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나찰소집경 상권
[보살이 보시를 행할 때]
어느 때 보살이 보시(布施)를 행하여 최초로 법의 생각을 일으켜 맛난 반찬에 향기롭고 아름다움으로 중생을 배부르게 하며, 때를 따라 서로 응하되 제일의(第一義)와 상응하게 하였다.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맛이 없고 충만하게 성취하여 온갖 번뇌를 버리고 또한 멀리 떠나는 것도 없으며, 비는 사람에게 거역하지 않고 베풀고 나서 달라지거나 뉘우치는 마음이 없었으니, 이것은 다 지난 옛날에 베풀어 행한 공덕으로서 거기 집착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갖 사람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지되 모든 번뇌를 버림이 오늘의 보시와 같았고, 그 소원을 이루되 중생들이 하고자 함을 다 얻게 하였다.
어려서부터 갖가지 해롭게 할 뜻이 없고 온갖 더럽고 고통스러움을 참고 베푸는 공덕이 점점 두터워서 인민들을 인도하여 뱃사공이 되었다.
자주자주 보시함을 저버리지 않고 항상 은혜로이 베풂을 좋아하여 속으로는 스스로 청정하고 밖으로는 더러운 상을 나타내어 일체 것을 어김이 없었으니, 일체 중생에게 교만함을 제거하고 게으른 마음이 없게 하려 함이었다.
베푸는 마음이 더할수록 얼굴빛이 온화하고 즐거워 원한이 없었다.
자신을 칭찬하지 않고 또한 스스로 낮추지도 않으며, 중생들을 사랑하고 즐겁게 하여 일체 것을 은혜로이 베풀어 할 만한 일이라면 인민을 모아 놓고 자주자주 은혜로이 베풀되 달라지고 후회하는 마음이 없는지라, 마음과 뜻이 즐겁고 보시를 찬탄함으로 과보가 멀리까지 사무쳤다.
금ㆍ은ㆍ진기한 보배ㆍ자거ㆍ마노와 수레와 아들ㆍ딸이며 성곽까지 모두 다 은혜로이 베풀었다.
속으로 간탐하거나 시기함이 없었으며 남에게 신심으로 베풀기를 사랑하였다.
그들의 희망을 충만하고 구족케 하려 하고, 보시의 과보를 모두 다 견고케 하려 했으며,
그로 하여금 배를 타고 건너게 하였다.
그 베풂으로써 이 뜻을 갖추게 하였으며, 보시 과보를 관찰하되 모든 맺힘을 버리고 중생들에게 탐착을 제거하여 삿된 소견이 없이 아끼고 탐하는 마음을 제거하기에 때를 따라 생겼으니,
법비[法雨]에 따라 내린 것이며 이러므로 귀의케 하였다.
금ㆍ은ㆍ진기한 보배며
자거ㆍ마노ㆍ구슬을 베풀어
그를 보아도 싫고 족함이 없어
이제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합니다.
코끼리와 말과 하늘ㆍ금은
색(色) 가운데 제일이라네.
능히 베풀자 얼굴빛이 온화했나니
해탈한 이에게 귀명합니다.
진기한 보배와 영락
수레ㆍ보배가 제일이라네.
아내와 아들딸도 보시하니
얼굴빛이 다 온화하였네.
금발우에 은을 가득 담고
혹은 금싸라기를 가득 담아서
기뻐하면서 보시하기는
그 누가 비사문보다 나으리.
온화하고 즐거이 스스로 베풀어
과일이 무성하고 좋듯이
기뻐하면서 은혜로이 베풀어
저 삼천세계에 가득하도록
아들과 딸도 매우 단정했으며
아내의 몸이나 자기의 머리와 눈도
세상을 위하여 은혜로이 베푸니
그 무엇이 이 보시와 같으리.
보시는 이보다 지남이 없어
천상과 인간은 따르지 못하리.
마치 저 최상의 보살은
뜻이 커 바다에 밑이 없음 같았네.
[보살이 계행를 닦을 때]
그 보살이 계행을 닦을 때 그 계(戒)는 계 아님이 없어 몸과 입으로 행함이나 마음에 일어남이 모두 감로(甘露)의 법이었다.
저 꽃과 과실은 그 뿌리를 잘 가꾸므로 반드시 과실이 생기듯 그는 모두 이 사람의 소행으로 얻음이라 마치 신사(信士)와 같이 살생,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 음란하고 방자한 것 등, 보살은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모든 계와 지혜가 모두 구족하여 계 아님을 도량에서 제거하여 항상 삼매에 들어 멀리 계를 범함을 떠났었다.
또한 죽이는 뜻이 없으며, 물성(物性)이 다 청정하였으며 그 신심의 베풂을 받았다.
자주자주 두터운 맛을 또한 범함이 없고 속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유(有)를 버리고 유에 나가지도 않으며 또한 꽃을 피우지 않았다.
견(見)에 따라 부패하지 않고 더러움이 없고 새로 더러운 열매를 만들지도 않았다.
심는 것은 새로 잘 잠자고 깨어남에 근심이 없었다.
그 중생들은 색이 가장 제일이라 그 공덕으로 인연해 착한 향기가 멀리 퍼지고,
신심의 베풂을 받는 까닭에 뜻이 항상 굳고,
모든 뿌리가 구족한 까닭으로 무너지고 패함이 없고,
지혜에 머물러 옮기지 않는 까닭에 깨트리지 않음이 없고,
그 사람을 인연한 까닭에 이익을 더함이 있고,
그 사람을 위한 까닭에 고뇌를 짊어지고,
좋은 법을 인연한 까닭에 그 처소가 있어 근심도 없고 또한 물듦도 없으며,
형체의 모양 때문에 옷의 꾸밈이 있으며,
그 사람을 위한 까닭에 그 재물과 보배를 지니되 끝이 없고 한량없고 다함이 없었다.
처음 뜻을 낼 적부터 일찍이 변하거나 뉘우침이 없거니 하물며 보살이 금계를 성취함이겠는가?
이때 이런 게송을 읊었다.
위아래와 또 사방에서
모두 계의 향을 맡아
모두 다 한가지로 구족하게
욕심을 멀리함이 가장 요긴하네.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여
착한 이는 공덕을 지어
착한 빛은 비길 데 없으나
계의 향기가 제일 복이라네.
모든 더러움을 다 쉬고
나에게는 나가 없음을 깨치니
가장 훌륭한 제7의 선인(仙人)께
내 이제 스스로 귀의하네.
[보살이 정진울 행할 때]
다시 보살이 정진(精進)을 행할 때 그 마음에 인연하는 바가 있으나, 마음에 또한 게으름이 없이 출가에 장애나 막힘이 되지 않았다.
중생을 위한 까닭에 출가하였으며,
옮기지 않으므로 그 힘이 있으며,
가지가지 중생으로 인연하여 그 정진이 있으며,
이길 수 없으므로 인욕이 있으며,
길이 이익 되게 함이 있는 까닭에 중생에게 나타나 보이며,
그 마음과 뜻을 거두어들인 까닭에 그 뜻이 옮기지 않으며,
뱃사공이 된 까닭에 저 언덕에 이르며,
마음이 정한 까닭에 어지럽지 않으며,
뜻을 내어 앞으로 걸으므로 건짐이 있으며,
그 중생을 위한 까닭에 그 소원이 성취되며,
도를 이루고자 하므로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를 보시하였었다.
그때 보살은 그 중생에게 이런 정진이 있으므로 그 정진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도에 뜻을 내었다.
한 몸 가운데 지은 공덕도 한량이 없거니, 하물며 또 여래(如來)께서 무수한 아승기겁(阿僧祗劫) 동안 지은 공덕으로 도량에 단정히 앉았을 때 외도(外道)를 항복시키고 생사를 겪으면서 정진하는 뜻으로써 근심과 걱정을 제거함이겠는가?
정진이 가장 제일이라
법왕(法王)께 귀의합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잘 깨달았으므로
이제 견줄 데 없는[無等〕이에게 귀의합니다.
그 어른이 제일 높은지라
법북의 소리도 멀리 펴져
깨달음에 스스로 깨달을 것을 깨달았으니
이런 까닭에 집착 없는 이에게 귀의합니다.
[보살이 인욕을 행할 때]
다시 보살이 인욕(忍辱)을 행할 때 두려움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으며, 물을 것도 없이 그 과보를 관(觀)하지 않았으며, 그 힘의 세력이 중생들을 옹호하여 항상 멀리 악함을 여의게 하였도다.
자주자주 뜻과 성품이 굳세어 스스로를 살펴 지났으며,
일체 중생들이 다 두려움을 품는지라 두려움이 없게 하기 위하여 그 계율을 보였으며,
또한 일체 중생을 위하여 거침을 항복 받고, 착하지 않은 말을 버려 중생들을 어여삐 여겼으며, 그 한량없고 끝없이 중생을 의지해 말하였으며,
혹 들음이 있어 모두 도의 자취에 이르면 미묘하고 제일이라, 마치 꽃과 과일이 보통 꽃을 피우지 못하였는데 바람에 불리어 산 바위 구멍에서 온갖 꽃의 향기와 맛을 채취함과 같으며,
가지가지 색처(色處)에 복덕의 소리가 메아리쳐 중생들이 모두 다 즐겨 들었으니,
마치 꿀벌의 왕이 온갖 꽃의 맛을 따서 꿀을 만들고 또 여러 작은 벌들이 꿀을 모음과 같으며,
또 모든 샘의 근원이 처처에 흘러넘치고 또 모든 나타원(那陀園)의 쾌락이 비길 데 없음 같았다.
꾸짖는 말에 성취함이 있고, 모든 주술(呪術)을 구하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보이며, 중생이 도를 수행하는 자는 액난을 만난 이를 위하여 구호를 지음으로 이름하여 인욕 선인(忍辱仙人)이라 하였다.
그때 가람부왕(迦藍浮王)이 깊은 산에 들어가 사슴 사냥을 하려다가 마침 산속에서 이 인욕선인을 보고는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물었다.
“이 깊은 산에서 무슨 도를 구하시오?”
인욕 선인은 대답했다.
“인욕을 구합니다.”
그러자 왕은 스스로 살펴보지 않고, 또한 살펴보려 하지도 않고, 스스로 시험하고자 하여 즉시 이런 말을 하였다.
“그러면 내 이제 그대의 손과 발을 자르겠소.”
곧 그 선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다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도를 구하오.”
인욕 선인은 여전히 대답했다.
“나는 인욕의 도를 구하오.”
그리고 즉시 인욕의 덕을 찬탄하자,
그때 왕은 배나 많이 성내는 마음[瞋恚]을 품고 그 목숨을 살해하려 하였다.
그때 그 선인은 이미 손과 발이 잘리었으나,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나는 세세생생토록 성을 내지 않고 또한 성냄을 없게 하리라.”
그 왕은 모든 법이 다 허망함을 깨달아 알았다.
다시 다른 선인이 그 인욕선인에게 가서 이렇게 물었다.
“어찌하여 선인께서는 그 왕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소?”
“이런 큰 인욕의 힘이 있어 그때에도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았노라. 이 핏빛이 변하지 않음을 보라.”
그때 세상을 두호하는 사천왕들이 그 선인의 처소에 나아왔다.
그러자 제두뢰타(提頭賴吒) 천왕은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이렇게 물었다.
“내 이제 가람부왕을 죽이려 하는데, 그래도 좋겠습니까?”
이렇게 말했으나, 선인은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둘째 천왕이 다시 이렇게 물었다.
“내 이제 그 남녀노소를 죽이고 성곽과 인민들을 모두 소탕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으나, 선인은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이때 비루피차왕이 다시 이렇게 물었다.
“내 그 나라 안의 모든 인민을 다 죽여 버리겠으니 허락해 주시오.”
그러나 선인은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사문(毘沙門)천왕이 다시 이렇게 물었다.
“내 그 나라 경계 안의 땅을 다른 지방에 옮겨 버리려 하오니 허락해 주기 바랍니다.”
선인은 크게 기뻐 인욕의 덕을 찬탄하고 문득 이런 게송을 읊었다.
머리와 눈 손과 발이 잘리어도
원수의 나쁜 마음을 내지 않고
모두 다 그에게 베풀었거니
하물며 저 세간에 있어서랴.
그러자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들은 이렇게 물었다.
“선인은 어떻게 어떠한 도를 구하십니까?”
이때 선인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 왕의 몸으로 하여금
악행의 과보가 없게 하려고
그 왕이 비록 흉포하더라도
그를 걱정하고 스스로 걱정치 않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