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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편불보은경 제2권
3. 다스리는 품[對治品]
그때 세존께서 대중들과 함께 계셨는데 마치 해의 광명이 밝게 빛나서 뭇 별들을 숨겨 가린 것 같았고,
마치 큰 용이 난초와 참죽나무 둘레에 서려 있어서 산뜻하고 찬란하여 보면 눈이 아찔하고 생각하면 뜻이 어지러운 것과 같으며,
거룩한 빛이 빛나고 빛깔이 견줄 데 없음이 마치 반딧불 빛은 해가 나오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았다.
해와 달에 비록 백천의 광명이 있다 하더라도 제석의 것에 견주면 마치 먹(墨)을 모아놓은 것과 같고,
제석에게 비록 희고 깨끗하고 미묘한 광명이 있다 하더라도 대범왕이 지닌 광명에 견준다면 마치 기와와 조약돌을 밤에 빛나는 마니보배 구슬에 견주는 것과 같으며,
대범천왕에게 비록 깨끗하고 미묘한 백천의 광명이 있다 하더라도 여래께서 지니신 광명에 견준다면 역시 먹을 모아놓은 것과 같을 것이다.
왜 그런가?
여래의 일곱 자[尺] 원광(圓光)은 시방세계를 멀리 비출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중생으로서 이 광명을 만나는 이는 소경이면 보게 되고 곱사등이면 펴지며 곰배팔이거나 앉은뱅이 중생이면 손발을 얻고 삿되고 미혹한 중생이면 참된 말을 들어볼 수 있으리니, 요약하여 말하자면 뜻에 맞지 않던 모든 것들을 다 소원대로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 모임 가운데 70명의 큰 보살마하살들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백천 번을 돌고서 물러나 한 쪽에 서서 소리를 같이하여 백천의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하였다.
그 이름은 부사의(不思議) 보살ㆍ이각음(離覺音) 보살ㆍ유념안(惟念安) 보살ㆍ이구칭(離垢稱) 보살ㆍ무량음(無量音) 보살ㆍ대명문(大名聞) 보살ㆍ명보계(明寶髻) 보살ㆍ견사자(堅師子) 보살ㆍ독보서(獨步逝) 보살ㆍ사소념(捨所念) 보살ㆍ급지적(及智積) 보살ㆍ의선주(意善住) 보살ㆍ무극상(無極相) 보살ㆍ혜광요(慧光曜) 보살ㆍ소강의(消强意) 보살ㆍ능옹호(能擁護) 보살ㆍ지성영(至誠英) 보살ㆍ연화계(蓮花界) 보살ㆍ중제안(衆諸安) 보살ㆍ성혜업(聖慧業) 보살ㆍ장공훈(將功勳) 보살이며, 무사의(無思議) 보살ㆍ정범시(淨梵施) 보살ㆍ보사업(寶事業) 보살ㆍ처대화(處大花) 보살ㆍ선사유(善思惟) 보살ㆍ무법한(無限法) 보살ㆍ명문의(名聞意) 보살ㆍ이변적(已辯積) 보살ㆍ자재문(自在聞) 보살ㆍ십종력(十種力) 보살ㆍ유십력(有十力) 보살ㆍ대성민(大聖愍) 보살ㆍ무소월(無所越) 보살ㆍ유적연(遊寂然) 보살ㆍ
재어피(在於彼) 보살ㆍ무수천(無數天) 보살ㆍ수미광(須彌光) 보살이며, 극중장(極重藏) 보살ㆍ인초월(因超越) 보살ㆍ이독보(而獨步) 보살ㆍ위신승(威神勝) 보살ㆍ대부계(大部界) 보살ㆍ이산호(以山護) 보살ㆍ지삼세(持三世) 보살ㆍ유공훈(有功勳) 보살ㆍ선명칭(宣名稱) 보살ㆍ일광명(日光明) 보살ㆍ사자영(獅子英) 보살ㆍ시절왕(時節王) 보살ㆍ사자장(師子藏) 보살ㆍ시현유(示現有) 보살ㆍ광원조(光遠照) 보살ㆍ산사자(山師子) 보살ㆍ유취시(有取施) 보살ㆍ막능승(莫能勝) 보살이며, 위최당(爲最幢) 보살ㆍ희열칭(喜悅稱) 보살ㆍ견정진(堅精進) 보살ㆍ무손감(無損減) 보살ㆍ유명칭(有名稱) 보살ㆍ무공포(無恐怖) 보살ㆍ무착천(無着天) 보살ㆍ대명등(大明燈) 보살ㆍ세광요(世光曜) 보살ㆍ미묘음(微妙音) 보살ㆍ집공훈(執功勳) 보살ㆍ제암명(除闇暝) 보살과 무등륜(無等倫) 보살 등이다.
[보살의 서원과 보살행]
저마다 부처님의 앞에서 서원을 세웠다.
“저희들은 세존께서 열반하신 후에, 부처님 법을 보호하고 지녀서 시방세계에 널리 유포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은 이제 미래의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미묘한 빛깔의 광명을 보았으며, 광명 가운데서 모두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부처님의 법을 듣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을 듣고 나서 마음의 장애를 떠났고, 쌓여있던 번뇌가 영원히 스러져서 몸과 마음이 깨끗해졌으며 빛남은 마치 하늘의 금이 만 가지를 비춤과 같습니다.
저희들은 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여래에게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내고 인자한 아버지라는 생각을 내어 언제나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부처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겠나이다.
왜냐 하면, 바른 법을 듣게 되었으므로 오래지 않아 도량에 앉아서 바른 법의 바퀴를 굴리어 일체 중생들을 제도 해탈해야 하기 때문이니, 모두가 법을 들었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 보리를 얻도록 하겠나이다.”
그때 석가여래께서 일체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70의 큰 보살마하살은 오랜 과거의 한량없는 백천 만억 미세한 티끌 수와 같은 아승기겁 동안에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백천 만억 황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의 미세한 티끌 수만큼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그 부처님 처소에서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으며, 그 부처님들을 공양하는데 마음에 고달파하거나 게으르지 아니하였느니라.
자비로 몸을 닦아 부처님 법을 잘 보호하고 큰 동정심을 버리지 아니하여 언제나 시방에서 일체를 이롭게 하였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 한 보살의 이름을 듣거나 두 분ㆍ세 분ㆍ네 분 내지 일흔 분에 이르기까지 듣고 이름을 부르며 귀의한다면, 목숨을 마치고 곧 부처님이 계신 국토에 가서 태어나 연꽃에 화하여 나서 음욕을 멀리 여의고 태(胎) 안에 들지 않으며, 모든 더러움을 떠나서 그 몸이 깨끗하여 미묘한 향기가 있어 대중들이 공경하고 사람들에게 사랑스럽게 여김을 받느니라.
사람들에게 공경과 사랑스럽게 여김을 받기 때문에 그 마음은 기쁘고,
기쁜 마음 때문에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냄으로써 일체 중생들에게 큰 자비심을 낼 수 있고,
자비심을 낸 뒤에는 다음으로 또한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내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낸 뒤에는 다시 중생을 버리지 않는 마음과 중생을 이롭게 하는 마음과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마음과 장애를 없애는 마음과 번뇌를 고요히 하는 마음을 낼 수 있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여 언제나 공경하는 마음과 뜻을 오로지하여 법을 듣는 마음과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고 미묘한 뜻을 생각하는 마음과 적게 듣고도 뜻을 많이 알기를 원하는 마음과 많이 듣고도 뜻을 모르는 것은 원하지 않는 마음을 낼 수 있느니라.
다음으로 진여(眞如)를 믿는 마음과 실다운 이치를 믿는 마음을 내고,
실다운 이치 믿는 마음을 낸 뒤에는 다음으로 말씀대로 수행하는 마음을 내며,
말씀대로 수행하는 마음을 낸 뒤에는 다음으로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내고,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낸 뒤에는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동등하게 상대하여 다스리는 마음을 내느니라.
내가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삼계의 25유(有)로서 형상이 있는 것과 형상이 없는 것과 네 발 달린 것과 여러 발 달린 것과 개미들에 이르기까지 목숨이 있는 것이면 역시 그와 같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스스로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마침내 다른 것의 생명을 빼앗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돈ㆍ곡식ㆍ비단ㆍ옷ㆍ음식ㆍ코끼리ㆍ말ㆍ탈것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이며 몸과 손발을 지니어 공양하고 부축하며 보호하는데 다른 사람이 멋대로 와서 침해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스스로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마침내 중생들의 옷과 재물과 음식에 대하여 겁탈하려는 마음을 내지 않느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속고 업신여겨져서 나의 아름다운 누이와 아내며 첩이 결단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이 없어지고 목숨을 잃을지언정 다른 이의 아름다운 얼굴에 삿된 생각과 음욕의 마음도 내지 않거늘, 하물며 간악한 짓을 하겠느냐?
내가 눈앞에서 헐뜯기고 이간질하며 욕설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역시 그와 같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끝내 거짓말과 이간질로 피차간에 싸우게 하거나 어지럽히지 않느니라.
내가 몸뚱이를 돌로 맞고 매질하며 고문 받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끝내 몽둥이와 돌로써 혹독하게 중생을 고문하지 않느니라.
내가 손발에 고랑과 사슬을 차고 갇히며 결박되는 여러 가지 괴로운 것들을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끝내 중생에게 고랑과 사슬을 채우거나 묶어 가두지 않느니라.
내가 남들에게 업신여겨져서 강제로 협박을 당하며 위엄과 짜증으로 괴롭게 굴고 세력을 믿고 뽐내면서 억누르고 때리고 금하며 면전에서 자기의 정당한 말을 못하게 하고 자기만 깨끗한 체하는 이를 기뻐하지 않는 것처럼
일체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끝내 도리가 아니면 중생에게 베풀지 않느니라.
내가 남에게 공양과 존중과 찬탄을 받아서 나를 기쁘게 하는 이처럼
나도 언제나 중생들에게 옷과 음식과 침구며 의약 등 일체의 안락한 도구를 보시하여야 하느니라.
내가 큰일을 짓거나 부처님 일ㆍ가르침의 일ㆍ승가의 일이거나 간에 지혜와 힘이 한계가 있어서 그것을 이룩할 수 없는지라 근심 걱정하며 괴로워할 적에
어떤 지혜로운 이가 내가 이렇게 근심하고 짜증내며 괴로워하면서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보고
곧 나에게 말하기를,
‘선남자여, 근심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바지를 마련해서 구하는 바를 뜻에 맞도록 하고 그대가 이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을 내나니,
그러므로 나도 언제나 중생들을 권하고 교화하며 중생들을 이롭게 해야 하느니라.
내가 왕과 도둑ㆍ물ㆍ불이며 벼슬아치 등에게 핍박을 받아서 결박되었거나 갇혔거나 하여 마음에 몹시 근심 할 적에
다시 어떤 지혜로운 이가 내가 이렇게 뭇 고통과 재난을 만났음을 보고
곧 나에게로 와서 좋은 말로 위로하며 말하기를,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내가 당신을 위하여 국왕 또는 대신에게 사정을 하거나 혹은 뇌물을 주고 딴 방편을 써서라도 당신이 풀려나게 하여 괴로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쁨을 낼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늘 부지런히 재주와 많은 솜씨며 음악ㆍ광대ㆍ역수(歷數)ㆍ산술ㆍ주술(呪術)과 선약(仙藥)을 닦으며 코끼리와 말을 타고 투구를 쓰며 창과 화살을 지니고 진지를 드나들면서 큰 무공이 있어야 하니,
나에게 이와 같은 뭇 미묘한 재주가 있다면 일체의 인민들과 왕이며 대신들이 감히 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며,
겸하여 나에게 또 옷과 음식ㆍ구슬ㆍ가락지ㆍ비녀ㆍ팔찌ㆍ금ㆍ은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자거ㆍ마노ㆍ진주ㆍ매괴ㆍ마니보주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종ㆍ사환ㆍ궁인(宮人)ㆍ미녀와 흐르는 샘이며 목욕하는 못과 칠보의 망루 등 이와 같이 갖가지의 미묘하고 한량없는 백천 가지가 있을 적에,
보살은 비록 이러한 위엄과 무력이 뜻대로요, 재주가 백천 가지며, 보배 창고와 코끼리와 말과 탈것이 한량없고, 미녀와 훌륭하고 묘한 망루며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과 온갖 다섯 가지 욕심의 안락 도구가 있다 손치더라도
마음에 탐착하지 않으며, 언제나 욕심을 적게 하여 만족한 줄 알며, 한가하고 고요함을 즐기며, 산과 숲의 나무 아래서 편안히 선정을 닦아 고요하며 잠잠하니라.
비록 대중들 가운데 처하여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마주 대하여 다스리는 문 안에 들며,
비록 중생들과 함께 하여 빛을 감추고 세속에 섞여 있으면서 재산과 생업에 이자를 주고받더라도 마침내 악하게 하지 아니하고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만약 가난한 이거나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가 와서 보살에게 바라고 구하면 보살은 뜻을 따라 마음에 맞도록 주느니라.
보살이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법을 좋아하여 와서 친근히 하고 공양하며 섬기고 받들면서 발을 씻고 안마를 하며 빨래하고 말리며 이쑤시개와 세숫물을 주고 평상과 깔개를 털고 닦으며 속옷과 이불과 베개를 개고 초저녁과 새벽녘에 등불과 촛불을 주며 먼저 먹고 뒤에 먹는 달발나식(怛鉢那食)ㆍ포사니식(蒲闍尼食)ㆍ카타니식(佉陀尼食)과 여러 가지 마실 음료인 여리사장(與利師漿)ㆍ복륵사과장(馥勒奢果漿)ㆍ포도장(蒲萄漿)ㆍ사탕과 꿀물 등 이와 같은 것들로 받들어 섬기기를 7일에서 90일 동안까지 이르면서 보살에게 청하여 부처님 법을 들으려 한다면,
보살은 그때에 비록 이 사람의 이와 같은 공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마음으로는 기뻐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은 오랜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부처님 법을 구하였기 때문이요,
일체 중생을 위해서 마음에 더하거나 덜함이 없기 때문이요,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요,
평등한 마음에 머무르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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