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풍력발전기 제작 워크숍 참가 기록
김동주(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2009년 7월 20일에서 23일까지 부안시민발전소에서 주최한 ‘소형 풍력발전기 제작 워크숍’에 제주환경운동연합 에너지모임 고재봉, 허윤석 회원과 함께 참석했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소형풍력발전기
우리가 만드는 풍력발전기는 최고출력 1kW 규모이며, 날개 직경은 2.4미터로 영국인 Hugh Pigott가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제3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삼십년 동안 개발을 한 것이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재료 또한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국에서는 경남 산청에 있는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이 영국으로 가서 개발자로부터 제작 기술을 직접 배워 온 후 지난 해부터 보급하고 있는 중이다. 이 풍력발전기의 목적이 가난한 지역의 전력 공급을 위한 것이므로, 비영리 목적에 부합하면 저작권은 리눅스의 오픈소스처럼 만인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들었다.
풍력발전기의 제작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나무를 깎아 바람을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날개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제작한 후, 베어링 축과 타워를 이용해 이 둘을 조립하면 된다.
월요일 낮, 이번 워크숍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부안시민발전소로 모여들었다. 나를 포함해 제주도에서 온 3명과 화성YMCA, 수원YMCA, 그리고 전주에서 각각 한분이 오셨다. 교육생 6명과 강사 1명, 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 김낙중 부소장 등 총 9명이 3박 4일 동안 소형 풍력발전기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소형 풍력발전기는 워크숍에 참석한 수원YMCA 이상명 관장이 수원의 한 공원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부안시민발전소에서는 제작워크숍에 참석한 사람에게만 발전기를 설치해 준다. 그렇게 해야만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알게 되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발전기 유지관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날개만들기
첫날 오후부터 둘째 날 오후까지 우리들은 길이 1200mm, 두께 37mm, 폭 150mm의 나무를 깎아 날개를 만들었다. 날개는 블레이드(Blade)라 불리며, 바람이 불어오면 이것을 회전력으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바람을 잘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풍력발전기의 출력은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날개의 면적이 넓을수록 전력생산량은 많아진다. 따라서 최근에 나오는 대형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거의 100m에 달하기도 한다. 우리가 만드는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직경이 2.4m에 불과하지만, 만들 수 있는 전력은 최대 1kW로 전등을 사용하는데 충분하다.
나무를 선택할 때는 바짝 마른 것을 골라야 나중에 뒤틀리지 않으며, 옹이가 없고, 결이 좋은 나무가 최고로 좋다. 나무 종류는 미송(Douglas fir), 육송(pine tree), 노간주나무가 좋다.
이렇게 고른 나무를 날개의 형태에 맞게 자르고 깎는다. 날개는 바람의 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날개의 모양이 비행기의 날개처럼 윗부분은 둥글게 깎고, 밑부분은 일직선으로 쳐내야 한다. 또 날개 시작점과 끝점은 비스듬한 사선형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날개를 만들 목재에 치수를 잘 재서 제도를 해야 하고, 가능하면 전동공구보다 손으로 깎고 대패질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전동공구를 활용하면 빠르게 나무를 다듬을 수 있지만 정밀하게는 다듬지 못한 탓이다.
이러한 날개를 3개 만든 후에, 날개의 뿌리 부분에 앞뒤로 원판을 대서 조립한다. 특히 각각의 날개는 길이와 형태 뿐 만 아니라, 무게중심이 다 맞아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 사람이 날개 3개를 전부 깎는 게 좋다고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날개를 만들면 모양과 무게중심이 서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며, 나중에 3개의 날개를 결합시켜 놓고 보면 균형이 안 맞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발전기 만들기
3박 4일 일정의 절반을 날개를 만드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둘째 날 부터는 야간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은 발전기의 기본인 코일감기를 했다. 발전기의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코일뭉치 10개를 원형으로 넣어 만든 고정자를 가운데 놓고, 그 양 옆에 영구자석 12개를 원형으로 놓아 만든 회전자 2개를 위치시킨 후 회전시키면, 자석에서 나온 자기력이 코일에 영향을 끼쳐 전기가 생성된다고 한다. 이때 회전자를 돌리는 회전력을 바람으로부터 얻으면 풍력발전기이고, 페달을 통해 연결해주면 자전거 발전기가 된다.
코일을 감기위해서는 합판을 설계도대로 잘라 조립해 ‘코일감기’만든 후, 이것을 이용해 코일을 감아돌린다. 에나멜선의 굵기에 따라서 코일을 감는 횟수는 125 ~ 135번을 돌린다. ‘코일감기’는 작년에 만든 것을 이용했기에 따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코일을 감을 때는 아주 고르게 해야 되며, 한 면을 다 감기도 전에 다른 면으로 올라타는 경우가 생기면 전체 코일뭉치의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이를 조심해야한다. 교육생 6명이 각기 2개씩 감아서 그중에 가장 좋은 10개를 골라서 고정자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회전자 만드는 과정>
고정자는 코일뭉치 10개를 미리 만든 후, 주형틀에 넣고 각 코일의 시작선과 끝선을 전선으로 연결한 후, 주형틀에 넣고 강화수지를 부어 만든다. 각 코일의 시작선은 하나의 전선을 이용해 모두 연결하여 하나의 원으로 만들고, 끝선은 각각의 전선으로 빼내어 만들어진 전기를 정류기로 보내는데 사용한다.
회전자는 미리 절삭해온 원형철판에 영구자석 12개를 붙여 주형틀에 넣고 강화수지를 부어 만든다. 이때 주의할 점은 원형철판에 자석을 붙이는 과정에 자석이 서로 엉겨붙지 않게 잘 다뤄야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극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자석을 갖고 장난치다 한번 붙으면 떼어내기 쉽지 않고, 잘못하다가는 자석이 깨질 수도 있다. 또한 자석의 위치를 잡아주는 틀도 합판을 이용해 각도를 잘 맞춰서 잘라내야 한다.
코일뭉치와 영구자석이 붙어 있는 원형철판은 만든 후에는 주형틀을 만들어야 했다. 고정자는 지난해 썼던 틀을 이용했고, 회전자는 주형틀이 하나만 있어서 틀 한 개를 새로 만들었다. 합판을 정해진 규격에 맞춰 자른 후, 3겹을 붙여 틀을 만들었다.
<고정자 만드는 과정>
이렇게 코일도 감고, 자석을 붙인 원판도 만들고 나면 이것을 주형틀에 넣고 ‘강화수지’를 혼합해 부어넣는다. 그리고는 반나절 후에 떼어내서 사포를 이용해 고정자와 회전자를 다듬으면 된다. 그런데 강화수지를 부어넣기 전에 주형틀에 미리 왁스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형틀과 고정자/회전자를 분리해낼 수 없어, 결국 그렇게 굳어져 만들어진 발전기 소재를 떼어내려다 깨져버리게 된다. 우리는 왁스칠을 잘 하지 못해 다시 한번 만들 수밖에 없었다.
조립하기
날개 3개, 고정자 1개, 회전자 2개를 만들면 풍력발전기의 기본은 만든 것이다. 다음에는 이것을 연결시켜주는 회전축을 만들어 서로 조립하면 된다. 회전축은 자동차 뒷바퀴 베어링과 철재를 용접시켜 만들기 때문에 쇠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워크숍에서는 강사님이 카센터 출신이기에 아주 잘 만들 수 있었지만, 우리가 직접하려면 철 절단기, 전기용접기 등의 도구를 다루기 위험하므로, 철공소에 도면을 들고 가 주문제작 하는 것이 좋다.
<베어링축 만들기>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바람이 심하게 불 때, 고속회전하기 때문에 자동차 뒷바퀴 베어링을 활용하는게 좋고, 우리는 대우자동차 라노스의 축을 이용했다.
<고정자와 회전자를 베어링축에 조립해서 전력생산을 한다>
회전축은 평행 타워축으로부터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고, 그 각도도 4도 정도 틀어져 있어 바람을 잘 맞을 수 있게 하고, 강풍이 불면 꼬리날개가 접히도록 되었다.
마지막날, 이렇게 만들어놓은 소재들에 비바람에 잘 부식되지 않도록 페인트칠을 해서 조립을 하고, 코일에서 나온 전선을 정류기에 연결 한 후, 날개의 균형까지 맞추면 풍력발전기가 완성된다.
태양열조리기와 일식
소형 풍력발전기를 제작 하는 동안 고재봉 회원의 자녀인 동인과 동훈을 위해 태양열 조리기로 간식을 만들어 먹었다. 22일(수)은 일식이 있는 날이어서 오전에는 태양열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식을 맨눈으로 보면 위험하기에, 유리에 그을음을 묻혀 보았다. 유리 한겹으로 하면 잘 안보이지만, 여러겹을 하면 잘 보인다. 마지막은 구름이 태양을 가릴때 뚜렷히 보인 일식>
그러나 오후에 다시 햇볕이 잘 나와서 태양열 조리기로 단호박, 감자, 계란을 삶아서 오후의 간식으로 음미했다. 여름철에는 태양열 조리기로 밥을 지어 먹으면 그 만큼 전기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태양에너지가 가장 센 여름철에라도 자연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자립을 위한 실천일 것이다.
<태양열조리기, 조리전과 후>
발전기 자체제작을 통한 에너지 자립
내가 이번 소형풍력발전기 제작 워크숍에 참가한 이유는 에너지 생산 도구의 자체제작이 에너지자립을 향한 근본적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에너지는 에너지자본이 생산하며, 사람들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로만 위치지어 진다. 에너지자본은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에너지자본에 종속된다.
에너지자본은 에너지의 생산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한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과 지구적 전쟁을 막고,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평화로운 에너지체제로 전환되기 위해서 에너지자본에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에너지자본에 대한 사회적/공적 관리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에 대한 보이콧만이 유일한 저항수단이 된다. 즉, 그들이 만든 에너지사용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자립은 현대사회의 에너지를 장악하고 있는 에너지자본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된다. 내가 쓰는 에너지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어야 기존 에너지 체제가 공급하는 편리하고 싸지만, 불평등을 발생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며, 인간들을 에너지자본의 노예로 만드는 에너지를 거부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하나의 시도가 독립형 소형 풍력발전기 제작이다.
물론 이번에 제작한 소형 풍력발전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력은 겨우 전등을 밝힐 수 있는 정도로 미미하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양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무지막지하게 과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인간의 외부에 의존하는 에너지생활을 축소시켜야 하며, 자연에너지와 인간동력 활용의 극대화를 통해 에너지자립을 실천해야 한다. [2009.07.29]