 큰 해탈을 얻어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은
다시 5온(蘊) 등의 법을 관찰하여
삼마지에 들어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났을 때
의혹과 괴로움의 업과 또 습기의
일체는 모두 나지 않았네.
그것은 나부끼는 도라면(兜羅綿)처럼
한 찰나도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라.
부처님의 보리(菩提)를 성취하고
열반의 길상과(吉祥果)를 성취했나니
마치 달이 크게 뚜렷하고 밝아
광명이 시방에 두루함 같았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먼저 인위(因位)에 있으면서
첫째로 자신이 마치 취한 것 같다고 의심하였고,
둘째로 탐욕 등의 번뇌가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의심하였다.
이와 같이 인연으로 나는 법을 생각하고 큰 해탈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 여래의 몸은
성취하기 어려운 것 성취하였네.
인연으로 나는 법 보아 살피고
탐욕[貪]ㆍ성냄[瞋]ㆍ어리석음[癡] 다시 끊었네.
마침내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큰 해탈을 성취했나니
마치 해가 산꼭대기에 있어
두루 일체를 비추는 것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