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흥기행경 상권
2. 부처님이 사미발의 전생인연을 말씀하시는 경
[佛說奢 彌跋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들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이며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멀고 오랜 91겁 전에, 이때 선설(善說)이라는 왕이 있었고 성의 이름은 선설소조(善說所造)였으며,
연여달(延如達)이라는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학문을 좋아하여 널리 외도의 4부(部)와 천문(天文)ㆍ도참(圖讖)ㆍ점상(占相)ㆍ예술(藝術) 등의 일곱 가지 글과 외도의 가르치는 계율이 환하였고
여러 가지 법과 세속의 전적(典籍)을 분명히 알았으며
상호는 서른 가지가 있었고 언제나 5백의 뛰어난 성바지의 동자(童子)들을 가르쳤었다.
또 범천(梵天)이라는 한 바라문이 있어서 큰 부자로서 재물이 넉넉하고 코끼리와 말과 일곱 가지 보배며 종들을 부렸다.
그의 부인은 이름이 정음(淨音)으로 단정하고 잘 생기어 용모가 으뜸가며, 성품과 행동이 고르고 질투심이 없었다.
연여달은 범천을 시주로 삼았으므로 그 부인 정음은 연여달에게 음식ㆍ의복ㆍ평상ㆍ자리며 병들고 야위는 데에 먹는 의약을 공양하였다.
애학(愛學)이라는 벽지불이 성 안에 도착하여 법의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다니면서 걸식하려 하다가 우연히 범천의 문에 이르렀다.
때에 정음은 벽지불의 의복이 가지런하고 걸음걸이가 차분하며 여섯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었음을 보고서 마음으로 매우 사랑하고 좋아하여 곧 공양을 청하면서 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옷과 음식과 침구며 의약은 언제나 저로부터 받으십시오. 저를 위하여 일부러 저의 청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는 정음은 곧 맛있는 음식을 바루에 가득히 채워 주었다.
벽지불은 받은 뒤에 바루를 가지고 허공으로 올라가 일곱 번 돌고 날아서 있던 데로 돌아가니,
성 안의 사람들은 이 신통을 보고서,
‘나라에 이런 사람이 계시니, 우리들이야말로 복이 있도다’ 하며
온 나라가 기뻐하여 공양하며 싫어함이 없었다.
정음은 벽지불을 공양하는 것이 날마다 더해만 갔고 연여달에 대한 대접은 드디어 박해졌으므로,
연여달은 스스로 자기는 박대하고 그를 후히 함을 깨닫고서 곧 질투심을 일으켜 비방하는 말을 하였다.
‘이 도사는 참으로 계율의 덕이 없도다. 왜냐하면 이 정음과 함께 부정한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를 후히 공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여달은 5백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도사는 계행을 범하였고 정진의 행이 없다.
여러 동자들은 저마다 집에 돌아가거든 널리 알리기를,
〈이 도사는 깨끗한 행이 없으며, 정음과 함께 간통하였다〉라고 하여라.’
동자들은 대답하였다.
‘스승님이 말씀한 바와 같이 이 도사는 참으로 음욕심이 있습니다.’
5백의 동자들은 가르침을 받고 성에 들어가 마을에 이르러서 널리 알렸다.
‘이 도사는 음욕심이 있어서 정음과 간통하습니다.’
나라 사람들은 모두 함께 의심하였다.
‘신통이 그와 같거늘 이런 더러운 소리가 있구나.’
그리고 이 소리는 7년 동안이 지나서야 비로소 끊어졌다.
뒤에 벽지불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고 열반에 들었으므로, 여러 사람들은 비로소 연여달이 거짓말을 하였고 벽지불이 깨끗했는지 알았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연여달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그 때의 범천은 지금의 우전왕(憂塡王)이 그요, 그 때의 정음은 지금의 사미발이며, 그 때의 5백 동자들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에 공양을 놓쳤기 때문에 곧 질투심을 내었고, 너희들과 함께 지옥에 들어가서 끊는 가마 속에서 삶음을 당한 것이 수천 년이었다.
이 남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지금 비록 부처님이 되었어도 그 때문에 너희들과 같이 사미발의 비방이 있었다.”
그리고는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범지가 되어
널리 외도의 4부(部)를 배워
나는 동산 가운데 머무르면서
5백 동자를 가르쳤느니라.
한 분의 벽지불이 있어서
깨끗하고 신통을 지녔었는데
그가 공양을 받음을 보고
까닭 없이 방자하게 비방을 하였으며
도리어 여러 동자들에게 말하되
도사는 부정한 짓을 하였다 했더니
내가 마침 이것을 말할 때에
동자들은 모두가 기뻐하였느니라.
동자들은 이를 듣고 나서는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며
모두 여러 사람들을 향하여 말하기를
도사는 부정한 짓을 범하였다 하였도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지옥을 겪고 지내 옴이 오래며
나와 그리고 너희 무리는
이런 한없는 고통을 받았도다.
이런 남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 대중인 5백 사람이
까닭 없이 비방을 받게 되었고
이 사미발에 걸려 들은 것이며
나는 이제 말세에 있으면서
위없는 도를 이뤘으면서도
까닭 없이 비방을 받게 되었고
이 사미발에 걸려들었느니라.
여래는 높은 부처를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으로서
아뇩의 큰 못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번뇌가 다하고 모든 선이 널리 갖추었으며 하늘과 사람이며 꿈틀거리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도하려고 한다. 비
록 이런 공덕이 있다 손치더라도 오히려 전생 인연을 면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또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이겠느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이를 배워야 하며, 여러 아라한과 일체 중생 모두가 이를 배워야 할지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몸의 세 가지 입의 네 가지 뜻의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
사리불아,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이며 아뇩대용왕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ㆍ아수륜ㆍ가루라ㆍ견타라ㆍ마휴륵문 등이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