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반니원경 상권
[유야리국]
부처님께서 희예 마을에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유야리국(維耶梨國)으로 가자.”
아난이 말하였다.
“예.”
[내녀 음녀]
부처님께서 희예 마을을 떠나 유야리국에 이르기 전에 7리(里)를 못 가서 부처님께서 내원(㮈園)에 머무셨다. 그곳에 이름이 내녀(㮈女)인 음녀(婬女: 遊女, 창부)가 있었는데, 5백 명의 음녀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녀는 성안에서 부처님께서 오셔서 내원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5백 명의 음녀 제자에게 명령하여 옷을 아름답게 차려 입고 수레를 치장하도록 하고 성(城)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께 무릎 꿇고 절을 올리려고 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내원에서 1천 명의 비구와 함께 계시며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경을 말씀하고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멀리 내녀가 5백 명의 음녀 제자와 함께 모두 옷을 아름답게 차려 입고 오는 것을 보셨다.
[보는 힘]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내녀가 5백 명의 음녀 제자와 함께 오는 것을 보면 모두 머리를 숙이고 그대들의 마음을 단정히 하여라.
비록 옷을 아름답게 차려 입고 오지만
비유하면 마치 그림을 그려 넣은 병[畵甁]이 겉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있지만 그 안에는 더러운 것이 가득 차서 막아 두고 열어 보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으니,
열어 보면 더러운 냄새가 날 뿐이다.
곧 이곳에 이를 내녀는 모두 이 병과 같은 무리이다.
비구가 지녀야 할 것은 보는 힘[見力]이다.
무엇이 보는 힘인가?
악(惡)을 버리고 선(善)으로 나아가며 음욕의 마음[婬態]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 차라리 스스로 뼈를 쪼개고 심장을 부수며 몸을 태울지언정 끝내 마음을 따라 악행(惡行)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역사(力士)만이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단정히 할 수 있으면 역사보다 훨씬 힘이 센 것이다.
부처가 마음과 싸워 온 이래 셀 수 없이 많은 겁(劫)이 지나도록 마음을 따르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서 정진하여 스스로 부처를 이루었다.
비구라면 스스로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단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 오랫동안 더러움 속에 있었으니 지금은 스스로 빼내야 하고, 몸과 오장(五臟)을 스스로 사유하고 또한 가지런히 할 수 있어야 나고 죽음의 법이 그칠 것이다. 겉을 보아도 괴로움이고 안을 보아도 괴로움이니 그대들의 마음을 단정히 하여라.”
[내녀가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청하다]
내녀가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가 한쪽에 앉자 모든 비구들은 머리를 숙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무슨 까닭으로 왔느냐?”
내녀가 말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모든 천신(天神)들보다 존귀하다는 것을 자주 들었습니다. 때문에 와서 무릎 꿇고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인이 된 것이 즐거운가?”
내녀가 말하였다.
“하늘이 저를 여인이 되게 하였을 뿐, 저는 즐겁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여인이 된 것이 즐겁지 않다면 누가 그대에게 5백 명의 음녀 제자를 기르도록 시켰는가?”
내녀가 말하였다.
“이 여인들은 모두 가난한 백성으로 제가 그들을 기르고 보호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그대는 여인의 병과 깨끗하지 않은 월경(月經)을 싫어하지 않고, 그들을 붙들어 매놓고 막대로 때리고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였다.
너는 몸도 싫어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5백 명의 사람들이 따른다고 하는구나.”
내녀가 말하였다.
“제가 어리석어 그렇게 하였습니다. 지혜로웠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줄 알았다면 훌륭한 일이다.”
내녀는 곧 장궤(長跪)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내일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합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시자 내녀는 크게 기뻐하며 곧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호족인 모든 이가]
내녀가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야리의 호족[豪姓]인 모든 이가(理家)들이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함께 오셔서 성에서 7리 떨어진 내원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곧 모두 왕의 위엄으로 치장한 수레를 타고 나와 부처님을 뵙고 공양을 올리려고 하였다.
그 중에는 파란 말과 파란 수레를 타고, 파란 옷을 입고, 파란 일산(日傘)을 쓰고, 파란 당기(幢旗)와 파란 번기(幡旗)를 달고, 벼슬아치와 권속들도 모두 파랗게 꾸민 이가도 있었고,
또 그 중에는 노란 말과 노란 수레를 타고,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일산을 쓰고, 노란 당기와 노란 번기를 달고, 벼슬아치와 관속들도 모두 노랗게 꾸민 이가도 있었고,
그 중에는 붉은 말과 붉은 수레를 타고,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일산을 쓰고, 붉은 당기와 붉은 번기를 달고, 벼슬아치와 권속들도 모두 붉게 꾸민 이가도 있었고,
그 중에는 흰 말과 흰 수레를 타고 흰 옷을 입고, 흰 일산을 쓰고, 흰 당기와 흰 번기를 달고, 벼슬아치와 권속들도 모두 희게 꾸민 이가도 있었고,
그 중에는 검은 말과 검은 수레를 타고,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일산을 쓰고, 검은 당기와 검은 번기를 달고, 벼슬아치와 권속들도 모두 검게 꾸민 이가도 있었다.
부처님께서 멀리서 수레와 말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시고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도리천에 있는 제석(帝釋) 동산에서 시종(侍從)들이 출입하는 것을 보고 싶으냐?
이 모든 이가들의 행렬과 같아 다름이 없구나.”
모든 이가들의 행렬이 길의 어귀에 이르러 모두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앞에 있는 이들은 부처님께 무릎을 꿇고, 가운데 있는 이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뒤에 있는 이들은 단지 차수합장(叉手合掌)만 하고 모두 앉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들이 어떻게 왔는가?”
모든 이가들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곳에 계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성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 중에 이름이 빈자(賓自)인 한 사람이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와 부처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왜 그렇게 살펴보는가?”
빈자가 말하였다.
“모든 천상 세계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을 따르기에 제가 부처님을 살펴보았더니 전혀 싫은 점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빈자에게 말씀하셨다.
“마음껏 부처를 자세히 보시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야 다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리니, 부처가 있을 때에 마땅히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오.”
그 중에 있던 4, 5백 명의 이가들이 말하였다.
“빈자에게는 큰 공덕(功德)이 있어서 부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구나.”
빈자가 말하였다.
“제가 부처님의 경을 듣고 제가 이 경을 생각한 지가 오래 되었으나 제가 마침내 오늘에야 부처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존경하고 섬기는 마음[慈孝心]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 중에는 빈자처럼 스승을 존경하고 섬기는 사람들이 적소.”
[부처의 위신력 다섯 가지]
부처님께서 빈자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세상에 출현하여 세상의 나고 죽음의 도를 알고 경을 강설하여 어리석음을 열어 주고 교화[開化]하니, 천상 세계와 이 세상의 귀신과 용들까지도 귀의하여 따르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부처의 첫 번째 위신력(威神力)이오.
불경을 읽고 스스로 마음을 단정히 하여 도를 증득한 이가 있으니, 이것이 부처의 두 번째 위신력이오.
부처가 세상에서 경을 강설하니 현명한 사람 중에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고, 듣는 이 중에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고, 공부하는 이들은 더욱 서로 가르쳐 주고 더욱 서로 가르침을 받아 인도하여 주고 더욱 서로 마음을 단정히 하니, 이것이 부처의 세 번째 위신력이오.
불경을 배운 이는 모두 기뻐하여 어리석은 사람이 금(金)을 얻은 것과 같이 여기니
가장 지혜로운 이는 응진도를 증득하고,
두 번째 지혜로운 이는 불환과를 증득하고,
세 번째 지혜로운 이는 빈래과(頻來果, sakṛd āgāmin:斯陀含)를 증득하고,
네 번째 지혜로운 이는 구항과(溝港果, srota āpanna:須陀洹)를 증득하고,
다섯 번째 우바새의 5계를 지키는 이들은 천상 세계에 태어나게 되고, 3계(三戒)를 지키는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부처가 세상에 출현함으로 인하여 이러한 도를 나타내니, 이것이 부처의 네 번째 위신력이오.”
부처님께서 빈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와서 부처를 자세히 보고, 그대가 부처의 이름을 자주 듣고, 부처 보기를 바랐다고 말하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수십만의 사람이 모두 부처에게 묻지 않는데 그대만 홀로 물으니, 이것이 부처의 다섯 번째 위신력이오.”
부처님께서 빈자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지혜로운 이는 적고 은혜를 갚지 않는 이가 많지만, 부처의 경과 도를 받고 스승의 훌륭한 말씀을 받고 스승의 계법을 지키면 보호하고 지켜주지 않는 귀신과 용이 없으며, 관리들도 함부로 부르지 못하오.
반드시 스승을 존경하고 섬기며 스승은 제자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하며, 스승 앞에 있을 때에는 반드시 스승에게 공손해야 하고 뒤에서는 반드시 스승을 칭찬해야 하며, 스승이 죽은 후에도 항상 기억해야 하오.
지금 빈자라는 사람은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하며 법과 청정한 계율을 즐거워하는구료.”
[서심과 이가들이 부처님께 공양하다]
유야리의 서심과 이가들이 부처님께 청하였다.
“내일 이른 아침에 모든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오시어 공양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녀가 내일 이른 아침에 부처와 비구승들을 청하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서심과 이가들이 모두 갔다.
다음날 새벽 내녀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미 자리를 마련하고 음식을 모두 준비하였습니다. 천존(天尊:부처님)께서는 위신력을 거두시고 왕림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거라. 내 이제 뒤를 따라가리라.”
부처님께서 일어나셔서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드시고 비구들과 함께 성으로 들어가시니, 성안에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수십만이었다.
그 중에 현명하고 훌륭한 우바새들이 모두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밝은 달과 같고, 제자들은 밝은 별과 같아서 별이 달을 따르는 것 같구나.”
그 때 부처님의 상호(相好)가 이와 같았다.
[내녀가 부처님을 공양하다]
부처님께서 내녀의 집에 이르셔서 자리에 앉으시자, 그녀는 손 씻을 물을 드렸다. 부처님과 모든 비구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고 나자, 내녀는 작은 의자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성인(聖人)과 세상의 호족ㆍ부자ㆍ귀인들이 오직 계행의 청정함을 숭상하고 부처의 모든 경을 분명하게 알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는 말이 듣기에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가 가는 곳마다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이러한 사람으로서 재물과 여색(女色)을 탐내지 않고 부처의 위신력 있는 교화를 받들면 죽어서 천상 세계에 태어나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스스로 5계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지키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