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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선교방편경 제1권
[보살의 죄]
그때에 지상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보살이 죄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지상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죄가 없다’ 말할진대,
어찌하여 보살이 백천 겁(劫) 중에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계를 배우며, 근본계(根本戒)를 파하는 자가 있으랴?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이들 보살은 비록 일체 중생의 선(善)한 말과 악한 말을 모두 다 참거니와, 다만 저 성문 연각법 가운데에 상응(相應)하여 뜻을 짓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의 얻은 죄가 4근본보다 더하다’ 말하노라.
저와 같은 성문승(聲聞乘) 사람은 근본 죄를 범하면 열반 증득함을 감당할 수 없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이 죄를 일으키고서는 곧 회과(悔過)하지 않고 성문ㆍ연각에 상응(相應)하여 뜻을 짓나니,
또한 다시 열반 증득함을 감당할 수 없어서 대열반(大涅槃) 계(界)에 나아가 증득하게 못하느니라.”
[광취왕 보살과 여인]
그때에 존자(尊者) 아난(阿難)은 이 모임 가운데에 있다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사위대성(舍衛大城)에 한 보살이 있사온데, 이름은 광취왕(光聚王)이옵니다.
저는 어느 때 성중에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성중에서 저 보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때에 광취왕보살은 한 마을에 있어서 어느 여인과 함께 한 곳에 함께 앉아 법 아닌 말을 하더니,
내가 가서 보니 그는 감추어 숨기지 않고 또한 저 범행법(梵行法)을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여래는 이 일체 중생의 큰 스승이시며 알지 못한 것이 없으시고 보지 못한 것이 없으시며 깨닫지[解了] 못한 것이 없으십니다.
저는 이러한 모양을 보았사오니, 그 일은 어떠하옵니까?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알려 주시옵소서.”
존자 아난이 이 말을 할 적에 이 부처님 회상의 땅이 크게 진동하였다.
그때에 광취왕보살이 허공에서 몸을 나타내니, 높이가 1다라수(多羅樹)였다.
곧 공중에서 아난에게 물어 말씀하셨다.
“존자 아난이여, 그대의 뜻에 어떠하냐?
비법(非法)에 범하는 자가 어찌 능히 이와 같이 허공에 머무르겠는가?”
이때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 앞을 대하여 허공을 향하고서 물어 말하였다.
“광취왕보살이여, 내가 앞의 본 일과 같아서는 어찌 보살로서 이러한 비법(非法)이 있겠습니까?”
존자 아난이 이 말을 할 때에 세존께서는 즉시 발을 들어 땅을 누르셨다.
이때에 타방(他方)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께서 허공 중에 나타나시어 이 소리를 내면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이미 비법을 여의었나니, 나는 이 일을 알고 나는 이 일을 증명하노라.”
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고서 허공에서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대승(大乘)에 머무르는 보살 정사(正士)에게 과실이 있다는 생각을 두지 말지어다.
아난아, 비유컨대 성문승(聲聞乘)의 초과(初果), 2과(果)인 사람이 무루도(無漏道)를 구함에 어려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일체지(一切智)를 구함에 어려움이 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은 이미 권속의 속박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미 능히 불(佛)ㆍ법(法)ㆍ승(僧)ㆍ보(寶)에 안주(安住)하여 청정한 믿음을 무너뜨리지 아니했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 물러서지 아니했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라.
만일 보살승(菩薩乘)에 머무름이 있는 자는 일체지의 마음을 여의지 않나니, 설령 5욕법(欲法)에서 희롱하여 행할지라도 또한 과실이 없다.
여러 부처님 여래는 5근(根)이 구족함을 얻었나니, 그 뜻이 이와 같으니라.
아난아, 네가 본 광취왕보살의 그 일과 인연을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아난아, 너는 지금 마땅히 알라.
광취왕보살이 아까 취락에서 자리를 같이하여 앉은 저 여인은 과거 세상 2백 생(生) 전에 이 보살과 함께 일찍이 부부가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에 이 여인이 광취왕보살의 좋고 상서로운 위력과 광명과 계의 힘이 구족한 것을 본 것이다.
여인은 보고서 과거 관습으로 말미암아 좋지 못한 생각을 내었다.
또한 선근(善根)의 힘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되,
‘내가 만일 이 광취왕보살이 나의 집에 와서 한 자리에 함께 앉게 됨을 얻으면 그는 능히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이때에 광취왕보살은, 저 여인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밤에 그의 집에 가서 그 여인과 함께 한 자리에 함께 앉아서 무수한 법문(法門)을 자세히 말하였다.
이때에 여인의 집은 안팎이 모두 평정(平正)하고 넓고 장엄되고 깨끗하였다.
이때에 광취왕보살은 이미 자리를 같이하고서 즉시 저 여인의 오른손을 잡고 가타(伽陀)를 말하였다.
부처님은 염욕법(染欲法) 칭찬 않으시니
우치하고 미혹한 자가 행하는 바라네.
만일 애욕의 마음 끊어 없애면
부처님은 이 사람을 최상이라 말씀하시네.
아난아, 때에 저 여인은 이 가타를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합장 공경하고 저 광취왕보살의 발에다 예배하고서 가타를 말하였다.
저는 본시 애욕의 마음 없나이다.
저는 부처님께서 애욕 칭찬 않음 알았나이다.
만일 애욕의 마음 끊어 없애면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을 최상이라 말씀하시나이다.
이 가타를 말하고, 또 가타를 말하였다.
마땅히 아십시오. 저의 생각과 같아
말한 바 진실하여 다 없나이다.
누구든지 불보리(佛菩提) 즐겨 구하면
일체 중생 안락과 이익 얻으리이다.
아난아, 저 여인은 광취왕보살의 좋고 교묘한 방편으로 지도함을 얻었기 때문에 그 즉시 여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이때에 저 보살은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저 집을 벗어났느니라.
아난아, 너는 지금 마땅히 알라.
내가 보니, 저 여인은 깊은 마음이 청정하고 용맹하여 가장 뛰어나니, 내가 지금 그에게 보리(菩提)의 수기[記]를 주리라.
아난아, 저 여인은 이로부터 목숨을 마치면 마땅히 여자 몸을 전환하여 남자가 될 것이요,
이 뒤로부터 99백천 아승기겁(阿僧祇劫)을 지나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호는 근사(近事)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이며, 세간에 출현하리라.
아난아, 이러한 인연으로써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은 이미 권속과 은애(恩愛)의 속박을 벗어났고, 일체 비법(非法)은 영영 다시 나지 않느니라.”
그때에 광취왕보살마하살은 부처님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서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예배하고서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은 대비행(大悲行)에 머물러서 항상 이익케 하는 바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도 지금 또한 이 행(行)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보살로서 능히 한 중생을 위하여 한 선근(善根)을 내는 이는 모든 색정과 애욕의 죄가 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나니,
만일 죄 되고 더러운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백천 겁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 보살이 이러한 죄 되는 마음을 일으키고 지옥의 고통을 받는 자라면 마땅히 아실 것입니다.
이 보살은 곧 중생이 내었던 선근을 버리고 그 선근으로 하여금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광취왕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보살 정사(正士)여, 그대가 말한 것과 같아서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만일 대비심(大悲心)에 머무르는 자는 능히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일체 죄악의 때를 끊어 없애느니라.
[광명 마나바가와 여인]
선남자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아승기겁 전에 한 마나바가(摩拏嚩迦)가 있었는데, 이름은 광명(光明)이었다. 4만 2천 세(歲) 동안 범행을 닦아 지니고 모든 과실을 떠났다.
이 4만 2천 세를 지나고서 어느 때에 인연 때문에 한 왕성(王城)에 들어갔나니, 그 성 이름은 신통(神通)이었다.
그 성중에서 한 여인을 보았는데, 이름은 가타(伽吒)였다.
이때에 그 여인은 이 마나바가의 모습이 단정함을 보았다.
여인은 보고서 욕정과 애정의 마음이 생겨 그 앞에 나아가서 예를 하고 머물러 있었다.
광취왕이여, 그때에 마나바가는 곧 저 여인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구하고 싶소?’
여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당신 마나바가와 함께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마나바가는 말하였다.
‘나는 여인에게 애욕의 생각을 두지 않노라.’
여인은 또 말하였다.
‘내가 지금 만일 당신과 부부가 되지 못하면 나는 마땅히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칠 것이옵니다.’
그때에 마나바가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4만 2천 세 동안 범행을 닦아 지니고 금계(禁戒)를 범하지 아니했나니,
나는 지금 마땅히 애욕에 물드는 비법(非法)을 받지 말고, 이 여인을 나는 마땅히 멀리할 것이니라.’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저 여인을 떠나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
일곱 걸음을 지나고서 도로 다시 머무르고, 그 여인을 위하여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켰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용맹심(勇猛心)을 발하여 설령 금계를 범하고 차라리 지옥의 고통을 받을지언정 마땅히 그녀를 멀리하여 그녀로 하여금 목숨을 버리게 하지 않으리라.’
그때에 여인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에 쾌락이 생겨
‘본래의 소원을 달성했으니, 죽지 않겠다’고 하였다.
광취왕이여, 이때에 저 광명 마나바가는 곧 저 가타 여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하고 싶어함과 같이 나는 지금 당신과 함께 부부의 원을 따르겠노라.’
이와 같이 하여 광명 마나바가는 가타 여인과 함께 12년 동안 함께 부부가 되었다.
저 마나바가는 이 12년을 지나고서 또다시 정진하고 범행을 닦아 지녔으며, 그 후로 죽어서 범천(梵天)에 태어났었다.
광취왕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저 때의 광명 마나바가를 달리 보지 말 것이니, 지금 나의 몸이요, 저 때의 가타 여인은 지금의 야수다라(耶輸多羅)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에 다만 한 생각이 대비심을 일으키고 또한 범행을 닦았기에 범천에 태어나게 되었느니라.
이와 같이 나는 10천 겁 동안 윤회하는 몸을 받았었다. 비록 이 몸을 받았으나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아니했느니라.
광취왕이여, 모든 중생이 선교방편을 구족하지 못하면 윤회하는 중에도 지옥 고통을 받느니라.
보살은 능히 선교방편을 구족했기 때문에 범천(梵天)에 태어남을 얻었느니라.
광취왕이여, 가령 사리불(舍利子)과 목건련(目乾連)은 큰 아라한(阿羅漢)이니라.
비록 신통 지혜가 성문 중에서는 제일이나, 또한 선교방편을 구족하지 못했느니라.
[무구 비구와 5통 선인]
광취왕이여, 지금 나의 법 가운데에 한 비구가 있으니, 이름은 구가리구(俱迦梨俱)니라.
지옥에 떨어진 그 일은 어떠한가?
광취왕이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구류손(俱留孫)부처님 법 중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무구(無垢)였다.
그때에 그 비구는 아란나행(阿蘭那行)을 닦느라고 홀로 어느 암굴(巖窟) 속에 있었다.
그 암굴과 멀지 않은 곳에 5통(通) 선인(仙人)이 있어 한쪽에 자리 잡고 살았다.
문득 어느 때에 검은 구름이 일고 큰비가 쏟아졌다.
이때에 그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5통 선인은 무구 비구의 암굴에 나아가서 해치고 그 범행(梵行)을 깨뜨리려고 하였다.
이때에 선인은 바로 들어가는데 비구는 방금 나오고 있었다.
선인은 보고 나쁜 생각을 두어 괜히 비방하고 생각하기를,
‘이 무구 비구는 범행을 잃어버리고 비법(非法)을 행하려 한다’고 하였다.
그때에 비구는, 저 선인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몸을 허공에 솟구치니, 높이가 7다라수(多羅樹)였다.
선인은 그 비구가 공중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는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이 암굴 속에 와서 너의 범행을 파괴하려고 하는데, 너는 지금 어찌 공중에 있는가?’
선인이 말을 마치자, 비구는 즉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서 저 선인에게 예배하고 다시는 몸을 솟구치지 않았다.
이때에 선인은 잠깐 동안에 온 몸이 큰 지옥 속에 떨어졌느니라.
광취왕이여, 그대의 뜻에 어떻다 하는가?
그 때의 무구 비구를 달리 보지 말 것이니, 바로 지금 자씨(慈氏)보살이요, 5통 선인은 곧 구가리구(俱迦梨俱)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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