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1권
[앙굴마라의 어미니가 부차님께 아뢰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부처님께서 앙굴마라와 함께 주고 받고 하시면서 애써 말씀하셨으므로
자기 아들의 마음이 굴복되어서 팔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보고,
그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게송으로 말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랫동안 잃었던 보배광을 지금 도로 얻었으며
먼지에 덮인 눈이 밝아지게 되었습니다.
아, 저의 아들 마음이 미혹과 산란 때문에
항상 사람 피를 자기 몸에 바르며
날카로운 칼 손에 쥐고서
사람들을 죽여 시체 무더기 이루었습니다.
이 아들로 하여금 저를 따르게 하소서.
지금 등정각께 머리 조아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듣지 못할 꾸지람으로
너의 자식 이렇다고 저를 꾸짖어 주소서.
[세존께서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시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무 밑은 바로 그대의 어머니께서 낳고 기른 곳이다. 그 은혜는 깊고 중하여 갚기 어려운데 어찌하여 어머니까지 살해하여 하늘에 나게 하려고 했느냐?
앙굴마라여, 그른 법을 법이라고 여김은 마치 봄철의 아지랑이를 목마른 사슴이 물로 여김과 같나니, 그대도 그와 같아서 나쁜 스승의 지시를 따라 미혹을 낸 것이다.
만일 중생들이 법 아닌 것을 법으로 여기면 목숨이 마치자마자 무간(無間)지옥에 떨어진다.
앙굴마라여, 그대는 지금 빨리 와서 여래에게 귀의(歸依)하라.
앙굴마라여,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는 매우 자비로운 분이며 두려움이 없는 자리에 계시므로 중생들을 라훌라같이 평등하게 보아서 모든 질병을 구원하고 고쳐 주며 의지할 데가 없는 이에게 의지가 되어 주신다.
여래는 편안케 해주시는 안식처이다.
친한 이가 없는 이들에게는 친한 이가 되어 주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보배광을 만들어 주며
부처의 도를 잃은 이에게는 위없는 도를 보여 주며
공포에 떠는 이들에게는 보호해 주며
물에 빠진 이를 위해서는 배와 다리가 되어 주신다.
그대는 지금 빨리 날카로운 칼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며,
어머니 발 밑에 예배하고 허물을 참회하여 스스로 깨끗이 씻어버리고 지성으로 출가(出家)에 대한 허락을 구하며 그대의 어머니를 제도하여 3유(有)의 고통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
지금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 받을 세를 바쳐야 한다.
그대는 당장 감로의 법물[法水]을 마실 것이다. 그대는 오랫동안 나쁜 길을 헤매느라 지쳤으니 이제 쉬어야 한다.
그대도 세를 받는 자이며 나 역시 세를 받는 이니, 나는 도를 지키는 왕으로서 모든 중생에게 항상 그 세를 받아 그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존재의 바다를 건너게 한다.”
[앙굴마라가 칼를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다]
그때 앙굴마라는 곧 칼을 버렸다.
마치 한 살난 어린아이가 불을 잡았다가 놓아버리며 손을 털고 엉엉 우는 것처럼, 앙굴마라도 손가락 꿰미를 버리며 손을 털고 울부짖었다.
푹 잠자는 사람을 뱀이 갑자기 다리를 물면, 즉시 놀라 일어나 손을 들어 멀리 던지듯이 앙굴마라가 손가락 꿰미를 빨리 버리는 것도 그와 같았다.
그때 앙굴마라는 나쁜 사람들에게 붙잡혔다가 벗어난 것과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온몸에 피가 나오며 눈물이 비와 같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뱀에게 물리자 용한 의원이 주술을 가하여 그를 뱀과 같이 기게 하는 것처럼, 앙굴마라도 서른아홉 번이나 배로 기며 뒹굴었다.
그렇게 한 후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게송을 아뢰었다.
신기합니다. 정각(正覺), 으뜸가는 인자하심[慈] 이여
조어사(調御師)께서 저를 위해 오셔셔
제에게 어리석고 어두워 헷갈린
무지(無知)의 바닷물을 건너게 하셨습니다.
신기합니다. 정각, 위없는 불쌍히 여기심[悲]이여
조어사께서 저를 위해 오셔서
저에게 험난한 나고 죽음의 벌판과
온갖 번뇌의 가시덤불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신기합니다. 정각, 첫째가는 기쁨[喜]이여
조어사께서 저를 위해 오셔서
저에게 호랑이와 새ㆍ짐승의 재난인
온갖 미혹과 삿된 소견을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신기합니다. 정각, 첫째가는 버림[捨]이여
조어사께서 저를 위해 오셔서
저에게 무간(無間)지옥을 벗어나
왕성한 온갖 고통 떠나게 하셨습니다.
의지할 데가 없는 이에게 의지가 되시며
친한 이 없는 이에게 친한 이가 되시고
온갖 악업 쌓아 고통에 빠진
저를 위하여 귀의하게 하셨네.
[앙굴마라가 출가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서 일어나 어머니의 처소에 빨리 가서 지성껏 허물을 뉘우치고 출가에 대한 허락을 구할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부처님의 발 아래로부터 일어나 어머니 처소에 가서 여러 번 돌며 온몸을 땅에 대고 지성껏 참회하고 슬피 흐느껴 크게 울부짖으면서 그 어머니를 향하여 게송을 아뢰었다.
아, 어머님 저는 큰 허물을 저지르게 되어
온갖 악업만 쌓아 죄를 지었습니다.
나쁜 스승 가르침 따라 나쁜 짓 행하여
하나 부족한 천 사람 죽였습니다.
저는 오늘에야 어머님께 귀의하오며
또한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 발에 머리 조아리오니
원컨대 불쌍히 여겨 출가를 허락하시옵소서.
그때 그 어머니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네가 출가하여
후생 길 닦는 것을 허락하며
나는 또한 부처님께
출가함과 구족계 받는 것 허락하노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신기하신 분
부처님은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네.
부처님께서는 지금 내 아들을 제도하시며
온 세상을 다 가엾이 보시네.
여래의 미묘하신 몸매와
공덕은 누구도 그를 짝할 수 없네.
가장 훌륭하신 하늘 중의 하늘을
나는 지금 저으기 칭찬하노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좋은 일이구려. 착한 여인이여
반드시 끝없는 안락 얻으리.
지금 그대의 아들을
내 앞에서, 출가하라고 허락하는구나.
그대는 지금 늙고 쇠약해
출가할 시기가 벌써 지났으니
다만 깊은 믿음 즐기고
법으로 스스로 살아가야 하리.
그대는 지금 좀 기다려 보면
파사닉왕이 곧 이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