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론 상권
3. 단일성을 타파하는 장[破一品]
[외도] ‘나’가 존재한다. 존재ㆍ단일성ㆍ물단지 등은 ‘나’의 소유이기 때문에. [수투로]
만약 ‘나[神]’가 존재한다면 ‘나’의 소유가 존재한다.
만약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의 소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 등은 ‘나’의 소유이기 때문에 ‘나’가 존재한다.
[불자] 그렇지 않다. 왜 그러한가? ‘나’는 이미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 등을 사유해 볼 때 동일한 것으로써 존재하는가, 상이한 것으로써 존재하는가?
두 가지 모두 과실이 있다.
[외도]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 등이 만약 동일한 것으로써 존재한다면 무슨 과실이 있는가?
[불자] 만약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가 동일한 것이라면 동일한 그대로 모든 것이 성립하거나 성립하지 않거나 전도되네. [수투로]
만약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가 동일한 것이라면, 가령 인다라[因陀羅]와 석가[釋迦]와 석가[憍尸迦]의 경우 그 인다라가 있는 곳에 석가와 석가가 있듯이, 그렇듯이 존재가 있는 곳마다 단일성과 물단지가 있고 단일성이 있는 곳마다 존재와 물단지가 있고 물단지가 있는 곳마다 존재와 단일성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옷 따위의 사물들도 또한 물단지일 것이다.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한 사물이 존재할 것이니 모두 물단지일 것이다. 이제 물단지ㆍ옷 따위의 사물들은 모두 동일한 것이 될 것이다.
또 존재가 상주하기 때문에 단일성과 물단지도 상주할 것이다.
또 만약 존재를 말한다면 단일성과 물단지를 말하는 것이다.
또 단일성이 수(數)이므로 존재와 물단지도 수일 것이다.
또 만약 물단지가 5신(身)이라면 존재와 단일성도 5신일 것이다.
만약 물단지가 형태가 있고 질애[對]가 있다면 존재와 단일성도 형태가 있고 질애가 있을 것이다.
만약 물단지가 무상하다면 존재와 단일성도 무상할 것이다.
이것을 “동일한 그대로 모든 것이 성립한다”의 내용이다.
만약 곳곳의 존재 이것에 물단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제 곳곳의 물단지 이것에도 물단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와 상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만약 사물 사물[事事]의 존재가 물단지가 아니라면 지금의 물단지는 물단지가 아닐 것이다. 존재와 상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만약 존재를 말할 때 단일성과 물단지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이제 단일성과 물단지를 말한다 해도 단일성과 물단지를 포함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와 상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존재가 물단지가 아니라면 물단지도 물단지가 아닐 것이다. 존재와 상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동일한 그대로 모든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의 내용이다.
만약 물단지를 말하고자 한다면 존재를 말해야 하고 존재를 말하고자 한다면 물단지를 말해야 한다.
또 그대에 따르면 물단지가 성립하기 때문에 존재와 단일성도 성립하고, 존재와 단일성이 성립하기 때문에 물단지도 성립한다.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동일한 그대로 모든 것이 전도된다’의 내용이다.
여기서 네 쪽에 걸쳐서 단어를 풀이하고 있는데 번역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외도] 사물은 존재와 단일성이기에 과실이 없네. [수투로]
사물은 존재이고 또한 단일성이다. 그러므로 물단지가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존재와 단일성이 존재한다. 존재와 단일성이 존재하는 곳이 모두 물단지인 것은 아니다.
또 만약 물단지를 말할 때 이미 존재와 단일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존재와 단일성을 말할 때 반드시 물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불자] 물단지에는 둘이 존재하는데 왜 둘에는 물단지가 존재하지 않는가? [수투로]
만약 존재와 단일성과 물단지가 동일한 것이라면 왜 존재와 단일성이 존재하는 곳에 물단지가 존재하지 않는가?
또 왜 존재와 단일성에 물단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는가?
[외도] 물단지 속에 물단지의 존재가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투로]
물단지 속의 물단지의 존재는 물단지와 상이하지 않지만 옷 등의 사물들과는 상이하다.
그러므로 이곳 저곳의 물단지 이것에 물단지의 존재가 존재하고 또한 이곳 저곳의 물단지의 존재 이것에 물단지가 존재하지, 이곳 저곳의 존재가 존재하는 곳에 물단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불자] 그렇지 않네. 물단지와 존재는 상이하지 않기 때문이네. [수투로]
존재는 보편[總相]이다. 왜 그러한가? 만약 존재를 말한다면 물단지 등의 사물들을 믿고 만약 물단지를 말한다면 옷 등의 사물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단지는 특수[別相]이고 존재는 보편인데 어떻게 동일한 것이라고 하겠는가?
[외도] 아버지와 아들과 같네. [수투로]
한 사람이 아버지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하듯이 그렇듯이
보편은 또한 특수이기도 하고 특수는 또한 보편이기도 하다.
[불자] 그렇지 않네. 아들이기에 아버지이네. [수투로]
만약 아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면 아버지라 하지 않는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에 아버지라 한다.
또 이 비유는 나에게 적합한 것이지 그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외도] 물단지가 존재하네. 모두 믿기 때문이네. [수투로]
세상 사람들은 물단지의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 믿는다. 그러므로 물단지가 존재한다.
[불자] 존재와 상이하지 않기에 모든 것이 없네. [수투로]
만약 물단지와 존재가 상이하지 않다면 물단지는 보편이지 특수가 아닐 것이다.
특수가 없기 때문에 보편도 없다. 특수가 있기 때문에 보편이 있는 것이다. 만약 특수가 없다면 보편이 없다. 이 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없다.
[외도] 마치 부분인 발 등을 몸이라고 하는 것과 같네. [수투로]
마치 부분인 머리나 발 등이 몸과 다르지 않지만 (머리나) 발만을 몸이라고 하지 않듯이
그렇듯이 물단지와 존재가 상이하진 않지만 물단지는 보편이 아니다.
[불자] 만약 발이 몸과 다르지 않다면 왜 발을 머리라 하지 않는가? [수투로]
만약 부분인 머리나 발 등이 몸과 다르지 않다면 발은 머리일 것이다. 이 둘은 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드라와 쌰끄라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드라는 쌰끄라이다.
[외도] 부분들은 다르기에 과실이 없네. [수투로]
부분[分]과 전체[有分]는 다르지 않지만 부분과 부분은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머리와 발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불자] 만약 그렇다면 몸이 없을 것이네. [수투로]
만약 발이 머리와 다르다면 머리는 부분인 발 등과 다를 것이다.
그와 같이 단지 부분들만이 존재하고 전체는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을 몸이라고 한다.
[외도] 그렇지 않네. 많은 원인에서 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네. 색 등이 물단지이듯이. [수투로]
부분인 색 등의 많은 원인에서 결과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단지 색만을 물단지라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색이 없을 때 물단지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부분인 색 등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부분인 발 등과 몸도 이와 같다.
[불자] 색 등이 그렇듯 물단지도 동일한 것이 아니네. [수투로]
만약 물단지가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의 다섯 부분과 다르지 않다면 하나의 물단지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하나의 물단지라고 말한다면 부분인 색 등도 또한 동일한 것이리라. 색 등과 물단지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외도] 군대와 숲과 같네. [수투로]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많은 것들이 합하기 때문에 군대라 한다.
또 소나무ㆍ잣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합하기 때문에 숲이라 한다.
소나무만을 숲이라고 하지도 않지만 소나무가 없어도 숲이라고 하지 않는다. 군대도 그러하다.
그렇듯이 색 하나를 물단지라고 하지도 않지만 색이 없어도 물단지라고 하지 않는다.
[불자] 무리[衆]도 또한 물단지와 같네. [수투로]
만약 소나무과 잣나무 등이 숲과 다르지 않다면 하나의 숲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하나의 숲이라고 말한다면 소나무와 잣나무 등도 하나일 것이다. 숲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소
나무의 뿌리ㆍ줄기ㆍ가지ㆍ마디ㆍ꽃ㆍ잎 같은 것도 또한 이와 같이 타파되어야 한다.
또한 군대 등과 같은 모든 사물도 다 이와 같이 타파되어야 한다.
[외도] 많은 물단지를 인정하기 때문에. [수투로]
그대가 부분인 색 등이 많다고 말한다면 물단지도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물단지를 타파하려고 하면 많은 물단지를 인정하게 된다.
[불자] 색 등이 많다고 해서 물단지가 많은 것이 아니네. [수투로]
나는 그대의 과실을 말한다. 많은 물단지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가 스스로 부분인 색 등이 많다고 말한다면, 별도의 물단지[甁法]가 색 등의 결과가 되는 일은 없다.
[외도] 결과가 존재하네. 원인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인이 존재하기에 결과가 성립하네. [수투로]
그대는 물단지라는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지 색 등 물단지의 원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원인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결과가 존재한다. 결과가 없는 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색 등 물단지의 원인은 극미[微塵]의 결과이다. 그대가 색 등을 인정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가 모두 성립한다.
[불자] 결과가 존재하지 않듯이 원인도 존재하지 않네. [수투로]
물단지는 색 등 많은 부분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물단지가 단일한 것이 아니다. 이제 색 등 많은 부분들은 물단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색 등은 수다한 것[多]이 아니다.
또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결과가 없는 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결과가 타파되었기 때문에 원인도 저절로 타파된다. 그대의 교법에 따르면 원인과 결과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세가 동일한 것이 되네. [수투로]
또 진흙덩어리[泥團]일 때는 현재이고 물단지일 때는 미래이고 진흙[土]일 때는 과거이다. 만약 원인과 결과가 동일하다면 진흙덩어리 속에 물단지와 진흙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삼세가 동일한 것이 된다.
이미 만든 것[已作], 지금 만들고 있는 것[今作], 앞으로 만들 것[當作], 만드는 자[作者]이와 같은 말들이 없어지게 된다.
[외도] 그렇지 않네. 원인과 결과는 서로 의존해서 성립하기 때문이네. 긴 것과 짧은 것이 그렇듯. [수투로]
긴 것에 의존해서[因]짧은 것을 보고 짧은 것에 의존해서 긴 것을 보듯이
그렇듯이 진흙덩어리가 물단지를 상대할[觀]때는 원인이고 진흙을 상대할 때는 결과이다.
[불자] 다른 것에 의존하기에, 상반되기에, 둘 모두에 과실이 있기에 긴 것 속에 긺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또한 짦은 것 속에도 둘 속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수투로]
만약 긺[長相]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긴 것[長]속에 존재하거나 잛은 것 속에 존재하거나 둘 속에 존재할 것이다. 이것은 얻을 수 없다. 왜 그러한가?
긴 것 속에 긺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짧은 것에 의존하기에 긴 것이라 한다.
짧은 것 속에도 또한 긺[長性]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반되기 때문이다.
만약 짧은 것 속에 긺이 존재한다면 짧은 것이라 하지 않는다.
긴 것과 짧은 것 둘 속에도 또한 긺[長]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 모두에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긴 것 속에 긺이 존재한다는 것, 짧은 것 속에 긺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과실이 있다는 것을 말했다.
짧음[短相]도 또한 이와 같다. 긺과 짦음이 존재하지 않은데 어떻게 서로 의존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